# 324
#324화 자리 싸움 (1)
데스나이트가 쓰러진 자리에는 꽤 많은 아이템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들어오는 한 가지.
데스나이트가 들고 있던 블레이드.
일단, 길드 차원에서 레이드를 진행했기에 사장님이 아이템을 전부 루팅하셨다.
“허허, 이거 꽤 거물이었구나.”
아이템을 모두 확인하신 사장님이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러곤 가장 먼저 무기부터 보여주셨다.
『 +0 데스나이트 블레이드 / 출혈 20 타격 12
회복 불가, 상처 저주+1 』
무기 옵션을 공개하자 길드원들의 감탄이 쏟아졌다.
좋다.
기존에 들고 있던 썬더볼트 블레이드나 하르 블레이드보다 대미지 면에서는 확실히 상위였다.
기본 수치가 썬더볼트보다는 4, 하르 블레이드보다는 5가 높았다.
다른 말로 하면 대략 4~5강만 되어도 하르 블레이드 10강과 맞먹는 대미지가 나올 것이다.
아쉬운 점은 스탯이 안 붙어 있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린 옵션이 너무 좋았다.
보고 있던 재중이 형은 바로 한 마디로 이 무기를 표현했다.
“이게 진짜 사람 잡는 무기네. 출혈 수치가 미쳤구만. 물약 회복도 안 되고, 상처 저주면 데스나이트처럼 체력 깎아 먹으려나? 걸리면 죽겠네.”
사람 잡는 무기.
“뭐, 마력이나 신성력이 없는 것은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좋지. 이건.”
재중이 형 말대로 썬더볼트나 하르 블레이드처럼 스탯이 추가로 달려 있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그걸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충분히 좋은 무기였다.
특히 대인전에서.
“전사 같은 경우는 하르 무기가 더 나으려나? 신성력이 높아서 혼자 힐 하면서 버텨도 되고…… 성향상 많이 갈리겠다. 공격에선 이쪽, 방어는 하르 무기.”
공격 일변도라는 말을 하면서 재중이 형이 나를 바라봤다.
“가지고 싶지?”
“……아니라고 말하면 좀 그렇죠?”
솔직히 가지고 싶다.
모르는 무기만 보면 다 모으고 싶은 그런 욕망이 속에서 막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래, 애가 욕심도 좀 있어야지.”
재중이 형이 날 보면서 재밌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추가로 방어구까지 모두 선보였다.
『 +0 데스나이트 플레이트 상의 / 방어력 23
근력+5 / 다크 아머 마력 소모 50% 감소 』
『 +0 데스나이트 플레이트 하의 / 방어력 22
민첩+5 / 크리티컬 저항+1 』
『 +0 데스나이트 헬름 / 방어력 20
마력+5 / 저주 방어+1 』
『 +0 데스나이트 건틀렛 / 방어력 17
근력+5 / 다크 웨폰 마력 소모 50% 감소 』
『 +0 데스나이트 부츠 / 방어력 18
민첩+5 / 헤이스트 』
일단, 방어력은 출중하게 좋았다.
전에 나온 썬더볼트 플레이트보다 더.
옵션 역시 마찬가지고.
물론 상의는 다크 아머가 있어야 써먹을 수 있겠지만.
하의는 크리티컬 저항이 얼마나 될지 몰라도 처음 나온 옵션이라 굉장히 좋아 보였다.
헬름 역시 마찬가지.
저주 저항이 붙어 있어서 필요한 아이템이었다.
건틀렛은 파워 글러브와 붙은 스탯 면에서 같지만 방어력이 월등했다.
그리고 다크 웨폰의 마력 소모를 줄여주는 좋은 기능이 있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무조건 이쪽이다.
무엇보다 부츠.
헤이스트가 내장되어 있어 지력이 낮아 헤이스트를 쓸 수 없는 유저들은 눈에 불을 켜고 이걸 구하려고 할 것이다.
윙 배틀 액스로 스위칭해서 헤이스트를 써도 되긴 하지만 서버에 몇 자루 없기도 하고.
거기다가.
『 +0 데스나이트 망토 / 방어력 15
민첩+5 / 저주 방어+1 』
미스트 윙 이후 오랜만에 나온 망토까지.
방어력 면에서 전의 미스트 망토와는 천지 차이였다.
실제 지금 길드원들이 웅성거리는 것으로 이 템들의 값어치를 보여줬다.
이후 스킬까지 전부 공개했다.
『 더블 크래쉬 』
『 다크 웨폰 』
『 다크 아머 』
『 진(眞) 비월참 』
『 강격 』
『 연격 』
『 블링크 』
『 헤이스트 』
『 저주 해제 』
데스나이트가 썼던 스킬들 대부분이 그대로 나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더블 크래쉬.
저게 아마도 우리를 그렇게 곤란하게 만들었던 그 스킬일 것이다.
그리고 진(眞) 비월참.
처음에 우리를 몰아냈던 그 압도적인 스킬인 것 같았고.
마지막으로 저주 해제 마법까지 함께 나왔다.
몹을 잡아야 그 몹을 잡을 스킬을 주다니…….
진짜 어이가 없었지만 아무튼 이제부터는 좀 더 수월하게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이게 끝이 아니다.”
끝이 아니라고?
사장님이 추가로 몇 개의 아이템을 더 꺼내놓으셨다.
『 정제 무기 강화석 (x5) 』
『 정제 방어구 강화석 (x10) 』
“어라?! 오빠. 저거!”
이쁜소녀가 깜짝 놀라 내 팔을 붙들면서 흔들었다.
“아, 봤어.”
설마, 저게 나오다니.
왕국 보물창고에서만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네임드 급 몹을 잡으면 나오는 모양이다.
정제 강화석의 설명을 보여주자 또 한 차례 웅성거림이 일어났다.
저건 누가 봐도 대박이거든.
잘만 띄우면 정말 아이템의 값어치가 말도 못 할 정도로 변하게 된다.
아직 몇 개 없는 하르 무기로 강화에 굶주려 있는 사람들에게는 가뭄의 단비나 마찬가지다.
거기다 고강으로 갈수록 더 필요해지고.
“흐, 이것도 있지.”
“또 있어요?”
무슨 아이템이…….
『 변신 주문서 : 데스나이트 』
“헉!”
“뭐야!”
“대박!”
아이템이 공개되자 순간 놀란 외침과 함께 길드원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지금껏 나온 아이템들이 머릿속에서 싹 사라질 정도로.
미쳤네.
차라리 펫으로 부리는 거라면 이미 몇 번 봤으니까 그러려니 할 텐데, 이건 그냥 변신이다.
그 엄청난 위용을 자랑했던 녀석으로 변할 수 있다니.
“완전 똑같이 변하는 건 아니겠죠?”
“설마…….”
재중이 형도 이번만은 장담하지 못하는지 뚫어져라 변신 주문서를 바라봤다.
“추가 설명이 없네. 1회용이려나?”
재중이 형의 중얼거림이 들렸는지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순간 정적이 왔다.
1회용이면.
진짜 데스나이트처럼 변하는 거 아닐까?
아마 주변에서도 모두 같은 생각을 하는지 변신 주문서만 쳐다보고 있었다.
1회용이든 계속 쓸 수 있든 무시무시한 아이템인 것만은 틀림없었다.
그렇게 최고의 인기품은 변신 주문서가 되어버렸다.
“분배는요?”
정말 가장 까다롭고 귀찮고 하기 싫은 문제가 다가왔다.
보통은 우리끼리 네임드를 잡고 쓰고 싶은 사람들 먼저 분배를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가 없으니까.
그런 식으로 했다가는 불만에 불만이 꼬리를 물게 될 것이다.
“일단 기다려봐. 사장님하고 이야기 좀 해봐야겠다.”
재중이 형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사장님에게 걸어갔다.
그리곤 사장님과 깊은 고민을 나누듯 뭔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살짝 불안한 마음에 옆에 있던 전사 형에게 말을 건넸다.
“잘 될까요?”
“형님이 우리 손해 보게 하진 않을 거니까 믿고 기다리자.”
하긴 형이 어떤 사람인데.
“전사 형도 저거 가지고 싶죠?”
내가 데스나이트 플레이트를 가리키자 주변을 한 번 보더니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데스나이트 풀셋.
외형, 기능, 스탯 뭐 하나 빠지는 곳이 없었다.
현 최강의 방어구.
데스나이트를 상대하면서 전사 형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옵션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거기다 방어력도 엄청나게 올라갈 거고.
잘하면 혼자서도 탱킹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아니, 저 정도 아이템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나도 탐나는 스킬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더블 크래쉬나 진(眞) 비월참 같은.
두 개가 다 안 된다면 하나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경매로 넘어가게 된다면 가지고 있는 자금을 싹 풀어서라도 가져올 생각이다.
아이템을 매각한 돈, 유적지 세금으로 받은 돈, 광고 수입, DS 사에서 받은 VRS 판매 지분 대금까지.
여러 통장에 나눠둔 데다가 계속 액수가 들어오는 중이라 다 확인은 못 했지만 아마도 상상하는 그 이상일 것이다.
원한다면 지를 수 있는 자금은 충분했다.
그런 각오를 하고 있는데 재중이 형이 사장님과 이야기를 끝내고 와서 내 앞에 털썩 앉았다.
“어떻게 됐어요?”
“사장님이 일단 이야기해본다고 하는데 우리가 내놓을 수 있는 패는 다 내놨다.”
“그게 무슨?”
“우리가 저 템 전부 가지는 걸로.”
“네? 가능해요?”
“글쎄다? 내놓을 물건도 꽤 괜찮으니까. 쓸데없이 경매한다고 투정 부리진 않겠지.”
“그럼 기다려보죠.”
잠시 기다리자 사장님이 길드원들을 모아놓고 연설을 시작하셨다.
“미리 말하고 시작하는데 너희 여기다 데려다 놓은 것도 주호 덕이야. 아니었으면 아직도 저 트로아 요새에서 다른 길드 애들하고 블러디 가고일이나 잡고 있었을 테지. 지금 너희 쓰고 있는 하르 무기도 마찬가지고. 내가 주호 먼저 주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주는 거야. 실제로도 주호 아니었으면 저거 절대 못 잡았다.”
사장님의 말에 한 남자가 손을 들었다.
누구지?
선이 매서운 남자인데 얼굴을 모르는 것을 보니까 사장님이 받은 사람인 것 같았다.
애초에 최강 길드 쪽은 거의 신경을 안 쓰니까 솔직히 누가 있는지도 다 모른다.
“그럼 어쩌자는 겁니까? 다 같이 모여서 잡았는데 누군 주고 누군 안 주고. 차라리 경매를 하지 그럽니까?”
“저 아이템들은 데스나이트를 더 수월하게 잡기 위해서 꼭 필요해. 여기저기 다 분산되어 버리면 없는 것만 못하지. 다음에 싸울 때도 이렇게 길드원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볼 필요는 없으니까.”
“저희도 딱히 토를 달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다 가져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래서 준비했지. 일단 하르 무기. 개인별로 하나씩 더 풀어준다. 지금 공급하는 유일한 사람이 주호인 건 알지? 달 길드나 치맥 길드에 팔 물건을 땡겨서 주는 거다.”
하르 무기는 하르 원석만 있으면 어떻게든 제작해서 줄 수 있다.
하르 핵이야 사냥해서 나오는 것으로 해결하고.
“그래도 좀…….”
사람들이 난감하다는 식으로 나오자 사장님이 추가로 몇 가지를 더 풀었다.
“다들 데스나이트가 쓰던 방어 기술 알지? 다크 아머. 여유 분량이 있다. 그것도 경매로 푼다. 강격과 연격, 블링크, 헤이스트도 싹 풀고.”
우리가 그 전에 네임드들을 잡으면서 창고에 넣어둔 마법서 숫자가 제법 된다.
언제 푸나 했더니 지금 풀어버릴 생각인 모양이다.
“그리고 정제 강화석.”
정제 강화석이라는 말이 나오니 다들 어깨가 움찔했다.
솔직히 아이템보다 저쪽이 더 끌릴지도 모르겠다.
“정제 무기 강화석 20개. 정제 방어구 강화석 40개 추가로 더 풀도록 하지. 이 정도면 이쪽도 정말 출혈 크게 감수한 거야.”
그 말에 길드원들이 서로를 바라봤다.
몇몇 인원이 의논을 하더니 대답을 했다.
“나쁘지 않네요.”
현재 어디 가서도 구할 수 없는 템들을 줄줄이 꺼내놓으니 생각이 변한 것 같았다.
당장 던전을 내려가면서 사냥하는데 필요한 아이템들을 맞춤옷처럼 내놓아서 그런지 몰라도 일단은 우리 손을 들어주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한쪽에서는 우리가 내놓은 템들의 경매가 시작됐고 우리는 우리대로 데스나이트 아이템을 나누기 시작했다.
“일단 전사는 풀셋으로 간다.”
“전부 제가 가집니까?”
“방어구만. 블레이드는 주호.”
“흐, 이거 다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네 강화석 팔아서 산 거라 생각해.”
“하하, 하긴 그렇군요.”
전사 형이나 우리 팀이 가진 정제 강화석을 다수 경매에 내놓았다.
“네가 탱킹이 되야, 우리끼리 잡아보지. 안 그래?”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전사 형이 데스나이트 풀 셋을 모두 챙겨갔다.
“그리고 주호는 블레이드하고 더블 크래쉬, 진(眞) 비월참까지 다 챙기고. 마력 너만큼 남아도는 놈 없으니까 팍팍 돌려야 해.”
“네. 감사합니다.”
재중이 형이 하나는 쓸 줄 알았는데 다 양보해주었다.
“어차피 또 잡으면 나와. 이제 잡을 날이 창창한데.”
“그렇겠네요.”
“챠밍은 저주 해제 받아가고. 이번엔 별로 줄 게 없네. 리치에 한 번 기대해보자?”
“네, 저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오케이, 그럼 아쉽게 나르샤도 당장은 줄 게 없어. 돈으로 따로 줄게.”
“나중에 몰아주면 그걸로 괜찮음.”
“그럼, 나르샤도 됐고. 소녀는 이거 받아라.”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이쁜소녀에게 데스나이트 변신 주문서를 넘겨줬다.
“네에?! 제가요?”
깜짝 놀란 이쁜소녀에게 모두 시선이 돌아갔다.
“여차하면 사용해. 일회용인지 계속 쓸 수 있는지 모르니까 일단 킵해두고.”
“으아아, 제가 그걸로 변신해요?”
변신 주문서를 두 손으로 받아들고 멍하게 넋이 나가 있는 이쁜소녀를 보고 모두 웃음 지었다.
재밌겠네.
제일 작은 소녀가 커다란 데스나이트가 된다니.
“형은요? 하나도 없지 않아요?”
“나? 이제부터 받을 건데?”
무슨 소리지?
이해가 안 되는지 모두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 던전이 전부 네 개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 다른 데스나이트!”
챠밍이 가장 먼저 알아듣고 외쳤다.
이건 다른 던전에 최소 세 마리는 더 있다는 말이다.
어쩌면 층을 내려갈 때마다 있을 수도 있고.
그리고 전용 던전에도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전사 형의 방어력이라면…….
전용 던전도 통과가 될 것 같기도 하고.
재중이 형이 사악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지금 쉴 시간이 어딧어? 빨리 돌아야지. 오늘 토할 때까지 굴릴 거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