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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26화 (324/1,404)

# 326

#326화 자리 싸움 (3)

“어느 정도예요?”

그것 외에 다른 것은 따로 묻지 않았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대략 수십.”

“많네요.”

“앞으로 계속 날아올 거야. 쳇, 여기 사냥터도 곧 난장판이 되겠네.”

나에겐 어렴풋하게 보일 뿐이지만, 나르샤 누나는 확인이 가능했다.

바로 이곳 로테를 향해 수많은 비공정이 날아오는 것을.

로가슈 왕성 내에서 기여도를 올리는 것도 한계가 있고, 결국은 낮은 기여도로 NPC들이 공조를 해주지 않아 이리저리 막힐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퀘스트를 해결하다 보면 결국 나오는 곳이 이곳이다.

광산마을 로테.

언데드가 잔뜩 모여 있는.

과연, 저 사람들이 이곳에서 바로 사냥을 할 수 있을까?

성벽 위에서 내려와 정비를 위해 상점으로 간 모두를 불러 모았다.

“형, 준비는요?”

“적당히 해놨지. 운이 좋았다.”

그러더니 내 앞에 창 한 자루를 꺼내 보였다.

『 +6 데스나이트 스피어

출혈 25(19+6) 타격 25(19+6)

회복 불가, 상처 저주+1 』

6강?

미쳤네.

서버에 한 자루밖에 없는 것을…….

강화 때문에 재물로 바칠 스피어 몇 자루를 가지러 간다고 하더니 결국, 강화를 한 모양이었다.

“현 최강의 창이네요.”

기본적으로 스피어는 출혈과 타격 대미지의 균형과 수치가 굉장히 높은 편이었다.

그렇게 기본적으로 좋은 수치에 강화까지 잘 붙은 걸 보니, 그저 기가 막혔다.

“어글 다 털어 가시는 것 아니에요?

블레이드는 데스나이트에게 큰 위력을 주기 힘들지만, 스피어는 그냥 후려쳐도 대미지가 들어간다.

대미지를 넣을 수 있는 평균 면적이 굉장히 넓다는 말이기도 하고.

무기 레벨이 같다면 블레이드가 썩 좋은 무기라고는 할 수 없었다.

PK나 사냥 모두.

“엄살은. 데스나이트의 급소만 찍어 넣는 너만 하겠냐.”

“그렇게 안 하면 대미지가 안 나오니까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어깨만 으쓱했다.

“그만큼 속도가 붙으니까. 자, 그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텐데?”

재중이 형이 물어보자 조금 전에 봤던 것을 말해주었다.

비공정이 철새 무리처럼 날아오고 있다고.

“뭐, 슬슬 올 때지. 이렇게 길이 열려 있는데 못 찾아올 정도로 멍청하진 않으니까.”

“그렇긴 하죠.”

“자, 그럼. 일단 제대로 한 방 먹여주고 시작할까?”

“네?”

“이제까지 고생한 거 보상받아야지.”

재중이 형은 그 말과 함께 한껏 짓궂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 형,

대체 뭘 하려고 그러지?

***

얼마 지나지 않아 수십 대의 비공정이 로테 바깥의 승강장을 향해 내려왔다.

길드 마크를 살펴보니, 몇몇 길드는 눈에 익은 길드였다.

그리고 다른 길드들도 개인 레벨이 높은 길드장이나 길드원을 소유한 길드였고.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나와 다르게 그동안 꾸준히 동향을 살피고 있던 전사 형이 하나씩 이야기를 해주었다.

“저건 미르. 랭킹 54위 유저가 길드장, 저기 불새는 랭킹 32위 유저가 있어. 여긴 미르 길드하고 쟁 중이고, 사이가 안 좋아. 블레스 길드 역시 49위 길드장. 여긴 예전에 유저 학살로 유명한 길드고…….”

그 뒤로도 전투, 챌린지, 귀신, 무적, 판도라, 초월, 킹덤, 쌈군, 에피소드, 빅토리 등 길드 이름과 유명한 유저 이름을 전사 형이 알려주었다.

전사 형의 말을 가만히 듣던 우리는 처음에는 놀란 표정을 짓다가 나중에는 질린 표정으로 변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저렇게 많은 길드와 유저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구분해냈다.

길드 이름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유저 랭킹까지 기억하다니…….

“전사 형,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해요?”

내 질문에 챠밍과 이쁜소녀가 감탄한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전사 오빠, 천재였어요?”

“진짜 대단해요!”

그 말에 전사 형의 어깨가 한껏 올라갔다.

“흠흠, 이 정도는 기본이지.”

진짜 천재는 여기 있었네.

전사 형이 정보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하면 정말 내가 아는 정보는 햇병아리 수준이었다.

“일단, 조심해야 할 길드는 금수저 길드. 신흥 길드인데 여긴 진짜 현실에서 돈 좀 있다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길드거든. 회원 목록도 비공개고. 가입하는데 개인 자산부터 확인한다는 말도 있어.”

“……어떤 의미로 대단하네요.”

순간, 이쁜소녀를 슬쩍 보고 바로 고개를 돌렸다.

여기 국내 제일의 금수저가 있는데…….

과연 어느 수준이기에 금수저, 라고 하는 걸까?

“화련보다 금수저일까요?”

“화련? 모르겠다…… 그 여자 돈 쓰는 스케일 보면 뭐, 다른 길드들 압도하는 수준이라.”

전사 형도 그건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때, 그중 재중이 형이 몇 개 길드를 찍어 보였다.

“영혼, 초월, 페가수스, 유니콘, 헤라, 천사 길드하고 몇 개 더 있는데 여긴 조심해야 해.”

“거긴 왜요?”

재중이 형이 딱 골라서 말한 곳은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챠밍과 이쁜소녀도 궁금한 듯 귀를 쫑긋했다.

전사 형은 듣자마자 무슨 이야기인지 아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

“프로입니까?”

“어, 국내 프로게이머들, 각 팀마다 스폰 있고. 원래 있던 프로팀이 그대로 참전한 대기업 산하의 팀도 있어. 아닌 곳도 있고. 시즌이라 참가 못하다가 이번에 들어온 곳이 많아. 프로 애들이 안 보내주면 계약 끝나자마자 다 들고 일어날 판이라…… 어떤 놈은 계약금 물고 나간다더라.”

“결국, 결정 났군요.”

“어, 알려지지 않아서 모를 거야. 길드 랭킹 찾아봐. 지금 쭉 치고 올라오고 있을걸?”

그 말에 전사 형이 길드 순위표를 빠르게 검색했다.

그리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엄청나게 따라붙었네요.”

우리도 봤는데 말 그대로 순위를 수만 단위씩 건너뛰고 있었다.

“기본이 있으니까. 적응하면 금방이지. 수호나 최종병기 보면 아이템이랑 사냥터만 지원해줬는데 순식간에 길드 애들 역전했잖아. 그런 애들이 바글바글하다고 생각하면 돼.”

확인을 끝낸 전사 형이 혀를 내둘렀다.

아마 전사 형의 머릿속에 차곡차곡 저장이 되겠지.

“일부 애들은 상위 길드에서 채갔어. 위약금이고 뭐고 물어줄 여력이 충분하니까.”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네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챠밍이 궁금한 것이 있는지 물었다.

“불멸 오빠, 근데 로스트 스카이는 서버가 많잖아요.”

“응, 그렇지.”

“그런데 왜 우리 서버에만 이렇게 와요?”

챠밍의 말을 들어보니 확실히 이상했다.

그렇게 강력한 전력이면 그냥 다른 서버에서 하는 편이 좋지 않나?

쉽지는 않더라도 경쟁이 빡센 지금 상황보다는 몇 배는 수월할 텐데.

예전 서버에 있던 백골도 경쟁이 심해서 넘어왔다고 들었다.

그 사람 지금쯤 뭐 하고 살려나?

과연 장담한 대로 서버를 장악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재중이 형이 대답을 했다.

“뭐, 많은 수는 아닌데, 일부는 다른 서버로 갔어. 서버를 먹으면 그 자체로 확실히 돈이 되니까.”

“그런데 왜?”

내 의문 가득한 질문에 재중이 형이 날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우리 때문이지.”

“우리요?”

“아, 정확히는 나 때문이려나?”

“형 때문에요?”

“크큭, 예전에 해놓은 말이 있어서.”

뭐지?

궁금한 듯 모두의 시선이 재중이 형에게 닿았다.

“이 바닥은 관심이 없으면 죽어. 관중이 없으면 그냥 자기들끼리 모여서 하는 게임일 뿐이지. 전사, 로스트 스카이 방송 몇 서버가 제일 자주 나와?”

“아무래도 저희 서버겠죠. 대부분의 방송이 1서버에 집중되어 있으니까요.”

확실히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가끔 게임 방송을 틀어보면 대부분 우리 서버의 이야기였다.

“수정이 회사하고 DS에서 너한테 광고 스폰을 왜 붙였겠냐?”

“노출?”

DS는 다른 이유도 많기는 한데 일단 그쪽으로는 같은 맥락이 아닐까.

“그래, 스폰해주는 회사 입장에서는 어지간하면 노출이 잘 되는 곳에서 활동해주길 바라지. 돈이야 뭐 회사에서 나오거나 어떻게든 벌충해주겠고. 실제로 우리 서버가 다른 서버보다 돈이 엄청 풀리는 이유도 있을 거다.”

“그쪽도 그쪽 나름대로 사정이 있나 보네요.”

“뭐, 그렇지. 그리고 내가 은퇴한 지 꽤 됐잖아? 사실 은퇴하기 전까지 우승을 내가 좀 많이 했었거든. 지금 날 꺾고 싶어 하는 놈들이 제법 있을 거야.”

“타이틀인가요?”

“그런 것도 있지. 거기엔 너도 포함되어 있고. 지금 로스트 스카이에서 누가 제일 유명하냐?”

“글쎄요? 형?”

내 대답에 주변에서 모두 날 바라봤다.

“……저요?”

“어, 너. 너만 꺾으면 모두 자기가 가진다고 생각할 수 있어. 아니, 실제로도 그렇고.”

“으음.”

“그래서 넌 꺾이면 안 돼. 특히 프로 애들한테는 더더욱.”

“갑자기 어깨가 무겁네요.”

“크, 앞으로 싸움 붙어오는 놈들이 많을 거다. 왕관의 무게를 견더라. 딱 그거지. 재밌겠구만.”

과연, 그게 재밌을지는 모르겠다.

말만 들어도 엄청 피곤할 것 같은데…….

“자자, 그런 이야긴 여기까진 하고. 결론은 심플해. 누가 오든 그냥 다 이기면 돼.”

“……그거 하난 간단하고 마음에 드네요.”

내 대답이 마음에 드는지 재중이 형이 씨익, 웃어 보였다.

“아, 그럼 그 발판을 마련할 자금을 한 번 뽑아 볼까?”

“자금요?”

“솔직히 세금만 받아서는 모자란 감도 있고. 크게 땡겨야지.”

“아까 엿 먹인다는 말이?”

“어, 이거지.”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로테 광장 한복판에 좌판을 깔았다.

그리고 그 위에 하르 무기들을 하나씩 진열하기 시작했다.

“자, 짜투리 없이 시작할까?”

에?

“얼마부터요?”

“2억.”

방금 잘못 들은 건가?

“그거 그냥 하르 핵만 모으면 만들 수 있잖아요. 원가가…….”

솔직히 하르 무기는 네임드 무기고 뭐고 아무것도 아니다.

심지어 퀘스트를 진행하면 비슷한 종류로 받을 수 있기도 하고.

그냥 흔한 제작 무기일 뿐이다.

실제 데스나이트 무기에 비해서도 한참 밀린다.

“당장은 힘들지. 아무도 모르기도 하고.”

“와, 사기꾼.”

2억에 팔면 폭리도 이런 폭리가 없었다.

500만 원도 안 하는 재료로 2억을 챙기겠다니…….

챠밍이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재중이 형에게 물었다.

“그런데 진짜 사가는 사람이 있을까요?”

“크크, 과연 어떨까?”

너무 당당한 표정에 모두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러다 이쁜소녀가 뭔가 생각났는지 손을 들었다.

“오빠, 무기 팔아도 괜찮아요?”

이쁜소녀가 걱정하는 것은 혹시나 무기를 풀었을 경우 후발 주자가 우리를 따라잡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네임드 무기를 많이 들고 있음에도 거의 풀지 않았고.

풀어도 길드 내에서만 풀었다.

“어차피 금방 풀려, 구조상 일반 무기에 가까우니까. 그리고 하르 무기 몇 자루 있다고 데스나이트 손댈 수 있을 것 같아?”

그 말에 모두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저었다.

결론은 안 된다.

고강화를 해야 어느 정도 먹힐 건데 몇 자루 풀리는 것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적어도 정제 강화석이 있지 않는 이상.

모르겠다.

이런 경험이 없어서 더.

“돈 많은 손님이 우르르 오셨으니까. 한 번 지켜보자고. 자, 다들 오늘 피곤할 테니까 좀 쉬고 이따 보자.”

일단, 재중이 형을 따라 좌판을 열어놓고 하르 무기들을 잔뜩 올렸다.

무려 개당 현금으로 2억에.

자동 상점 기능으로 최대 시간까지 늘려놓은 다음 바로 로그아웃을 했다.

이렇게 하면 자동 상인이 물건을 사고팔게 된다.

좀 미친 짓 같기는 한데…….

믿어봐야겠지.

***

로그아웃을 하고 한숨 자고 난 뒤 다시 들어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없진 않아 좀 잠을 뒤척이기까지 했다.

정말 팔렸으려나?

하나라도 팔리면 다행일 텐데.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89.

> 로딩 중…….

100레벨이 얼마 안 남았구나.

데스나이트를 잡고 오른 2레벨.

잔챙이 수백 마리를 잡는 것보다 이쪽이 훨씬 좋다.

접속하자마자 바로 광장에 올려둔 좌판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그 좌판 주변으로 수백에 가까운 사람이 몰려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무슨 사람이…….

좌판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인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그림에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설마 아니겠지?

그렇게 인파를 제치고 좌판을 보자마자 내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난 아직 이 세계의 빙산의 일각 밖에 보지 못 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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