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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280화 (278/1,404)

# 280

#280화 까도 까도 또 나오는 양파처럼 (1)

하르 부스터를 최대로 사용해 폭풍 속을 계속 가로질렀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했을까

“따라 와 ”

조타를 잡은 전사 형이 나르샤 누나에게 묻자 나르샤 누나가 후방을 한참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은 일단 안 보여.”

“휴, 다행이네.”

나르샤 누나의 대답에 전사 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강한 경직과 스턴으로 썬더볼트가 수직으로 추락하여 우리와 거리가 상당히 멀어졌다.

아마 그 덕분에 더 이상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만약, 한 번 더 교전이 일어났다면 우리가 꽤 불리했을 것이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거의 다 보여주었으니까.

그리고 썬더볼트가 얌전히 당해줄 것 같지 않고.

무엇보다 스킬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 수월하게 상대한 것도 있었다.

만약 브레스 형식의 공격을 했다면, 브링어의 기동력으로 피할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가정을 합쳐본다면 마주치지 않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거 한 번 지나갈 때마다 목숨을 걸어야 하나 ”

전사 형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썬더볼트의 존재를 미리 알았지만 라이덴과 이 정도의 차이가 날 줄 생각하지 못했다.

기여도도 좋지만 중간에 죽어버리면 그것도 꽤 큰 손해였다.

최악의 경우 개조한 브링어를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다.

아니, 개조한 브링어는 버려질 것이다.

위치도 위치지만 그 이전, 산맥을 넘는 퀘스트를 했던 때를 생각하면 선장이 죽은 비공정은 그대로 소유권을 잃어버렸으니까.

최소 억대의 손해.

우리가 죽는 것 이상으로 브링어를 잃어서는 안 되었다.

누군가 그런 위험이 도사리는 상황 속에서 수송 의뢰를 계속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글쎄…….

“10만이나 주는 이유가 있었네요.”

괜히 기여도를 10만이나 책정한 것이 아니었다.

퇴치가 아니라 따돌리고 수송하는 것조차 10만이니 난이도를 말해서 뭐하겠는가.

다른 사람들이 했다면 아마 비공정이 털리면서 끝났을 것이다.

“너무 쉬우면 재미없지.”

재중이 형이 눈을 반짝이면서 나를 바라봤다.

“가끔은 좀 쉬워도 될 텐데요.”

“그렇게 놔둘 인간들이 아니잖아.”

“하긴, 그렇죠. 그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

“뭐, 방법이 있나 또 해야지.”

재중이 형의 그 말에 모두의 안색이 질린 표정으로 변했다.

재밌는 것을 좋아하는 챠밍도 이번엔 당황한 기색이 있을 정도로.

이 높이에서 떨어지는 것은 나도 사양이다.

그것도 번개가 치는 폭풍 속에서라면 더더욱.

***

우여곡절 끝에 번개 폭풍 지역을 지나 안정권으로 들어섰다.

《 미지의 폭풍 지역, 칼바람 둥지를 벗어납니다! 》

“이제 정말 한숨 돌리겠다.”

전사 형의 긴장한 표정이 이제야 풀렸다.

다행스럽게도 칼바람 둥지를 벗어날 때까지 썬더볼트가 따라오지 않아 무사히 빠져나왔다.

그렇게 한참을 날아가던 중 트로아 요새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반가울까요 ”

“육지다!”

챠밍과 이쁜소녀가 두 손을 들고 반가워했다.

흡사 망망대해의 바다에서 조난당한 사람들처럼.

나르샤 누나도 마찬가지.

“정말 트로아 요새가 반가울 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

“힘들었죠 ”

“생각보다 정말 며칠 동안 먼 곳으로 여행 다녀와서 힘이 다 빠진 기분이야.”

경험이 넘치는 나르샤 누나도 이번은 꽤 어려웠던 모양이었다.

“도착하면 좀 쉬자.”

재중이 형 말에 다들 환호를 했다.

그렇게 브링어를 요새에서 조금 먼 곳에 착륙시킨 뒤, 트로아 요새로 걸어 들어갔다.

“조심하는 게 좋지. 아직은.”

“비공정을 가진 것 말이죠 ”

“그래, 너무 눈에 띄니까.”

트로아 요새 입구 앞에 도착하자 진귀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와, 사람들 봐요.”

이쁜소녀가 깜짝 놀라서 외쳤다.

트로아 요새 입구 앞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그 장사진을 헤치며 지나가려는데 꽤 많은 사람이 너나 할 것 없이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노랑 물약 싸게 팝니다! 파워 글러브 급매입합니다!”

“물약 최저가! 트롤 벨트 있는 대로 사요!”

“대지 드랍템 다 삽니다!”

“급처 아이템 매입합니다!!”

트로아 요새의 성벽을 따라 쭉 펼쳐진 광경.

우리가 예상했던 인원을 훨씬 상회하는 인원이 몰려와 있었다.

게다가 여기서 사냥이 불가능한 사람까지 다수 보였다.

어느 정도 사람이 몰리는 것은 예상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성벽을 둘러쌀 정도의 사람이라…….

“레벨이 낮아서 사냥이 안 될 텐데요.”

내 말에 나르샤 누나가 고개를 저었다.

“우르르 몰려가서 몇 마리만 잡아도 큰돈이 되잖아. 그걸 노리지 않았을까 여기 템이 워낙 고가니까. 그게 아니라면 전문 장사꾼이겠지.”

“흐음, 아니라고는 못 하겠네요.”

그만큼 오우거는 돈이 된다.

트롤도 마찬가지고.

템 하나만 떨어지면 경사, 아니 축제지.

우리처럼 개인적으로 사냥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저것도 나름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템이 나온다면 N분의 1을 하면 되니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요새 안으로 진입하는데, 패치에 나온 것처럼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았다.

레벨이 최상위권인 우리라 자동적으로 통과가 되었다.

그렇게 요새 안으로 들어갔지만, 요새 안쪽 역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정말 사람이 많아졌어요.”

이쁜소녀가 큰 눈을 깜빡거리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우리가 처음 왔었던 그때와는 완전 다른 북적거림에 나 역시도 꽤 놀랐다.

길가, 도로, 건물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빽빽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우리 서버 평균 레벨이 굉장히 높은가 봐요.”

챠밍도 이 정도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놀란 표정이었다.

그 말에 전사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서버보다 한참 높지. 그래도 이 정도라…… 확실히 저력이 있어. 조금만 방심하면 따라잡힐지 몰라.”

전사 형 말처럼 후발 그룹이 이 정도라면 방심은 금물이었다.

일부 유저만 가능할 줄 알았는데, 트로아 요새가 꽉 찰 정도라니…….

게다가 사냥터 역시 높은 경험치와 아이템에 목말라 했던 사람들이 몰려들어 난리도 아니었다.

“조금 늦게 빠져나갔다면 우리도 고생했겠네요.”

내 말에 모두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트로아 요새의 수송 부대가 있는 곳으로 갔다.

패치를 했든, 사람이 많든 원래 있던 그 자리에서 수송 부대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곳에 도착하니 하르 관리 NPC가 반갑게 우리를 반겨주었다.

『 오! 그 폭풍 지대를 뚫고 여기까지 오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덕분에 하르를 시간에 맞춰 보낼 수 있겠군요. 여기 하르 포대입니다. 』

《 하르 포대를 받았다. 다시 칼바람 둥지를 지나 로가슈 왕국 수송 부대에 전달하자. 》

문제의 하르.

이것을 창고에 넣거나 귀환으로 동선을 잔뜩 줄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의미 없는 몸부림이다.

퀘스트 아이템으로 분류된 하르 포대는 창고에 넣어지지도 귀환도 불가능했다.

꼼수는 안 된다는 이야기지.

심지어 죽는다면 하르 포대가 사라지는 최악의 퀘스트이기도 하고.

처음부터 다시 받으러 와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 반드시 와야 한다.

우리 귀환 위치는 로가슈 왕국으로 되어 있으니까.

“정말 쉽게는 안 해주네요.”

“10만이 그만큼 큰 수치라는 거지. 오가는 시간도 만만찮고.”

“그래도 이런 퀘스트가 흔하진 않죠.”

낮은 수준의 퀘스트를 반복적으로 도는 것은 이쪽에서 사양이다.

다시 폭풍 지대를 건너 로가슈 왕국으로 가기 위해 물약을 보충하던 중, 재중이 형과 전사 형, 나르샤 누나가 창고 앞에 서 뭔가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을 보았다.

무슨 일이지

얼핏 창고, 물약 이런 단어가 들렸던 것 같은데…….

나와 챠밍, 이쁜소녀가 무슨 일인가 싶어서 재중이 형 쪽으로 다가갔다.

“문제 있어요 ”

“아, 실험했던 게 잘 되는 데 ”

실험

게임 경험이 많은 저 셋이 실험을 해봤다면 뭔가 재밌는 일 같기도 하고.

“아까 넘어오면서 생각난 것이 있어서. 지금 창고하고 길드 창고에 따로 물약을 넣어놨는데 잘 들어가네.”

“아, 주황 물약요 ”

“그래, 그거.”

셋이서 뭘 하나 했더니 이런 걸 준비 중이었구나.

물론 쟁이나 레이드 때 쓰는 압축 노란 물약이 있기는 하다.

다만, 가격이 비싸 아무 때나 쉽게 쓰지는 못했다.

그런데 노란 물약과 압축 노란 물약 사이에 주황 물약이 끼어들면

비싸다지만, 압축 물약만큼 비싸진 않다.

이건 그동안의 물약 시장을 깨버릴 만큼의 중대한 사안이었다.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시장이기도 하고.

파급효과가 절대적이다.

“날개 돋친 듯 팔리겠네요.”

“사장님하고 벌써 이야기 끝났어. 이번에 넘어가면 아예 작정하고 옮길 생각이다.”

“쉬려고 했는데 빨리 넘어가야겠네요.”

“아아, 그래. 미안한데 바로 다시 타야겠어.”

그 말에 챠밍과 이쁜소녀가 울상을 지었지만 별수 있나.

지금 때를 놓치면 언제 해 먹을 수 있을지 모르는 것과 유저역시 압축 물약을 사느니 주황 물약을 구매하는 것이 더 좋기도 하고.

서로 윈윈.

그렇게 번개 폭풍을 넘어갈 때 쓸 압축 노란 물약을 인벤에 적당히 채운 채 다시 브링어에 올랐다.

노란 물약은 번개 폭풍 속에서 별로 도움이 안 되니까.

열 배가 비싸도 쓸 수밖에 없다.

물약을 아낄 정도로 버는 돈이 적은 것도 아니고.

“나르샤 누나가 진짜 잘해줘야 해요.”

“맡겨둬. 좀 어지럽긴 해도 버틸 수 있을 거야.”

싸이클롭스의 눈.

마력만 충분하다면 칼바람 둥지를 꿰뚫어 보면서 지나갈 수 있지 않을까

마치 레이더 탐지기처럼.

다른 말로 하면 나르샤 누나만 있으면 어지간한 몬스터들은 다 피해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확실히 싸이클롭스는 그 눈이 핵심이네.”

재중이 형이 부럽다는 눈빛을 감추지 않았다.

나르샤 누나가 그 눈빛을 보고는 자랑스럽게 제3의 눈을 열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번개 폭풍 속에선 정말 최강의 무기임이 틀림없다.

그렇게 떠오른 브링어가 다시 번개 폭풍 속으로 진입했다.

《 미지의 폭풍 지역, 칼바람 둥지를 진입합니다! 》

나르샤 누나의 마력이 있는 동안에는 전진하고 누나의 마력이 떨어지면 멈추는 것을 반복하면서 아예 썬더볼트의 ‘썬’ 자도 보이지 않는 곳을 골라서 지나갔다.

썬더볼트의 인식 범위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르샤 누나의 시야 범위가 훨씬 넓은 것 같았다.

“머리가 좀 아프긴 하네.”

“힘들면 쉬었다가 해요.”

하긴 망원경 같은 시야와 일반 시야를 동시에 보는 것인데 피로가 쌓이는 것은 당연하겠지.

“으응, 너무 오래 쓰지 않으면 괜찮아. 시력에 문제 있는 것도 아니고.”

“아뇨, 제가 해봐서 알아요. 인식할 수 있는 한계까지 계속 몰아붙이면 나중에 큰일 나니까.”

“응 아, 그랬지 그럼, 좀 쉴게.”

나르샤 누나가 한계에 달한 듯 브링어 갑판에 눈을 감고 그대로 눕자 전사 형이 브링어를 그 자리에서 멈췄다.

그리고 전사 형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르샤 누나를 바라봤다.

아닌 척해도 신경 엄청 쓰는구나.

“역시 한 번에 바로 통과는 힘드네.”

“이렇게 가는 것만 해도 어디에요. 썬더볼트를 마주쳤으면 이렇게는 안 끝날 거예요.”

“그건 동감. 스탄 급으로 바꾸면 한 번에 통과할 수 있겠지. 속도가 더 붙으니까.”

어차피 개조 브링어는 더 이상 힘들다.

스탄 급을 사서 좀 더 높은 성능으로 개조하는 것이 제일 이상적이었다.

그리고 그 스탄 급을 사려면 기여도가 더 필요했다.

결론은 뺑뺑이인가

나르샤 누나의 상태가 좋아지자 다시 브링어를 폭풍 속으로 몰아서 안전하게 통과를 했다.

비록 많이 돌아오긴 했어도 썬더볼트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땅 짚고 헤엄치는 수준의 난이도라고 해야 하나

중간에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썬더 와이번은 마법포로 그대로 녹여 버렸다.

테이밍 이야기도 나왔지만 나중으로 미루었다.

물론 썬더 와이번을 테이밍해 팔면 가격이 엄청날 것이다.

다만, 지금은 빠르게 도착하는 것이 우선이라 테이밍은 포기했다.

썬더 와이번으로 버는 돈 따위 우스워질 정도의 대박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 미지의 폭풍 지역, 칼바람 둥지를 벗어납니다! 》

“진짜 고생했어. 언니.”

“힘들었지 ”

오는 도중에도 챠밍과 이쁜소녀가 나르샤 누나 옆에 찰싹 붙어서 걱정을 했다.

하지만 나르샤 누나 말고는 대안이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걱정 안 해도 돼. 나 팔팔함.”

걱정 안 끼치려고 그렇게 말했지만 나르샤 누나는 쭉 쉬어야 할 것 같았다.

이것도 큰일이네.

퀘스트도 좋지만 당분간 넘어가면 안 되겠다.

재중이 형과 전사 형도 같은 생각인 듯 나르샤 누나에게 쉬라는 말과 함께 브링어를 로가슈 왕성까지 몰았다.

《 보조 퀘스트 : 폭풍 속으로를 완료합니다. 》

- 퀘스트 보상

『 기여도 10만. 』

기여도 10만.

드디어 받았네.

다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주황 물약 최대한 사 들고 창고로 뛰어.”

“네!”

“넵!”

재중이 형의 신호에 다들 남은 물약을 팔고 주황 물약부터 잔뜩 사들였다.

어차피 다른 아이템은 기여도가 아까워서 못 넘기지만 물약은 돈만 있다면 충분하니까.

그냥 노다지다.

<주호> 사장님. 그쪽 어떻게 됐어요

<카이저> 다들 준비됐다.

우리가 길드 창고에 물약을 집어넣으면 사장님과 길드원들이 빼내 인벤에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을 하던 중, 길드원들의 인벤과 창고가 꽉 차는 상황이 오자 아예 달 길드와 치맥 길드까지 끌어들였다.

<스칼렛> 아, 진짜 이런 거 있으면 진작 말씀 좀 해달라고요.

<주호> 지금 알려주잖아요

<스칼렛> ……어휴, 진짜 이쪽도 준비할 시간은 필요하다고요. 일단 넘길 수 있는 최대로 넘겨주세요. 소화 다 할 수 있으니까. 대금은 바로 넘겨드릴게요.

듣던 중 고마운 소리네.

그럼, 얼마나 받아줄 수 있나 한번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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