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268화 (268/1,404)

# 268

#268화 하르 광산 (3)

기여도 약 10만.

이 포인트를 정상적으로 얻으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까

우리의 방식이 아닌, 유저들이 도달할 수 있는 시간이 궁금해 계산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계산 끝에 나온 시간이…….

대략 두 달.

그 두 달이라는 시간도 우리 스펙과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사람들이 접속 시간을 전부 사용한다는 전제하에 나온 결과였다.

일반 유저가 진행한다면 적어도 두 달 이상이 걸린다는 소리다.

게다가 그 기여도를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모을 수 있냐는 것이다.

“유혹에 빠지기 쉽겠어. 1만쯤에.”

나르샤 누나가 스쳐 가듯 그런 이야기를 내뱉었다.

유혹.

말 그대로 유혹이다.

기여도가 1만쯤 되면 상황이 많이 변한다.

무기상점에서 오우거 본 무기를 제작할 수 있게 해주니까.

무기를 제작한다면 그만큼의 제작 재료와 기여도가 사라진다.

유혹이다.

1만에서 꿀을 따먹을 것인지 더 버티고 버텨서 10만을 만들 것인지.

“하지만 사람들은 10만에 뭐가 나올지 모르지.”

전사 형이 어림도 없다는 듯 말했다.

언제가 될지 얼마나 올려야 할지, 얼마만큼 올려야 퀘스트가 발동되는지도 모르는데 10만까지 참고 기여도를 올린다

눈앞에 기존 네임드와 준하는, 혹은 더 좋을지도 모르는 오우거 본 무기를 두고

이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처럼 한 번에 10만씩 당기지 않는 이상은.

분명 사람들의 인내심은 빠르게 바닥날 것이다.

“아주 나중을 위한 퀘스트였을 거야. 싸이클롭스 퇴치는. 아마, 로가슈 왕국에 도착한 뒤에 쉴라나 다른 사람을 통해 퀘스트를 받아 퇴치해야 하는 그 정도 난이도겠지. 아니면 방어전 형식으로 유저들이 해결하는 퀘스트던가.”

재중이 형이 퀘스트의 앞뒤를 구성하고 내린 결론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나올만한 퀘스트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싸이클롭스 자체가 지금 상황에서 맞닥뜨릴 정도의 네임드는 아니라는 소리고.

그렇기에 더 값어치가 있다.

조금 더 이른 시점.

아니, 좀 많이 이르긴 하지만 기회가 있을 때 잡을 수 있다면 잡는 것이 좋다.

“해보죠. 싸이클롭스. 정말 지금밖에 기회가 없을 테니까요. 이번이 아니면 언제가 될지 몰라요.”

그렇게 해서 우리가 싸이클롭스를 트로아 요새로 불러들였다.

꼼수가 좀 심하게 들어가면 어떤가.

지금 우린 싸이클롭스를 잡아야겠다.

패치되기 전에.

***

신성력.

이 스탯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 잘 모르겠지만 일단 악마형에게 잘 먹히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다.

산맥을 넘는 비공정 퀘스트를 할 때, 왜 그렇게 공격이 먹히지 않았는지 이제 어렴풋하게 알 것 같았다.

우리가 블러디 가고일을 공격할 때마다 몸을 보호하듯 나타났다 사라졌던 의문의 검은 기운이 있었다.

전혀 생소한 이펙트라 의문은 가졌지만, 밝히지 못했던 장면들.

그땐 잘못 봤나 해서 유야무야 넘어갔지만 지금은 아니다.

우리 스펙이 부족한 것이 아님에도 공격이 통하지 않았던 결정적인 이유였다.

마치, 보호막처럼 검은 기운이 공격을 막았으니까.

결국, 정리하자면 이 모든 사실은 한 가지 사실로 수렴했다.

악마형을 잡으려면 신성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혹은 정말 깡뎀으로 찍어 눌러야 하는데 효율을 따진다면 전자가 월등하게 높을 것이다.

깡뎀으로 누르는 것은 이미 블러디 가고일을 통해 해봤으니까.

결과적으로 완전 실패였기도 하고.

싸이클롭스도 쉴라나 하르 무기가 없다면 깡뎀으로 눌러야 하는데 과연 통할까

“어림도 없지.”

재중이 형이 코웃음 칠 정도로 확신이 없었다.

쉴라의 버프가 싸이클롭스에게 통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로 다시 싸이클롭스를 불러내지 않았다.

개죽음.

기껏 불러내 봐야 결과는 똑같으니까.

쉴라의 버프는 일시적이었다.

말 그대로 버프.

한두 시간쯤 유지되면 또 모를까.

게다가 잠시나마 우리의 공격이 통하게 만드는 쉴라의 버프만을 믿고 달려들어라

그런다면 블러디 가고일 시즌 2를 찍을 뿐이다.

하지만 무기상인 덕분에 길이 열렸다.

악마형에게 꾸준히 딜을 넣을 수 있는 하르 무기의 존재.

그 덕분에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 나섰다.

아마 하르 무기를 손에 넣지 못했다면 싸이클롭스는 아주 먼 나라 이야기로 변했을 것이었다.

크어어어억!

쉴라의 빛이 가득한 썬 라이트 마법에 고통스러워하는 싸이클롭스가 처절한 비명을 질러댔다.

그와 함께 걸리는 버프들.

《 근력이 10 상승합니다! 》

《 민첩이 10 상승합니다! 》

《 체력이 10 상승합니다! 》

《 지력이 10 상승합니다! 》

《 마력이 10 상승합니다! 》

《 신성력이 10 상승합니다! 》

《 HP가 모두 회복됩니다. 》

《 마력 회복 속도가 증가합니다. 》

《 무기에 태양의 힘이 깃듭니다. 》

《 모든 암흑기에 대한 저항이 상승합니다. 》

“갑니다.”

전사 형이 손잡이까지 새하얀 외날의 일체형 액스를 들고 나섰다.

미완성 하르 엑스.

한손 엑스라서 무게에 크게 구애받지는 않았다.

원래 전사 형의 전투 스타일은 블레이드를 든 채 나서는 것이지만, 단단한 몬스터에겐 급소를 찌르는 것이 아닌 이상 대미지가 잘 박히지 않아 이번에 무기를 갈아탔다.

더욱이 지금은 싸이클롭스를 상대해야 하니까.

거기다 쉴드까지 바꾸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기여도가 부족해 쉴드까지 준비할 순 없었다.

한 번 더 몰이를 할 시간이 있었다면 모두 손에 쥐고 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다.

로스트 스카이 내에 준비된 컨텐츠지만, 이렇게 빠르게 소모해 버린다면 정말 운영자가 가만있지 않을 것 같으니까.

반드시 여기서 승부를 내야 한다.

【 돌진! 】

스킬의 힘으로 전사 형이 뒤로 돌아 도망가려던 싸이클롭스의 후방으로 뛰어들었다.

과연 전사 형이 저 녀석을 잡아둘 수 있을까

쉴라의 버프로 모든 스탯이 10 상승했다.

거기에 미완성 하르 엑스에 붙은 신성력 5.

악세에 붙은 올스탯 3의 상승분을 합치면…….

순간적이지만 총 18의 신성력이 올라갔다.

거기에 무기에 깃든 미지의 태양의 힘까지.

이런데도 멈춰 세울 수 없으면 정말 난감해지겠지.

근력과 민첩이 10씩 더 붙으니 평소에 쓰던 돌진보다 훨씬 빠르게 가속이 붙어 순식간에 싸이클롭스에게 붙었다.

“큭, 죽이는데 이거라면!”

【 라이트 웨폰! 】

하얀색 일색인 하르 엑스에 라이트 웨폰, 그리고 태양의 빛까지 합쳐지자 쉴라가 발산하던 이펙트와 비슷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웨폰류 중에선 상황에 가장 맞는 스킬이었다.

제대로 적용될진 아직 모르겠지만.

전사 형이 그렇게 외치며 몸에 붙은 가속을 그대로 살려 점프하더니 하르 엑스로 싸이클롭스의 등을 강하게 찍어 내렸다.

그와 함께 하얀 섬광 이펙트가 일어나면서 싸이클롭스의 등에 어려 있던 검은 기운이 좌우로 쫙 갈라졌다.

“크헝!”

그 한 번의 공격에 순간적으로 싸이클롭스가 뒤를 돌아봤다.

“꺄! 됐어요!”

챠밍과 이쁜소녀가 바로 기뻐하면서 비명을 질렀다.

아마 예전이었다면 반응조차 없겠지만 웨폰 기술과 태양의 힘, 신성력에 민첩 가속, 강력한 힘까지 합쳐지니 싸이클롭스에게도 통하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반응이 오자 전사 형이 바로 본인이 가진 가장 강력한 어글 스킬을 시전했다.

【 오우거의 외침 】

전사 형의 전신에서 강력한 파동이 퍼지더니 아주 잠깐 싸이클롭스의 전진을 멈춰 세웠다.

하울링과 다르게 오우거의 외침에 경직기가 있는데 움직임을 오래 멈추진 못하지만 산맥으로 도망가려던 것 자체는 막아낼 수 있었다.

“전사 형, 나이스.”

싸이클롭스가 도망가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했는데 전사 형이 시작을 아주 좋게 끌고 갔다.

“빠집니다!”

그 말과 함께 전사 형이 트로아 요새를 향해 서서히 빠지기 시작했다.

도망가던 것을 멈추고 전사 형에게 적대감을 품던 녀석이 서서히 뒤꽁무니를 쫓았다.

약속되어 있던 패턴.

전사 형이 어글을 끌 수 있다면 이렇게 진행하기로 처음부터 약속되어 있었다.

만약, 어글을 잡지 못했다면 우리까지 나설 생각이었으나 다행히 지금까진 잘 되고 있었다.

싸이클롭스가 전사 형을 따라 다시 트로아 요새 성벽 코앞까지 다가오자 성벽 위에 있던 수십의 궁수 NPC가 녹색의 거궁을 들고 일제히 싸이클롭스에게 활을 날려댔다.

그것도 하얗게 물든 화살들을.

이전이라면 전혀 통하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쏘는 족족 녀석의 몸에 어린 검은 기운을 흩뜨리며 곳곳에 박혀 들었다가 떨어져 나갔다.

크어엉!

우리가 괜히 아무 생각 없이 이곳에서 싸이클롭스에게 싸움을 건 것이 아니다.

솔직히 우리가 쉴라의 버프를 받아서 싸운다고는 한들 쉴라의 버프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

쉴라의 버프는 충분히 범위가 넓었다.

성벽 위의 궁수 NPC까지 영향을 줄 정도로.

그런 궁수 수십이 동시에 강력한 화살을 쏘기 시작하면 그 대미지가 얼마나 될까.

결코 적지는 않을 것이다.

“놀면 뭐해요. 궁수 NPC도 한 손 거들어야죠.”

“크크, 넌 진짜. 싹싹 쓸어서 써먹는구나.”

재중이 형이 옆에서 싸이클롭스가 꼬챙이가 되어가는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봤다.

그리고 그만큼 검은 기운이 사방으로 흩어져갔다.

화살 자체가 지금은 태양의 버프를 받아 검은 기운을 상쇄시켜 버렸으니까.

“우리도 쉴 수 없지, 최대한 퍼부어!”

어글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재중이 형의 주문이었지만 아무도 동요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 최종기술들을 준비했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었다.

쉴라가 준 버프의 지속시간이 계속 줄어들고 있었으니까.

적어도 그사이에 할 수 있는 한 최대치의 대미지를 쌓아야 했다.

먼저 준비가 끝난 것은 나르샤 누나.

【 라이트 웨폰! 】

평소에 쓰던 라이덴 석궁이 아니라 미완성 하르 롱보우를 꺼내 들고 최대한 활시위를 당겼다.

활대에 걸리는 화살은 평소와 다르게 하얗게 물들어 있었고.

【 검은 가시! 】

그런데 검은 가시를 시전하려고 하자마자 스킬이 꺼져 버렸다.

“이건 안 되나보네.”

속성이 반대로 되는 것은 시전조차 안 되는 건가

나르샤 누나가 아쉽다는 투로 다른 스킬을 시전했다.

【 멀티샷! 】

아쉬운 대로 멀티샷을 날리는데 평소보다 화살의 숫자가 더 늘어났다.

민첩이 10이나 늘어났으니 당연한 건가

그렇게 하얀빛의 화살이 동시에 싸이클롭스의 몸에 박혀 들어가면서 검은 기운을 동시에 찢어놓았다.

거기다 힘이 늘어나서 그런지 튕겨 나오는 것 없이 모두 알뜰하게 박혀 들었다.

마력도 15나 더 오른 상태니까 마력이 부족하지는 않을 터.

당분간은 멀티 샷만으로도 충분한 대미지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마력이 부족해서 그렇지 마력만 충분하다면 멀티 샷만한 광역기도 없다.

그리고 우리 화력의 중심.

챠밍이 차징이 다 끝났는지 새하얀 날개가 장식된 하르 스태프를 앞으로 내밀었다.

옆에는 이미 소녀 라미아가 소환되어 버프를 걸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라미아 하트도 시전 중인 모양이고.

거기다 원래도 우주돌파 대미지가 나오는데 지금은 쉴라의 버프로 마력과 지력이 더 추가되었다.

그리고 마력이 오른 만큼 라미아 하트로 지력이 더 추가될 것이고.

기존 위력에서 이 정도의 지력 추가에 신성력까지 더하면 과연 악마형을 대상으로 어떤 대미지가 나올까

한 번도 상상한 적 없는 위력이 나올지도.

【 라이트닝 플레어! 】

챠밍 앞에서 공간이 일그러질 정도로 한계까지 모여든 거대한 번개 다발이 싸이클롭스에게로 눈이 부시게 쏟아져 나갔다.

그리고 그 번개들이 싸이클롭스에 닿자마자 이제까지 한 번도 볼 수 없던 강력한 섬광과 우레 소리와 함께 전기폭풍이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주변 일대의 공기를 찢어내는 압도적인 위력.

그 충격에 지금 딛고 있는 성벽까지 동시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위력만 보면 베네아 방어전에서 봤던 마법사보다 지금의 챠밍이 훨씬 강해 보일 정도였다.

“휘유, 미쳤네.”

어지간하면 놀라는 일이 없는 재중이 형조차 이번엔 깜짝 놀랐다.

정작 라이트닝 플레어를 쏘아낸 챠밍이 어안이 벙벙한 듯 번개 폭풍이 집어삼켜 잘 보이지 않는 싸이클롭스를 멍하게 바라봤다.

본인이 쏴놓고도 더 놀란 것 같네.

솔직히 이 정도의 위력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한참 동안 폭발이 일어난 번개 폭풍이 서서히 사그라들자 그 속에서 싸이클롭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검은 기운이 싹 사라졌어

마치 찢겨서 사라진 듯 싸이클롭스를 덮고 있던 검은 기운이 모두 증발해 버렸다.

그리고 싸이클롭스가 그 자리에서 휘청이더니 그대로 앞으로 쓰러져 버렸다.

쿵!

정말 미쳤네.

저 싸이클롭스를 한 방에 다운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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