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267화 (267/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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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7화 하르 광산 (2)

    기여도 10만이 크긴 크구나.

    저번에 왔을 땐, 눈앞에 개가 짖나 하는 식으로 우리를 모른 척하던 애꾸눈 상점 주인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마치 지금 놓치면 다시는 보지 못할 손님을 보는 것처럼 깍듯하게 우리를 대했다.

    솔직히 기여도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을 하긴 했어도 이 정도까지 예상하진 못했다.

    이런 극적인 변화라니…….

    그 모습을 본 이쁜소녀가 놀랐는지 눈을 깜빡거렸다.

    “완전 딴 사람 같아요.”

    챠밍도 역시나 그 모습에 놀란 모습이었다.

    “이번에는 정말 친절하네요. 기여도가 이렇게 영향을 주다니, 신기해요.”

    그런 둘을 본 전사 형이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챠밍과 이쁜소녀에게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둘 다 적응이 안 되지 기여도나 친밀도 같은 시스템을 적용한 게임들은 많아. 친밀도 같은 경우에는 자주 말을 건다든지, 뭔가 선물로 준다든지, 원하는 말을 해준다든지 그런 경우에도 바뀌고, 또…….”

    나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주변에 걸려 있는 무기에 관심을 주었다.

    기존에 존재하던 형식의 무기는 종류별로 있는 것 같았다.

    수십 가지 종류의 무기.

    그리고 다른 평범한 무기들보다 거대한 뼈를 깎아 만든 것 같은 하얀 날들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대체 재질이 어떻게 되기에 검으로 쓸 수 있는 걸까.

    전에는 손을 대려고 하자 락이 걸려 있어서 눈으로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어떨까

    무기점 NPC가 저렇게 풀어진 상태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벽에 걸린 무기 중 하나를 만졌는데 이번에는 아무 문제 없이 건드릴 수 있었다.

    그렇게 가장 관심이 있던 블레이드의 외형을 가진 무기에 손을 가져다 대자 바로 정보창이 떠올랐다.

    『 +0 오우거 본 블레이드 / 출혈 11 타격 3

    근력 +3 - 제작 무기 』

    《 기여도 1만 이상 시 제작 가능. 》

    좋다.

    수치만 보면 굉장히 좋은 무기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재중이 형의 눈빛이 변했다.

    “흐음, 이거 너무 좋은데 ”

    “확실히 좋죠 ”

    “그래, 기존 안개 협곡 블레이드보다 한 등급 높은 무기야. 거기다 네임드에만 붙어 있던 스탯 수치가 일반 무기에 처음으로 붙어 있고 뭐, 특수 스킬은 없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아.”

    새로운 무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뭔가가 생각났는지 재중이 형이 눈을 살짝 찌푸렸다.

    “왜 그래요 ”

    “이건 문제가 되겠는데…… 특히 강화.”

    “강화요 ”

    “안개 협곡 무기는 스탯이 없어서 추가가 안 되겠지만 이 무기는 7강 이상 가면 스탯이 더 붙으니까.”

    그 말에 모두 눈을 깜빡거렸다.

    재중이 형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다 아니까.

    전사 형이 재중이 형의 말을 이어받아 부연설명을 해주었다.

    “지금은 근력이 +3이지만 이 무기가 7강이 되면 아마도 수치가 +4가 되겠죠. 그 이상이면 더 붙고.”

    전사 형 말대로 고강으로 갈수록 무시할 수 없는 무기가 될 것이 분명했다.

    “특히, 네임드 무기처럼 숫자가 적은 것도 아니고 기여도가 높아지면 싹 풀릴 무기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분명히 고강이 나올 겁니다.”

    “무서운데요 ”

    일반 무기에 스탯이 붙는다는 것이 이렇게 무섭다.

    재중이 형이 다시 말을 받았다.

    “무기마다 근력이 5, 6씩 더 붙는다고 생각하면 지금의 우위는 우위가 아니게 돼. 이건 마치 네임드 무기와 평형을 맞추기 위해 만들어진 무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네. 일반 유저들이 더 치고 올라올 수도 있겠는데 ”

    기여도로 살 수 있는 기본 무기가 이 정도로 좋다라…….

    마치 누군가가 손을 써둔 것 같은 그런 미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우리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옆에 서 있던 무기 상점 NPC가 부연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 마음에 드십니까 트로아 요새의 명물인 몬스터의 뼈를 가공해서 만든 블레이드입니다. 트로아 요새는 다른 자원이 풍부하지 못해 몬스터들의 잔해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래는 뼈에 남은 몬스터의 마기로 무기로 사용할 수 없었지만……. 』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이런 대접이라.

    기여도의 힘인가

    우리가 딱히 설명을 요구하지 않았음에도 정말 친절하고 차근차근 하나씩 설명을 해주었다.

    『 ……하르 광산에서 나오는 풍부한 하르에 눈을 돌렸습죠. 마기를 이겨낼 수 있는 하르를 충분히 섞어서 중화시킨 다음 보다 튼튼하면서도 강력한 힘을 담을 수 있게 됐습니다. 오우거 특유의 성질을 살려서 들기만 해도 힘이 넘쳐나게 됩니다. 그리고 워낙 튼튼한 부위를 사용해 내구성도 강합니다. 』

    트로아 요새의 역사가 깃든 무기쯤 되는 건가

    설명만 들어보면 당장 지갑을 열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좋아 보였다.

    기존의 협곡 무기와 이걸 두 개 주고 어떤 걸 쓸 건지 물어본다면 무조건 오우거 본 블레이드다.

    비록 내가 원하는 민첩이 붙은 무기가 아닌 근력이 붙은 무기였지만 충분히 좋았다.

    다만 라이덴 블레이드 급의 무기에서는 고민이 될 정도.

    이 정도 무기를 기여도 하나로 퉁치다니.

    물론, 기여도를 올리기 어렵다는 것이 함정이겠지.

    그 설명을 한참 듣던 나르샤 누나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문제는 우리에게는 이 무기들이 그다지 의미가 없어. 다른 유저들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겠지만.”

    “확실히 그렇죠 ”

    “응, 이걸로는 안 돼. 우린 싸이클롭스를 잡아야 하잖아.”

    나르샤 누나의 말이 맞다.

    이 무기가 좋다고 한들 싸이클롭스를 잡을 때 도움이 되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난 바로 아니라고 말할 자신이 있다.

    어쩌면 칼도 안 들어갈지도 모른다.

    싸이클롭스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검은 마력.

    이걸 벗겨낼 방법이 없다면 저 무기들은 우리에게 큰 메리트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나르샤 누나가 싸이클롭스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무기상점 NPC의 어깨가 움찔거렸던 것 같았다.

    내가 잘못 봤나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혹시나 해서 다시 말해봤다.

    “싸이클롭스.”

    움찔.

    “싸이클롭스.”

    움찔.

    “싸이클롭스.”

    연이어 싸이클롭스를 말하자 무기상점 NPC의 어깨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거 재밌는데

    “상점 아저씨 이상해…….”

    “어깨가 들썩거려요.”

    이쁜소녀와 챠밍이 그제야 눈치를 챘는지 의아한 표정으로 무기상점 NPC를 바라봤다.

    “특정 키워드로 반응하나 ”

    빙고.

    재중이 형이 바로 핵심을 집어냈다.

    『 그 저주받을 이름은 어디서 들으신 겁니까 』

    어디긴, 좀 전까지 싸이클롭스의 면상을 보고 왔었는데.

    『 트로아 요새를 노리는 무서운 악마입니다. 지금까지 쉴라 님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지만…… 얼마 후 수도로 귀환하시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후. 앞날이 깜깜합니다. 』

    그런 이야기 말고.

    더 없나

    이 정도 반응이면 뭔가가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우리 더 좋은 무기가 필요한데…….”

    이쁜소녀가 무심결에 그런 말을 했는데 이걸 무기상점 NPC가 듣더니 화들짝 놀랐다.

    『 설마 그 저주받을 악마를 잡으러 가시는 겁니까 』

    이쁜소녀가 말한 좋은 무기라는 부분에서 뭔가를 건든 모양이었다.

    인공지능이 정말 사람처럼 감정을 가지고 완벽한 대화를 주고받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키워드 이상을 이야기하면 정해진 수순으로 반응을 하는 것 같았다.

    《 트로아 요새 무기 상인의 호감도가 최고치로 상승합니다. 》

    《 트로아 요새 기여도가 10만이 넘어 조건을 만족합니다. 》

    《 보조 퀘스트 : 트로아 요새의 미완성 무기가 진행됩니다. 》

    『 흠, 그렇군요. 처음 볼 때부터 범상치 않은 모험가라고 생각했었는데. 저주받을 악마를 죽이러 떠나신다니. 그 용기에 경의를 표합니다. 』

    호감도도 따로 있었나

    기여도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호감도도 필요하면 따로 작업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이네.”

    재중이 형이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 면에서는 정말 필요할지도.

    조건만 맞다면 할 수 있는 퀘스트가 얼마나 많을지 감도 안 잡혔다.

    『 한때 트로아 요새를 위협하는 악마들을 잡기 위해 로가슈 왕국에서 계획했던 무기들이 있었죠. 하지만 너무나 불안정한 힘으로 인해 아직은……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군요. 그럼, 따라오시죠. 보여드릴 것이 있습니다. 』

    무기상인 NPC가 1층으로 내려가는 것을 우리도 후다닥 따라나섰다.

    1층으로 내려간 무기상인이 곧장 다시 건물 뒤편에 숨겨진 지하로 내려가 버렸다.

    “지하도 있었네. 따라가자.”

    재중이 형이 앞장서자 곧장 우리도 따라 내려갔다.

    그렇게 내려간 곳에서 다시 통로를 따라 한참을 따라 움직였다.

    “이거 참, 지하에 이런 장소라.”

    한참을 따라 내려갔더니 무기상점 NPC가 창고와 같은 장소로 우릴 안내했다.

    《 트로아 요새의 숨겨진 무기고에 진입합니다. 》

    딱 봐도 알겠네.

    숨겨진 곳이라는 것은.

    그렇게 들어간 창고에는 선반 위로 가지각색의 무기들이 쌓여 있었다.

    거의 다 잡동사니 같은 그런 물품들이.

    그중에 유난히 단단한 철제 박스로 봉인된 것들이 보였다.

    다가간 무기상인이 봉인을 뜯어내자 그 안에 순백색 검신을 가진 무기가 나타났다.

    얼핏 보기엔 형태가 오우거 본 블레이드와 비슷했지만 색이 훨씬 하얀빛에 가까웠다.

    손잡이와 검신이 일체형으로 된 큰 하얀 수정을 통째로 깎아 만든 것 같은 그런 모양이었다.

    『 미완성 하르 블레이드 / 출혈 15 타격 7

    마력 +5 / 신성력 +5 / 강화 불가 / 거래 불가 』

    - 하르 광산에서 캐낸 순수 하르 원석을 정제해서 만든 실험용 블레이드. 하르가 많이 포함되었으나 내구도가 약하다.

    무기의 스펙을 보자마자 눈을 의심했다.

    신성력

    이런 곳에서 신성력이라니.

    어디서 신성력을 얻을까 고민했는데 그 고민을 한순간에 날려 버렸다.

    이거라면…….

    해볼 수 있겠는데

    다만 무기의 수치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무기에 비해 좀 많이 밀렸다.

    깡뎀으로 쓰기에는 애매한 그런 무기라고 해야 하나.

    이름 그대로 미완성이다.

    『 악마의 힘에 대항할 수 있는 하르로 만들었으나 기술이 부족한 탓인지 너무 불안정합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

    뭔가 단점이 더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 어디 가서도 이런 무기를 구할 수는 없을 테지.

    우리 팀을 둘러보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생각.

    내가 손을 뻗어 하르 블레이드를 받았는데 바로 시스템음이 울렸다.

    《 기여도 10만을 소모합니다. 계속하시겠습니까 》

    기여도를 소모해

    “형, 이거 기여도를 소모한다는데 어떻게 해요 ”

    “얼마나 ”

    “10만요.”

    “뭐 미쳤네. 우리 밑천을 다 내놓으라는 건가 ”

    재중이 형이 말했듯 10만이라는 기여도를 다 내놓고 나면 다시 원점이 된다.

    처음에 우리가 여기에 왔던 그때로.

    이 무기들을 얻고 난 뒤 싸이클롭스를 상대하든지.

    기여도를 남겨서 활동하든지.

    선택의 갈림길에 서 버렸다.

    “일단 받아.”

    “괜찮겠어요 ”

    “뭐, 어때. 쓰라고 모은 건데. 그리고 다시 모으면 돼.”

    걱정 없다는 듯 말하는 재중이 형의 표정이 엄청나게 음흉해 보였다.

    그리고 그 말뜻을 바로 알아들은 나도 똑같은 표정을 지었고.

    거기다 이 말을 알아들은 것은 나뿐만이 아니다.

    일단 우리 팀 모두 미완성 하르 무기를 10만이나 주고 전부 하나씩 구매했다.

    “운영자님 정말 쓰러지겠어요.”

    챠밍의 걱정되는 말을 남기고.

    * * * * *

    조건이 까다롭고 언제 다시 시작될지 모르는 퀘스트라서 일단은 질렀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광란의 몹몰이가 시작됐다.

    기여도가 모자라

    그럼, 재중이 형 말대로 그냥 모으면 된다.

    아직 우리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거인들의 대지를 싹 쓸면서.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째는 더욱 수월하게 몰이를 했다.

    심지어 챠밍과 나르샤 누나가 잡기 편하게 몹을 한 곳에 밀어 넣는 짓까지 해가면서.

    “11만 돌파!”

    “저도요!”

    “저도 넘어갔어요!”

    나르샤 누나, 이쁜소녀, 챠밍이 동시에 외쳤다.

    다 써버린 기여도가 어느 사이에 다시 원상복구 아니, 그 이상으로 채워져 버렸다.

    레벨은 전에 많이 올려서 그런지 3개밖에 안 올라갔으나 전에 했던 몰이와 비교하면 적게 오른 것이지 총 경험치는 이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얻었다.

    폭렙도 이런 폭렙이 없었다.

    그리고 노리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일단 몰이를 하면서 중간에 트로아 요새로 들어가 물약을 가지고 돌아왔다.

    몹 몇 마리 더 잡으려고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순 없었으니까.

    그렇게 얼마 기다리지 않아 그 녀석이 나타났다.

    싸이클롭스.

    불러내면 알아서 오는데 굳이 찾아다닐 필요까지 있나

    거기다 우리에겐 최강의 친구가 있었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쉴라가 성벽을 통해 걸어 나왔다.

    【 썬 라이트! 】

    똑같이 펼쳐지는 광역 마법에 우리 모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가죠. 이번엔 잡습니다. 싸이클롭스.”

    아쉬움.

    쉴라의 그 엄청난 버프를 받아놓고도 눈이 멀어서 그대로 보내 줘야했던 아쉬움을 여기서 떨쳐 버릴 것이다.

    무기 역시 맞춤형인 하르 무기를 들고 있으니까.

    오늘 여기서 뼈를 묻게 해주마.

    싸이클롭스.

    이번엔 도망 못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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