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9
#249화 자격 증명 (1)
예상했던 대로 검은 호수의 여왕이 성벽 위로 올라간 뒤에는 일사천리였다.
“여왕 쳐!”
“미쳤어 야! 가시 먼저 깨!”
“전부 앞에 있는 가시부터 점사! 일점사하라고!”
“다들 뭐해 빨리 좀 부셔! 여왕 피가 회복되잖아.”
우왕좌왕.
물 반, 고기 반.
아니 얼음 반, 사람 반이다.
사람과 NPC의 절반이 물의 가시에 발이 묶여 버렸다.
한쪽에서는 피가 빨리고 한쪽에서는 그걸 부수고 있는 장면의 반복.
성벽이라는 특수한 지형 때문에 컨트롤로 피할 수 있는 한계가 있었다.
심지어 공격을 회피했다고 생각했지만, 옆에 있던 사람 때문에 서로 뒤엉키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리고 검은 호수의 여왕 근처로 아쿠아 토네이도가 깔리자 그나마 접근했던 근접 유저들도 갈기갈기 쓸려나갔다.
상황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성벽 아래에서 약 오십이 넘는 엘리트 라미아들이 성벽 위를 향해 검은 가시를 마구잡이로 날리고 있었다.
“피해!”
“으악! 어디로 피하라는 거야!”
“누가 내려가서 좀 잡아 봐!”
“지금 장난해 ”
“저걸 뭔 수로 잡아!”
“빨리! 아무나 내려가!”
바로 눈앞에 있는 호수의 여왕만 해도 벅찬 상태인데 검은 가시와 멀티 샷을 쏘아대는 엘리트 라미아 대군까지.
속수무책.
사람들의 표정에 패색이 가득했다.
절대 호전되지 않는 상황.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미래가 없는 학살이었다.
내가 저곳에 있었다면 지금쯤 자리를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궁리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저들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호수의 여왕은 소수로 넓은 공간에서 잡아야지, 저렇게 우르르 성벽 위에 몰려 있으면 절대 잡을 수 없다.
성벽을 낀 채, NPC와 많은 유저를 바탕으로 잡으려던 전략…….
페르타였다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거대 지네는 성벽을 저런 식으로 넘지는 않을 테니까.
누가 의견을 냈는지 모르겠지만, 저 전략은 실패한 전략이다.
그리고 최악은…….
유저보다 몬스터에게 죽을 시 아이템이 보다 잘 떨어진다는 것.
보통 몬스터에게 죽을 바엔 사람에게 죽는 것이 더욱 좋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문득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무언가 머릿속에서 번뜩였다.
마력과 마력 회복 버프까지 달고 있다 보니 미스트 윙 하트의 안개화가 꽤 오래 지속되는 편이다.
이런 좋은 기회를 그냥 지나칠 순 없지.
인벤에서 초강력 갈고리를 꺼내 성벽 위로 던져서 걸리자마자 팽팽하게 줄을 당겼다.
오케이.
그리고 초강력 갈고리를 잡아당기면서 성벽을 빠르게 타고 올랐다.
별다른 방해가 없다면 줄 하나에 의지한 채, 성벽 하나를 넘는 것은 일도 아니다.
빠르게 성벽 위를 올라온 뒤 주변을 살폈다.
안개화의 영향 때문일까 내가 성벽 위로 올라왔음에도 누구 하나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물론, 안개화도 자세히 보면 보인다.
지금처럼 검은 호수의 여왕에 시선이 온통 뺏긴 상황만 아니라면.
그리고,
역시 생각했던 그대로였다.
사람들이 죽어 나가면서 아이템이 무작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개중에는 바로 옆에 드랍되어 누군가가 줍는 것도 있었지만, 자리가 애매해서 바닥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도 제법 있었다.
가령 검은 호수의 여왕 옆이라든지.
일단 접근하기 힘든 것도 있지만, 드랍된 아이템을 먹으려 빠지는 것도 눈치가 보이는 일이다.
타락이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이상은.
회수했던 갈고리로 곳곳에 떨어진 아이템을 조준했다.
기본적으로 내 몸에 닿은 물건은 안개화가 적용된다.
특별히 유저나 몬스터를 공격하지 않는 이상, 그리고 만약 생각했던 대로 안 되면 그냥 내려가면 되니까.
내가 손해 볼 것은 하나도 없지.
사람들을 피해 아이템이 몰려 있는 쪽으로 갈고리를 던졌지만, 사람들이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지 그냥 스쳐 지나갔다.
드랍된 아이템에 갈고리가 걸리자 바로 안개화가 적용되었다.
그렇게 걸린 아이템을 슬슬 끌어 와서 인벤으로 회수했다.
사람들이 전혀 모르는 것을 보면 그냥 아이템이 사라진 것으로 인식하는 모양이다.
되네.
정말 안 되면 바로 내려가려고 했었는데.
성벽 끝에 올라서서 사람들과 최대한 맞부딪치지 않게 돌아다니며 주인 잃은 아이템을 하나둘 회수하기 시작했다.
검은 호수 여왕의 패턴이야 너무 잘 알고, 검은 가시들은 분산되어 날아와 피해 다니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아까 전의 집중포화에 비하면 지금은 천국이나 다름없지.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얻은 템만 벌써 수십 여개.
나중에 확인하면 놀랄 정도로 짭짤한 수입이 될 것 같다.
히자만 꼬리도 길면 밟힌다던가
“어 바닥에 아이템이 자꾸 사라져.”
“뭐야 벌써 없어져 ”
“이게 무슨 경우야 ”
“가만 놔두지 말고 바로 주워. 뭔가 이상하다!”
“여왕 근처도 뛰어들어서라도 다 주워!”
“템 줍다가 죽으라고 ”
누군가가 눈치를 채고 외치자 그제야 이상을 느낀 사람들이 동시에 외쳤다.
드랍된 템이 이렇게 빨리 사라질 수 없으니까.
여기까지인가
안 그래도 미스트 윙 하트의 유지 시간이 거의 끝나가는 중이었다.
잘 먹었네.
이번에 여러모로 이득을 봤다.
부수입도 짭짤하고.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바로 성벽을 뛰어내렸다.
그간 열심히 아이템과 레벨을 올려두었기 때문일까 성벽에서 그대로 떨어졌음에도 큰 문제는 없었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가뜩이나 엉망이 되었던 곳이 더욱 복잡한 상황으로 치닫게 되었다.
뭐, 내 알바는 아니지.
좋은 식사였다.
타락.
***
얼마 지나지 않아 성벽을 포기한 타락 연합은 뿔뿔이 흩어져 도망갔다.
지킬 각이 어느 정도 나와야 지키지 이건 그냥 맨땅에 헤딩을 전속력으로 하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까.
타락 역시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오더와 지배력이 미치지 못하니 결국 목청만 올리며 화만 내다 에띠앙 안으로 몇몇 유저를 데리고 사라졌다.
물론, 흩어진 사람들을 다시 한 번 모아서 방어할 수 있겠지만…….
글쎄…… 그게 가능할까
오히려 에띠앙 안으로 들어가면 먹이가 될 유저가 정말 바글바글할 것이다.
게다가 성벽 위를 지키던 소수의 인원마저 철수하는 것을 확인한 뒤, 나는 다시금 성벽 위로 올라섰다.
성벽 위에서 난장판으로 변하는 에띠앙을 바라보고 있을 때,
“어떻게 됐어 ”
근처에 있던 우리 팀 중 나르샤가 제일 먼저 성벽 위로 올라와 물었다.
정말 궁금했나 보다.
“보시다시피 ”
“해낼 줄 알았어.”
나르샤가 자랑스럽다는 눈빛으로 바로 엄지를 치켜세워줬다.
“쑥스럽네요.”
“타락은 ”
“벌써 쫓겨서 도망갔어요.”
“저 사람, 정말 운도 없네. 시작부터 너랑 적이라니…….”
나르샤가 그 말을 하면서 짓궂게 미소 짓자 나도 역시 따라 웃어버렸다.
이어서 우리 팀이 차례대로 성벽 위로 올라왔다.
“완전 초토화네.”
방패전사가 검은 호수의 여왕이 쓸고 간 자리를 바라보면서 감탄을 내뱉었다.
에띠앙 안으로 따라 들어간 호수의 여왕은 그 자체로 재앙이었다.
심지어 좀 떨어질 만하면 레벨업을 하면서 원래대로 돌아가 버렸으니까.
“라미아 엘리트들은 어디로 갔어 ”
“아, 그건 정문요. 아마 벌써 뚫렸을 거예요.”
“거기 지나다니는 유저들 적지 않을 건데 항의가 들어오려나…… 앞뒤로 난장판인데 ”
그럼에도 방패전사가 재밌다는 듯 막 웃어댔다.
이 형도 이제 이런 쪽으로 즐기는 것 같다.
챠밍과 이쁜소녀는 입을 벌린 채 유적지 하나가 통째로 날아가는 광경을 성벽 위에서 멍하게 지켜봤다.
한 편의 괴수 영화 정도 되려나
오우거 로드가 페르타를 짓밟은 이후, 에띠앙이 처음이다.
그때는 어쩔 수 없이 당했다면 이번은 우리 손으로 만들어낸 장면이니 내용부터 다르다.
“고생했다.”
재중이 형이 어느새 다가와 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중간에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미스트 윙 하트가 아니었다면 무조건 죽었을지 모르겠네요.”
이번엔 진짜 위험했다.
내 스펙에서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움직임으로도 부족할 정도였으니.
사실 지금도 완전히 회복된 상태는 아니고, 머리를 울리는 찡한 느낌이 한 번씩 강하게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중이다.
상황이 좀 더 길어졌다면 스스로 무너지거나 혹은 HP가 떨어져 죽었을 것이다.
“타락이 먹을 세금도 이제 우리가 먹어야죠.”
내 말에 재중이 형이 잠시 생각을 하는 것 같더니 바로 웃어버렸다.
확실히 빠르다니까.
“아무래도 이쪽이 터지면 페르타 쪽으로 몰리겠지. 물약 사러 먼 곳까지 갈 생각이 아니라면.”
에띠앙을 날리기로 계획했을 때부터 생각하던 것이었다.
또 하나의 부수입.
세금.
이제 에띠앙은 물약 수급 때문에 사냥하기가 힘들어질 것이고 그럼 자연스럽게 페르타로 유저가 몰리게 되어 있다.
“진짜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재중이 형이 웃으면서 손으로 내 머리를 헝클었다.
“돈 벌 궁리죠, 뭐. 얻을 것은 다 얻었으니 이만 돌아갈까요 ”
“그래, 여기 남아 있어 봐야 타락하고 싸우기밖에 더 하겠냐.”
“타락이 여왕에게 좀 더 전력을 쏟아주면 좋겠네요.”
이왕 이렇게 된 거 검은 호수의 여왕이 타락의 밑천까지 싹 털어주면 더 좋을 것 같다.
우리야 검은 호수의 여왕이 완전히 오버가 되고 여기가 쑥대밭으로 변해 사람이 없어지면 그때 돌아와서 잡으면 된다.
그렇게 폐허로 변해가는 에띠앙을 바라보면서 자리를 옮겼다.
***
《 에띠앙이 검은 호수의 여왕에게 점령당했습니다. 》
《 에띠앙의 하르 보호막이 모두 소진됩니다. 》
《 몬스터에게서 마을을 보호하던 하르 결계가 사라집니다. 》
《 에띠앙에 있던 모든 유저는 페르타 외곽으로 이동됩니다. 》
《 지금 시간 이후로 에띠앙의 모든 기능이 정지합니다. 》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에띠앙이 털려 버렸다.
= 와씨, 마을에 있는데 깜짝 놀랐네.
= 나도. 검은 호수의 여왕이 성벽 넘어서 밀고 들어올지 누가 알았냐. 완전 폐허로 변했음.
= 난 정문 지나가다가 엘리트들 개떼처럼 몰려 오길래 완전 쫄았네.
= 여왕이 진짜 강하긴 강하더라. 혼자서 유적지를 다 쓸어버리다니.
= 검은 호수의 여왕이 원래 이렇게 유적지 바로 침 주호 네가 잡고 있을 때는 안 이랬잖아.
= 그거야 바로바로 잡았잖아. 걔들은 능력이 되니까.
= 타락은 공성 하루도 안 돼서 유적지 날렸네ㅋㅋㅋㅋㅋㅋ.
= 세금 하나도 못 받겠네 걔들 어쩌냐ㅋㅋㅋㅋ.
= 글치, 만 하루도 안 됐는데.
= 아, 우리도 공성 때 타락 애들한테 발렸는데 좀 꼬시다.
= 다른 게시판에 타락 비웃고 난리 남.
= 어휴, 타락 이건 능력도 안 되면서 유적지 잡아가 이게 무슨 꼴이냐.
= 그래도 걔들 필사적이더라. 계속 죽어가면서 막아보려고 하던데
= 나중에 NPC까지 더 사서 덤비드만.
= 그래도 안 됨. 템 떨구고 경험치 떨구고 걔들 쫄딱 망함.
= 웃긴 건 아무도 안 도와줌ㅋㅋㅋㅋ.
= 어, 솔직히 도와줄 필요 없지 않나 도와줘봐야 그놈 배만 불려주는 건데.
= 근데 사냥터는 솔직히 좀 아깝다. 도와줄 걸 그랬나
= 에이, 도와줬어도 못 막지.
= 아놔. 이제 물약 어디서 구함
= 전에처럼 앞에 상인촌이라도 생기냐 왔다 갔다 하기 싫은데…….
= 이제 안 할 듯 다른 사냥터 좋은 곳 널렸는데 굳이…….
= 거기다 물약 완전 바가지잖아. 전엔 어쩔 수 없이 썼지만 지금은 다르지.
= 난 페르타로 이동한다. 어차피 렙도 비슷한데, 곤충 몹도 자주 보면 정겨움.
= 으엑, 난 진짜 거긴 아니던데. 공중 몬스터 잡으러 갈까.
= 뭘 고민함 새 지역 열린다는데.
= 아직 어딘지 모르잖아. 운영자들도 이런 건 똑바로 공지 좀 해주면 좋을 텐데.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대체가 가능한 사냥터가 여러 곳이 있다 보니 금세 사람들의 관심이 다른 쪽으로 쏠렸다.
타락은 그냥 국민 바보가 되어버렸고.
아마도 타락이 유혜선 팀장이 말한 PV 쪽 사람이 맞긴 할 것이다.
내가 이걸 재중이 형에게 말했더니 박장대소하며 배를 잡고 뒹굴었다.
“아, 그놈이 그쪽이었어 ”
“유혜선 팀장이 이야기한 줄 알았어요.”
“에이, 매번 그렇게 만나기는 힘들지. 너야 매번 가지만.”
“그럼 알아서 이야기해준다고 생각했겠네요.”
“우리 둘이 붙어 다니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잖아 ”
그러면서 두 팔로 날 끌어안으려는 것을 피해 옆으로 도망쳤다.
“아, 그런 거 좀 하지 마요.”
“크크, 귀여운 놈.”
이 형도 좀 위험해.
“이제 PV 로고도 박기 힘들게 됐네. 완전 놀림감이잖아. 그놈.”
“뭐, 그렇긴 하죠. 아주 이를 갈던데요 ”
“어차피 적이었을 텐데 뭐 어떠냐. 오랜만에 또 몸 풀 수 있겠다.”
재중이 형은 이 상황이 마냥 즐거운 모양이다.
“그놈 말고도 더 있을 거래요.”
“그래 그럼 더 좋고.”
“하아, 말을 말죠.”
원래 싸움을 더 좋아했었지.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잠시 페르타에 들렸다가 베네아로 넘어왔다.
사장님이 미리 알아본 바에 의하면 왕국 방향은 에띠앙, 페르타보다 훨씬 북쪽이라고 한다.
사냥터를 찾기 위해, 과거 정찰을 갔던 길드원들이 어느 선을 넘지 못하고 전부 죽거나 도망쳐 왔었다.
거기다 산맥이 가로막고 있어 일정 범위 밖으로 갈 수도 없었고.
그 산맥 너머라고 보면 되려나
지도 전체를 보면 우리가 밝힌 곳보다 검게 가려진 면적이 더욱 크니까.
베네아에 도착하니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붉은색 전투 복장을 한 NPC 무리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NPC 무리 뒤로 거대한 기구가 하나 자리 잡고 있었다.
뭐지
꼭 헬륨이나 수소를 채워 날아다니는 커다란 비행선 같아 보이기도 하고…….
그리고 아랫부분은 사람들이 탑승할 수 있도록 별도의 선실 같은 부분이 존재했다.
길이는 거의 20m쯤 될까
유려한 곡선의 비행선 곳곳에 크고 넓은 붉은색 마법진이 새겨져 있어서 더 눈길을 끌었다.
NPC 주변은 이미 인산인해.
다만 NPC와 일정 거리 이상 접근하지 못하도록 설정된 것 같았다.
“텔레포트! 이동! 신대륙! 왕국! 로가슈! 아! 왜! 안돼!!”
“저 좀 태워주세요!”
“귀먹은 것도 아니고 왜 못 들은 척해 ”
“이 NPC 진짜로 이동할 수 있는 것 맞아요 ”
“뇌물 같은 거 줘봐.”
“전혀 안 됨…….”
“아! 공지 진짜!”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있어서 접근하기조차 쉽지 않네.
가뜩이나 우리 서버는 사람이 많은데 이건 그냥 움직일 수조차 없다.
“아! 안 되는 사람은 뒤로 좀 빠져요.”
“줄 좀 서자!”
“이건 차례 없냐 ”
개판이네.
질서는 찾아볼 수 없다.
조금이라도 새로운 곳을 먼저 보려는 욕망이 사람들에게 물씬 풍겼다.
하지만 사람들은 NPC에게 말을 걸지도 못했다.
단, 한 사람도.
“어쩌죠 ”
“어쩌긴, 날아가야지.”
비교적 한산한 외곽으로 빠져 라이덴과 미스트 윙 두 마리를 함께 불러내었다.
탈것에 올라탄 다음 사람들 위로 날갯짓을 해서 날아가자 사람들의 시선이 순간 우리에게 돌려졌다.
“어 주호 ”
“네임드!”
“탈것 죽이네.”
어지간하면 순서를 지켜서 기다리겠지만, 지금은 질서조차 없는 무법상태와 마찬가지였다.
시간을 단축하려면 별수 없지.
NPC 바로 위까지 비행한 뒤, 천천히 하강을 하자 사람들은 그것에 살짝 놀랐는지 뒤로 선선히 물러났다.
그 상태로 탈것에서 뛰어내리며 소환 해제를 하자, NPC 무리 바로 앞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바로 NPC와 대화를 시도했다.
지금까지 사람들과 대화를 하지 않았던 NPC가 대화에 응할지 사실 모르겠다.
제일 앞에 있던 군인 남자 NPC가 고개를 들어 날 보더니 강렬한 눈빛을 보내며 처음으로 중저음의 말을 꺼냈다.
『 그대, 하늘을 찾으려는 모험자. 자격을 증명하라! 』
자격
그와 함께 인벤토리 속 몇 가지 물품이 동시에 붉은빛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이건…….
네임드 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