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248화 (248/1,404)

# 248

#248화 여긴 우리 안마당이다 (3)

길드 사람들은 전부 새로운 업데이트에 신경이 쏠려 단서를 찾기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기본적인 틀 정도는 주겠지만, ‘반드시 이렇게 해라’라면서 친절하게 다 설명을 해주는 운영진이 아니라서 시작점 정도는 누군가가 찾아내야 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게임 공략 사이트에 조금씩 정보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따라 하는 식이다. 보통은.

우리 역시 새 업데이트를 앞서나가기 위해 준비를 했다.

우선 진행하기 전에 처리할 것이 몇 개 남아 그것만 딱 처리하고

로스트 스카이는 지금 총 열다섯 개의 서버를 운영하고 있다.

워낙 많은 사람이 플레이를 즐기고 있다 보니 이 정도로 나누지 않으면 매일 서버가 터졌을 것이다.

사람들이 나뉜 만큼 우리 서버 수준은 아니더라도 다른 서버도 잘하는 사람이 제법 많이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

이건 방패전사가 알려준 이야기였지만, 직접 겪은 일이기도 했다.

시작 자체를 다른 서버에서 했으니까.

직접 느껴본 전체적인 퀼리티로 보면 확실히 우리 서버가 여러모로 높은 편이다.

그렇다고 다른 서버가 아예 쳐진다는 것도 아니긴 하다.

일단, 다른 서버들도 유적지 중에서 하르페는 기본적으로 보유를 하고 있다.

여긴 어두운 숲의 몹을 뚫은 채, 위치만 알면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주인이 된다.

물론, 초창기에는 하르 원석을 모으는 것이 힘들어 그것으로 승패가 갈렸다.

나중엔 돈으로 살 수 있었지만, 우리만 해도 처음엔 네임드를 잡으며 하르를 쌓는다고 개고생을 했으니까.

그리고 두 번째.

에띠앙.

여기서부터는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단순히 하르가 있다고 유적지를 차지할 수가 없게 되니까.

파수꾼이라고 해야 하나

우리조차도 처음에 죽을 수밖에 없었던 검은 호수의 여왕이 파수꾼으로 딱 유적지를 지키고 있었다.

사실 에띠앙이 두 번째인지 페르타가 두 번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냥 우리가 에띠앙을 먼저 갔으니까 두 번째라고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는 아마 페르타가 두 번째 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서버 외에 다른 서버는 페르타가 두 번째라고 이미 정석적으로 굳혀져 있는 상황이다.

이유는 다를 것도 없이 우리 말고는 아직도 에띠앙을 차지한 서버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난이도의 차이.

거대 지네는 어떻게든 잡을 수 있는데 여왕은 무슨 짓을 해도 못 잡으니까.

공성전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유일했다.

지금도 그렇고.

그렇게 따지면 우리가 개척한 땅을 타락이 깔고 누운 셈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난장판을 쳐 보겠다 ”

“능력 되면 나중에 알아서 차지하라고 하죠. 뭐. 그리고 잠정적인 우리 적이잖아요.”

특히 내 입장에서는 더.

내 냉소 섞인 목소리에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표정이려나.

재중이 형도 나와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

“간단해요. 원래 거쳐야 했던 관문을 넘고 가게 만들어줘야죠.”

***

“크큭. 진짜 악마야. 넌.”

내가 하려는 것을 보더니 방패전사가 큭큭거리며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도 눈이 휘둥그렇게 변해서 날 바라봤다.

별로 어려울 것은 없다.

단순하다.

“다녀올게요.”

그냥 검은 호수의 여왕에게 달려들면서 바로 스킬을 날렸다.

【 뇌격! 】

스킬을 쓰자마자 짙고 검은 구름에서 한 줄기 낙뢰가 떨어져 검은 호수의 여왕의 신체를 한 차례 훑고 지나가자 여왕의 눈빛이 차갑게 변하면서 나를 돌아봤다.

그리고 무거운 걸음을 옮겨가며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와요!”

이쁜소녀가 무의식적으로 무기를 꺼내 무장을 했는데 내가 손을 들어서 막아버렸다.

“오늘은 구경만.”

“아! 맞다. 싸울 필요 없었죠.”

깜빡했다는 눈빛으로 다시 무기를 집어넣는데 그 모습을 보고 다들 웃음을 지었다.

그때, 챠밍이 궁금한 것이 있는지 내게 물어왔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것을 몰랐을까요 ”

“아니, 아마 알았을걸 ”

내 말에 더 이해가 안 되는지 챠밍이 고개를 갸웃했다.

네임드가 유적지 중앙의 하르 원석을 부수면 유적지가 폐허로 돌아간다.

혹은 외부 쉴드를 다 깎아도 마찬가지고.

어느 쪽으로 보나 네임드는 유적지를 가진 사람들에게 부담이다.

그만큼 수비에 돈을 들이거나 따로 네임드를 반드시 잡아내야 하니까.

우리를 제외한 다른 서버에선 이것을 못 해서 하르페가 날아간 서버가 한두 곳이 아니다.

거대 개구리에게.

다만 더 이상 거대 개구리가 던전을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표가 안 났을 뿐이다.

이번 공성에서 에띠앙을 노린 사람들은 이걸 감안하고 덤벼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다양한 NPC를 고용할 수 있다는 건 이미 널리 퍼졌다.

또한, 서버가 하나가 아닌 이상 이 내용은 언젠가 퍼져 나갈 이야기였다.

“아마 어느 정도 투자를 하면 호수의 여왕도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야. 페르타의 NPC를 보면 이해가 되지 ”

내 말에 챠밍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화련이 고용한 NPC는 강력했었다.

그걸 듣고 있던 재중이 형이 턱을 쓰다듬으면서 생각을 하다가

“……그래도 아마 안 되겠지.”

역시 재중이 형.

말을 안 해도 다 알아들었다.

“가까이 왔네요. 저 이제 갈게요.”

뇌격을 맞고 검은 호수의 여왕이 빠르게 우리에게 다가오자 내가 따로 떨어져 여왕을 유인하기 시작했다.

패턴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어 원거리 공격이 날아오는 것을 가볍게 피하면서 비월참을 쿨타임마다 한 번씩 날려서 어글을 유지했다.

유적지 밖으로 끌고 나가면 아마 리셋되어 돌아가 버릴 것이다.

반대로 유적지 안이라면…….

어디든지 끌고 다닐 수 있지.

사실 검은 호수의 여왕 자체를 끌고 가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거기까지 가는 도중에 끌리는 다른 몹들이 문제지.

<방패전사> 일단 잡을 수 있는 것만 최대한 잡아놓는다.

<주호> 네, 좀 부탁할게요.

지나가는 경로에 있는 엘리트 라미아들.

이것들이 문제다.

원거리로 검은 가시와 멀티 샷을 정신없이 날려주는데, 최대 스무 마리라면 나도 어떻게든 피하거나 쳐내면서 지나갈 수 있다.

다만, 이게 서른 마리 정도가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지옥이다.

그냥 몹 몰이 용도로 잠깐 달고 도망 다니는 정도라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검은 호수의 여왕까지 달고 호수 지역 전체 맵의 반을 가로질러야 하는 것은 아무리 나라도 쉽지 않다.

중간중간 방패전사가 엘리트 라미아들을 적절히 몰아서 커트해주자 여유를 가진 채, 맵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이 기행은 사냥하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우왁! 피해!”

“누가 몹을 이따위로 몰아!”

“어느 개자식이…… 어 저 사람은 ”

“주호가 왜 여기서.”

“뒤에 붙은 엘리트, 도대체 몇 마리야! 다 피해!”

“미친, 대체 어디서부터 몰고 온 거야.”

“아, 진짜! 랭커면 여기서 이래도 돼 ”

“야야!! 진짜 튀어! 검은 호수의 여왕도 있다!”

“뭐 ! 전부 다 튀어! 휩쓸리면 죽는다!”

검은 호수의 여왕이란 단어 하나만으로 유저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만큼 일반 유저들에게 공포와도 같은 존재다.

아직까지는.

좀 미안하긴 하네.

뭐, 호수는 정해진 사냥 자리가 없어서 자리 타령은 없지만 그래도 사냥 방해는 맞다.

한 구역이 아니라 맵 절반을 가로지르고 있으니까.

중간에서 엘리트 라미아를 어느 정도 컷하던 우리 팀도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았다.

단순히 달고 지나가는 것과 싸우면서 앞지르는 속도가 비슷할 수 없다.

이제는 혼자서 해야 했다.

거기다 링크가 어떤 식으로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검은 호수 여왕의 어글을 잡고 있으니 다른 일반 몹도 유저들을 무시하고 내게 붙기 시작했다.

이건 좀 미쳤군.

소수로 시작됐던 몹 몰이가 어느새 대규모 몬스터 집단이 되어 날 따라왔다.

뭐,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

<재중> 살아 있냐

<주호> ……말할 시간도 없네요.

지금도 뒤에서 날아오는 검은 가시들을 정말 아슬아슬하게 피하거나 쳐내는 것으로 버텨내며 뛰었다.

케르베로스를 타고 달리면 나을 수도 있을까 했는데 탑승한 채, 조작하면서 수백 발이 넘는 공격을 피할 자신이 없다.

너무 빨리 달려서 떨어지면 검은 호수의 여왕이 돌아가 버리니까.

결국, 몸으로 때워야 했다.

미니맵을 힐끔 쳐다보니 거의 다 도착한 것 같은데…….

뒤로 돌면서 검은 가시들을 잔뜩 쳐내다 스킬을 사용했다.

【 백스탭! 】

한참을 쳐냈는데도 검은 가시들이 겹쳐서 떨어지자 아예 스킬로 회피를 해버렸다.

저건 내 능력 밖이지.

RTP를 최대로 굴려도 현 스펙상 처리 불가다.

아니, 저건 힘들다.

몸이 주르륵 미끄러지면서 아슬아슬하게 검은 가시들을 피해냈다.

진땀이 다 나네.

스킬의 힘을 빌어서 피해낸 것이 몇 번째인지 모르겠네.

검은 호수의 여왕은 외곽만 돌아서 이렇게 힘들게 만드는지.

그냥 가만히 두었어도 며칠 안으로 에띠앙을 방문하기는 했을 것이다.

우리가 검은 호수의 여왕을 잡지 않으면 되는 문제니까.

그러기엔 여왕을 못 잡으면서 템을 못 먹는 것도 아깝고, 타락이 그동안 세금을 걷어가는 것도 아깝다.

그리고 가장 큰 이득은.

여왕을 오버시킬 수 있다는 것.

오버 안 된 여왕을 수십 마리 잡는 것보다 오버 된 여왕 한 마리 잡는 것이 더 이득이다.

드랍률 차이부터가 넘사벽이니까.

우리는 아이템을 챙기고, 타락의 세금 획득을 막아 전력을 줄이고, NPC에 들인 돈까지 같이 적자를 보게 만든다.

그리고 방어 도중 죽어 나가는 타락 쪽 유저들의 경험치 하락도 이득이다.

하나 더, 타락이 유적지를 가졌다는 상징적인 의미까지도 없앨 수 있다.

거기에 공성 하루 만에 유적지를 털린 바보 이미지를 쌓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PV가 이미지를 쌓고 싶다고 했던가

내가 제대로 된 이미지를 쌓아주지.

이 한 가지 수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다 얻어낸다.

어느새 에띠앙의 성벽 부분까지 다다르자 이미 소식을 들었는지 타락과 그쪽 연합 사람들이 성벽을 끼고 이미 진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NPC까지 꽤 많은 수를 대동했다.

저게 다 돈이지

성벽 위 중앙에 타락이라는 유저가 내 쪽을 노려보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수백의 유저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성벽이라…….

너무 성벽만 믿으면 안 될 텐데.

급하게 레벨을 올리면서 검은 호수의 여왕을 제대로 상대한 적이 없어서 그런지 정보가 부족한 모양이다.

나 같으면 절대 성벽에서 어중이떠중이들과 함께 막는 짓은 하지 않는다.

“쏴!”

“죽여!”

내가 검은 호수의 여왕을 포함한 몬스터 대군을 몰고 성벽에 돌진하자 성벽 위에서부터 내게 화살과 각종 마법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광역 마법까지 있어 일일이 다 쳐내는 것은 무리다.

【 헤이스트! 】

【 대쉬! 】

움직임을 한껏 끌어올려 쏟아지던 공격들을 한순간에 피해 버렸다.

절대 못 피할 범위의 일부 광역 마법은 그냥 몸으로 때웠다.

몸 곳곳에 독과 화염, 얼음에 퍼렇게 질리고 불타오기도 하고 얼어붙기도 했다.

거기다 뒤에서도 엄청난 수의 검은 가시와 물의 마법이 마구 쏟아져 날아왔다.

진퇴양난.

온몸의 감각이 주변의 위험 신호들을 받아들여 처리한다고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스펙 이상의 움직임으로 공격들을 피해내면서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RTP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앞뒤로 수를 세기도 힘든 스킬이 터져 나가는데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움직임을 선별한다고 머리가 터져나갈 것만 같았다.

그리고 불가능할 것 같은 움직임을 그대로 구현했더니 몸 전체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유혜선 팀장을 믿어보자.

최대한 세팅을 해놨다고 했으니.

버텨주길.

“……저게 인간이냐 ”

“와…… 씨, 저걸 다 피하네.”

“눈으로도 안 보일 정도의 포격인데…….”

“랭킹 1위가 괜히 1위가 아니네. 난 못 해. 저런 움직임.”

“다들 뭐해 ! 스킬 더 쏟아. 성벽에 못 붙게 죽여!”

중간에 간부급인지 모르겠지만, 우렁찬 목소리로 지시를 하자 공격이 한층 더 거세지기 시작했다.

지금도 벅찬데

날 아주 갈아먹으려고 작정을 했네.

상태창에는 HP 잔량이 거의 바닥을 쳤다.

몸이 트위스트 추듯 회전을 거듭해 공격을 피하다 뒤에 검은 호수의 여왕이 완전히 다가온 것이 보였다.

그래, 이 짓도 이제 끝이다.

끝까지 아껴뒀던 스킬을 하나 꺼냈다.

【 미스트 윙 하트! 】

쓰자마자 내 몸이 안개화로 하얗게 흐려지면서 각종 화살과 마법 공격이 내 몸을 스쳐서 지나가기 시작했다.

“어 ! 사라졌…… ”

“뭐야 저건.”

그리고 나에게 쏟아지던 광역 마법 중, 일부가 검은 호수의 여왕과 엘리트 라미아 대군에게 대미지를 줘버렸다.

내게 향하던 어글이 스킬의 영향으로 풀리기 무섭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검은 호수의 여왕의 고개가 성벽 위로 올라갔다.

【 물의 가시! 】

그와 동시에 물의 가시가 성벽 위에서 생겨나 유저들을 가득 가둬 버렸다.

대박이네.

성벽에 몰려 있어서 그런지 한 번에 개떼처럼 걸려들었다.

심지어 기대했던 NPC까지.

저 정도로 물의 가시에 걸려들면 피를 깎는 것보다 차는 속도가 더 빠를 것이다.

심지어…….

【 블링크! 】

블링크를 사용해 성벽 위로 순식간에 검은 호수의 여왕이 올라가 버렸다.

전에 성벽을 밟고 써본 적이 있는데 성벽을 땅이라고 인식하는지 블링크로 원하는 거리만큼 뛰어 올라갔었다.

당연히 호수의 여왕도 가능할 터.

넓은 공간에서 싸워도 이길까 말까 한 검은 호수의 여왕을 협소한 성벽에서 싸워 이긴다고

나도 무리다, 그건.

이미 게임은...

끝났다.

그리고 짜증 가득한 눈빛으로 내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이를 갈면서 쳐다보는 이가 있었다.

“주호!!!!!!!!!!!!!!!!!! 넌 내가 죽여 버린다!!!!”

귀청 떨어지겠네.

할 수 있으면 한 번 해보시던가.

그 전에 검은 호수의 여왕부터 넘고 와라. 타락.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