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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247화 (247/1,404)

# 247

#247화 여긴 우리 안마당이다 (2)

“사실 PV 회장님 심기가 아주 불편하다고 하네요.”

전에 대회장에서 봤던 마른 인상의 어르신이었던가

“그런가요 ”

“네, 가끔씩 재떨이도 날아다니고……. 저희 DS의 VRS가 PV 국내 판매량을 뒤집고 난 뒤부터요.”

“설마요. 나이 지긋한 분이 ”

그렇게 말했는데 유혜선 팀장이 생글생글 웃어 보였다.

“진짜인가 보네요…….”

“네. 그만큼 저희가 PV 턱밑까지 칼을 들이밀어서요. 특히 광고 쪽이 무시 못 할 정도예요. 지금 승호 씨 길거리 나가면 꽤 많이 알아보지 않아요 ”

“안 그래도 피곤하네요.”

게임 속에서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밖에서는 아니다.

그런 상황은 피하고 싶기도 하고.

오늘도 지하철 대신 택시를 타고 왔었다.

전에 한 번 호되게 당해서 이제 지하철은 못 탄다.

“웬만한 연예인들보다 더 유명할걸요 ”

“농담이었으면 좋았을 뻔했네요.”

“지금도 승호 씨가 승승장구하니까 DS에서 대대적으로 승호 씨를 앞세워서 광고를 진행 중이거든요.”

이건 전에도 들었다.

현재 딱 세 곳의 메인 모델을 하는 중이다.

수아 누나의 남성 브랜드인 블랑의 메인 모델.

그리고 DS의 4세대 VRS의 대표 모델.

마지막으로 로스트 스카이의 광고까지 진행하고 있다.

로고는 기본적으로 내가 착용하는 옷에 블랑과 DS 오퍼레이션까지만 들어가고 있어서 생각보다는 깔끔하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처음엔 옷에 덕지덕지 광고를 붙여 광고판이 되는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괜찮다 그래서 다른 곳은 다 거절하고 이 세 개만 받아서 로고를 붙였다.

“승호 씨가 워낙 유명해져서 PV 쪽에서는 승호 씨는 어떻게든 떨어뜨려야 하는 새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 견제가 점점 심해질 거예요.”

“괜찮아요. 누가 됐든 어차피 경쟁은 해야 하니까요.”

하하호호, 웃으면서 다 같이 잘 되는 게임이라면 또 모를까.

적어도 로스트 스카이는 다른 사람을 이겨야 내가 사는 게임이다.

상대가 누구라고 해도 그건 변하지 않는다.

내 앞에 칼을 들고 나타나면 그저 꺾어버리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믿고 있어요. 지금까지 잘 해오셨으니까.”

“덕분에요.”

유혜선 팀장에게는 항상 감사하다.

날개를 펼 수 있도록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이라.

“다른 분들 검사는 제가 다음 주쯤 잡아드릴게요. 그때, 되면 시간이 날 거예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알아보니까 검사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던데 괜찮나요 ”

“아무렴요. 저희는 데이터가 더 늘어나서 얼마나 좋은데요.”

“흠, 그러면 됐고요.”

“예전에는 진짜 위험했는데 지금은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기기 대역폭이 좋아져 굳이 검사를 안 받는 사람들이 많아요. 사실 검사 비용이 적은 것도 아니라서……. 그리고 예전에 RTP가 높으면 PV 쪽으로 많이 건너갔거든요. 사실, 승호 씨 아니었으면 저희 문 닫아야 했을지도 몰라요.”

그러면서 유혜선 팀장이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럼 저 수당 좀 안 올려주세요 ”

말은 이렇게 해도 실적에 따른 수당이 따로 계약에 있다.

“수당은 아시면서. 그것보다 선물이 있어요. 따로 배달 드리려고 했는데. 오셨으니까 지금 보실래요 ”

선물

따로 받을 선물이 있었나

유혜선 팀장의 안내로 DS 본사 건물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가 화들짝 놀랐다.

이건 좀 과한데

내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유혜선 팀장을 봤더니 이미 싱글벙글하면서 웃고 있었다.

진짜 사람 놀라게 하는데 재주가 있네.

선물은 다름 아닌 스포츠카.

무려, 문이 위로 올라가는…….

전체적으로 날렵하면서 잘빠진 붉은색 스포츠카를 보니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딱 봐도 알겠다.

이 녀석.

진짜 비싸다.

길에서 볼 수 있는 녀석이 절대 아니다.

재중이 형이 타고 다니던 그런 형식의 스포츠카인데 누가 봐도 이 녀석이 훨씬 더 좋아 보였다.

형이 보면 셈 좀 내려나

“혹시 얼만지 물어보면 실례인가요 ”

나도 로스트 스카이를 통해서 벌 만큼 번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이건 또 다르다.

거의 내 무기 가격 정도 하는 것 아닐까

“으음, 가격 들으면 못 타실지도 몰라요. 그냥 좋은 차 생겼다고 생각하고 타요.”

저렇게 말하는 것을 봐서는 확실히 비싼 모양이다.

“자, 여기요.”

물끄러미 유혜선 팀장의 손바닥 위에 있는 휘황찬란한 차 키를 바라봤다.

난감하네.

가격은 둘째 치고 정말 난감한 일이 생겨 버렸다.

“저기…….”

“네 ”

“저 운전면허가 없어요…….”

내 말에 유혜선 팀장이 넋이 빠진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아, 진작 좀 따둘 걸.

어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

***

<재중> 크크크크, 아, 배 아파. 진짜. 너 면허도 없어

<승호> 아, 형…… 놀리지 말아요.

기본 검사를 다 마치고 커스텀 VRS도 몇 가지 설정을 다시 세팅한 뒤 집으로 바로 배달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재중이 형과 DS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화를 한 것에 대해 큰 후회를 하고 있었다.

<재중> 아니, 어떻게 그 좋은 걸 줘도 못 쓰냐. 들어보니까 F사 끝판왕 가져왔드만. 그놈은 돈 주고도 못 구하는 건데. 무슨 수로 구해온 건지 궁금할 정도의 물건을 쓰지도 못하다니.

<승호> 아, 진짜. 안 그래도 유혜선 팀장 앞에서 엄청 쪽팔렸어요.

설마, 벌써 가져왔을지 누가 알았나.

이럴 줄 알았으면 빨리 딸 것을.

<재중> 뭐, 면허가 없을 수도 있지. 이해한다. 그러니까 그거 형한테 넘겨. 형이 제대로 타주마.

<승호> 제가 따서 탈 겁니다. 진짜 로스트 스카이를 며칠 쉬는 한이 있어도 면허 따서 옵니다.

<재중> 야야, 너 지금 쉬면 따라잡혀. 안 돼.

<승호> 아…… 그럼 그건 어쩌죠

<재중> 나 달라니까

<승호> 기각. 그냥 좀 나중에 받아와야겠네요.

아직까지는 DS 본사 지하주차장에 있다.

못 끌고 온 관계로.

내가 곧 데려와 주마.

조금만 기다려라.

***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하는지 거의 하루를 채워서야 점검이 끝이 났다.

물론, 유저들의 원성을 엄청나게 들었지만.

[ 공지사항 ]

▷ 로스트 스카이의 첫 왕국인 로가슈 왕국이 개방됩니다.

▷ 로가슈 왕국 남서부와 남동부가 열립니다.

▷ 베네아에서 이동할 수 있는 NPC가 추가됩니다.

▷ 악마형 몬스터가 추가로 등장합니다.

▷ 거인들의 대지와 고요한 숲 등에 유적지를 추가합니다.

▷ 개척된 유적지를 대상으로만 공성전이 진행됩니다.

▷ 어둠의 기운이 많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높은 세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 높은 위험도의 유적지일수록 강한 NPC와 함께 많은 하르와 세금을 소모합니다.

▷ 베네아와 같은 일부 고유 도시와 고유 왕성 등은 공성전을 진행하지 않습니다.

▷ 고유 도시와 고유 왕성은 몬스터 웨이브와 추가 토벌전을 진행합니다.

▷ 영웅 NPC가 새로 등장합니다.

▷ 액세서리 슬롯이 추가로 열립니다.

▷ 마법형 무기가 추가됩니다.

▷ 필드 곳곳에 미믹이 나타납니다. 미믹과 보물상자는 특이한 아이템과 스킬을 줍니다.

▷ 기념주화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 펫과 탈것이 동시에 소환되지 못하도록 수정합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오류에 대한 패치가 있었지만 눈에는 전혀 안 들어왔다.

오직 하나.

첫 왕국

그럼 지금까지 플레이한 곳들은 다 뭐지

서로 차지할 수 있는 유적지가 핵심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베네아 쪽이 오히려 더 중요한 것처럼 보였다.

물론, 우리들의 플레이에 직접 영향을 주는 곳이 유적지와 네임드 사냥이 맞기는 하는데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유적지 쪽에서는 제대로 된 이벤트나 퀘스트가 거의 없었으니까.

고작해야 반복 사냥 퀘스트 정도라고 해야 하나.

반면 섬 쪽의 시작 지점, 오크 지역에서부터 이어지는 케르베로스를 거쳐 베네아까지 도착하는 여정은 확실한 퀘스트가 있었다.

오크 마을을 되살린다던가.

케르베로스 퇴치 보상으로 올 스탯+1짜리 악세를 주기도 했고.

마지막에 악마형으로 변하는 모습도 보여주기도 했었다.

왕국이라는 것이 패치되는 것을 보자 그동안 겉만 보고 있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66.

> 로딩 중…….

접속을 하자 길드 채팅창이 분주하게 올라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패치 내용 자체가 기존의 근간을 흔들 정도라서 그런지 할 말이 많은 모양이다.

페르타에 있는 길드 건물로 들어가니 역시 길드원끼리 서로 패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고 내가 들어온 것조차 몰랐다.

왠지 좀 어수선하다.

전체적으로 들뜬 분위기라고 해야 하나

일단, 모두가 모여 있는 길드장 집무실로 이동했다.

“왔냐 늦었네. 일단 좀 기다려.”

수호 최종병기 형들까지 다 있네.

우리 팀도 날 보고 인사를 나누고 난 뒤 의외의 사람들이 있는 것을 봤다.

슬이아빠와 천둥

거기다 체리와 아이꿍까지 모두 한 자리에 있었다.

왜 여기에 있지

보통 우리가 모일 때, 슬이아빠 팀은 잘 부르지 않았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저쪽도 사냥에 들어가면 잘 나오지 않았으니까.

그 때문인지, 이렇게 모인 것은 지금이 처음이다.

사장님의 표정은 심각해 보였고 재중이 형은 한숨을 쉬고 있는 것을 보니 뭔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아래층의 들뜬 분위기와 달리 여기는 분위기가 차갑기 그지없었다.

확연히 다른 온도 차.

무슨 일인지 물어봐야 하나

“전사 형, 무슨 일이에요 ”

내 물음에 옆에 있던 방패전사가 슬쩍 이야기를 해줬다.

누가 들으면 큰일 날 것처럼 낮은 목소리로.

“해신.”

“아…… 그 형은 제명하고 끝날 문제 아닌가요 ”

전에 재중이 형에게 들은 적이 있다.

보통은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나면 거기서 끝이라고.

누구도 배신자를 다시 받아주고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아주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슬이아빠가 우리 대화를 어떻게 들었는지 역시 한숨을 쉬며 말을 꺼냈다.

하긴 귓속말로 해버리지 않으면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들을 수 있지.

“사실, 해신 녀석 어머님이 많이 편찮으시다. 녀석은 말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이건 또 생각도 못 했네.

어쩐지 그래서 다들 똥 씹은 표정을 짓고 있었구나.

하나 같이 표정이 별로였다.

저런 말을 들으면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치료비가 만만치 않은 것 같더라. 꽤 위독한 상태라고 하시고. 우리도 최대한 도와주려고 했는데, 본인이 사양해서. 필요하면 도와달라고 하지…… 미련한 녀석 같으니라고.”

슬이아빠가 대신 죄지은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우리에게 이야기했다.

전에 언제던가

해신이 큰돈을 들고 무기를 사 간 적이 있기는 했다.

재중이 형이 금수저냐고 말하기도 했고.

그게 전부 화련에게서 나온 돈이었나

앞뒤가 착착 맞아떨어진다.

그걸 들은 재중이 형이 또 한숨을 쉬었다.

이거 참.

누굴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민감한 문제가 되어버렸다.

어느 누구의 편을 들 수 없는…….

사장님이 잠시 고개를 들어 모두를 향해 말을 꺼냈다.

“일단 해신은 제명이다. 이건 어쩔 수 없다. 사정이 어쨌든 길드원 전부를 배신했으니까.”

개인 사정은 일단 접어두기로 생각하신 모양이다.

길드장 입장에선 저게 최선이겠지.

그리고 이건 우리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문제다.

근데 왜 이렇게 기분이 꿀꿀한 거지.

챠밍과 이쁜소녀, 나르샤까지 아무 말도 못 하고 내 옆에 서 있었다.

확실히 우리가 끼어들 자리는 아닌 것 같으니까.

방패전사 역시 아무 말 없이 그저 서 있기만 했다.

마지막에 재중이 형이 슬이아빠를 불러 따로 몇 마디를 하는 것 같더니 슬이아빠가 방을 나가는 것을 시작으로 모두 해산했다.

아, 기분이 진짜 이상하네.

“형, 저 어디 좀 갔다가 와도 될까요 ”

“어디 ”

“에띠앙요. 그냥 기분 좀 풀고 와야겠어요. 좀 답답해요.”

내 말에 모두의 시선이 물음표로 변했다.

이건 그냥 내 기분 풀이다.

이 꿀꿀한 기분을 풀 수 있는.

“타락요. 어차피 적이라고 하니까. 에띠앙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올게요. 다시 폐허로 돌아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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