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
#93화 빛이 머무는 곳, 유적지 (1)
《 올인 라인, 하루 만에 최강 길드에게 개 박살 남. 랭킹 1위 길드의 위엄을 보여 주다. 》
—쪽수 많아서 올인이 이긴다던 놈들 일단 다 한 대씩 맞고 시작하자.
—내가 전에 말했지? 숫자 많다고 이기는 거면 그 고생해서 렙업 안 한다고.
—아무리 그래도 200명이 넘는 놈들이 길드 하나에 그렇게 털리냐. 보고도 노 이해.
—이해 못하는 니 머리를 탓해라.
—영상 봤음? 이건 뭐 게임조차 안 되던데?
—어떤 영상 말하는 거임? 추가로 더 올라왔던데 거기도 일방적으로 쳐 맞던데?
—똑같이 함정 파고 한쪽은 걸리고 한쪽은 역으로 이용해 먹고. 숫자 문제를 떠나서 그냥 수준 차이 나더라.
—숫자가 많으면 뭐함? 머리가 안 되는데.
—주호 마지막에 랭킹 40위를 완전 압살해 버리던데? 랭킹 2위랑 40위가 그 정도로 차이가 나나?
—그냥 무기 상성 같던데.
—무기 좀 바꾼다고 그렇게 차이 날 수가 없음. 그냥 컨 자체가 다르더만.
—올인 라인 자리도 싹 뺏겼다면서? 걔들 이제 어디서 사냥함?
—쫄딱 망했지, 정 안 되면 그 쪽수 가지고 다른 길드 사냥터 뺏으면 되긴 하겠네.
—최강 사냥터 가서 꼬장 부리면 안 되나?
—최강에 다시 시비 걸었다가는 그나마 가진 템도 다 털리게 생겼는데 잘도 하겠다.
—맞음, 지금도 최강이 척살 안 들어가고 참아줘서 살아 있는 건데 거기서 시비를 걸라고? 미치지 않고서야.
—올인 라인 해체한다는 소문 있던데 거기 애들 어쩌냐. 최강 때문에 다른 길드서 잘 안 받아줄 건데.
—접던가, 새로 키우던가 하겠지.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남 라인 걱정이다.
—근데 영상마다 주호가 반달 날리는 기술 대체 뭐죠? 어디서 얻는지 아시는 분?
—아는 사람 있긴 하나? 다 처음 본다.
—근접이 그렇게 원거리 기술 날리니까 부럽더라. 요즘 제일 짜증나는 게 궁수들 짤짤이 걸땐데 그거 배우면 잡겠더라.
—아, 진짜 궁수, 멀리서 툭툭 치는데 도망가면 답 없고. 나도 배우고 싶다.
—그거 말고도 녹색으로 무기 인챈트 걸던데 그것도 궁금.
—전 챠밍이 쓰는 마법이 더 탐나네요. 독 안개 뿌리던데 그건 어디서 얻나요? 일당백 마법사 되고 싶어요.
—근데 보면 아이템도 전부 다르지 않나? 무기도 다 처음 보던 건데.
—대체 최강 길드는 어디서 사냥하기에 그런 걸 쓰고 다니냐.
—진짜 최강 길드 들어가고 싶다.
게시판에 온통 우리 이야기 밖에 없다.
재중이 형이 그냥 길드전 영상 전체를 풀어버렸으니까.
단순히 라인 안에서 몇 명이 당했다더라 말로 하는 것보다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 확산되는 속도가 빠르다던가.
그냥 다시 덤비는 것 자체를 꺼려할 정도로 만들어 버리는데 영상만 한 것이 없다고 한다.
실제로 그 이후로 다시 덤벼들 낌새조차 없다.
어느 정도 비슷하게 싸워봤어야 다음에 견적이라도 내볼 텐데 이건 완전히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기만 하다가 끝났으니까.
링에 올라와서 주먹 한번 못 내보고 정신없이 맞다가 2라운드가 된다고 반전이 일어날까?
물론 럭키 펀치가 나올 수야 있겠지만 그걸 위해선 2라운드를 시작해야 하는데 이번엔 저번처럼 안 끝날 수도 있다.
벌써 1/3 이상이 라인을 탈퇴해 버렸고 지금도 계속 탈퇴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올인, 리멤버, 여명 길드들끼리 끈끈한 동지애 같은 것이 있을 리도 없으니 라인이 무너지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라고 보면 된다.
사실 저쪽에서 더 경악한 것은 제우스가 우리 쪽에 가담을 안 해서 사실상 40명도 안 되는 인원으로 200명을 잡았다는 것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탈퇴자가 속출하자 결국 올인 라인에서 손을 들었다.
적대 상태를 풀어달라고 공식적으로 사장님에게 의사를 전달했다니까 이미 길드전은 끝난 것과 마찬가지다.
이대로 완전히 끝장내고 싶긴 한데 사냥터도 없이 도망 다니는 애들 잡으러 다니려면 지금 인원으로는 어림도 없다.
반대로 우리도 더 이상 여기에 시간이 끌려서는 답도 없고.
라인을 해체하고 우리 쪽 쁘락치로 연극한 것까지 모두 사과문으로 올리라고 했더니 두 말 없이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렇게 올인 라인이 마무리 되는가 했더니 이번엔 제우스가 자기 쪽 사람들을 데리고 길드를 탈퇴해 버렸다.
실컷 간만 보다가 탈퇴한 상태라 우리도 어떻게 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재중> 차라리 확 덤벼줬으면 쓸어버렸을 텐데.
<승호> 지금이라도 할 수는 있잖아요.
<재중> 심증은 넘치는데 물증이 없다. 맘에 안 든다는 이유로 쓸어버릴 수도 없고.
<승호> 결국 그냥 탈퇴한 것 말고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거네요.
<재중> 당장은.
당장은 그렇다는 것은 나중에는 상황이 변할 수 있다는 말과 동일하다.
<승호> 어떻게 되나 지켜보죠.
정말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가 끝이다.
길드 탈퇴를 했다고 찾아가서 난장판 부리는 것은 우리 얼굴에 먹칠을 하는 셈이다.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이제는 정말 전 서버에서 주목하는 길드가 되어 버렸으니까 이런 부분은 힘들다.
<재중> 그쪽은 그렇다 치고 다른 쪽도 완전히 숨어버렸네.
재중이 형이 올인 길드의 몸통을 치면 머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을 했는데 그쪽도 완전히 발을 빼버렸는지 별다른 소식이 없다.
<승호> 정말 깔끔하네요. 이렇게 안 걸리기도 쉽지 않을 건데.
올인 라인에 간부진이 뭐라도 뱉어내지 않는 이상은 이 이상 알아내기가 힘들어 보인다.
우리가 닦달한다고 딱히 입을 열 것 같지도 않고.
저쪽에서 입을 다물기로 했으면 이젠 열 방법이 없다.
<재중> 조만간 또 튀어나오겠지. 머리를 내밀면 다시 털어주면 돼.
<승호> 제우스가 빠진 쪽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현재 길드 인원이 절반이나 빠져나가서 자리 유지도 애매해질 정도로 축소된 상태다.
인원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24시간 로테로 돌려가면서 자리를 유지하는데 지금은 두 개 자리도 아슬아슬하게 돌리는 중이라 나머지 사냥터는 정말 엄청나게 생색을 내면서 다른 길드에 던져줬다.
사장님이 얼마나 아까워하시던지…….
대가로 여러 가지 받아내시긴 했는데 아깝긴 한 모양이다.
<재중> 이번엔 똑같은 실수는 안 하려고. 좀 신중하게 가기로 했다. 사장님이 조만간 방법을 내신다니까 기다려보자.
급격하게 인원을 늘리면 또 같은 꼴이 날 수 있으니까 돌다리를 두드리면서 간다는 소리다.
이 일들이 끝나면 길드원 모집을 하던 스카우트를 하던 방법을 낼 것 같다.
***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37.
> 로딩 중…….
[ 공지사항 ]
▷ 타 게임 방송사들과의 제휴로 인해 금일 이후 촬영 된 동영상부터 모자이크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 자세한 관련 사항은 홈페이지의 게시판에서 확인 바랍니다.
접속해 보니 전부터 게시판에 이야기가 계속 나왔던 문제가 결국 이렇게 패치가 됐다.
모자이크로 인해서 동영상을 제대로 보기가 힘들어서 시청자들의 원성을 많이 들었는데 결국 방송사의 손을 들어주기로 한 모양이다.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는다는 소리가 있기도 했고.
개인에게도 딱히 나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은 된다.
소형 카락에 올라 공지사항을 읽으면서 기다리고 있으니 방패전사와 챠밍, 이쁜소녀, 나르샤가 차례로 올라탔다.
가볍게 안부 인사를 전하고 나자 모두의 관심이 공지사항으로 돌아간다.
방패전사가 게시판을 쭉 살펴보고는 말을 꺼냈다.
“결국 방송사가 이겼네요. 한참 싸우던데 이걸로.”
“우리가 전에 찍었던 영상들은 어떻게 됩니까?”
“이미 신청해놨습니다. 일정 기간 동안 신청하면 개별적으로 풀어준다고 해서요.”
빠르네.
방패전사가 가진 영상이 적지 않다.
우리가 처음 봤을 때부터 차곡차곡 쌓아둔 영상들.
공개되면 꽤 곤란한 것들까지 해서 최신 레이드 사냥까지 모두 가지고 있다.
“방송사와 제휴를 해서 조만간 꽤 재밌는 일들이 있을 겁니다. 그동안은 모자이크 때문에 방송하기가 난해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이제 적극적으로 방송사에서 나설 모양입니다.”
“그렇군요…….”
난 그냥 그런가 싶은데 방패전사는 조금 흥분한 것처럼 보인다.
“앞으로 더 유명해질 겁니다.”
“지금도 꽤 유명한 것 같은데요?”
아까도 지나오는데 사람들에게 꽤 시달리면서 왔다.
전 서버 랭킹 2위.
정말 이름값이 적지 않다.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알아볼 정도니까.
챠밍과 이쁜소녀도 마찬가지인지 바로 불편함을 호소했다.
“마을에서 물건 하나 제대로 못 살 정도예요. 같이 스샷 찍자고 얼마나 부탁하던지 꼼짝도 못했어요.”
“저도요……. 여기까지도 겨우 왔는걸요.”
나르샤도 말은 안 해도 곤혹스럽다는 표정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난다.
이 모든 것이 올인 라인과 길드전 영상이 나가고 난 뒤부터 더 심해졌다.
필요해서 풀긴 했는데 괜히 풀었나 싶을 정도다.
“방송사에서 영상이 나가면 이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유명해질 겁니다. 그냥 게시판에서 접하는 것 하고 실제로 계속 방송 화면에 노출 되는 것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납니다.”
“그건 꽤 곤란하겠네요.”
지금도 이렇게 다니는 것조차 불편한데 여기서 더 유명해진다라…….
제대로 게임은 할 수 있을까.
“단순히 로스트 스카이 안에서만 유명해지는 정도가 아닙니다.”
“그럼?”
방패전사가 내 생각을 훌쩍 뒤엎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방송 출연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방송 출연?
가상현실에서 좀 유명하다고 방송에 나갈 정도가 된다는 소린가?
“주호님, 이 게임 지금 몇 명이 즐기고 있다고 알고 계지죠?”
우리 서버만 150만 명. 현재 12개 서버가 돌아가고 있고…….
대략 100만씩만 잡아도 1200만이다.
스포츠, 레이싱, FPS, AOS 등 몇 가지 게임들이 더 런칭한 상태이긴 한데 유독 같은 MMORPG 쪽은 개발이 늦어지면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중이다.
같은 분야의 패키지가 나오면 그쪽으로도 상당히 빠지겠지만 로스트 스카이가 퀼리티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라서 아직은 로스트 스카이에 인기가 집중되어 있다.
얼마 전부터 DS사에서 로스트 스카이 1개월 무료 이용 쿠폰을 VRS에 붙여서 판매하고 있어 현재 집에 4세대 VRS가 있으면 한번쯤은 다 해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유혜선 팀장이 무료 쿠폰을 보내주면서 해준 이야기들이다.
판매량 경쟁이 치열해서 한참 이벤트 중이라고.
안 그래도 일 때문에 한 번 찾아온다고 하긴 했었다.
문제가 없었으면 좋겠는데.
“꽤 많이 하죠.”
“네, 이 정도로 많은 사람이 했던 게임이 있나 싶을 정도로 많이들 하고 있습니다. 본 대륙이 공개되면서 로스트 스카이를 만든 ZUN회사의 주가가 엄청나게 오를 정도니까요.”
안팎으로 대단하네.
“그만큼 이목이 집중된 상태죠. 해외 언론에서도 꽤 자주 다룰 정도로 비중도 있고요.”
하는 사람이 많으니 그만큼 집중을 받는다는 소리다.
파급력이 그 정도로 있다는 이야기고.
그러다 보니 현재 랭킹 상위권에 있는 우리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적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앞으로 많은 것들이 바뀔 겁니다. 게임 속에서나 밖에서나 모두요. 이번 방송사와의 제휴는 그 시작을 알리는 서막입니다.”
방패전사가 장담을 한다.
반드시 그렇게 될 거라고 예언하듯이.
***
어느 때와 다름없이 해적선과 크라켄, 지하수로의 거대 개구리를 털고 난 후 몰이를 계속 하다가 접속 시간이 다돼서 게임을 종료했다.
이제 3일 남았나.
정말 별 다른 일이 없으면 앞으로 해적선, 크라켄, 거대 개구리를 잡아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젠 정말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는데…….
혹시나 몰라서 사장님께 몇 가지 주문은 해놓았는데 아마 내일쯤이나 되면 효과를 볼 것 같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하르 가루를 모으는 사람들에게 먹일 빅엿이.
VRS를 덮개를 덮고 난 뒤 스마트폰을 확인하자 정말 오랜만에 유혜선 팀장에게서 연락이 와 있었다.
“무슨 일이지.”
이 시점에 정말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는데 연락이 특별히 올 이유도 없고…….
문자를 바로 확인했다.
<혜선> 저 좀 살려주세요!
이건 대체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