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
#92화 수면 아래 파고드는 그림자 (6)
“그러니까 제우스를 무시하자?”
“네,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구고 있는 것 같아서요.”
“구더기가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뭐, 나쁘지는 않네. 어때요? 사장님.”
재중이 형이 사장님의 의중을 묻는다.
이 일의 진행방향을 결정할 그런 중요한 의견을.
사장님도 생각해둔 작전들이 있는데 이렇게 급하게 선회하면 전혀 다른 쪽으로 일이 진행될 수 있으니까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봐야 한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것 같은 사장님이 고개를 끄덕이신다.
이건 된다는 거겠지.
“좋아, 가자. 이건 승산이 있겠다. 오히려 이쪽이 더 좋아 보여. 길게 끌면 끌수록 우리가 핀치에 몰릴 수도 있었는데 이건 한 번에 그런 문제까지 해결할 수도 있겠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일이 진행돼서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오히려 좋은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된다.
몇 명의 길드원들과 사장님이 이야기를 나누더니 의견 합의를 본 것인지 자리를 지킬 일부 인원을 두고 모두 준비하라는 지령이 떨어진다.
“총력전으로 한 방에 간다.”
올인 라인처럼 어설프게 라인을 나눠서 엉망이 될 바에는 그냥 전력을 집중하겠다는 소리다.
전보다 숫자를 훨씬 줄여놓고 시작하는 싸움이다.
해봐야 아는 싸움에서 해볼 만한 싸움으로 넘어왔다.
절대 져서는 안 될 싸움.
사장님의 마지막 한 수가 전달되자마자 모두 일제히 탈것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올인 라인의 사냥터를 향해서.
***
“그냥 이렇게 달려도 돼요?”
헬하운드에 올라탄 챠밍이 라이트를 켜고 환해진 숲을 가로지르면서 궁금한지 물어본다.
“네, 어차피 서쪽 끝에서 동쪽으로 넘어가면 사람들에게 안 들킬 수가 없어요.”
우리 주 사냥터는 서쪽 계곡과 강이 섞인 지형.
올인의 주 사냥터는 동쪽에 언덕을 많이 끼고 있는 지형이다.
같은 숲이지만 전혀 다른 몹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중간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사냥 중이고.
다 저들만의 자리를 잡고 사냥 중이라 우리가 단체로 탈 것을 타고 지나가자 잠시 관심을 가질 뿐 그 이상의 어떤 제스처도 취하지는 않는다.
간혹 리젠 된 몹이 따라붙는 문제가 있긴 해도 우리가 멀리 달려가면 알아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올인이 이래서 다 들켰나 봐요.”
챠밍이 말한 것처럼 우리가 쁘락치를 심어둔 것이 아님에도 숲을 가로지르다 보면 소문이 안 날 수가 없다.
바로 지금처럼.
“네, 그리고 올인 라인도 우리 행적을 다 알고 있겠죠. 여기서 사장님이 연막을 한 번 더 치셨고요.”
현재 저쪽은 우리 쁘락치를 신용하지 않는다.
그럼, 그냥 제대로 된 정보를 풀어버리면?
“반대로 안 믿겠네요.”
“네, 반신반의 하겠죠. 안 믿는 쪽에 가까운. 이렇게 대놓고 달려가도 뭔가 다른 것이 있다고 생각할 걸요.”
생각이 하나로 이어지면 거기에만 집중하면 된다.
하지만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정신이 분산 된다.
그리고 그 분산은 병력이 분산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사공이 많으니까.
우리가 지켜야 할 자리가 있는 것처럼 올인 라인도 지켜야 할 사냥터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오히려 우리보다 수는 더 많다.
이번에 계속 깨지면서 우리 자리를 하나도 못 뺐어왔으니까 이번 한 번 싸우고 게임을 그만둘 생각이 아니라면 자리를 지켜야 한다.
이젠 뒤를 생각 안 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각개 격파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 자리를 다른 길드에게 다시 넘겨주고요?”
“네, 어차피 우리가 다 관리하지도 못 하는데 넘겨주면서 생색도 좀 내면 좀 더 좋은 그림이 되겠죠.”
“정말 대단하네요.”
챠밍이 감탄 섞인 탄성을 낸다.
이렇게 해버리면 사냥터가 하나씩 없어지게 되고 결국 올인 라인은 저주받은 숲에서 사냥을 할 수가 없게 된다.
“뭐, 꼭 속지 않아도 좋습니다.”
옆에서 달리던 재중이 형이 헬하운드를 옆에 붙이면서 말을 했다.
“이대로 우리를 보고 한 자리에 모여주면 더 고맙죠. 돌아다닐 수고를 덜어주는 셈이니까.”
저건 한 방에 깰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나도 이번에 붙어보면서 생각 외로 랭킹 간에 전력 차이가 좀 많이 난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탯, 아이템 구성, 스킬 등.
우리는 다음 세대로 다 넘어간 반면 저쪽은 아직도 예전 구성에 가깝다.
그게 차이를 불러 올 것이다.
“다 왔다.”
한참을 숲의 동쪽으로 달리다 보니 점점 언덕이 많아지면서 시야가 방해받는 곳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정보를 받아 알고 있는 사냥터 중 한 곳에 다다르자 사장님이 한 손을 들어 표시를 한다.
그 표시에 모두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리 나갔던 정찰조가 돌아와서 사장님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전달한다.
“앞에 올인 길드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딱 30 정도 됩니다.”
“역시 갈라섰네.”
30명 정도면 우리 입장에선 너무 먹음직스럽다.
단번에 꿀꺽할 수 있는 그런 규모.
사장님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공격에 들어가기 전 몇 명에게 신호를 준다.
헬하운드에 앉아서 언덕들을 바라보던 챠밍이 뭔가 불편한 듯 내게 와서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낸다.
“저기, 우리가 역에서 역을 했듯이 저쪽에서도 역에 역을 하면 어떻게 돼요?”
챠밍이 그 이야기를 하자마자 재중이 형이 주변을 둘러보고는 바로 인상을 쓴다.
“요것들 봐라, 재밌는 짓을 하네. 챠밍님 진짜 촉 하나는 끝내주네요.”
챠밍의 말에 나도 주변을 둘러보니까 묘하게 신경을 거슬리는 지형이다.
언덕이 세 개가 겹쳐져 마치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입구 쪽만 넓고 들어갈수록 폭이 좁아지는 지역이다.
큰 나무들로 언덕이 가려져서 얼핏 보면 모르겠지만 상당히 난해한 구조로 되어 있다.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 힘든 그런 지형.
너무 일이 잘 풀려서 아까부터 묘하게 찝찝했는데 그게 전부 해소된 느낌이다.
“함정이네요.”
“함정이지. 대가리 잘 굴리는 놈이 저쪽에도 있나 본데.”
나와 재중이 형이 동시에 결론을 낸다.
“1서버 사람들 진짜 쉽지 않네요. 잘못했으면 판이 뒤집힐 뻔했어요.”
“나도 실수할 뻔했다. 감사합니다. 챠밍님.”
“뭘요. 그냥 계속 이상해서 말씀드린 거예요.”
챠밍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미소 짓는데 사실 이 싸움의 분수령이 될 상황에서 우리 전부를 살린 것과 다름없다.
“행운의 여신이구만.”
그 말에 챠밍이 엄청나게 부끄러워하다가 고개를 돌렸다.
“보자, 언덕 사이로 끌어들여서 사방에서 포위를 하겠네. 그럼, 어디쯤 숨어있으려나.”
대략 몇 곳을 찍고 사장님에게 전달을 하니 사장님이 화들짝 놀라신다.
“사장님, 애들 좀 빼서 뒤로 돌리죠. 자연스럽게.”
몇 마디 말이 오간 뒤 나와 우리 팀, 그리고 한 개 파티 정도만 따로 큰 나무들 사이로 숨어서 슬쩍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재중이 형은 워낙 알려져서 빠지면 바로 표가 나 앞쪽에 가 있는 상태고.
라이트를 끄고 숲을 쭉 돌아 언덕들의 오른쪽으로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40여 명의 사람들이 진입로 쪽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장소에 몸을 눕히고 대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여명 길드입니다.”
방패전사가 길드 마크를 보더니 바로 전달해준다.
아마 반대편에 숨은 녀석들은 리멤버 애들일 거라고 생각된다.
거기도 비슷한 숫자가 모여 있을 테고.
사장님과 재중이 형 쪽은 언덕 사이로 들어가지 않고 왼쪽으로 빠져 리멤버를 칠 예정이다.
그럼 가운데 언덕 안쪽으로 들어가 있던 올인 길드는 완전히 헛물만 켜게 된다.
“칠 준비 하세요.”
우리에게 안 들키기 위해 큰 나무들 아래 수풀 사이의 정말 좁은 자리에 옹기종기 사이좋게 바싹 붙어 있다.
위치선정 끝내주네.
“챠밍님. 방패전사님, 이쁜소녀님. 나르샤님 최대치로 준비요.”
일부러 빛이 나지 않는 포이즌 웨폰을 먼저 시전 했다.
<주호> 형, 여기 시작합니다.
<불멸> 오케이, 조심해라. 터지면 바로 움직인다.
“쳐요!”
【 포이즌 클라우드! 】
【 비월참! 】
챠밍의 지팡이에서 녹색 기운이 빠지면서 독의 안개가 한꺼번에 여명 길드를 덮치고 그 위로 나, 방패전사, 이쁜소녀의 비월참 네 발이 동시에 날아가 터졌다.
그 뒤로 나르샤를 필두로 궁수 라인에서 일제히 화살을 쏘아 올렸다.
우리에게 붙여준 파티에서 날아간 파이어볼, 아이스볼 같은 마법들도 연달아 작렬했다.
40여 명이 모여 있던 장소에 화력이 집중돼 연달아 터지자 그 속에 있던 사람들 중 HP가 적은 궁수나 마법사들이 버티지 못하고 순식간에 녹아내려 빛으로 변했다.
플레이트를 입은 전사나 피가 좀 많은 격수들 20여명 정도만 덩그러니 남아 이제야 우리를 쳐다본다.
사방으로 폭탄 터지듯 마법들이 터지니까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다.
“돌격!”
마법들이 쿨타임을 기다리는 동안 근접 격수들이 일제히 라이트 웨폰을 켜고 여명 길드원들에게 달려들었다.
“젠장, 막아!”
정신을 차린 플레이트 전사들이 라지 쉴드를 앞으로 내밀면서 방어진을 구축하자 제법 튼튼한 진형이 순식간에 완성 된다.
저러면 시간이 걸리는데…….
빨리 여기를 정리하고 사장님 쪽을 도우러 가야 한다.
자칫 늦었다간 리멤버와 올인에게 사장님 쪽이 둘러싸일 수도 있다.
“이쁜소녀님, 제가 신호하면 광아 한번 수평으로 크게 휘둘러줄 수 있어요?”
“네!”
내가 뭘 할지 상세히 말해주자 이쁜소녀가 곧장 고개를 끄덕인다.
조금 뒤로 빠졌다가 이쁜소녀에게 달려가면서 외쳤다.
“지금요!”
내 말에 이쁜소녀가 광아를 곧장 옆으로 크게 휘두르자 곧장 점프를 해 휘둘러지는 광아의 옆면을 발로 밟고는 강하게 박차고 다시 점프를 했다.
광아를 발판 삼아 그대로 몸을 띄우자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내 몸이 여명 길드원 위로 훨훨 날아올랐다.
몸이 5m 높이의 하늘에 떠서 아찔한 기분이 들 때쯤 몸을 아래로 뒤틀면서 블러디아와 카스카라에 비월참을 걸었다.
【 라이트 웨폰! 】
【 비월참! 】
각도를 조절해 곧바로 검들을 휘둘러 여명 길드원 위로 비월참을 내리꽂았다.
날 올려다보던 몇 명이 라지쉴드를 위로 올렸는데 애초에 목표가 그쪽이 아니다.
그 뒤에 쭉 서 있던 여명 길드원들 사이로 비월참이 날아가 폭발하자 사방으로 터지면서 밀려 나간 격수들로 인해 라지쉴드를 든 사람들이 떠밀려 같이 엎어지면서 순식간에 방어선이 붕괴돼 버렸다.
그리고 무너진 방어선 사이로 이쁜소녀와 방패전사를 제외한 우리 길드의 근접 격수들이 바로 파고들자 난전으로 바뀌면서 가득이나 포이즌 클라우드로 HP가 빠진 여명 길드원들이 바로 정리가 되어 빛으로 사라져 버렸다.
“바로 가죠!”
나를 필두로 해서 좌측의 리멤버가 있는 곳으로 내달리다 보니 좁은 언덕 입구에서 몇 명의 광역 마법과 라지쉴드를 든 사람들이 라인을 형성하고 못 나오게 막고 있는 것이 보인다.
저렇게 시간을 벌었구나.
저쪽에서 써먹으려고 했던 것을 반대로 우리가 써먹고 있는 중이다.
어느 쪽에서 막든지 반대편은 저렇게 되면 답답해 죽는다.
좁은 입구에서 나오지 못하고 짜증만 내던 올인 길드원들을 상대로 챠밍이 곧장 포이즌 클라우드를 선사해주자 아주 난리가 났다.
거기다 마법사들의 광역 마법이 몇 개 더 꽂히고 나르샤와 몇몇 궁수 라인에서 화살비가 쏟아지자 30여 명의 여명 길드원들이 차마 더 버티지 못하고 입구를 피해 다시 언덕들 사이로 돌아가 버렸다.
역시 잘 키운 마법사가 최고다.
그대로 달려 재중이 형을 찾으니 이미 이쪽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로 보인다.
우리 팀과 길드원이 추가로 합세하자 왼쪽의 리멤버도 모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딱히 도와주러 안 와도 됐네요.”
“뭐, 이 정도야.”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한다.
보고 있으니 유독 잘 싸우는 한 남자가 여전히 버티면서 아직도 살아 있다.
“……진짜 엿 같네.”
혼자 큰 대검을 휘두르면서 버티는데 실력이 제법 있어서 아직 다른 사람들이 끝을 못 내고 있는 중이다.
아마 저대로 나둬도 곧 죽긴 하겠지만 시간이 끌린다.
“형이 하실래요?”
“난 좀 쉴란다. 네가 해.”
“안 그래도 몸이 덜 풀려서요.”
너무 쉽게 여명 쪽을 털어버려서 솔직히 한 것도 없다.
“저놈 랭킹 40위야. 이런 길드들에 있을 놈이 아닌데 잡으려면 잡아보던가.”
개인 랭킹 40위면 어지간한 거대 길드의 수장 급이다.
랭킹 100위 안으로는 정말 날고 긴다는 인간들이 다 있다고 보면 된다.
1000위 안으로도 절대 무시 못 할 강자들이 즐비하다.
말이 1000위지 상위 0.1% 안이다.
“흐음, 그런가요?”
저 정도 랭킹이면 얼마나 세려나?
내 대련 상대는 주로 재중이 형이라 체감할 일이 별로 없다.
내가 두 검에 라이트 웨폰을 입히고 달려들자 주변에서 알아서 자리를 비켜준다.
“시간이 넉넉한 편이 아니라서.”
달려가던 힘을 그대로 싣고 블러디아로 목을 노리고 카스카라로 어깨 쪽을 베면서 빠르게 휘두르자 스파크가 일어나는 양손검에 마찬가지로 라이트 웨폰을 쓰고 사선으로 높게 휘두르면서 내 검들을 가까스로 쳐냈다.
쳐내지는 반동으로 몸을 반회전하면서 자세를 낮춰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로 양손검을 들고 있던 팔꿈치와 손목을 노리니 급하게 팔을 들어 올려 겨우 급소들을 피해냈다.
팔과 팔목 부분에 두 줄로 길게 남은 대미지 라인을 보더니 사납게 생긴 금발 사내의 얼굴이 경악한 얼굴로 변했다.
“넌 대체 뭐냐?!”
통산 내 민첩은 일반 궁수들을 상회한다.
다른 말로 하면 힘 위주로 싸우는 격수에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움직임이 나온다는 소리고.
거기다 검이 두 자루이기 때문에 공격횟수까지 치면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적어도 어느 정도 민첩을 갖추지 못한 상대라면 그냥 두들겨 패다가 끝낼 수도 있다는 소리고.
이 사람은 속도만 보면 전형적인 힘 전사다.
랭킹을 봐서는 진짜 굉장한 사람일 줄 알았는데 그냥 템이 좋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약간 실망감이 든다고 해야 하나.
현재 집계되는 랭킹에 거품이 상당히 많이 껴있는 것 같다.
돈으로 덕지덕지 템빨을 세워서 랭킹을 올린 그런 사람들.
“맞춰 보지 그래?”
다시 파고들어 카스카라와 블러디아를 각기 다른 방향으로 계속 휘두르자 양손검의 움직임으로는 도저히 따라오지 못해 뒤로 물어나면서 막기만 하고 있는 중이다.
그사이에 플레이트 곳곳에 대미지 표시가 생겨서 누가 보면 샌드백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목을 포함한 급소 부분만 필사적으로 피하고 있는데 손목과 팔목 부분은 아주 걸레짝이 되어 있다.
“이쪽도 시간이 없어서 이만.”
좀 휘두르고 나니 몸이 풀린 기분에 조금 더 속도를 끌어올려 카스카라와 블러디아를 차례대로 목을 향해 휘둘렀다.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사내가 양손검을 사선으로 휘둘러 막으려는데 카스카라를 미세하게 비틀어 양손검의 날을 타고 밀어 올리자 양손검의 궤적이 완전히 변하면서 상체가 완전히 열렸다.
그대로 플레이트가 방어해주지 못하는 목을 블러디아로 강하게 그어내자 사내가 순간적으로 경직되는 것이 보인다.
바로 양손검의 날을 밀어냈던 카스카라를 회수하면서 다시 목을 그어내자 이번엔 아예 움직임이 멈춰버렸다.
“형, 이 사람한테 물어볼 것 있어요?”
“없어. 말해줄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네. 잘 가라.”
카스카라와 블러디아를 다시 강하게 휘둘러 목을 연속으로 베어내자 HP가 다 됐는지 그대로 쓰러져 빛으로 사라졌다.
그 자리에 들고 있던 무기를 고스란히 떨어뜨리고서.
“흐음. 이거 구 네임드 7강이에요.”
“오! 득템.”
“붙어 보니 그냥 템만 좋을 것 같더라니 역시네요.”
“뭐, 게임이 안 되긴 하더라.”
재중이 형이 옆에 와서는 싱글벙글 웃고 있는 중이다.
“뭐가 그렇게 좋으세요?”
“오늘 소고기 배터지게 먹을 것 같아서…….”
“쏘시는 거죠?”
“설마, 7강 먹은 사람이 쏘겠지.”
졌다.
“마무리 하죠.”
“좋아. 애들한테 자리 전부 접수하라고 할 테니까. 얼른 하고 좀 쉬자. 오랜만에 너무 움직였어.”
여기서 거의 110명 가까운 올인 라인을 잡았으니 이미 저주받은 숲에 들어와 있는 저쪽 라인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다른 말로 하면 사냥터가 전부 우리에게 넘어왔다는 소리고.
첫 번째 쟁을 완벽하게 눌러버렸다는 이야기다.
“복구하고 다시 덤빌까요?”
드랍템도 상당히 많아서 아마 복구하려면 억 소리가 나오는 돈이 들어갈지도 모른다.
“음, 이 정도로 압도적인 전력 차를 봤는데 미치지 않는 이상은 무리지. 이미 끝났어. 곧 해체 수순 들어갈 거다.”
재중이 형이 단호하게 결론 내린다.
너무나 압도적인 승리.
“웃어. 우리가 이겼다.”
“그러게요. 이겼네요.”
곧 올인 길드까지 정리가 되면서 주변으로 함성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거기다 어느새 모여든 수많은 구경꾼들이 주변에서 동영상을 찍고 있는 중이다.
이거 앞으로 난리 나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