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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87화 (87/1,404)
  • # 87

    #87화 수면 아래 파고드는 그림자 (1)

    거대 개구리가 연속된 비월참으로 제대로 한 번 일어나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서 빛으로 사라졌다.

    “실수하면 전멸할 수도 있었는데 잘했다.”

    재중이 형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머리 위에서 바로 침을 뱉어내기 시작하면 피할 곳도 없이 그냥 사방으로 퍼져나가 전멸할 수도 있었다는 소리다.

    그걸 감수하고 전원이 달라붙어 딜로스를 최대한 줄였기에 이런 적은 인원으로도 결국 쓰러뜨릴 수 있었다.

    “해보라고 했더니 그걸 타이밍 맞춰서 계속 집어 넣냐.”

    “이거 생각보다 쉬워요. 총알을 같은 자리에 계속 박아 넣는 것 보다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드랍템부터 확인해야지.”

    거대 개구리가 남긴 아이템이 하나 둘이 아니다.

    거대 개구리의 눈물 보석

    거대 개구리의 눈물 조각 (x1)

    『 +0 광아 / 출혈 9 타격 11

    근력+1, 회복 불가+1 』

    『 +0 데스 위버 / 출혈 10 타격 10

    민첩+1, 중독+1 』

    『 포이즌 클라우드 』

    『 +0 매직 플레이트 아머 / 방어력 11

    마법 저항+1 』

    『 +0 매직 플레이트 팬츠 / 방어력 10

    마법 저항+1 』

    “도끼하고 활이네요?”

    네임드로 도끼가 나온 것은 처음이라 다들 신기한 표정을 짓는다.

    광아.

    창보다는 다소 짧지만 묵직하게 선 양쪽의 넓은 도끼날이 인상적이다.

    배틀 액스의 일종인 것 같은데 전체 길이의 1/3 정도 길이가 되는 날들 때문인지 엄청나게 무거워 보인다.

    “회복 불가?”

    재중이 형이 묘한 표정으로 광아를 들어 휘두르는데 다소 버거워 보이는 느낌이다.

    “이거 꽤 무겁다.”

    재중이 형은 밸런스 형의 스탯이라 힘이 다소 적은데 창을 다루던 실력이 있어서인지 휘두르는 것 자체는 자세가 꽤 잡혀있다.

    다루는 방법 자체는 완전 다르겠지만.

    창보다는 오히려 양손검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흐음, 한 대 맞아봐.”

    그냥 묻고 따지지도 않고 와서 한 대 치는데 곧바로 디버프가 걸리면서 회복이 전혀 안 된다.

    물약도 소용이 없는 것을 보자 바로 거대 개구리가 떠오른다.

    “이거 개구리 능력인 것 같은데요?”

    침으로 회복을 못하게 하는 것과 거의 동일하다.

    “이거 PVP에서는 최강이겠는데…….”

    잠시지만 물약 회복까지 막는다는 것은 그냥 걸리면 죽는다는 소리와 똑같다.

    “난 좀 버거운데? 이쁜소녀님. 이거 한번 들어보실래요?”

    “네? 저요?”

    재중이 형이 부르자 화들짝 놀란 이쁜소녀가 날 바라본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곧장 다가와서 재중이 형에게서 광아를 받았다.

    그리고 아까 재중이 형이 했던 것과 동일하게 휘두르는데 전혀 위화감이 없다.

    “평소엔 양손을 벌리고 잡았다가 휘두를 때 손을 모아 봐요. 끝을 잡는다는 느낌으로 자세를 낮추고 회전을 최대한 싣고서.”

    재중이 형이 옆에 붙어서 몇 가지 조언을 하자마자 빠르게 흡수하면서 양손검과 비슷할 정도로 매끄럽게 휘두른다.

    “벌써 주인 찾았네.”

    재중이 형이 흡족한 얼굴로 이쁜소녀를 바라보자 이쁜소녀의 얼굴이 빨개진다.

    저걸 이쁜소녀에게 들려주면 진짜 대인전에서 엄청난 활약을 할지도 모르겠다.

    데스 위버는 당연히 나르샤가 받아갔다.

    전체적으로 녹색으로 쭉 빠진 장궁 형식에 은색의 실 같은 문양들이 감싸고 있어서 기품이 있어 보인다.

    “포이즌 웨폰하고 같이 쓰면 어떻게 되려나.”

    재중이 형의 궁금해 하는 모습에 잠시 나르샤에게 데스 위버를 빌려서 실험해봤더니 중독 대미지가 거의 3배에 가깝게 나와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건 사기네.”

    혹시나 해서 베놈으로도 실험해봤는데 역시 비슷한 수치가 나왔다.

    “포이즌 웨폰은 최대한 빨리 구해드릴게요.”

    “천천히 구해도 괜찮아요.”

    내 말에 나르샤가 꽤 밝게 미소 지었다.

    새로 활이 생겨서 정말 기쁜가 보네.

    “다음은 개구리인가?”

    이건 소환해봤다가 재중이 형이 방패전사에게 넘겨줬다.

    나르샤, 챠밍, 이쁜소녀 모두 질색하면서 거절했고 나는 탈 것이 있으니까 패스.

    재중이 형은 스타일이 안 난다고 내게 슬쩍 귀띔을 해줬다.

    거대 개구리도 다른 탈것과 기본 성능은 동일하다.

    타고 있을 때 독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만 빼면.

    다음은 매직 플레이트.

    하얀 색에 검은 문양들이 잔뜩 들어가 있는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형식의 플레이트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마법 방어가 붙어있는 플레이트가 나오자 방패전사가 엄청나게 기뻐했다.

    일반 플레이트 보다 방어가 낮은데 애매했던 마법 방어가 커버 된다는 것만 해도 충분하다면서.

    포이즌 클라우드는 당연히 챠밍이 받아갔다.

    확인해 보니 파이어 월과 비슷하게 광역으로 독을 거는 형식이다.

    파이어 월은 그 자리를 벗어나면 딜이 안 들어가지만 포이즌 클라우드는 일단 한번 노출되면 걸려서 서로 장단점이 있다.

    광역기가 두 개로 늘어났다는 것만 해도 앞으로 쓸 곳이 정말 많을 것이다.

    “다들 내일 뵙죠.”

    재중이 형의 말에 시계를 보니 접속 제한 시간이 거의 끝나간다.

    “내일 봐요.”

    “고생하셨어요.”

    “푹 쉬세요.”

    이쁜소녀, 챠밍, 나르샤의 인사를 끝으로 접속을 종료했다.

    ***

    <악마> 본 거 다 안다. 답변 좀 해주지?

    <전설> 서로 연락할 정도로 우리가 친했던 건 아닌 것 같은데?

    <악마> 오랜만에 인사하는데 너무 딱딱하게 가지 말지?

    <전설> 영양가 없는 소리 할 거면 이만 끊는다.

    정말 끊을 기세라 악마가 잠시 당황하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악마> 아! 잠시만. 진짜 우리 사이에 이러기냐.

    <전설> 용건만. 간단히.

    뚝뚝 끊어지게 울리는 음성에 악마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젓는다.

    이 새끼한테 먼저 연락할 일이 생길 줄은 진짜 몰랐는데. 최강 그 새끼들이 선택의 여지를 안 주니 어쩔 수 있나.

    <악마> 야, 전에 했던 말들 아직 유효하냐고.

    <전설> 그 이야기는 이미 끝난 것 같은데? 거절은 니들이 먼저 했고 우리는 이제 너희들하고 확실히 선을 그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악마> 뭐, 사람 일이라는 게 상황 봐서 변하는 것 아니겠냐.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도 될 수 있고.

    그리고 이어지는 적막.

    채팅창에 아무 답변이 올라오지 않는다.

    이거 봐라? 이젠 대답도 안 해?

    악마가 채팅창 너머로 아무 답변이 오지 않자 엄지손톱을 세게 물어뜯었다.

    계속 되는 무반응에 결국 악마가 다시 말을 이었다.

    <악마> 막말로 너희 최강 길드 저대로 내버려 둘 거냐?

    최강 이놈들이 협력만 해줬으면 전설 새끼한테 아쉬운 소리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여러 가지로 짜증만 나는 악마가 애먼 바닥만 발로 찬다.

    <전설> 초반에 잠시 반짝하는 걸로 호들갑 떨지 마라. 레이스는 길다.

    여유라…….

    한 때 나도 너처럼 여유가 넘쳤었지.

    몰래 입수한 한 영상을 보기 전에는.

    <악마>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차이가 벌어져서 말이지. 너희도 마찬가지 상황 아냐? 그리고, 유적지. 이대로 놔둘 생각은 아니겠지?

    본 대륙에 온지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우리가 총력을 다 해서 몇 명만 밀어주는데도 전혀 못 따라가니까 문제다.

    하루를 풀로 사냥으로 써도 렙 차이를 도저히 줄일 수가 없으니까.

    악마가 차마 이 말은 채팅창에 올리지 못하고 짜증만 부린다.

    그리고 유적지.

    조사한 바로는 최강 길드가 너무 앞서 있다.

    어제 케르베로스를 잡고 나서야 해적선하고 크라켄이 뭐하는 놈들인지 알게 됐으니까.

    <전설> 그래서 어쩌자는 거냐?

    옳지. 낚였으.

    악마가 주먹으로 어퍼컷을 치는 세레머니를 한다.

    <악마> 다시 한 번 뭉쳐보지 그래? 최강 길드 이대로 풀어줄 생각 아니라면 말이지. 밑에 애들 좀 빌려줘. 이름 없는 애들로.

    지금도 이런데 앞으로 얼마나 날뛸지 모른다.

    이쯤에서 슬슬 고삐를 채워놔야지.

    혼자 날뛰는 말은 마구간으로 들어가야 하는 거다.

    사실 우리가 단독으로 처리하기에는 너무 파이가 커서 말이지.

    괜히 대놓고 부딪쳤다가 남 좋은 일 해주고 싶지도 않고.

    적당히 부담을 나누자고.

    형제.

    자, 물어라. 물어라.

    악마가 초조함과 기대감을 동시에 비치면서 채팅창만 뚫어져라 바라본다.

    <전설> 명분이 없다. 지금 최강 길드 이미지가 어떤지는 너도 알고 있을 텐데?

    그래, 그냥은 안 넘어온다 이거냐?

    명분이 중요하긴 하지.

    아무런 충돌도 없이 막피 들어가기 시작하면 명분에서 밀린다.

    힘이 전부인 세계지만 나름의 룰이 있으니까.

    전 서버가 주목하는 좋은 이미지의 길드를 단체로 친다?

    얼마나 욕 들어먹을지는 안 봐도 훤하지.

    뭐 욕은 앞에 내세운 길드들이 먹겠지만 길어지면 우리에게 닿을 수도 있으니까.

    아직 주목 받아서는 곤란하다.

    <악마> 사실 최강 길드 안에 우리 쁘락치가 좀 박혀 있거든.

    젠장, 이거까진 알려주기 싫었는데.

    확실한 것만 먹는 놈의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 올리려면 이 정도는 풀어줘야겠지.

    <전설> 자세하게.

    좋아. 입질 왔으.

    <악마> 그 쪽 안에 분위기가 별로 안 좋아. 제우스라고 있는데 들어보니까 이놈도 남 밑에서 오래 놀 놈이 아니거든. 수완도 좋아. 최강 길드 절반 넘는 수가 이놈 입김이 들어간다고 하고. 그런데도 대우가 지금 좀 엿 같다고 하던데?

    앞마당 관리가 엉망인 길드가 한 둘이 아니니까.

    어떤 식으로든 파면 다 나오게 되어 있다.

    잘 나가는 몇 놈들만 다 해먹고 꽁꽁 싸매고 있으니 말이 안 나오면 이상하지.

    <전설> 그건 꽤 흥미롭군.

    이제 좀 관심을 가지시는군?

    뭐, 이제 거의 9부 능선은 넘었나?

    <악마> 적절히 부추길 생각이다. 제우스 라인을. 손발 다 잘려 나가면 녀석들도 별 수 없지. 거기다 우리 쪽에서 내세운 애들을 먼저 치게 만드는 액션을 해주면 확실한 명분이 생기지.

    아무리 강하고 단단한 녀석이라도 안에서부터 곪으면 답도 없다.

    지금같이 어수선한 시점에선.

    <악마> 그 다음엔 적당히 공중분해 시키고 쓸 만한 놈들만 잘 구슬려서 스카우트하는 걸로 어때?

    이렇게 흘러가면 대놓고 싸워도 진흙탕 싸움이 되니까 누구 하나 편들기 힘들어진다.

    사람들 관심?

    당장 1주일만 지나도 사람들 뇌리에서 싹 사라질 거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뭐, 이런 일이야 늘 하는 일이라 대수로울 것도 없다.

    이미 이렇게 분해시킨 길드가 한 둘도 아니고.

    판을 이 정도까지 깔아줘도 못한다고 빼면 전설 이 새낀 정말 쓸모없는 새끼다.

    <전설> 불멸은 우리가 작업하고 싶은데……. 다른 놈들이야 어찌되든 관심 없다.

    됐으!

    이 새끼 아직 그 영상을 못 봤으니 불멸 타령을 하지.

    불멸도 탐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전에 한 번 떠봤는데 쉽게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불멸은 쉽게 보면 이끌어가는 자다.

    이끌려가는 자가 아니고.

    절대 누구 밑에 있을 사람이 아니라는 거지.

    <악마> 그럼 너희가 불멸 먹고, 우리가 원하는 사람은 끼어들기 없기다. 인정?

    <전설> 알아서 해라.

    <악마> 아, 그리고 우리 쪽 애들 말고 2개 길드 정도 더 쓸 예정인데.

    우리가 직접 나서면 안 되니까 방패막이로 쓸 길드들.

    돈이면 부릴 수 있는 길드야 많다.

    <전설> 어차피 잠시 쓰고 버릴 라인 너무 공들이지 않는 게 좋을 텐데?

    <악마> 대어를 잡아야 하는데 구색은 맞춰야지.

    너무 큰 길드를 더 끌어들이면 나눠먹을 파이가 부족해진다.

    적당히 잔챙이들만 처리해줄 녀석들만 있으면 된다.

    압도적인 숫자.

    단판에 마무리 짓고 쓸모 있는 놈들만 빠르게 포섭한다.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조건과 돈으로.

    안에서 제우스가 흔들고, 밖에선 돈으로 빼오면 절대 오래 버티지 못한다.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것이 이 바닥이지.

    전설도 그걸 아니까 이런 소리를 하는 거고.

    <악마> 우리가 이 장사 하루 이틀 하냐. 걱정 붙들어 매고 그럼 하는 거다?

    <전설> 일정 잡히는 대로 연락해라. 만약 장난질 칠 생각이면 게임 그만 둘 각오하고. 끊는다.

    재수 없는 새끼.

    한 마디도 안 지려고 하네.

    내가 언제 너희들 싹 잡아먹고 내 밑에 기게 만들어 주마.

    그 녀석만 내 손에 들어오면 충분히 가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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