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오만 (3)
“아아악!”
“커억!”
‘어리석은 인간들.’
리치 아르타스가 죽어 가는 인간들을 비웃었다.
‘저 머저리들은 왜 투입한 건지.’
인간들 특히 그중에서도 플레이어가 아닌 군인들은.
언데드들을 막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일어나라.
리치 아르타스의 명령에 따라 언데드 몬스터 구울로 부활했고.
두두두두두!
사방으로 방아쇠를 당기며 다른 인간들을 학살했다.
총알이 떨어지면?
“우워어어!”
이빨로 다른 인간들을 물어뜯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마계 백작으로의 승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말 감개무량한 일이었다.
고작 하급 마족에 불과했던 자신이.
하급 귀족도 아니고.
고위 귀족인 백작의 자리를 눈앞에 두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단 한 명의 인간이라도 빼앗길 수 없다.’
지구 전체에서 대학살을 자행하면?
살아남은 인간들에게 절망과 공포로 범벅된 삶을 유지시켜.
마기 생산 공장으로 만든다면?
자신의 주인인 마왕의 바로 아래인.
‘마계 대공의 자리에 오르는 것도 꿈이 아니지.’
리치 아르타스가 야망으로 불타올랐다.
‘이제 슬슬 떠나야겠군.’
마계 백작의 자리가 지척이다.
그 전에 인간들의 집중 공격을 당해 소멸하면?
그것만큼 천주의 한이 되는 일은 없으리라.
‘뭐, 나를 이길 수 있는 인간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만사 불여튼튼 아니겠는가?
리치 아르타스는 러시아 플레이어들의 추격을 농락하며.
러시아의 여러 도시들을 순회공연하며 무차별적인 학살을 펼쳤다.
* * *
그 시각 정권의 이득을 위해 타국과의 소통을 고의로 끊어 버린 러시아 정부는?
어느 정도 희생을 각오하고 리치를 섬멸할 수 있는 함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랭커 및 최상위 플레이어 들을 첼랴빈스크로 소집시킨다.”
포틴 대통령이 지시를 내렸다.
“그럼 다른 도시는……?”
군사령관의 물음에.
“자력으로 저항해야겠지.”
포틴 대통령이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게 최선이야.’
포틴 대통령은 자신의 결정이 옳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리치의 꽁무니만 쫓아다녀서는.
‘이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도시 곳곳에 플레이어를 배치하면?
허탕을 치거나.
전력이 분산되어 리치를 잡기 힘들지 모른다.
‘차라리 대도시 첼랴빈스크에 플레이어의 주력을 모아 놓고 함정을 파는 게 이득이야.’
이게 포틴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다른 도시 민간인들의 희생이 클 텐데.’
‘리치가 첼랴빈스크를 피해 가면 큰일인데.’
‘인구 120만의 대도시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민간인 피해가 어마어마할 텐데.’
각부 장관과 군사령관 그리고 참모 들 입장에서는 이런저런 걱정이 들 수밖에 없었지만.
포틴 대통령의 뜻을 꺾을 수도 없었고.
그들도 민간인 피해가 크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괜히 리치 꽁무니만 쫓다가 국토 전체가 초토화되느니, 이게 낫지.’
‘어차피 리치가 사람들을 전멸시키는 건 아니니까. 생존자도 어느 정도 나오잖아.’
‘세계 최초의 마족이니, 언론 플레이만 잘하면 토벌 후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
그들은 이미 포틴 대통령과 한 몸이나 마찬가지였고.
포틴 대통령의 뜻을 꺾을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
그럼?
“정말 훌륭한 작전입니다.”
“당장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리치의 최후가 머지않았군요.”
포틴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게 최선이었다.
* * *
리치 아르타스의 얼굴이 희열로 차올랐다.
‘드디어 성공했다.’
인간들의 도시를 연속적으로 함락시킨 결과.
마계 백작으로 승급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큭큭큭!
리치 아르타스의 텅 빈 동공이 붉게 타올랐다.
-일어나라.
마기를 일깨우며 명령을 내리자.
우득! 우득!
그간 모아 온 강력한 플레이어의 백이 물리적인 육체를 얻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저급한 스켈레톤이나 구울 정도의 언데드밖에 사역하지 못했지만.
마계 백작이 된 이상 사정이 달라졌다.
자리에서 일어난 플레이어들 중 전사 계열은 전신에 칠흑빛 갑주를 갖춘 데스 나이트로 재탄생했고.
마법사 계열은 리치로 재탄생했다.
그렇게 부활한 데스 나이트와 리치의 숫자는 고작 수백에 불과했고.
전투력 자체도.
‘고작 최하급 마족 수준이지.’
그렇지만 마기만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면?
쭉쭉 성장할 수 있었다.
‘내가 마계 대공이 될 즘이면 저놈들도 마계 백작급으로 성장할 수 있겠지.’
마기를 획득할 방법이 넘치는 지구라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고작 러시아라고 불리는 나라 하나의 일부를 초토화시켰을 뿐인데 이 정도다.
인구 대국인 중국이나 인도를 초토화시킨다면?
‘더욱더 강해질 수 있다.’
전에는 인구가 많은 중국이나 인도를 치면.
그만큼 플레이어들의 수도 많기에 인간들의 반격이 두려워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일단 러시아를 점령한다.’
일부는 죽이고.
일부는 마기 생산 공장으로 운영한 후.
‘원정에 나선다.’
아마 러시아와는 사정이 다를 것이다.
타국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고.
세계 플레이어 협회가 움직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마계 백작으로 성장한 리치 아르타스는 더 이상 인간들의 반격이 두렵지 않았다.
‘인간들에게 공포와 절망을 심어 줄 탈것이 필요하겠군.’
데스 나이트와 리치는 강하기는 하지만.
외형이 너무 평범(?)했다.
-뭉쳐라.
리치 아르타스의 한마디와 함께.
플레이어와 일반인의 시체들이 똘똘 뭉쳐져 거인의 형상으로 화했다.
-훌륭하군.
붉은 안광을 뿜어낸 리치 아르타스가 수천에 달하는 시체가 뭉쳐져 만들어진 자이언트 좀비의 어깨에 올라탔다.
-가자.
리치 아르타스의 한마디에.
-구워어어어어!
자이언트 좀비를 시작으로 데스 나이트, 리치, 구울, 좀비, 스켈레톤으로 이루어진 10만에 가까운 언데드 몬스터 대군이 다음 목적지인 러시아의 대도시 첼랴빈스크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언데드 몬스터 대군이라니? 그게 무슨 소린가?”
포틴 대통령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리치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현재 자이언트 좀비를 타고 10만 정도로 추정되는 언데드 몬스터 대군과 함께 첼랴빈스크로 이동 중이라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이군.”
엉뚱한 곳으로 향했다면?
문제가 커졌으리라.
그러나 다행히 주력을 준비시킨 첼랴빈스크로 오고 있다면?
문제 될 게 없었다.
아니, 오히려.
“잘된 일이군.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면 폭격을 하기 편하겠지. 당장 폭격을 시작하게.”
포틴 대통령이 지시를 내렸고.
“알겠습니다, 대통령 각하.”
군사령관이 재빨리 명령을 하달했다.
“플레이어들도 동원하게. 리치가 도망치는 건 막아야 할 테니까.”
“플레이어들에게 당장 진군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내 생각이 옳았어.’
포틴 대통령은 자신이 세운 계획이 살짝 어긋나기는 했지만.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만약 플레이어들을 사방에 흩어 놨다면?
동원하는 것도 포위망을 구성하는 것도 난항에 빠졌으리라.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리치의 공격 목표에 대기를 시켜 놔서 신속하게 동원이 가능하지 않은가?
‘병력의 숫자가 10만이라.’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그간 리치에게 피해를 당한 이유가 힘이 부족해서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마족은 인간과 대등한 지능을 지닌 지성체라고 하더니, 그렇지도 않은 것 같군.’
고작 10만의 병력을 믿고 모습을 드러내다니.
포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군대와 플레이어가 순식간에 10만의 언데드 몬스터 대군을 섬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리치는 그리 어리석은 존재가 아니었고.
당당하게 10만 언데드 몬스터 대군의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더 이상 인간들의 무기 따위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 * *
슈우우우웅!
하늘을 가르며 족히 수백 개에 달하는 미사일들이 10만 언데드 몬스터 대군을 향해 날아들었다.
‘역시 이렇게 나오는 건가?’
리치 아르타스는 인간들이 이렇게 나올 것을 예상했다.
또 인간들이 사용하는 무기들이 상당히 강력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저 무기는 정확히 도착해 폭발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
리치 아르타스가 지팡이가 들린 손을 들었고.
파지지직!
그와 동시에 허공에 칠흑빛 뇌전의 구름이 피어올랐다.
퍼퍼퍼펑!
미사일들이 지상에 도착하기도 전에 칠흑빛 뇌전의 구름을 뚫지 못하고 허공에서 폭발해 버렸다.
‘역시 뇌전 계열이 제격이군.’
인간들의 무기는?
뇌전 계열과 화염 계열에 약한 편이었다.
특히 일정 이상의 충격을 주면?
스스로 그 충격을 감당하지 못해 자폭해 버렸다.
강력한 관통력을 지닌 포탄도 있기는 했지만.
그건 그냥 바람 계열로 방향만 바꿔 주면 그만이다.
설사 적중하더라도.
시체로 이루어진 언데드 몬스터 대군에 큰 피해를 주는 건 무리였다.
‘라이프 서치.’
리치 아르타스가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주변에 포위망을 구성하고 있는 인간들의 위치가 순식간에 파악되었다.
-모조리 죽여라.
리치 아르타스의 명령이 떨어진 순간.
-구우어어어!
-쿠와아아악!
10만의 언데드 대군이 사방으로 흩어져 플레이어들을 향해 돌격했다.
* * *
“젠장! 군의 폭격이 실패했어!”
“언데드 몬스터들이 달려드는데, 어떻게 하지?”
“싸워야지. 리치만 조심하면 저 정도 저레벨 몬스터를 쓸어버리는 건 일도 아니라고.”
러시아 플레이어들은 군대의 공격이 허무하게 막혀 버리자 적잖이 당황했지만.
겁을 집어먹지는 않았다.
“그동안 잘도 도망 다녔겠다.”
“이번에는 그 해골을 박살 내 주지.”
그동안 러시아 플레이어들은?
언데드 몬스터를 상대로 손쉽게 승리를 거뒀다.
항상 아슬아슬하게 놓치거나.
다시 시체로 돌아가 버려 제거하지 못했을 뿐.
정면으로 붙는다면?
얼마든지 박살을 내 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콰콰콰콰콰!
칠흑빛 오러를 줄기줄기 뿜어내는 데스 나이트의 등장과.
꽈아아앙!
강력한 원거리 공격을 토해 내는 리치의 존재.
-구어어어어!
작은 동산처럼 보이는 자이언트 좀비의 공격은?
“아아악!”
“커어억!”
고레벨 플레이어들이라고 해도 감당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데스 나이트와 리치 그리고 자이언트 좀비의 숫자가 고작 수백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지만.
좀비, 스켈레톤, 구울 같은 중하급 언데드 몬스터들의 숫자는?
무려 10만.
숫자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러시아의 고레벨 플레이어들의 숫자는 대략 1,500명가량.
이들은 수백의 데스 나이트와 리치 그리고 자이언트 좀비를 상대하느라 발이 묶인 상태였고.
중레벨 플레이어 3만 정도가 지원을 온 상태이기는 하지만.
고작 3만으로 세 배가 넘는 10만의 언데드 몬스터 대군을 막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죽어! 죽으라고!”
콰직! 퍼억!
언데드 몬스터는 이미 죽은 시체를 마기로 부활시킨 것이기에.
“왜 안 죽는 거야!”
자력으로 기동이 힘들 정도로 박살을 내 버리거나.
리치 아르타스가 부여한 마기가 온전히 소모되지 않는 한.
-구워어어!
쓰러지지 않았다.
“화염의 폭풍우!”
꽈아아아앙!
“가자! 저놈들 별거 아니야!”
거기다 플레이어들이 죽을 고생을 해서 언데드 몬스터의 숫자를 확 줄여 놔 봐야.
-으어어어!
“으악! 스야스코가 언데드 몬스터로 변했어!”
죽은 플레이어의 신체가 잔존 마력으로 변하기 전.
언데드로 부활시켜 버리면 그만이었다.
실시간으로 사망자가 나오는 만큼.
실시간으로 언데드 몬스터의 숫자도 늘어나고 있었다.
* * *
-러시아의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 같습니다.
던전에서 사냥에 열중하고 있던 강현수에게 진구평의 보고가 날아들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자력으로 해결한다고 자신하지 않았나?”
강현수는 러시아의 자신감과 저력을 믿었다.
거기다 늘어난 차원 게이트와 레벨이 상승한 던전도 어쨌든 자력으로 막지 않았나?
러시아가 몬스터 웨이브 하나 막지 못한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러시아 내부와 타국과의 연결이 강제로 끊겼습니다. 혹시나 해서 위성으로 살펴봤는데, 언데드 몬스터 대군이 날뛰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미 러시아의 여러 도시가 초토화된 상태입니다.
-언데드 몬스터 대군?
강현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예, 아마도 마계 귀족급 마족이 넘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내가 직접 가 봐야겠군.
강현수는 소피아를 소환한 후.
공간 이동을 통해 러시아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