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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레벨 플레이어-218화 (218/365)
  • 귀환

    꽈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오러를 포함한 각종 공격 스킬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아아악!”

    치열하게 싸우던 네임드 플레이어 하나가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그걸 안타까워할 여유조차도 없었다.

    지금 당장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웠기 때문이다.

    언제 죽은 동료와 같은 처지가 될지 모르는 상황.

    마왕군의 맹공에 결사대는 일방적으로 무너져 내렸다.

    어떻게든 퇴각할 틈을 만들어 내려고 했지만.

    ‘완벽하게 포위당했어.’

    사방이 마왕군투성이었다.

    완벽하게 함정에 빠진 것이다.

    ‘저놈들 때문에.’

    최후의 결전을 앞두고 아틀란티스 차원의 인류를 배신한 자들.

    저들이 계획을 유출했고.

    그 결과 인류는 최후의 희망을 잃어버렸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 건가?’

    그것도 동료라고 믿었던 이들의 배신으로 인해서.

    ‘약속했는데.’

    강현수와 약속했다.

    퀘스트를 끝내고 함께 지구로 귀환하자고.

    한데 그 약속을 영원히 지키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미안해. 현수야.’

    송하나가 검을 움켜쥐었다.

    순순히 죽어 줄 생각은 없다.

    최후의 최후까지 저항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승산은 제로나 마찬가지였다.

    ‘너라도 살아.’

    송하나는 지금까지 간절히 강현수의 귀환을 바랐다.

    하나 이제는 마음이 달라졌다.

    강현수가 마왕군의 수중에 들어간 아틀란티스 차원으로 귀환해 봤자 죽음만 기다릴 뿐이다.

    그러느니 차라리 귀환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강현수가 빨려 들어간 차원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멀쩡히 살아 있는 것을 보니 생존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럼?

    귀환해서 죽는 것보다는 그곳에서 사는 게 더 나았다.

    “제법 끈질기네.”

    마왕이 미소를 지으며 송하나에게 손짓했다.

    화르르륵!

    붉은 화염이 송하나의 몸을 휘감았고.

    “크윽!”

    방어 스킬들이 녹아내리며.

    치이이익!

    송하나의 갑옷과 피부가 타들어 갔다.

    ‘여기까지인 건가.’

    마력의 심장이 무한에 가까운 마력을 제공해 주고 있었지만.

    한 번에 뿜어낼 수 있는 출력이 너무 부족해 마왕의 공격을 더 이상 막아 낼 수가 없었다.

    ‘현수야.’

    죽음이 임박한 순간.

    송하나는 자신도 모르게 강현수가 보고 싶었고 생각했다.

    그때.

    파지지직!

    공간이 찢기며.

    털썩!

    “하아! 하아!”

    거친 숨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이를 살펴보던 송하나가 눈을 부릅떴다.

    “현수야!”

    송하나가 강현수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면서도 지금 자신의 눈앞에 벌어진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강현수를 보고 싶다고 강하게 염원했을 뿐이다.

    그 염원이 이루어졌다.

    “어떻게 그곳에서?”

    마왕이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을 짓더니.

    “죽어라!”

    강현수를 향해 전력으로 공격을 날렸다.

    “피해!”

    송하나가 강현수를 향해 외쳤다.

    그때.

    “공기가 좋네.”

    강현수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말했다.

    인간이 죽기 딱 좋은 공기만 마시다가 제대로 된 호흡이 가능한 곳에 오자 이제야 살아 있다는 실감이 났다.

    마왕의 공격이 날아오고 있기는 했지만.

    “얼음성.”

    강현수가 얼음 왕의 목걸이에 내장된 스킬을 사용했다.

    콰지지직!

    그와 동시에 펼쳐진 냉기가 가득한 방어 스킬이.

    퍼어어엉!

    마왕의 화염을 가볍게 막아 냈다.

    본래 얼음 왕의 목걸이가 가지고 있는 스킬 얼음성으로는 절대 마왕이 전력을 다해 날린 공격을 막아 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가이아 시스템에 개입할 수 있는 권능을 손에 넣으며.

    정형화되어 있던 스킬의 위력을 얼마든지 변형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뭐, 그만큼의 대가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 대가를 치르느라 현재 강현수의 스텟은 거의 바닥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사방에 흘러넘치는 잔존 마력과 잔존 마기가 있었으니까.

    슈우우욱!

    강현수가 보유한 스킬 마력흡수가 주변에 흩어져 있던 모든 기운을 실시간으로 흡수하기 시작했다.

    마력흡수 스킬의 본질을 훌쩍 뛰어넘는 효율이었다.

    ‘좋은 스킬들을 많이 확보해서 다행이네.’

    강현수가 손에 넣은 창조의 권능은 워낙 보잘것없어서 새로운 스킬을 창조해 내는 데 너무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했다.

    그래서 귀환에 너무 많은 시간과 힘을 잡아먹었다.

    그러나 가이아 시스템을 통해 구축된 스킬을 개량하는 건?

    ‘월등히 쉽지.’

    스킬 창조에 비하면?

    스킬 개조는 식은 죽 먹기나 다름이 없었다.

    단 그렇다고 해서.

    ‘전황이 뒤바뀐 건 아니지.’

    강현수는 귀환하자마자 상황을 살폈고.

    상황이 난장판이라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렸다.

    송하나는 강현수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휘하 지휘관이다.

    그렇기에 송하나와 연결된 끈을 통해 아틀란티스 차원으로 통하는 차원 게이트를 열 수 있었지만.

    ‘손실이 너무 커.’

    새로운 스킬을 창조하고 써먹는 데 너무 많은 힘을 소모했다.

    마력흡수를 통해 어느 정도 힘을 회복하기는 했지만.

    ‘너무 부족해,’

    거기다 소환수들의 상황도 엉망이었다.

    100만이 넘어서던 소환수는 고작해야 30만 정도만 남아 있을 뿐이다.

    가장 최악은.

    “어떻게 살아 돌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상은 아닌 듯 보이는구나.”

    지금의 주변 상황이 느긋하게 힘을 회복할 정도로 여유로운 편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코앞에 마왕이 있었고,

    주변은 마왕군투성이었다.

    꽈아앙! 꽈아앙! 꽈아앙!

    마왕이 연달아 공격을 날렸고.

    “저 인간을 죽여라!”

    “절대 살려 두지 마라!”

    마왕군에 속한 고위 마계 귀족들이 벌 떼처럼 달려들고 있었다.

    ‘이 상태로는 무리다.’

    그렇다고 빠져나가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혼자라면 가능할 것 같았지만.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의 주력이 여기 모두 모여 있어.’

    이들을 잃는다면?

    홀로 마왕군 전체를 상대해야 했는데.

    ‘그건 무리지.’

    어떻게든 지금 상황에서 전황을 뒤바꿔야 했다.

    ‘가능하려나?’

    강현수가 힘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30만에 달하는 소환수들에게 투자했던 힘의 근원을 회수하는 것뿐.

    가이아 시스템의 영향만 받고 있는 상태에서는 불가능했지만.

    우라노스가 가진 창조의 권능을 가진 지금은?

    ‘얼마든지 가능해.’

    단지 효율이 극악일 뿐이다.

    ‘가이아 시스템을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데.’

    강현수는 스킬 강화와 스텟 고정을 사용해 소환수를 늘리고 누적 스텟을 쌓았다.

    사실상 힘의 누수가 없는 사기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세상의 이치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창조의 권능을 보유하기 전에는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아니지.’

    강현수가 사실상 아무런 피해 없이 힘을 쌓을 때.

    ‘가이아 시스템이 손해를 봤어.’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러나 강현수는 가이아 시스템을 이용해 서로의 단점을 보완했다.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는?

    그간 강현수에게 그런 사기적인 힘을 부여한 가이아 시스템이 대신 치렀다.

    ‘아마 그것 때문에 플레이어를 더 이상 늘리기 힘들었을 거야.’

    병력이 충원되지 않은 이유는 강현수가 전황이 유리해서이기도 했지만.

    강현수가 가이아 시스템의 힘을 빠르게 고갈시켰기 때문이기도 했다.

    가이아 시스템도 한계는 존재한다.

    유한한 힘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플레이어들에게 분배해야 했다.

    그런데 강현수가 필요 이상의 힘을 독점하면?

    당연히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분배될 힘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소환수를 흡수해 강현수의 힘을 키우는 건?

    가이아 시스템이 준 힘을 역행하는 것.

    당연히 가이아 시스템의 보정을 받을 수 없고.

    그 손해를 가이아 시스템이 아니라 강현수가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라도 해야 해.’

    강현수가 소환수들에게 나눠 주었던 힘을 회수했다.

    손실이 끝도 없이 발생했지만.

    지금은 상관없었다.

    우득! 우득!

    강현수의 전신 근육이 부풀어 올랐고.

    콰콰콰콰콰!

    마력, 마기, 신성, 독성 이 네 가지 스텟이 폭발할 듯 증가했다.

    “어떻게 저럴 수가?”

    마왕은 갑자기 강력해진 강현수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서 저놈을 죽여!”

    명령과 함께 마왕이 전력으로 강현수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퍼엉! 꽈앙!

    커다란 폭음이 연달아 터져 나왔고.

    강현수 역시 반격에 나섰다.

    콰콰콰콰콰!

    뱀피릭 오러가 하늘에 닿을 듯 치솟아 올랐고.

    휘익!

    강현수가 검을 휘두르는 순간.

    사라라락!

    마족들이 날린 원거리 공격이 그대로 증발하듯 사라졌다.

    뱀피릭 오러가 극성으로 발휘되며 마족들이 날린 공격에 담긴 마기를 그대로 흡수해 버린 것이다.

    꽈아앙! 꽈아앙!

    강현수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마계 고위 귀족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갔다.

    마기를 둘러싸 방어를 하든 공격을 하든 상관없었다.

    강현수의 검에 담긴 뱀피릭 오러가 마족들의 힘의 근원인 마기를 무차별적으로 흡수해 버렸으니까 말이다.

    강현수가 날뛰기 시작함과 동시에 전황이 반전되었다.

    마왕군이 우세하던 전세가 순식간에 뒤덮인 것이다.

    그렇지만 강현수 역시 그리 여유롭지는 않았다.

    ‘부담이 너무 커.’

    강현수는 소환수들에게 부여했던 힘을 회수했다.

    그리고 가이아 시스템이 왜 그 힘을 강현수에게 중첩하지 않고 소환수들에게 나누어 줬는지 이해했다.

    강현수의 육체는 그 정도 힘을 감당할 정도로 강인하지 못했다.

    공격을 가할 때마다 전신의 근육이 찢어지고 혈관이 터져 나갔다.

    우라노스의 힘을 받아들일 때만큼의 충격이 쉼 없이 몸을 강타했다.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최대한 빨리 이 힘을 쏟아 내는 것뿐이야.’

    강현수가 쉼 없이 검을 휘두르며 전신을 타고 흐르는 힘을 토해 냈다.

    여유가 있었다면 소환수들이 보유했던 힘 중 일부만 받아들이는 식의 기교를 부렸겠지만.

    창조의 권능을 다루는 강현수의 숙련도는 지극히 낮았고.

    그렇게 세련된 방법으로 응용할 수가 없었다.

    모든 스킬들이 폭주하듯 발동했고.

    소모된 힘만큼 약육강식 스킬과 마력흡수 스킬이 발동해 강현수의 힘을 키워 주었다.

    ‘컨트롤이 힘들어.’

    괴력, 융합, 스킬증폭, 야수화, 1초 예지 등등.

    보유한 스킬들이 알아서 발동하며 강현수에게 힘을 보태 주었다.

    ‘정리는 나중에.’

    일단은 마왕을 쓰러트리는 게 먼저였다.

    “이익! 다시 날려 버려!”

    마왕의 명령과 동시에.

    파지지직!

    강현수의 몸 주변으로 차원 게이트가 생겨났다.

    그러나.

    “두 번이나 당할 것 같냐?”

    강현수가 검을 휘두르자.

    파지지직!

    차원 게이트가 힘없이 일그러지더니.

    꽈아아앙!

    그대로 폭발과 함께 소멸해 버렸다.

    휘익!

    강현수의 검이 마왕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마왕이 손을 들어 붉은 오러를 뿜어내며 강현수의 공격을 막아 내려 했지만.

    퍼어어엉!

    커다란 폭음과 함께 마왕의 손이 통째로 터져 나갔다.

    “죽어!”

    마왕의 원독에 찬 외침과 함께 붉은 화염이 강현수의 몸을 뒤덮었다.

    그러나.

    화르르륵!

    강현수는 화염을 뚫고 다시금 마왕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콰직!

    강현수의 검이 마왕의 심장을 꿰뚫었다.

    파사사사삭!

    심장을 꿰뚫린 마왕의 몸이 바스러지며 바람결에 흩어졌다.

    “이겼어!”

    송하나가 기쁨에 찬 함성을 터트렸지만.

    강현수는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오히려 백을 보는 능력에 집중하며 마왕을 살폈다.

    ‘혼과 백이 분리되지 않아.’

    오히려 더 강하게 결합되며.

    바람결에 흩날리던 마왕의 시체 조각들이 다시금 하나로 합쳐졌다.

    사아아악!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마기가 밀려들었다.

    ‘역시.’

    회귀 전 죽음에서 부활했을 때와 마찬가지였다.

    ‘왜 죽었는데 혼과 백이 흩어지지 않은 거지?’

    부활.

    일회성 권능인지 영구적인 권능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직접 확인해 보면 그만이지.’

    강현수가 부활하는 중인 마왕에게 검을 휘둘렀다.

    콰직!

    마왕이 오른손으로 강현수의 검을 막아 냈다.

    ‘더 강해졌어.’

    회귀 전처럼 단순한 부활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회귀 전처럼 그 이유를 모르지는 않았다.

    ‘마족들의 마기를 흡수했어.’

    주변에 있던 마왕의 권속들인 마족의 몸이 흩어지며 마기로 변했고.

    그렇게 변한 마기가 마왕의 몸에 흡수되었다.

    “부하들의 목숨을 희생시켜 부활한 거냐?”

    강현수의 물음에 마왕이 얼굴을 찌푸렸다.

    “네놈은 정말 신기하구나. 그곳에서 살아 돌아온 것도 그렇고. 마기의 흐름을 정확히 읽는 것도 그렇고.”

    “나도 네가 신기해. 그리고 궁금하기도 하고.”

    “뭐?”

    “한 번이 끝일지 아니면 마족들이 전멸할 때까지 버틸지 정말 궁금하거든.”

    그 말과 함께 강현수가 다시금 마왕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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