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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의 권능 (3)

강현수가 갑작스럽게 차원 게이트로 빨려 들어가고 벌써 반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그 긴 시간 동안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은 실로 방대한 영토를 잃었다.

사클란트 제국은 온전히 마왕군의 손에 들어갔고.

그 제후국들이 로크토 제국과 남부 연합 왕국 그리고 타 차원 플레이어 연합의 지원을 받아 겨우겨우 버티고 있었지만.

함락당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애초에 전력 차이가 극심하기도 했고.

수많은 인명이 절망과 공포 속에 목숨을 잃으며.

마왕군의 전력이 실시간으로 상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수는 돌아오겠지.”

송하나가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왕군과의 전쟁에서 대활약을 펼쳐 검마왕이라는 칭호가 검마신으로 업그레이드되었지만.

그런 건 송하나에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지금 송하나에게 필요한 건 강현수의 귀환이었다.

“돌아올 거야. 정 안 오면 우리가 찾으러 가도 그만이고.”

투황의 말에 송하나가 눈을 부릅떴고.

축 처져 있던 유카의 귀가 쫑긋 솟아올랐다.

“어떻게 찾으러 가?”

“우리가 찾으러 갈 수 있나요?”

송하나와 유카의 물음에.

“마왕의 부하들이 차원 게이트를 열었잖아. 그놈들을 잡아서 다시 차원 게이트를 열게 하면 그만이야.”

투황의 말에 송하나와 유카의 눈이 반짝였다.

문제는.

“그놈들은 마왕 곁에 붙어 있는데 가능할까?”

“어차피 마왕을 쓰러트리지 못하면 아틀란티스 차원의 인류는 끝장이야. 죽거나 마족의 노예가 될 거라고.”

투황의 말에.

“그렇기는 하지.”

“그렇기는 하죠.”

송하나와 유카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마왕군은 파죽지세로 아틀란티스 차원을 점령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왕군이 지닌 저력에 비하면?

비교적 느린 속도였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점령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왕군은 인간을 단순히 살육만 하지 않았다.

인간이 뿜어내는 마이너스한 감정은 마기로 전환되고 그렇게 전환된 마기는?

마족들의 힘을 증가시켜 준다.

그렇기에 마왕군은 점령한 인간들을 사육했다.

공포와 절망 같은 마이너스한 감정을 최대치로 뽑아낼 수 있는 처참한 환경에서 말이다.

“현수는 무사하겠지?”

송하나가 조심스러운 말투로 투황에게 물었다.

“무사할 거야. 우리가 멀쩡히 활동하고 있는 게 그 증거잖아.”

투황의 말에 송하나와 유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송하나, 투황, 유카는 강현수의 휘하 지휘관이다.

강현수의 신상에 문제가 생겼다면?

이렇게 멀쩡하게 존재할 수도 없고.

강현수에게 받은 지휘관의 권한을 사용할 수도.

휘하에 배정된 소환수들을 부릴 수도 없었다.

강현수가 갑작스럽게 차원 게이트에 빨려들어 갔음에도 인류가 이렇게 저항할 수 있는 건?

전적으로 강현수의 휘하 지휘관인 플레이어들과 휘하 소환수들 덕분이었다.

최상위 플레이어들은 대다수가 강현수의 휘하 지휘관이었고.

강현수가 사라진 후에도 그들에게 내려진 버프와 소환수들에게 대한 지휘권이 소멸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인류는 나름의 저항이라는 걸 할 수 있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강현수의 소환수는 점점 소멸해 가는데.

복구는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왜?

소환수를 만들 수 있는 건 오직 강현수뿐이었으니까.

“이제는 승부를 봐야 해.”

송하나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강현수의 구출만을 위해서라면?

반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인류가 생존하느냐.

마왕군의 노예로 전락하느냐가 걸린 문제였다.

그간의 전쟁으로 아틀란티스 차원의 인류가 가진 힘은 빠르게 소모되는 중이었다.

전쟁 와중에 레벨을 올리고 성장하는 플레이어들도 많았지만.

그보다는 죽어 가는 플레이어의 숫자가 더 많았다.

“애초에 현수만 있었더라면 이렇게 밀리지 않았을 텐데.”

송하나의 말에 모두가 동의했다.

강현수가 있었다면?

이렇게 형편없이 밀릴 일도 없었고.

설사 밀리고 병력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강현수가 소환수를 늘려 가며 커버해 줄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강현수를 잃은 아틀란티스 차원의 인류는 어미를 잃을 아기 양처럼 가련한 존재에 불과했다.

“그럼 움직이자.”

투황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더 이상 인류의 전력이 깎여 나가기 전에 승부를 봐야 했다.

송하나, 투황, 유카가 움직였고.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은 결국 승부를 걸어 보기로 했다.

그간 야금야금 전력이 깎여 나가기는 했지만.

아직 아틀란티스 차원의 인류는 주력을 어느 정도 보존한 상태였다.

지금처럼 방어적으로 나간다면?

승부를 걸 여력도 남아 있지 않게 되리라.

결정적으로.

“기회는 지금밖에 없어요.”

송하나의 한마디가 모두의 마음을 움직였다.

인류는 많은 영토를 잃었다.

그러나 점령지가 늘어남에 따라 마왕군도 병력을 나눠야 했다.

그래서 마왕의 곁에 위치한 병력은?

오히려 그 숫자가 줄어들었다.

다만 시간을 더 끌면?

인간들의 마이너스한 감정을 먹고 성장한 마왕군의 전력이 너무 강해진다.

송하나의 말대로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는 사실에 모두가 동의했고.

아틀란티스 차원의 인류는 마왕을 상대할 최정예들을 모조리 끌어모아 모든 것을 건 단판 승부를 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 * *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은 정예라는 정예는 모조리 긁어모았다.

네임드 플레이어는 물론 랭커 플레이어를 포함해 최상위 레벨 플레이어까지 모조리.

그 후 차분하게 기회를 노렸다.

영토를 더 잃더라도 최적의 습격 타이밍을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중.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고.

결사대가 움직였다.

‘꼭 성공해야 해.’

송하나가 어금니를 악물었다.

이번 작전이 실패하면?

더 이상 인류에게 희망은 없었다.

강현수를 구할 기회도 사라진다.

문제가 있다면?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전력이 분산되었다고는 하지만.

마왕은 건재했고.

곁에는 고위 마계 귀족들이 득실거릴 것이다.

아틀란티스 차원의 정예를 모조리 긁어모았다고는 하지만.

과연 고위 마계 귀족들을 쓰러트리고 마왕을 쓰러트릴 수 있을까?

‘대대적인 반격이 예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시간을 오래 끌면?

지원군이 도착할 것이다.

‘어차피 방법이 없어.’

이건 인류의 모든 전력을 끌어모아 벌이는 최후의 결전이다.

결사대가 마왕을 제거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이 전투의 승패가 결정되리라.

그나마 다행이라면?

‘현수가 만들어 놓은 소환수들이 우리를 따르고 있다는 거야.’

마계 공작 출신 소환수들은 지성이 뛰어났고.

강현수를 구하기 위해 마왕과 적대하는 선택을 했다.

‘현수만 있었으면.’

이렇게 초조하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해보자.’

송하나의 결심과 함께 결사대가 조용히 움직였다.

다행히 분위기가 좋았다.

적지 않은 인원이 움직이고 있음에도 훌륭하게 마족들의 시선을 회피한 것이다.

‘저기다.’

마왕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보였다.

주변에 마족들이 우글거리기는 했지만.

‘예상보다는 적은 숫자야.’

거기다 그간 악명을 떨친 고위 마계 귀족들의 모습도 예상보다 적게 눈에 띄었다.

‘성공 가능성이 높아.’

송하나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 녀석들도 있고.’

차원 게이트를 열어 강현수를 집어삼키게 만든 마족들.

그 원수들 역시 마왕 곁에 있었다.

‘저놈들만 생포하면.’

강현수를 구할 수 있으리라.

수신호와 함께 포위망이 만들어졌고.

파지지직!

송하나가 스킬을 사용함과 동시에.

화르르륵! 콰콰콰콰!

원거리 딜러들이 일제히 공격 스킬을 발동시켰다.

휘익!

꽈아아아앙!

커다란 폭음이 터져 나왔고.

“가자!”

“마왕을 죽여라!”

“와아아아아!”

아틀란티스 차원 인류 최후의 결사대가 일제히 마왕을 목표로 달려들었다.

파강! 퍼엉!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가장 까다로운 상대는?

역시 마왕이었다.

화르르르륵!

마왕이 날리는 화염이 랭커들을 집어삼켰고.

화아아아악!

마왕이 뿜어내는 핏빛 기운이 마족들의 상처를 실시간으로 치유했다.

그러나 전황 자체는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이 유리했다.

‘이길 수 있어.’

송하나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적염제를 비롯한 강현수의 휘하 지휘관들이 최전선에서 맹렬히 전투를 치르고 있었고.

유카의 골렘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마족들의 포위망을 꿰뚫었다.

타악!

그들이 만들어 준 틈을 통해 송하나와 투황을 포함해 신의 칭호를 받은 최상위 네임드 플레이어들이 마왕을 향해 달려들었다.

“표정에 기쁨이 가득하구나.”

마왕이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송하나 일행을 보고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뭐지?’

전혀 놀란 표정이 아니었다.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어서 그런 건가?’

하나 마왕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 자리에 모인 플레이어들의 실력 또한 그에 못지않다.

최상위 네임드 플레이어가 총동원된 작전.

아무리 마왕이라고 해도 이들 모두를 감당할 수는 없다.

“그런데 미안해서 어쩌지? 알고도 당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 말이다.”

그 말과 동시에.

슈슈슉!

몸을 감추고 있던 고위 마계 귀족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무슨?’

절대 이 자리에서 있을 수 없는 이들이 나타났다.

그것도 한둘도 아니고 전부가 말이다.

“인간들은 참 나약하단 말이야.”

마왕의 중얼거림과 함께.

“커억!”

“배신이다!”

하나로 똘똘 뭉쳐 전투를 벌이던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 사이에 내분이 벌어졌다.

플레이어들 중 일부가 동료들의 뒤통수를 친 것이다.

‘배신?’

송하나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의 수뇌부는 바보가 아니다.

그렇기에 정보가 흘러 들어가거나 인류를 배신하고 마왕군에 붙을 가능성이 있는 이들을 철저하게 걸러내 작전을 실행했다.

한데 지금 인류를 배신한 이들은.

‘도대체 왜?’

절대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던 이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간 그들이 보여 준 행적과 명예를 믿었다.

한데 그게 산산조각 났다.

‘충의성.’

강직한 성격과 함께 마왕군과의 전투에서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싸웠던 인물.

그게 바로 배신자 중 하나였다.

‘카를 13세의 지시인가?’

충의성이 검을 거꾸로 잡을 일은 그것밖에 없었다.

그러나 충의성은 시작에 불과했다.

원주민 플레이어는 물론 타 차원 연합군에 속해 있던 플레이들 중에서도 배신자가 속출했다.

“저들은 인류 전체의 안위보다는 자기 자신의 안위가 중요한 모양이더라. 나한테 먼저 제안을 하더라고. 아틀란티스 차원의 관리자 역할을 맡겨 주겠다고 약속하면 충성을 맹세하겠다고 말이야.”

송하나의 표정이 힘없이 일그러졌다.

아틀란티스 차원의 인류 전체가 똘똘 뭉쳐도 성공할까 말까 한 작전이었다.

한데 배신자들이 정보를 흘려 마왕군의 최정예가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거기다 아군으로 믿었던 이들이 뒤통수를 치기까지 했으니.

‘끝장이야.’

결사대는 전멸하고.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은 마왕군과의 전쟁에서 패배하리라.

‘현수야.’

송하나는 강현수를 구할 수 없다는 사실에 더 큰 절망감을 느꼈다.

“나한테도 나쁠 게 없어서 말이야. 한 번에 정리하면 시간도 절약되고 가축의 피해도 줄어드니까. 가축은 그 수가 많은 수록 좋고. 또 우리가 직접 관리하는 것보다는 인간이 같은 인간을 관리하는 게 더 효율이 좋지 않겠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저들의 배신 때문에 강현수를 구할 기회가 영원히 날아가 버렸다.

강현수와 함께 지구로 귀환하고 싶다는 송하나의 소망이 무참히 뭉개져 버렸다.

‘죽여 버리겠어.’

송하나가 살기 어린 눈빛이 배신자들에게 향했다.

“저 녀석들을 죽이고 싶나 봐?”

마왕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인간들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모습을 보고 싶지만. 그건 효율이 너무 떨어질 것 같네.”

마왕이 씽긋 웃으며 송하나를 향해 붉은 화염을 흩뿌렸고.

퍼어어엉!

커다란 폭발과 함께 송하나와 결사대가 힘없이 밀려났다.

“제법 강하네. 정말 아쉽겠어. 저놈들만 아니었으면 정말 나를 죽일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마왕이 그 말과 함께 가볍게 손짓했고.

“인간들을 죽여라!”

“살육의 시간이다!”

마계의 고위 마족들이 일제히 송하나를 포함한 결사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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