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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2)

꽈아앙!

강현수와 마왕이 다시금 충돌했다.

‘확실히 전과는 달라.’

한 번의 죽음 후 부활한 마왕은 확실히 전보다 더 강해졌다.

‘계속 부활한다면 엄청나게 골치 아픈데.’

강현수의 몸은 현재 한계를 넘어선 충격을 견디고 있다.

소환수들에게 부여한 힘을 회수했고 보유한 스킬들이 자기 멋대로 발동하며 주변의 마력과 마기를 긁어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건 지금의 강현수로서도 알 수가 없었다.

반면 마왕은?

‘마족들이 존재하는 한 계속 부활할 거야.’

그럼 지금 해야 할 일은?

콰콰콰콰콰!

강현수가 마족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꽈아아아앙!

그와 동시에 마족들이 무더기로 죽어 나갔다.

경험치와 함께 마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멈춰!”

마왕이 강현수의 뒤를 따라오며 공격을 가했지만.

퍼엉!

강현수가 방어 스킬을 사용하며 그 공격을 막아 낸 후.

다시금 마족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크아아악!”

“살려 줘!”

마족들에게 있어서 강현수는 살아 있는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마계 고위 귀족들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그것도 강현수가 직접 노리지 않아서였을 뿐.

직접 목숨을 노리면?

서걱!

“아악!”

여지없이 목이 날아갔다.

‘내 몸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마왕을 부활시킬 수 있는 마족들을 먼저 제거하는 게 우선이었다.

‘겸사겸사 떨어진 체력, 마력, 마기, 신성도 보충하고.’

강현수가 마왕과의 정면승부를 피하고 마족들을 때려잡기 시작하자.

“이노오옴!”

마왕이 분노가 가득 섞인 노성을 터트렸다.

강현수가 무슨 이유로 마족들을 때려잡는지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마왕으로서는?

강현수를 제대로 저지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지?’

마왕이 다시금 부활한 이유는 권속인 마계 귀족들의 생명력을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마족이 계약을 통해 인간을 자신의 권속으로 삼아 육체와 영혼을 흡수하듯.

마왕은 마족들과 계약해 권속으로 삼아 육체와 영혼을 흡수한다.

문제는 마왕으로서도 모든 마족과 계약을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마왕이 계약을 통해 권속으로 부릴 수 있는 숫자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고위 마계 귀족들과 계약을 해서 권속으로 삼았고.

그렇게 고위 마계 귀족들은 하위 마계 귀족과 계약을 해서 권속으로 삼고.

하위 마계 귀족들은 일반 마족들과 계약해 권속으로 삼았다.

그 말인즉.

고위 마계 귀족들이 전멸하는 순간.

마왕은 더 이상의 부활도 불가능했고.

다른 마족들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도 상실하게 된다.

‘인간들을 죽여?’

하지만 그렇게 해 봤자 자신의 피해가 더 크다.

결정적으로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마기가 회복되지 않아.’

강현수가 온 뒤.

이 전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이너스한 감정과 수없이 죽어 나가는 마족과 플레이어들이 뿜어내는 마기와 마력이.

‘내가 아닌 저놈에게 흘러 들어가고 있다.’

즉, 마족이든 플레이어든 상관없이 누군가가 죽을수록.

마왕이 아닌 강현수의 힘만 상승한다는 뜻이었다.

‘후퇴해?’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니야. 그래 봤자 더 불리해질 뿐이야.’

강현수가 돌아온 이상.

장기전이 되면 오히려 마왕군이 더 불리해진다.

그럼 남은 방법은?

‘나도 모든 것을 걸어야겠지.’

마왕이 강현수의 손에 죽어 나갈 위기에 처한 고위 마계 귀족들의 생명력을 빨아들였다.

“커억! 마왕님!”

“도대체 왜!”

고위 마계 귀족들이 강현수의 손이 아닌 마왕의 손에 이승을 하직했다.

‘어차피 죽어서 적의 힘이 되어 줄 놈들이라면.’

자기 손으로 죽이는 게 더 나았다.

고위 마계 귀족들의 생명력을 빨아들여 얻을 수 있는 힘은?

그리 크지 않다.

또한 그리 오래가지도 않는다.

마왕은 이미 자신의 육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힘을 보유한 상태.

그릇의 크기는 정해져 있는데 물을 더 부으면?

결국 넘쳐 버린다.

단 마왕에게는 그릇의 크기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래 봐야 임시방편이지만.’

제대로 된 과정을 밟아 차근차근 그릇의 크기를 늘리는 게 아니라.

그저 진흙을 덧붙여 임시로 크기를 늘린 그릇에 물을 부어 봐야.

약간 더 버틸 뿐.

결국은 원래의 크기로 돌아가 버린다.

냉정하게 따지면?

소멸시켜 생명력을 흡수하는 것보다 살려서 수하로 부리는 게 이득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수하로 부린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변했어.’

고위 마계 귀족들의 희생?

힘의 손실?

마족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마족들은 다시 힘으로 눌러 버리면 그만이고.

꽤 오랜 시간 고위 마계 귀족의 씨가 말라 군세가 약화되겠지만.

시간을 투자해 복구하면 그만이다.

지금 중요한 건.

‘이 싸움에서 이기는 거야.’

마왕의 등에 달려 있던 네 쌍의 검은 날개가 한 장 한 장 늘어나다가.

결국에는 여덟 쌍으로 늘어났고.

이마에서도 새로운 뿔이 돋아나 뿔의 숫자가 두 개에서 세 개로 늘어났다.

승급.

갑작스럽게 유입된 힘을 소화하기 위해 육체가 변화한 것이다.

그러나.

퍼억!

변화한 육체로서도 갑작스럽게 유입된 힘을 모두 소화해 낼 수는 없었다.

그러나 망가진 신체는 순식간에 복구되었다.

‘시간이 없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이루어진 갑작스러운 승급이 서서히 육체를 갉아 먹고 있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육체가 붕괴하거나.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 버리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 전에.

‘승부를 봐야지.’

휘익!

마왕이 강현수의 뒤를 쳤다.

강현수가 막아섰지만.

꽈아아아앙!

순식간에 강현수의 몸을 보호하던 스킬들이 박살 나 버렸다.

“죽여 주마.”

마왕이 살기 어린 눈빛으로 강현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강현수도 더 이상 피하지 않았다.

죽여 버릴 고위 마계 귀족들이 다 소멸해 버렸으니.

이제는 마왕을 쓰러트려야 할 때였다.

거기다 지금 강현수는 혼자가 아니었다.

-공격.

강현수의 지시에.

그간 고위 마계 귀족들을 상대로 치열한 전투를 치르던 강현수의 휘하 지휘관들이 모여들었다.

송하나, 투황, 유카를 포함해 빙화신검같이 신의 칭호를 받은 플레이어까지.

강현수의 휘하 지휘관들이 마왕에게 달려들자.

상황을 알아차린 다른 최상위 플레이어들 역시 마왕을 공격 목표로 잡았다.

단 모두가 오지는 못했다.

일부는 배신자들을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깟 벌레 같은 놈들이 더해진다고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화르르륵!

마왕의 뿜어내는 붉은 화염이 더욱 강력해졌다.

‘단순히 날개 숫자만 두 배로 늘어난 게 아니네.’

전투력이 급상승했다.

“아아아악!”

최상위 네임드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희생자가 속출했다.

그러나 플레이어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이번 전투에서의 결과에 따라.

자신들은 물론 아틀란티스 차원 전체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꽈아앙! 꽈아앙!

온갖 공격 스킬들이 난무하는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크아아악!”

강현수의 휘하 지휘관 중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렇게 죽네.’

죽은 이는 강현수의 휘하 지휘관이자 원수였던 검존 주위천이었다.

전쟁이 끝난 후 직접 제거할 생각이었는데.

마왕과의 전투에서 알아서 전사한 것이다.

마왕은 강했다.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들과 회귀 전 인류 공적의 칭호를 가지고 있던 플레이어들까지 하나둘 목숨을 잃어 갔다.

플레이어들의 마음속에 서서히 절망의 감정이 피어올랐다.

아군의 숫자는 점점 줄어 들어가는데.

마왕은 전과 다름없이 건재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때.

사라락!

마왕의 등에 달려 있던 여덟 쌍의 날개 중 한 쌍이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마왕이 뿜어내던 마기가 줄어들었다.

“효과가 있어!”

“싸우자!”

마왕이 약해진다는 확신이 들자?

플레이어들은 더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병력 보충 역시 이루어졌다.

배신자들을 척결하는 데 성공한 플레이어들이 마왕과의 전투에 합류한 것이다.

강현수 역시 전력을 다해 마왕을 공격했다.

‘어차피 이판사판이야.’

강현수가 그간 억제하고 있던 희생의 용기 스킬을 연속적으로 발동시켰다.

순식간에 강현수의 레벨이 0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그 대신.

스텟이 더욱 증가했다.

‘육체도 오래 버티기 힘들어.’

길어 봐야 반나절이다.

‘12시간 안에 승부를 낸다.’

강현수의 육체가 견딜 수 있는 한계점이자.

희생의 용기의 발동 시간이 끝나는 때.

그 전에 승부를 보지 못하면?

‘진다.’

강현수는 승부를 걸었다.

더 이상 희생의 용기를 발동시킬 레벨도.

힘을 흡수할 소환수도.

깎아 먹을 스텟도 없었다.

마왕과 강현수를 비롯한 결사대의 전투는 치열하게 진행되었다.

“아아악!”

빙화신검이 목숨을 잃었고.

“크윽!”

권신이 오른팔을 잃었으며.

신창이 한쪽 다리를 잃었다.

그러나 의미 없는 희생은 아니었다.

플레이어들의 숫자가 줄어들수록.

마왕의 등 뒤에 달린 검은 날개 역시 한 쌍 한 쌍 줄어들고 있었다.

총 여덟 쌍으로 늘어난 날개가 다시금 네 쌍이 되는 순간.

콰직!

강현수의 검이 다시금 마왕의 심장을 꿰뚫었다.

“커억!”

마왕의 입에서 검붉은 핏물이 터져 나왔다.

“이게 끝인 것 같지?”

마왕이 눈을 번뜩이며 강현수에게 말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난 시작에 불과하다.”

“헛소리는 그만하고 그만 죽어.”

강현수가 남은 힘을 집중하자.

퍼어어엉!

마왕의 전신이 산산조각 났다.

그와 동시에.

사아아아악!

마왕이 뿜어낸 마기가 강현수의 몸으로 흡수되어 갔다.

‘뭐지?’

그런데 강현수의 몸으로 흡수된 건 마기만이 아니었다.

‘이건 창조의 권능?’

우라노스의 잔존 사념이 가진 힘을 흡수할 때 뿜어져 나왔던 것과 똑같은 권능이었다.

‘이건 티끌만큼도 안 되겠네.’

우라노스의 잔존 사념이 가지고 있던 창조의 권능도 형편없이 영락해 티끌 수준에 불과했지만.

마왕에게서 나온 창조의 권능은 그 티끌의 티끌 수준이었다.

‘그보다.’

마왕이 마지막에 한 말이 신경 쓰였다.

‘되려나?’

강현수는 그간 쌓아 온 레벨과 스텟의 대부분을 소모했다.

그렇기에 남아 있는 순수한 스텟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해 보자.’

강현수가 마왕을 대상으로 사령부 구성 스킬을 사용했다.

사아아아악!

‘아슬아슬했네.’

다행히 마왕을 소환수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현재로서는 유일한 소환수인 건가?’

기존의 소환수들은 모두 힘으로 흡수했다.

그렇기에 현재로서는 마왕이 강현수의 유일한 소환수였다.

강현수가 아까 한 말에 대한 질문을 하려는 순간.

[마왕군을 무찌르고 아틀란티스 차원을 지켜 냈습니다.]

[EX랭크 퀘스트가 클리어됩니다.]

[보상 – 지구로의 귀환이 지급됩니다.]

[지구로 귀환하면 플레이어로서의 힘은 소멸합니다.]

[보상을 수락하시겠습니까? 30초 안에 수락하지 않으면 보상은 자동으로 소멸합니다.]

[예] [아니오]

‘뭐가 이렇게 빨라?’

마왕을 쓰러트리자마자 퀘스트가 클리어되었다.

그리고 귀환을 선택하라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플레이어의 힘을 잃는다고?’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고민될 사항이었다.

한데 선택을 할 수 있는 시간이 고작 30초밖에 없었다.

‘무조건 예지.’

강현수의 선택은 무조건 지구로의 귀환이었다.

그러나.

‘플레이어의 힘을 잃는다……라.’

그간 고생해서 얻은 힘이다.

그런데 그냥 소멸시킨다고?

말 그대로 도구로 쓰고 필요가 없으니 폐기 처분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지구에서 플레이어의 힘 따위는 필요 없었다.

어차피 몬스터가 없으니 레벨 업도 불가능할 테고 말이다.

하지만.

‘도구처럼 부려지는 건 사양이야.’

강현수가 우라노스와 마왕에게서 얻은 창조의 권능을 총동원해 자신에게 주어진 플레이어의 힘을 가이아 시스템과 강제로 분리시켰다.

예를 들자면?

가이아가 원격 조정으로 강현수의 컴퓨터를 멋대로 포맷시키려고 하자.

강현수가 랜선을 뽑아 가이아 시스템의 개입을 막은 것이다.

‘주는 건 마음대로지만 뺏는 건 아니지.’

분리 작업을 마무리한 강현수가 예를 선택했다.

그 순간.

화아아악!

강한 빛무리가 강현수의 몸을 뒤덮었고.

잠시 후.

울창한 빌딩 숲과 한글 간판이 강현수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지구로 귀환했다.

‘엄마, 아빠, 누나, 형.’

가족들의 얼굴이 보고 싶어 미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현재 위치를 파악해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때.

파지지직!

빌딩 숲 사이로 차원 게이트가 열렸고.

하급 몬스터인 코볼트가 쏟아져 나왔다.

‘이게 뭐야?’

강현수는 어안이 벙벙했다.

여기는 확실히 아틀란티스 차원이 아닌 지구였다.

그런데 왜 차원 게이트가 열리고 몬스터가 쏟아져 나온다는 말인가?

더 황당한 일은?

“단 한 마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

“인명 사고 터지면 끝장이다!”

현대 사회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검과 방패 그리고 갑옷까지 차려입은 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 나와서.

차원 게이트 앞을 포위했고.

“죽여!”

차원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온 고블린들을 무참히 학살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지구가 이상해졌다.

‘혹시 잘못 온 건가?’

그러나 익숙한 빌딩 숲과 한글 간판.

스마트폰을 들고 무장한 이들과 고블린들의 전투를 촬영하는 전형적인 지구 복장의 일반인들까지.

‘분명히 지구가 맞는데.’

이상하게도 강현수의 기억 속에 있던 평화로운 지구와는.

너무 많은 게 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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