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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레벨 플레이어-151화 (151/365)
  • 광혈마녀 (2)

    강현수는 빠르게 대족장 이상 급의 오크들을 제거해 소환수로 만들었다.

    그 후 송하나와 투황을 불러들여 사정을 설명했다.

    “미래 예지를 통해 봤던 인류의 공적 플레이어 중 하나를 발견했다고?”

    “어.”

    “그럼 당장 제거해야지.”

    “하나 말이 맞아. 그런 녀석들은 힘을 키우기 전에 미리미리 그 싹을 잘라 버려야 한다고.”

    송하나와 투황이 과격한 발언을 토해 냈다.

    ‘뭐,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틀린 이야기가 아니지.’

    강현수는 그간 꾸준히 미래 예지 스킬을 사용했다.

    쓸 만한 정보는 하나도 없고 전부 다 꽝만 나왔지만.

    사실대로 말하는 대신 강현수가 알고 있는 회귀 전의 정보를 조금씩 풀었다.

    그리고 그중에.

    ‘인류의 공적들에 대한 내용도 있었지.’

    사실 인류의 공적으로 지정된 이들은 보이는 족족 제거해서 싹을 잘라 버리는 게 옳은 판단이었다.

    “잠깐만 진정해 봐. 어떤 상황이냐 하면…….”

    강현수가 광혈마녀가 보인 행동에 대해 설명했다.

    “좀 이상하기는 하네. 아직 흑화하기 전이면 포섭이 나을 수도 있지. 그런데 어떤 녀석이야?”

    투황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광혈마녀.”

    “그 지구인과 수인족의 혼혈이라는?”

    “맞아.”

    “보랏빛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고 했지?”

    “어.”

    “불길한데.”

    “뭐가 불길하다는 거야?”

    강현수의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냥 보라색 자체가 불길하다는 거야. 지구인들은 붉은색을 불길한 색이라고 생각하잖아. 그거랑 같아.”

    “일종의 미신이다?”

    “어, 우리 수인족들의 미신 같은 거야. 일반적으로 수인족 중에 보라색 털을 가진 종족이 없거든.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보라색 털을 가지고 있으면 저주를 받은 존재라고 꺼리는 인식이 있어.”

    “그런 미신이 있었단 말이지.”

    이건 강현수도 몰랐던 사실이다.

    ‘익숙하지 않은 걸 배척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지.’

    현대의 지구에도 인종차별은 존재했다.

    또 같은 인종이라도.

    ‘몸이 불편하거나, 이국적으로 생겼거나, 멜라닌 색소 부족으로 머리카락 색, 피부색, 눈동자 색이 다르다고 배척하는 경우가 허다하지.’

    아틀란티스 차원은 지구보다 차별이 훨씬 심했고.

    인권의 개념은 훨씬 낙후되어 있다.

    일본인과 수인족의 혼혈인 광혈마녀는 무란 왕국인이다.

    광혈마녀가 모국과 멀리 떨어진 타국인 프랭크 왕국에서 활동한 이유는?

    ‘차별을 피하기 위해서겠지.’

    일본인과 수인족의 혼혈인 그녀의 외모는?

    ‘인간이 봐도 이질적이고 수인족이 봐도 이질적이지.’

    이런 경우 한 집단에 소속되기 힘들다.

    ‘여기에 불길한 색이라는 미신이 있는 보라색 머리카락과 눈동자까지 가졌으니.’

    무란 왕국에 있을 때 온갖 종류의 차별을 받았을 확률이 높았다.

    ‘프랭크 왕국에서의 삶도 쉽지는 않았겠지.’

    사클란트 제국과 그 제후국에는 수인족의 수가 무척 적다.

    그러니 아마 이곳에서도 적잖이 눈칫밥을 먹었을 것이다.

    ‘거기다 광혈마녀는 고아지.’

    플레이어였던 부모가 몬스터 사냥 중 사망해서 어린 나이부터 불우한 삶을 살았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아직까지 흑화되지 않은 게 다행이지.’

    그러나 가능성은 아직도 충분히 남아 있었다.

    ‘그 가능성 자체를 제거해 주마.’

    광혈마녀가 어떤 계기로 수천만 명의 인명을 웃으면서 학살하는 광인이 되는지는 모르지만.

    ‘아직 기회가 있어.’

    그리고 강현수는 그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 * *

    저벅저벅.

    발소리가 들려오자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의 파티원들과 민간인들이 바짝 긴장했다.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익숙한 강현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강현수는 두 명의 동료를 데리고 온 상태였다.

    ‘숫자가 적다.’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는 강현수가 동료를 데리러 갔다고 했을 때 최소 여덟 명에서 많게는 열 명 정도를 예상했다.

    일반적인 파티의 구성이 9~10명 정도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이야.’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카가 저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없어졌어.’

    저 정도 소규모 인원이라면?

    당분간 함께 행동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오셨네요.”

    골렘술사 유카가 환하게 웃으며 강현수를 반겼다.

    “네, 돌아왔습니다.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죠.”

    강현수의 말에 모두가 동의했다.

    사실 국경 지대 대도시 내부에서 진행되었던 전투는 거의 막바지였다.

    그렇기에 굳이 자리를 피할 필요가 없었지만.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의 파티원들과 민간인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그렇기에.

    “최대한 멀어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오크들이 언제 튀어나올지 몰라요.”

    오크들이 득실거리는 국경 지대 대도시에서 최대한 멀어지기를 원했다.

    “알겠습니다.”

    강현수로서는?

    나쁠 게 전혀 없는 선택지였다.

    -대도시 내부를 정리한 뒤 아이템을 모두 챙기고 흩어져서 오크들을 사냥해라.

    이제 지능이 거의 온전하게 돌아온 연대장급 소환수들에게 지시를 내린 강현수가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플레이어가 아닌 민간인들도 포함되어 있었기에 이동속도가 그리 빠르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날이 완전히 저물기 전.

    30명이 넘는 인원이 머무를 만한 동굴을 찾아낼 수 있었다.

    동굴은 산 중턱에 위치해 있었고 시야도 트여 있었기에 오크들이 나타나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살았다.”

    “더 이상은 못 걷겠어.”

    플레이어가 아닌 민간인들이 쓰러지듯 동굴 바닥에 주저앉았다.

    “일단 오늘 밤은 여기서 보내야 할 것 같네요.”

    “네, 그러는 게 좋겠습니다.”

    “야밤에 돌아다니기 위험하니 여기가 좋겠습니다.”

    강현수의 말에 모두가 동의했다.

    동굴에서 묵기로 결정이 나자.

    “빨리 잘 준비하자.”

    “알았어.”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의 지시하에 파티원들이 능숙하게 야영을 준비했다.

    “우리도 잘 준비를 해야겠네.”

    강현수가 그 말과 함께 투구를 벗었다.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강현수에게 쏠렸다.

    그만큼 강현수의 정체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투구를 벗고 강현수의 얼굴이 드러나자.

    “수인족?”

    “거기다 엄청 어려 보이잖아?”

    모두가 적잖이 놀랐다.

    특히.

    방금 전까지 생글생글 웃으며 잘 준비를 하던 골렘술사 유카의 얼굴은 유령이라도 본 것처럼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뭐야? 수인족이었어? 그럼 끝났네.’

    반면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골렘술사 유카를 빼앗길 확률이 제로가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뒤이어 강현수의 일행도 투구를 벗었고.

    “또 수인족이네.”

    “그러게. 그래도 한 명은 수인족이 아니네.”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의 파티원들과 민간인들이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리며 마저 잘 준비를 했다.

    저벅저벅.

    그때 강현수가 골렘술사 유카에게 다가갔다.

    “따로 말씀드릴 게 있는데 잠시 시간을 좀 내주실 수 있을까요?”

    강현수의 물음에.

    “그, 그게…….”

    골렘술사 유카가 적잖이 당황한 표정으로 머뭇거렸다.

    이에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싫어하는 게 보이지 않냐며 대신 거절할 생각이었는데.

    “그럴게요.”

    골렘술사 유카가 덜컥 허락을 해 버렸다.

    ‘뭐야? 왜 저래?’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는 살짝 놀랐지만.

    ‘뭐, 그럴 수도 있지. 상대가 네임드 플레이어로 추정되는 인물이기도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 버렸다.

    수인족을 증오하는 골렘술사 유카가.

    수인족의 꼬임에 넘어갈 리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강현수와 골렘술사 유카가 잠시 동굴 밖으로 나왔다.

    “수인족이셨네요?”

    골렘술사가 유카가 배신당한 표정으로 강현수에게 말했다.

    “아닌데요, 전 인간인데요?”

    “네? 그게 무슨?”

    골렘술사 유카가 그게 무슨 헛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겉모습이 이런 건 야수화 스킬을 사용해서 그런 것뿐입니다.”

    강현수의 말에 골렘술사 유카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개소리하지 말라고 했겠지만.

    마리오네트 스킬의 영향으로 강현수에게 적잖은 신뢰와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차마 앞에다 대고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보다 실력이 뛰어나시던데, 제 파티에 합류하시지 않겠어요?”

    “지금 저한테 스카우트 제의를 하시는 건가요?”

    골렘술사 유카의 물음에 강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인족이시면 제가 불길한 존재라는 건 아실 텐데요?”

    “전 수인족이 아니라니까요. 그리고 그런 미신 따위는 저는 물론이고 제 동료도 일절 믿지 않습니다.”

    “진짜요?”

    “네, 진짜요.”

    “제 모습이 이상하게 보이시지는 않나요?”

    골렘술사 유카는 인간과 수인족의 혼혈이기에 인간도 아니고 수인족도 아닌 애매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수인족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원래 수인족이 저렇게 생겼나 보다 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수인족이거나 수인족 지인이 있는 사람이라면?

    단번에 골렘술사 유카가 인간과 수인족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전혀요. 오히려 더 특별하고 아름다워 보이는데요.”

    “그, 그런가요.”

    강현수의 칭찬에 골렘술사 유카의 얼굴이 붉어졌다.

    “당장 결정하시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헤어지기 전까지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강현수가 그 말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미신 따위는 믿지 않아. 더 특별하고 아름다워. 미신 따위는 믿지 않아. 더 특별하고 아름다워…….”

    골렘술사 유카는 한참 동안 강현수가 했던 말을 되뇌었다.

    * * *

    다음 날 아침.

    강현수 일행, 하야토 파티, 민간인들은 안전한 곳을 찾아 떠났다.

    그러나 어디를 가나 오크 무리가 튀어나왔기에 적잖은 고생을 해야 했다.

    이는 강현수가 의도한 현상이었다.

    ‘경험치가 계속 올라가네.’

    [마족 오크 전사를 다수 쓰러트리는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마족 살해자 B랭크가 A랭크로 성장합니다.]

    [마족 오크 전사를 다수 쓰러트리는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마족 학살자 F랭크가 E랭크로 성장합니다.]

    업적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이게 다.

    송하나와 투황을 포함한 연대장급 소환수들이 근처에 있는 오크들을 엄청난 속도로 쓸어버리고 있는 덕분이었다.

    ‘잘하고 있나 보네.’

    강현수가 동료라고 데리고 온 두 명의 플레이어는 송하나와 투황의 외형을 하고 있었지만.

    진짜 송하나와 투황이 아닌 두 사람의 외형을 흉내 낸 도플갱어였다.

    진짜 송하나와 투황을 데리고 왔다면?

    ‘두 사람이 광렙을 할 기회를 놓쳤겠지.’

    강현수는 소환수들 덕분에 직접 사냥을 하지 않아도 무지막지한 속도로 레벨이 올라갔지만.

    송하나와 투황은 직접 사냥을 해야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강현수는 그간 계속해서 광혈마녀 유카와 접촉했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친분을 쌓아 갔다.

    마리오네트 스킬의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처음에는 효과가 너무 미약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엄청나게 무서운 스킬이야.’

    왜 그런 경우가 있지 않은가?

    처음 만났는데 마음이 너무 잘 맞고 믿음이 가는 사람.

    며칠이라는 짧은 시간을 함께 어울렸을 뿐인데, 십년지기처럼 느껴지는 사람.

    그런 감정을 상대가 자신에게 갖게끔 유도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힘이었다.

    ‘초조해하는 게 눈에 보이네.’

    강현수와 광혈마녀 유카의 사이가 가까워지자.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가 엄청나게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그간 저놈이 광혈마녀 유카의 버팀목이었어.’

    강현수는 광혈마녀 유카와 대화를 나누며 그녀에 대한 많은 정보들을 알아냈다.

    그 결과 몇 가지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광혈마녀 유카는 애정결핍증과 착한 아이 증후군을 앓고 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봤다.

    또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각인되기를 원했다.

    ‘정확히는 모두에게 사랑받기를 원하는 거지.’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의 말에 쉽게 휘둘리는 경향을 보였다.

    좋게 말하면 사람이 좋은 거고.

    ‘나쁘게 말하면 줏대가 없는 거지.’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는 대상이 바로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였다.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는 무란 왕국에서부터 광혈마녀 유카와 함께한 동료였다.

    그러나.

    ‘재능이 없지.’

    완전 밑바닥인 건 아니었다.

    어찌 되었든 수많은 벽을 돌파하고 700레벨을 찍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끝이야.’

    전투 센스, 스킬 랭크, 직업, 고유 스킬.

    그 모든 게 흔하디흔한 고레벨 플레이어 수준이었다.

    ‘애초에 저런 놈이 벽을 깨고 700레벨에 도달한 것 자체도 광혈마녀 유카의 도움 덕분이지.’

    나쁘게 말하자면?

    ‘거머리처럼 광혈마녀 유카의 피를 빨아먹고 성장한 거지.’

    마치 호구 하나를 잘 문 타짜처럼 말이다.

    거기다.

    ‘전형적인 소인배야.’

    강현수와 광혈마녀 유카의 친분이 두터워질수록.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가 광혈마녀 유카에게 화를 내는 횟수가 늘어났다.

    또 계속해서 과거를 들춰내며 광혈마녀 유카의 자존감을 떨어트렸고.

    ‘마지막은 항상 이게 다 너를 위한 거라는 말로 마무리하지.’

    전형적인 ‘가스라이팅’이었다.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는 광혈마녀 유카의 마지막 버팀목임과 동시에.

    광혈마녀 유카를 정신적으로 병들게 하는 악성종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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