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80화 (80/365)
  • 필사의 거래

    하늘로 솟구쳐 오른 플레이어의 숫자는 모두 합쳐 109명.

    근위 기사단과 네임드 플레이어 그리고 랭커까지 모두 합친 숫자였다.

    여기에 강현수의 소환수들까지 합류하니 총 126명이나 되었다.

    ‘이기는 건 힘들 것 같은데?’

    강현수는 회귀 전 마룡 카라스 레이드에 참여한 적이 없었다.

    테라 왕국에서도 정예병을 뽑아 지원군을 보내기는 했지만.

    ‘거기에 포함되기에는 내 레벨이 너무 낮았지.’

    그렇기에 강현수가 알고 있는 마룡 카라스와 용종 몬스터 군단에 대한 정보는 모두 타인에게서 전해 들은 것이었다.

    ‘로크토 제국과 그 제후국들이 모두 힘을 합친 끝에 겨우 진압했지.’

    강현수가 미리 그 수를 절반 가까이 줄여 놓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무란 왕국의 힘만으로 마룡 카라스를 제거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도 최대한 시간을 벌 수는 있겠지.’

    그럼 상황을 파악한 로크토 제국과 그 제후국들의 지원이 도착할 것이다.

    ‘버티기만 하면 된다.’

    마룡 카라스의 극도로 몸을 사리는 성격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우르르릉!

    도왕의 몸이 칙칙한 회색빛 구름에 휩싸였고.

    다른 플레이어들과 소환수들 역시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마룡 카라스에게 달려들었다.

    -건방진 인간들.

    그때 마룡 카라스가 입을 열었다.

    -고작 네깟 놈들이 나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마룡 카라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파지지직! 화르르륵! 휘이이잉!

    족히 수십 개는 넘는 원거리 공격 스킬들이 동시에 발현되며.

    플레이어들과 소환수들을 향해 날아갔다.

    꽈아앙! 꽈아앙!

    플레이어와 소환수 들은 마룡 카라스의 공격을 막기도 하고 피하기도 하며 접근해 나갔다.

    하지만 쉽게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과연 마룡.’

    공격 스킬의 위력이 원거리 딜러인 네임드 플레이어 뺨칠 정도로 강력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하압!”

    원거리 공격을 뚫고 간신히 접근한 랭커 하나가 창을 찔러 넣었지만.

    파강!

    비늘을 뒤덮고 있는 칠흑빛 오러에 막혀 제대로 된 유효타를 주지 못했다.

    그 랭커는 마력을 집중해 다시금 공격을 가하려고 했지만.

    우직!

    마룡 카라스의 앞발에 잡혀 그대로 생을 마감했다.

    ‘원거리 딜러이자 근접 딜러이며 탱커라 이건가.’

    아마 힐 스킬도 익히고 있을 게 확실했다.

    일반적인 몬스터와 그 격을 달리하는 괴수.

    살아 움직이는 재앙.

    그게 바로 마룡 카라스였다.

    플레이어들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강현수의 소환수도 순식간에 다섯이 소멸했다.

    ‘이대로면 순식간에 무너지겠어.’

    문제는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들이 마룡을 상대하기 위해 몰려가면서 대도시 바란을 지키던 병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마룡 카라스의 브레스에 박살 난 성문으로 몰려드는 용종 몬스터들을 막기 위해 엄청난 숫자의 병력이 실시간으로 소모되고 있었다.

    ‘양쪽 다 난리네.’

    문제는 어느 한쪽이라도 뚫리면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점이었다.

    ‘예정보다는 조금 이르지만, 어쩔 수 없지.’

    강현수가 후방에 용종 몬스터들만 몰려 있는 공간을 향해.

    ‘연대 소환.’

    용종 몬스터로 구성된 소환수들을 소환했다.

    사아아악!

    쿠우우웅!

    드라칸과 드래고니안을 필두로 드레이크와 바실리스크 같은 최상위 용종과 상위 용종으로만 구성된 소환수 1,900여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콰콰콰콰콰!

    소환수들이 브레스를 내뿜으며 주변에 있는 상중하위 용종들을 쓸어버렸다.

    크아아앙!

    드레이크가 커다란 입을 벌려 중하위 용종들을 물어뜯고 꼬리로 쓸어버렸으며.

    콰콰콰콰콰!

    바실리스크가 석화 브레스를 연속적으로 토해 내며 중하위 용종들을 돌덩이로 만들어 버렸다.

    키이이익!

    상황이 이렇게 되자 마룡 카라스의 지배를 받는 용종 몬스터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중하위 용종들이 벌 떼처럼 달라붙었고 전방에 집중되어 있던 상위 용종 중 일부가 방향을 틀어 강현수의 소환수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강현수의 소환수들이 제대로 어그로를 끈 것이다.

    하지만 인간들의 눈에는.

    “저놈들, 왜 자기들끼리 싸우는 거야?”

    “그러게.”

    “근데 저놈들은 뭔가 때깔이 좀 다른데?”

    “특이 개체겠지. 그래 봤자 용종 몬스터잖아.”

    용종 몬스터들이 자기들끼리 싸우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마룡 카라스의 눈에는 다르게 보였다.

    ‘저놈들은.’

    자신을 공격했던 용종 몬스터들이 확실했다.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니야. 그렇다고 언데드도 아니다. 그저 순수한 마력으로 이루어진 존재다.’

    마룡 카라스는 강현수가 부리는 소환수의 본질을 단숨에 꿰뚫어 봤다.

    도대체 어떻게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저놈들이.

    ‘내 권속들을 마력으로 재탄생시켰다.’

    도대체 어떤 스킬을 가지고 있기에 그럴 수 있는지 궁금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탐이 났다.

    저 스킬이 있다면?

    ‘소모된 권속들을 보충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강한 인간들을 죽여 자신의 권속으로 삼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을 공격하는 인간들 중에도 저놈들과 동일하게 순수한 마력으로 이루어진 존재가 있었다.

    -네놈이구나.

    저놈들을 잡아 분석해 보면?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마룡 카라스가 가장 강력한 마력을 가진 소환수 도왕을 향해 달려들었다.

    꽈아앙! 꽈아앙! 꽈아앙!

    도왕은 사력을 다해 도망치며 반격을 가했다.

    그러자 마룡 카라스는 다른 소환수들을 노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의외로 전투가 손쉬워졌다.

    가장 강한 플레이어인 무란의 수호성 칼무스 공작의 운신이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다크 나이트 정체는 모르겠지만 정말 큰 도움이 되는군.’

    칼무스 공작은 마룡 카라스를 공격하는 와중에도 전장의 상황을 계속해서 살펴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갑작스럽게 벌어진 용종 몬스터들끼리의 전투도 실시간으로 목격했다.

    ‘다크 나이트가 한 짓이 확실하다.’

    용종 몬스터들끼리의 전투가 벌어진 직후 마룡이 다크 나이트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이를 향해 말을 걸고 집중 공격을 했다.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어디 있겠는가?

    ‘전투가 아군의 승리로 끝난다면 꼭 포섭해야 한다.’

    몬스터들끼리 전투를 일으키는 스킬.

    미래를 보는 스킬.

    다수의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플레이어 보유.

    다크 나이트를 무란 왕국으로 끌어들인다면?

    무란 왕국의 국력이 단숨에 몇 배는 상승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 전투에서 승리한 후에나 할 수 있는 생각이다.’

    변수를 만들어야 했다.

    전투가 지금처럼 진행된다면?

    자신들은 하나둘 마룡의 손에 죽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마룡을 막던 자신들이 무너지면?

    더 이상 마룡과 용종 몬스터 군단의 진군을 막을 수가 없다.

    ‘그럼 대도시 바란을 시작으로 무란 왕국 전역이 살아 있는 지옥으로 변하겠지.’

    칼무스 공작은 절대 그 꼴을 볼 생각이 없었다.

    설사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필사의 거래.’

    칼무스 공작이 습득 이후 단 한 번도 발동시킨 적 없던 EX랭크 스킬 필사의 거래를 발동시켰다.

    그 순간.

    우득! 우득!

    전신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콰콰콰콰콰!

    방금 전과는 격이 다른 폭발적인 마력이 터져 나왔다.

    -이게 무슨?

    도왕을 잡기 위해 집중하고 있던 마룡 카라스가 강력한 마력에 화들짝 놀라 칼무스 공작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좌아악!

    칼무스 공작의 날카로운 손톱이 마룡 카라스의 단단한 칠흑빛 비늘을 두부처럼 파고들었다.

    -캬아아아앙!

    전투 시작 이후 첫 부상을 당한 마룡 카라스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꽈아아앙! 꽈아아앙! 꽈아아앙!

    푸른 오러에 휩싸인 칼무스 공작의 맹공이 마룡 카라스를 향해 쏟아졌다.

    -이 하찮은 반인반수 따위가!

    마룡 카라스가 분노 어린 노성을 토해 내며 반격에 나섰다.

    푸른빛 오러에 휩싸인 칼무스 공작과 칠흑빛 오러에 휩싸인 마룡 카라스가 서로를 향해 난타전을 벌였다.

    “칼무스 공작 각하께서 기회를 만들어 주셨다! 총공격!”

    그때 부카쿠 백작의 총공격 명령이 떨어졌고.

    그동안에는 마룡 카라스에게 접근조차 하지 못했던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들이 맹공을 퍼부었다.

    칼무스 공작의 활약으로 순식간에 전황이 반전되었다.

    -이 건방진 놈들!

    마룡 카라스가 악을 쓰며 반격했지만.

    전황을 뒤집기는 힘들었다.

    사실 이런 상황이 펼쳐지면 드라칸과 드래고니안으로 이루어진 최상위 용종들이 마룡 카라스를 서포트해 줘야 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이미 강현수의 손에 죽어 소환수가 되었고.

    살아남은 다섯 마리의 드라칸과 드래고니안은 강현수의 소환수들에게 발이 묶여 몸을 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크윽!

    마룡 카라스는 결국 도주를 선택했다.

    문제가 있다면.

    콰콰콰콰콰!

    브레스를 뿜어내고 공격 스킬과 오러를 미친 듯이 난사해도.

    날파리 떼처럼 달라붙는 플레이어들을 떼어 낼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저놈만 없었어도.’

    칼무스 공작.

    가장 강한 날파리이기는 했지만.

    결국 날파리는 날파리.

    감히 자신을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는 존재였다.

    한데 갑자기 급격히 강해졌다.

    ‘역시 섣불리 나서는 게 아니었어.’

    마룡 카라스는 괜히 나섰다는 생각과 함께 필사적으로 저항하며 몸을 빼려 했지만.

    도저히 틈이 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날파리를 떼어 낼 수 없다면?

    날파리들이 스스로 떨어지게 만들어야 했다.

    -앞만 보고 돌격해라.

    마룡 카라스가 용종 몬스터들에게 돌격 명령을 내렸다.

    그 순간 강현수의 소환수들과 싸우던 용종 몬스터들이 모두 대도시 바란을 향해 몰려들었다.

    강현수의 소환수들이 물어뜯든 브레스를 뿜든 상관하지 않았다.

    용종 몬스터들이 물밀듯이 대도시 바란을 향해 몰려들자.

    부서진 성문을 힘겹게 지키고 있던 병력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 * *

    ‘살았으면 했는데.’

    강현수가 푸른빛 오러에 휩싸여 마룡 카라스를 상대로 맹공을 펼치는 칼무스 공작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회귀 전 무란 왕국이 타국의 지원군이 오기 전에 멸망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칼무스 공작 덕분이었지.’

    칼무스 공작이 마룡 카라스를 막아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칼무스 공작이 마룡 카라스를 막아설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의 EX랭크 스킬 덕분이었다.

    ‘필사의 거래.’

    모든 스텟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심지어 보유한 스킬의 랭크까지 상승시켜 주는 최고의 버프 스킬.

    그러나 필사의 거래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그 단점이 없었다면?

    무조건 레플리카 스킬로 복사해서 써먹었을 것이다.

    ‘스킬 이름에 그 답이 있지.’

    필사.

    발동하면 무조건 죽을 수밖에 없는 스킬.

    필사의 거래는 스킬 발동자의 생명력을 소모해 3일 동안 스텟과 스킬 랭크를 상승시킨다.

    그리고 3일이 지나면.

    ‘죽는다.’

    칼무스 공작은 회귀 전에도 필사의 거래 스킬을 발동시켜 마룡 카라스를 막아 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망설임 없이 필사의 거래를 발동시켜 마룡 카라스를 막고 있었다.

    ‘살리지 못했어.’

    무란 왕국에 경고를 했다.

    차원 게이트를 지키고 용종 몬스터의 절반을 도륙했다.

    소환수를 총동원해 용종 몬스터 군단의 진군을 막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무스 공작의 희생 없이 용종 몬스터 군단을 막아 내지 못했다.’

    그간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멀었어.’

    마왕도 아니고, 귀족이라고는 하나 고작 남작의 위를 가진 마룡에게 고전하고 있다.

    ‘시간은 많다.’

    이제 겨우 2년이 지났을 뿐.

    마왕이 차원 게이트를 넘기까지는 아직도 30년에 가까운 시간이 남아 있었다.

    ‘일단 저것부터 틀어막아야겠어.’

    강현수가 무너진 성문을 통해 물밀듯이 밀려오는 용종 군단을 향해.

    타악!

    뛰어내렸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