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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마법사의 환생-471화 (471/522)

2부. 71화

화화화화!!

활화산이 분노하듯 헨리로부터 뿜어진 열풍은 리티와 하문을 순식간에 저 멀리 밀쳐냈다.

클레버는 멀쩡했다.

헨리가 그렇게 했으니까.

클레버는 그런 헨리의 무력을 멍한 눈으로 쳐다봤다.

“주, 주인님?”

“놀라긴. 기억을 봤으니 알 것 아니냐.”

“그, 그렇긴 한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다.

그래서 놀란 것이겠지.

헨리가 물었다.

“저들을 죽이면 난 혁명군과 완전히 척지게 되는 건가?”

“주인님뿐만이 아니라 저도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

헨리가 인벤토리에서 화산검을 꺼내 들며 물었다.

“그래서, 두려우냐?”

그 물음에 클레버는 순간 헨리와 함께했던 과거의 기억들을 주마등처럼 떠올렸다. 그렇기에 헨리만큼이나 가벼이 대답할 수 있었다.

“설마요.”

“그럼 됐다.”

그 순간.

열풍에 밀려났던 두 사람이 헨리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덤벼들었다.

카앙!!

헨리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검을 들어 올리는 것만으로 리티와 하문의 무기들을 받아 냈다.

세 사람의 거리가 코앞까지 좁혀졌을 때 리티가 도마뱀 특유의 노란 눈동자를 번들거리며 이빨을 드러냈다.

“너, 뭐야? 뭐 하는 놈이야?”

“말했잖느냐, 저 녀석의 주인이라고.”

“아까부터 헛소릴!”

캉!

리티가 헨리의 검을 밀어내고 그 찰나의 빈틈에 하문이 무기를 쑤셔 넣는다.

그게 계획이었다.

하지만 하문의 검은 헨리에게 닿지 못했다.

[ <여왕의 눈>이 발동됩니다. ]

[ <여왕의 눈>으로부터 <석화> 효과가 발생합니다. ]

헨리와 눈이 맞은 하문의 몸이 그대로 석화돼 돌이 되었기 때문.

“하문!”

놀란 리티가 다급히 하문의 이름을 외쳤으나.

[ <여왕의 눈>이 발동됩니다. ]

[ <여왕의 눈>으로부터 <석화> 효과가 발생합니다. ]

리티라고 딱히 다른 건 아니었다.

둘 다 석상으로 만든 헨리는 검을 거두어 인벤토리에 넣었다.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클레버는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속으로 감탄했다.

기억을 전달받아 헨리가 얼마만큼의 무력을 갖추었는지 대략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으니까.

검을 집어넣은 헨리가 클레버에게 물었다.

“클레버야.”

“예, 주인님.”

“혹시 중층에 사는 거인들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느냐?”

“알고는 있습니다만, 바로 만나 보실 생각이십니까?”

“바로는 아니고.”

“알고는 있습니다.”

“그럼 됐다. 그전에 우선 혁명군인지 뭔지 하는 놈들이 있는 곳으로 날 안내하거라. 귀한 손님들을 만나러 가는데 떨거지들을 줄줄이 달고 갈 순 없지 않느냐.”

마치 손님이 올 테니 방 청소라도 해야겠다는 뉘앙스의 말에 좀 황당했다.

하지만 그래서 웃음이 났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 보는 든든함.

마치 부모의 품에서 보호받는 느낌을 받았다.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근데 여기선 거리가 좀 됩니다.”

“상관없다. 길만 안내하거라.”

“네!”

오랜 친구를 만나 드라이브를 하듯, 두 사람은 기분 좋게 바람을 가르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

“해주 가능성은?”

“그게…….”

얼마 뒤.

석상이 된 리티와 하문 앞에 낯선 이들이 나타났다.

돌아오지 않는 두 사람을 이상하게 여겨 새로이 파견된 상급 추적조였다.

석상이 된 리티와 하문을 발견한 이들은 서둘러 두 사람의 해주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쉽지가 않았다.

멤버가 가진 리커버리 스킬보다 헨리의 저주 레벨이 더 높은 탓이었다.

치료사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솔직히 확신 못하겠어. 저주의 주인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레벨이 엄청 나.”

“그래?”

치료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에 추적조 조장, 른은 창을 빼 들었다.

그런 다음.

쾅! 쾅!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리티와 하문을 깨부쉈다.

그 행동에 놀라는 이는 없었다.

른이 말했다.

“리티와 하문은 클레버에 의해 죽었고 이제부터 클레버는 공식적으로 우리의 적이다.”

반대하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당연하다는 태도를 취했다.

그때 치료사가 말했다.

“근데 뭔가 이상해. 클레버 혼자 이런 일을 벌였을 거라는 생각이 안 들어. 그도 그럴 게 클레버의 레벨은 모두가 아는 수준이잖아?”

그 말에 모두가 눈을 좁혔다.

“조력자라도 있다는 건가?”

“그럴 확률이 높겠지. 그런 의미에서 내 생각엔 조력자의 정체는 아마 클레버가 계속해서 언급하던 그자일 것 같은데.”

“이름이 뭐라고 했지? 자신이 모시는 주인 같은 존재라고 했었는데.”

“헨리 모리스.”

“그래. 헨리 모리스라고 했지. 설마 그자가 중층으로 온 건가?”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

“흠, 그렇담 병력을 좀 더 충원해야겠군. 저주 레벨을 미루어 보건데 어쩌면 중층 내에서도 손에 꼽힐 강자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

“하지만 일단 대화 정도는 해 봐야 되지 않을까? 클레버의 말대로 그자가 정말로 강자가 되어 입층한 거라면 천년전쟁을 위해서라도 회유해야 되잖아.”

“옳은 의견이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화가 통한다는 가정 하지. 피르, 클레버의 위치는?”

피르는 일행 중 레인저 포지션을 맡은 멤버였는데 리더의 물음에 피르가 모두에게 미니맵 하나를 띄워 보이며 말했다.

“위치는 잡혀. 근데…….”

“근데?”

피르의 손가락이 미니맵 저 멀리 녹색점으로 표시된 곳을 가리킨다.

그곳은 혁명군 건물을 뜻하는 표시였다.

피르가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이놈들 본부로 가고 있는데? 그것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순간 일행 사이에 침묵이 앉았고.

“보, 본부로 돌아간다! 지금 즉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이들은 황급히 귀환 준비를 시작했다.

*

고속비행 마법.

두 사람의 이동수단이었다.

그런데 염기를 깨우친 이후, 무슨 이유에선지 헨리의 마법이 한층 더 강화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윽고 혁명군 본부 중에서도 본청 건물이라 일컬어지는 ‘저디스원’을 두 사람은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저디스원은 마치 성처럼 뾰족한 지붕을 갖고 있었는데 그 끝에는 그들의 상징과도 같은 혁명기가 자랑스레 펄럭이고 있었다.

헨리가 물었다.

“저게 뭐지?”

“혁명기라고, 혁명군의 상징과도 같은 것입니다.”

“상징이라, 인사치레로는 딱이겠군.”

헨리는 혁명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런 다음 손앞에 거대한 화염구 하나를 만들어 빚었다.

[ <업화>가 발동됩니다. ]

화륵!

업화는 서리풍처럼 시스템적인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염왕자 특성을 얻은 이후 처음 사용한 업화에서 헨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해진 지옥불꽃의 화력을 느낄 수 있었다.

헨리의 화염구를 본 클레버가 물었다.

“강력한 에테르 반응이 느껴지는군요. 새로 익힌 스킬이십니까?”

“업화라는 스킬이다. 베이스 스킬이지.”

“예? 베이스 스킬을 이런 식으로 활용하신다구요?”

“그럼 안 되나?”

“안 되는 게 아니라 너무 잘 다루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마법인 줄 알았어요.”

“그래?”

이게 이렇게 놀랄 일이었다니.

헨리는 손앞에 생성된 화염구를 얼마간 바라본 끝에 이것의 이름을 업화옥이라 명명키로 했다.

헨리는 소환환 업화옥을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혁명기를 향해 쏘아 보냈다.

콰아앙!!

빚어진 건 단순한 화염의 응집체였으나 살의를 담아 던져졌을 땐 어마무시한 수준의 화력을 가진 폭탄이 되었다.

염기를 둘렀기에 업화옥의 파괴력은 이전과 비교할 바가 못 되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지구처럼 소방벨이 울린 건 아니었지만 본사 건물이, 그것도 저스디원이 공격당했으니 건물 안에 있던 혁명군 멤버들이 개미떼처럼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는 클레버를 알아보는 이들도 있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하늘을 봐!”

“저건…….”

“클레버?! 옆에는 누구야?”

헨리는 몰랐지만 클레버는 알았기에 그들은 쉽사리 공격하지 않았다.

헨리는 벌떼처럼 몰려든 그들을 향해 스킬 하나를 발동시켰다.

[ <여왕의 눈>이 발동됩니다. ]

[ <여왕의 눈>으로부터 <관조> 효과가 발생합니다. ]

관조 효과가 발생하자 헨리의 눈이 형형하게 빛나며 벌떼처럼 모인 멤버들의 수준을 낱낱이 보여 주었다.

굳이 관조를 쓰지 않아도 저들의 수준은 뿜어지는 기운으로 유추가 됐지만 그래도 확실히 하고 싶었다.

모름지기 고수는 하수들 사이에 숨어 있는 법이니까.

허나 처음에 느꼈던 감대로 저 중에 경계해야 될 자는 딱히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당당하게 지상에 착지해 그들 앞에 섰다.

그들 앞에 선 뒤 헨리가 클레버에게 물었다.

“혁명군의 수장이 누구지?”

“레반이라는 자입니다.”

레반.

헨리가 고개를 돌려 자신들을 경계하는 혁명군 단원들에게 말했다.

“레반이란 자를 만나고 싶다.”

“뭐?”

“이 미친놈이, 그분이 누군 줄 알고 감히 네깟 놈이 만나!”

“클레버! 그 옆에 있는 자는 누구고, 넌 왜 거기 있는 거냐!”

“설마 붙잡힌 거냐!”

역시.

늘 그래 왔듯 곱게 요구에 응해 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헨리가 물었다.

“클레버.”

“예, 주인님.”

“그 혁명군이란 거, 계속할 테냐?”

“주인님께서 오셨는데 제가 감히 어디에 소속되겠습니까.”

“그럼 됐다.”

빠른 손절.

덕분에 마음 놓고 날뛸 수 있게 됐다.

헨리가 인벤토리에서 화산검을 꺼내들었다.

그런 다음 검을 치켜들자 헨리의 머리 위로 꽤 많은 양의 업화옥들이 생성됐고 칼날에도 불길이 치솟았다.

그 모습을 본 혁명단원들의 눈이 보름달처럼 커졌다.

“어어어!”

“바, 방어! 방어 준비!”

“모두 피해!”

그 말들과 함께 헨리는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혁명군 본부 중앙에서 때 아닌 난동이 일어났다.

쾅! 쾅! 쾅!

헨리는 기계처럼 불을 뿜었다.

허나 그 행위가 혁명군을 이끄는 레반이란 자를 불러내기 위함이라기 보단 그동안 자신이 없을 때 홀로 고통받고 있었을 클레버를 대신한 화풀이에 가까웠다.

그래서 기계처럼 불을 뿜되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았다.

헨리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없었다.

이따금씩 조무래기들 중에서도 그나마 레벨이 높아 보이는 녀석이 나타났지만 모두들 헨리의 지옥불에 얼마 못 가 쓰러져 버둥거렸다.

그 과정에서 헨리는 재밌는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 타인의 에테르를 불태웁니다. ]

[ <염기>가 1 상승합니다. ]

바로 염기 스탯이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것.

상승 횟수가 간헐적이긴 했으나 비스들을 태울 때는 반응 없던 것들이 플레이어들을 태우니 그 반응이 몹시 두드러졌다.

‘이런 식으로 강해지는 거였나.’

다짜고짜 모든 스탯들을 지워 없애 버려 염기는 또 어떻게 수집해야 하나 고민이었다.

그런데 이렇게나 쉬운 방법이 있을 줄이야.

이제는 화풀이 외에도 다른 이유가 생겼으니 더더욱 저들을 봐줄 이유가 없었다.

헨리는 근처에 보이는 커다란 건물에 또다시 업화옥을 던졌다.

그 순간.

휘룹!

누군가 나타나 헨리의 업화옥을 회오리바람으로 일그러뜨려 순식간에 와해시켰다.

헨리는 그를 잠시 쳐다본 끝에 씩 웃으며 물었다.

“넌 누구지?”

“이곳의 주인이다. 넌 누구냐?”

“아, 그럼 네가 그 레반이란 작자겠군.”

범상찮은 기운.

헨리는 그가 레반임을 알면서도 물었다. 헨리의 너스레에 레반이 인상을 찌푸렸다.

“대화 할 가치가 없는 놈이군.”

모두를 이끄는 자리에 있으면 때로는 실리보다 체면을 더 중요시 여겨야 할 때가 있다.

머리의 체면이 구겨지면 꼬리들은 더 이상 머리를 따르지 못하게 돼 있으니까.

레반이 공중으로 천천히 떠올랐다.

동시에 폭풍의 신이라도 된 것처럼 사위에 거대한 돌개바람을 형성하며 심상찮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헨리는 눈을 감고 산책이라도 나온 사람처럼 그 바람을 즐겼다.

“산들바람 같구나.”

“뭐?”

화아악!

대답 대신 헨리는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엄청난 크기의 화염이 레반을 덮쳤고.

[ 타인의 에테르를 불태웁니다. ]

[ <염기>가 1 상승합니다. ]

[ 타인의 에테르를 불태웁니다. ]

[ <염기>가 1 상승합니다. ]

[ 타인의 에테르를 불태웁니다. ]

[ <염기>가 1 상승합니다. ]

……

반가운 메세지들이 눈앞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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