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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마법사의 환생-418화 (418/522)

2부. 18화

환한 빛무리가 헨리의 시야를 감싸 안자 이윽고 주변은 티 테이블이 아닌 퀴퀴한 밀림지대로 그 모습을 바꾸었다.

[ <부패한 늪지대>에 입장하셨습니다. ]

아카이브의 안내를 본 헨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이 스테이지군.’

헨리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이곳의 이름은 부패한 늪지대로 어비스에 존재하는 수많은 스테이지 중에 하나였다.

등급은 최하층.

우중충한 하늘을 본 헨리가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가우스를 포기했다면 가우스도 이런 꼴이 됐을 테지.’

스테이지는 어비스에 복속된 수많은 차원들 중 일부를 복사해 만든 곳으로.

쉽게 말해 플레이어들을 위해 일부러 만든 인스턴스 던전 같은 곳이었다.

말인즉, 가우스가 종말에 잡아먹혔다면 가우스 또한 이곳처럼 플레이어들을 위한 인스턴스 던전의 모델이 되었을 거라는 말.

가우스의 수호신인 헨리로선 참으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헨리의 발이 아래로 점점 잠기기 시작한 건.

“쯧.”

헨리는 혀를 차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썩은 늪지대는 지박령처럼 헨리를 붙잡았으나 고작 그 정도로는 헨리를 잡아 두지 못했다.

울창한 밀림을 지나 하늘 위로 완전히 떠오르자 아마존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밀림이 발아래 펼쳐졌다.

경치 구경할 때가 아니었다.

그리 구경할 만한 곳도 못 되었고.

헨리는 천천히 사위를 둘러보던 끝에 밀림 사이에 솟아 있는 꽤 높아 보이는 동산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거기에는 커다란 동굴이 하나 있었는데, 클레버의 정보에 따르면 저곳에 바로 이번 스테이지의 주인이자 보스 몬스터인 ‘부패한 트롤’이 있다고 했다.

헨리는 그곳으로 단숨에 날아가 착지했다.

“크르릉.”

낮은 하울링.

얼핏 듣기에 짐승의 울음소리처럼 들렸지만 그것은 트롤이 동굴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어서였다.

쿵─! 쿵─! 쿠웅─!

동굴 안쪽에서부터 커다랑 굉음이 들려온다.

스테이지 주인인 트롤의 발자국 소리였다.

이윽고 어둠으로부터 놈의 거대한 실루엣이 드러났고 마침내 놈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을 땐……

“크르릉!”

어떻게 동굴에 들어간 건지 알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늪의 주인이 위압적인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저놈만 잡으면 된다는 거지?’

헨리가 이곳에 온 이유는 바로 2층의 82지부장, 브렌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클레버가 자신들의 동료라고는 하나, 단순한 추천만으로는 같은 혁명군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순 없었기 때문.

다시 말해 이것은 혁명군의 입단 시험 같은 것이었다.

그 순간.

“크허어어엉!!!”

귀청이 떨어질 듯한 성량.

녀석이 울음을 터뜨리자 놈으로부터 상당한 수준의 위압감이 사방으로 뻗어지며 산천초목을 뒤흔들었다.

굉장한 힘.

클레버가 경고할만 했다.

부패한 트롤은 최하층 내에서도 손 꼽히는 괴물입니다. 녀석은 언데드이기 때문에 고통을 느끼지 못 하는데다 종족 특성으로 인해 엄청난 신체 재생력을 가지고 있거든요.

하지만 헨리의 평은 조금 달랐다.

“클레버 녀석, 호들갑 떨길래 얼마나 까다로운가 했더니…… 겨우 이 정도였더냐?”

그 평은 처음 SS1의 주인과 마주했을 때와 같았다.

그래서 좀 실망했다.

마치 ‘증명의 관’ 때처럼 말이다.

허나 상관없다.

상대가 누구든 간에 이것이 만약 클레버를 만날 수 있는 수많은 과정 중에 하나라면 그냥 통과해 버리면 그만이었으니까.

헨리가 고개를 주억이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서걱!

날카로운 절삭음과 함께 부패한 트롤의 머리가 아래로 추락했다.

쿠궁!

참수된 트롤의 머리가 아래로 떨어져 굉음을 만들자……

[ <부패한 트롤>을 쓰러뜨리셨습니다. ]

[ <스테이지 : 부패한 늪지대>를 클리어 하셨습니다. ]

[ 스테이지 클리어 기여도를 측정합니다. ]

[ 측정 완료. ]

[ 최고 기여자는 <헨리 모리스>님입니다.]

[ 축하드립니다! <헨리 모리스>님에게 스테이지 최고 보상을 지급합니다. ]

시스템의 알림이 주루룩 쏟아졌고.

[ <부패한 트롤의 룬>을 획득하셨습니다. ]

[ 에테르 스탯이 2 상승합니다. ]

[ 300 어비스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

원하던 것을 획득할 수 있었다.

‘이게 룬이란 거군.’

알림창을 밀어 없앤 헨리는 손에 넣은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

[ 부패한 트롤의 룬 ]

- 등급 : 최하층, 보스

- 설명 : 최하층 스테이지에 기거하는 부패한 트롤의 룬이다.

사용 시, 좋은 것을 얻을지도?

++

이름만큼이나 별것 없는 설명.

허나 숨겨져 있을 뿐이지 그 효과는 대단하다고 했다.

헨리가 혀를 짧게 찼다.

“겨우 이런 걸로 강해질 수 있다니…….”

이윽고 스테이지 클리어를 알리는 귀환 포탈이 눈앞에 생성됐고 헨리는 귀환 포탈에 몸을 던졌다.

*딸랑딸랑-

종소리에 브렌이 볼멘소리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부러 손님 오지 말라고 허름하게 꾸민 곳인데 자꾸만 손님이 찾아왔으니까.

그런데 손님이 아니라 아는 얼굴이 나타나자 환하게 반겼다.

헨리였다.

“벌써 오신 거에요? 아님 뭘 두고 가셨나?”

그 말에 헨리가 테이블 위에 물건 하나를 올렸다.

좀 전의 스테이지에서 획득한 부패한 트롤의 룬이었다.

부패한 트롤의 룬을 본 브렌의 눈이 보름달처럼 커졌다.

“오! 정말로 구해 오셨네? 설마 사 온 건 아니죠?”

“농담이라면 별로 재미없군.”

“웃음이 박하시네. 그나저나 진짜 빨리 오셨다. 확실히 이레귤러는 달라요?”

브렌의 너스레에 헨리가 브렌에게 한쪽 손을 내밀어 펼쳤다.

“이제 그만 클레버가 맡긴 걸 줬으면 하는데.”

“아, 그렇죠.”

그 말에 브렌이 헨리에게 괴상하게 생긴 열쇠 하나를 건넸다.

“여기 있습니다. 클레버가 맡긴 거.”

헨리가 열쇠를 짚으려던 순간이었다.

브렌이 돌연 열쇠를 뒤로 숨기며 말했다.

그 돌발 행동에 헨리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짓이지?”

“그전에 잠깐!”

열쇠를 뒤로 숨긴 브렌이 익살스레 웃으며 물었다.

“혹시 클레버가 말 안 하던 가요? 부패한 늪지대를 혼자 클리어 하는 게 우리 혁명군의 입단 시험이라고.”

“말했다.”

“오, 그럼 우린 이제부터 같은 동료가 된 건가요?”

“아니.”

“네?”

“난 그저 그 열쇠 때문에 시험에 응했을뿐이다. 시험 통과 유무를 정하는 건 너희 마음이겠지만 입단하는 건 내 자유야.”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브렌의 되물음.

허나 헨리는 관심없다는 듯 다시 손을 내밀었다.

“같은 말을 반복하게 하지마라.”

헨리는 완강했다.

그 모습에 브렌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술을 비죽 내밀며 헨리에게 열쇠를 내밀었다.

“이거야 뭐 원래 클레버의 부탁이었으니 드리기야 하겠다만 정말 우리랑 같이 함께 안 할래요?”

“관심없다.”

“클레버도 혁명군이라니까요?”

“그 녀석이 혁명군이라고 나까지 같은 곳에 소속될 이유는 없지.”

“진심이에요? 우린 목적이 같다니까요?”

“목적?”

그 말에 헨리가 눈썹을 슬쩍 좁히며 말했다.

“내 목적은 가우스를 구하는 거다, 탑을 뒤집는 게 아니라.”

“네?”

“그리고.”

열쇠를 받은 헨리가 다시 손을 내밀며 말했다.

“트롤의 룬은 왜 돌려주지 않는 거지?”

*브렌으로부터 룬을 돌려받은 헨리는 그 즉시 잡화점으로부터 멀리 떨어졌다.

주변 인기척을 확인해 보니 자신을 미행하거나 감시하는 자는 없었다.

혼자가 된 헨리는 그제서야 브렌에게서 받은 클레버의 열쇠를 꺼내 들었다.

++

[ 혈라은행의 개인 열쇠 ]

- 등급 : 특수

- 설명 : 열쇠 사용 시, 혈라은행에 등록되어 있는 개인 금고를 이용할 수 있다.

++

이것은 무려 개인 금고를 열 때 사용하는 것이었다.

헨리는 클레버가 알려 준 대로 이름만 열쇠뿐인 희한한 형태의 기물을 조작하기 시작했고.

철컥! 철컥!

몇 번의 조작 끝에 기물이 온전한 사격형 모양이 되자……

[ 혈라은행의 금고지기가 당신의 호출에 응합니다. ]

아카이브의 안내창과 함께 눈앞에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십니까? 혈라은행에서 개인 금고들을 담당하고 있는 금고지기, 뱅키드라고 합니다.”

그는 자신을 뱅키드라고 소개했다.

뱅키드는 밤색 정장에 하얀 머리, 그리고 뾰족한 귀와 붉은 눈동자가 인상적인 사내였는데 뱅키드의 정체는 무려 뱀파이어였다.

‘뱀파이어들이 운영하는 은행이라더니, 정말이었군.’

가우스에서 뱀파이어들은 마족들 중에서도 꽤나 고귀한 존재들이다.

그런데 어비스에선 한낱 금고지기라니.

물론 그가 금고지기라고 무시할 건 아니었다.

뱅키드가 근무 중인 혈라은행은 어비스 내에서도 손 꼽히는 대형 길드 중에 하나였으니까.

다시 말해 안전과 신용이 약속된 곳이라는 뜻.

인사를 마친 뱅키드가 헨리를 잠시 응시하더니 이내 곧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으흠?”

“왜 그러지?”

“고객님, 혹시 성함이?”

“헨리 모리스.”

“아! 그분이셨군요! 금고주께서 말씀하셨던!”

고개를 모로 기울였던 건 금고주의 모습이 자신이 알던 것과 달랐기 때문.

허나 클레버는 미리 뱅키드에게 헨리에 대해 귀뜸해 놓았고 덕분에 금고를 이용함에 있어 문제가 없게 되었다.

이어서 뱅키드가 공손히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

“그럼 정확한 확인을 위해 열쇠를 좀 보여 주시겠습니까?”

그 요청에 헨리는 거부감 없이 열쇠를 건네었다.

그러자 한동안 열쇠를 살피던 뱅키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헨리에게 열쇠를 돌려주었다.

“저희 은행에서 만든 열쇠가 확실하군요. 그럼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뱅키드의 물음에 헨리는 클레버의 기억 속에서 엿본대로 대답했다.

“신선의 항아리와 룬타곤을 꺼내 줬으면 하는데.”

그 요청에, 뱅키드가 고풍스러워 보이는 금테 안경을 꺼내 착용한 후 책자 하나를 꺼내 펼쳐 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별안간 아! 소리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있네요. 신선의 항아리와 룬타곤, 출품 수수료는 약관에 의거해 개당 5,000ap로 책정됩니다.”

5,000ap.

이제는 어비스 포인트가 가지는 가치에 대해 얼추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저 수수료가 얼마나 비싼지를.

물론 뱅키드가 자신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게 아니란 것도 알았다.

그도 그럴 게 자신의 개인 금고를 타인에게 공유하는 서비스를 이용한 것에 더해 원래라면 중층의 플레이어가 아래층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선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그런데 고작 어비스 포인트 조금 더 지불하고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그 값이 비싸도 이용할 가치가 있다는 말.

그리고 결정적으로 물건을 꺼낼 때 드는 수수료보다 지금 얻게 될 물건들의 가치가 훨씬 더 높았다.

헨리가 대답했다.

“지불하겠다.”

[ 10,000 어비스 포인트를 사용하셨습니다. ]

[ 신선의 항아리를 획득하셨습니다. ]

[ 룬타곤을 획득하셨습니다. ]

대답과 함께 어비스 포인트가 빠져나갔고 요청한 아이템들을 획득할 수 있었다.

거래 후 뱅키드가 물었다.

“추가로 필요하신 게 있으십니까?”

“없다.”

“그럼 서비스가 필요하실 때면 언제든지 불러 주세요. 이만 혈라은행이었습니다.”

그 말과 함께 뱅키드의 모습이 사라졌다.

뱅키드가 사라진 뒤, 헨리는 인벤토리에서 신선의 항아리와 룬타곤의 정보를 확인했다.

‘이게 신선의 항아리와 룬타곤이군.’

클레버가 헨리를 위해 혈라은행에 맡겨 놓은 수많은 아이템들.

헨리는 클레버의 기억을 통해 안에 무엇이 있는지, 또 그것들의 옵션이 무엇인지 모두 알았다.

그렇기에 신중히 골랐다.

클레버의 추천들을 참고하여.

두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한 헨리는 룬타곤을 허리춤에 찬 뒤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제 드디어 모든 준비가 끝났기에.

헨리의 두 눈에 이채가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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