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서클 마법사의 환생-40화 (40/522)

# 40

진짜가 나타났다 (4)

도전자가 나타났으니 경기는 금방 진행되었다.

다마엔은 거구의 덩치를 가진 민머리의 남자였다.

“보아하니 부잣집 샌님 같은데 실력 자랑 좀 하고 싶은 모양이야?”

“크으, 부럽다. 내가 뽑혔어야 하는 건데.”

“하필 다마엔한테 걸리다니 재수 옴 붙었군.”

“부끄럽지도 않냐, B등급이 F급 돈이나 떼어먹으려고 하고.”

다마엔은 B급 선수였다.

그는 용병 출신의 소드 익스퍼트급 유저로, 거대한 덩치에 걸맞은 무지막지한 방어구들을 온몸에 걸치고 있었다.

경기장이 배정되었다.

보통은 구경꾼 한 명조차 없어야 할 F급 선수의 데뷔 경기였지만 이례적인 판돈에 수많은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다마엔! 부잣집 도련님한테 현실을 알려 주라고!”

“집사한테 배운 검술이 여기서도 통할 것 같아?”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지만 대부분은 조롱하는 이들이었다.

이윽고 심판의 입회하에 경기가 시작되었다.

“상대 선수에게 상해를 입히는 즉시 곧바로 선수 자격이 박탈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심판의 손이 중앙으로 그어졌고, 이윽고 경기장엔 두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흐흐, 이봐, 친구. 검치기가 왜 인기 있는 게임인지 알아?”

“내가 그걸 알아야 하나?”

“실력 차이가 확실하게 드러나기 때문이지. 어디 한번 막아 봐!”

지급된 검은 비발디 타운에서 제작된 보통의 철검.

다마엔이 철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하하하! 수업료다~ 생각하고 어디 한번 재주껏 잘 막아 봐.”

다마엔의 검이 휘둘렸다.

정직하게 휘둘린 그의 검은 헨리를 향해 쏜살같이 떨어졌다.

부웅!

서걱!

“……어?”

헨리는 그것을 단칼에 베어 냈다.

마치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베어 내듯이.

“이, 이게 무슨?”

크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철검의 표면엔 약간의 오러가 맺혀 있었다.

또한 잡다한 기술이 필요 없는 검치기 특성상, 다마엔은 양손으로 검을 잡고 있는 힘껏 휘둘렀다.

그런 그의 검이 두 동강이 났다.

장내는 순식간에 침묵에 휩싸였다.

“판정 안 내립니까?”

“아, 아! 승자는 헨리 선수!”

넋 놓고 있던 심판은 헨리의 지적에 뒤늦게 헨리의 승리를 선언했다.

“아, 아니, 잠깐만! F등급이라고 하지 않았어?”

“설마 숨은 실력자였다고?”

“아닌데? 선수 데이터에는 소드 러너라고 표기돼 있던데?”

“다마엔은 익스퍼트급이잖아?”

“뭐 하는 놈이야, 저거?”

순식간에 경기가 종료되자 구경꾼들은 그제야 저마다 온갖 추측성 의견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헨리는 그런 구경꾼들을 향해 나지막이 말했다.

“파이트머니를 두 배로 올리겠다. 이제부턴 B급부터 덤벼.”

“2, 2백 골드!”

두 배로 올라간 상금. 접수창구는 다시 한 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 * *

“승자는 헨리 모리스.”

심판은 다시 한 번 헨리의 승리를 선언했다.

이로써 헨리는 S급 선수가 될 수 있었다.

‘쉽네.’

헨리는 등급을 한 단계씩 올릴 때마다 내거는 상금 또한 두 배씩 상승시켰다.

덕분에 1백 골드로 시작한 상금은 어느덧 네 자릿수를 넘는 무지막지한 금액이 되어 버렸다.

소문은 금세 퍼졌고, 검치기장에 등장한 라이징 스타는 투기장 전체를 뜨겁게 달구었다.

덕분에 천만황금의 검치기장은 다른 투기장의 검치기장에 비해 월등한 매출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소문을 들은 프로 투기꾼들 또한 하나둘씩 천만황금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떠오르는 신예를 보기 위해.

“헨리! 또다시 상금을 올릴 건가?”

헨리의 승리가 확정되자 어느 구경꾼이 질문을 던졌다.

“이젠 3천 골드로 상금을 올리겠다. 나를 꺾고 싶은 S급 선수가 있다면 지금 당장 도전해라.”

“와아아!”

가장 높은 등급인 S급이 되었다.

하지만 헨리의 기세는 그칠 줄을 몰랐다.

아무리 최고 등급이 S급이라고 한들 이 거대한 도박의 도시에서 S급 검치기 선수들은 수백 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헨리는 이 중에서도 가장 높은 존재가 되어야 했다.

S급 선수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존재, 검치기장에선 그런 선수를 SS급 선수라고 불렀다.

또한 헨리에겐 엄청난 수의 러브 콜들이 홍수처럼 쏟아졌다.

전문적으로 투기 선수를 키우는 온갖 ‘팀’에서 헨리를 탐냈던 것이다.

하지만 헨리는 당연히 그것들을 모두 거절했다.

헨리의 목표는 오로지 최정상이었으니까.

최정상에 군림하여 비발디의 모든 이들이 열광하는 그런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었다.

헨리가 상금을 올린 직후였다.

“내가 도전하도록 하지.”

“아, 아니, 저 남자는?”

“벽검이다. 벽검의 사완이다!”

‘벽검?’

헨리의 외침에 한 남자가 손을 들었다.

그는 벽검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내였는데, 그가 검을 쥐면 마치 벽처럼 단단해진다 하여 투기꾼들이 붙여 준 별명이었다.

헨리가 사완을 향해 물었다.

“등급은?”

“S급 18위.”

“곧 19위가 되겠군.”

“흐흐흐, 정말 그랬으면 좋겠는데?”

헨리는 S급 선수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베팅을 하지 않았다. 아직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치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 투기꾼들 사이에선 엄청난 액수의 베팅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높아지는 베팅의 액수에 따라 헨리의 몸값 또한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얼마 뒤, 정식으로 대결을 신청한 벽검의 사완이 경기장으로 들어섰다.

“방금 전에 쓰러뜨린 놈이랑 같은 급으로 보면 곤란해.”

“같아 보이는데?”

“허세는.”

헨리는 A급에서 S급이 되기 위해 S급 선수 한 명을 쓰러뜨렸다.

녀석의 랭킹은 202위. 사완과 비교하자면 한참이나 떨어지는 녀석이었다.

“양 선수, 검 받으시고.”

최하 등급일 때부터 받아 온 철검과 똑같은 것이 지급되었다.

“S급 선수들이니만큼 잘 아시리라 믿겠습니다. 절대 상해를 입혀선 안 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심판의 손이 중앙을 가른 뒤 사라졌다.

그리고 사완의 철검에 여태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푸르고 선명한 오러가 맺혔다.

“내 별명이 왜 벽검인지 알게 해 주지. 어디 한번 들어와 봐라.”

사완이 자신만만하게 검을 떠받치며 말했다.

그리고 헨리는 그런 사완의 오러를 눈대중으로 가늠했다.

‘상급 익스퍼트쯤 되려나?’

겉보기엔 그쯤 되어 보였다.

판단을 마친 헨리는 검치기 처음으로 마법 무장을 선보였다.

퉁.

“기대하지.”

준비는 끝났다.

검날에 마도사의 마력을 주입한 헨리는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쾅!

‘오?’

베는 느낌이 아니라 부딪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검이 맞부딪쳤을 때, 구경꾼들은 다시 한 번 뜨겁게 열광했다.

“와! 처음으로 일 합 만에 끝나지 않았다!”

“거봐, 내가 뭐랬냐! 사완한테 걸라고 했지? 랭커는 다르다니까!”

“아, 좀! 호들갑 좀 떨지 마라! 아직 경기 안 끝났잖아!”

말 그대로였다. 처음으로 일 합 만에 검이 부러지지 않은 최초의 상대였다.

헨리의 일격을 막아 낸 사완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힘은 좋네. 그럼 이제 내 차롄가?”

“아니.”

서걱!

방어에 성공하여 자신만만하게 웃던 사완.

그래서 헨리는 검날에 마력을 좀 더 주입하여 두 번째 일격을 날렸다.

그리고 결과는 처참했다.

“우와아아!”

두 번의 칼질에 벽검이 무너졌다.

구경꾼들은 환호했고, 사완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허망한 눈초리로 자신의 철검을 바라보았다.

“두 번 두드리니 열리네. 넌 오늘부터 벽이 아니라 문이다.”

졸지에 벽검에서 문검이 된 사완은 떠오르는 신예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 * *

“말도 안 돼…… 그 흑기사가 졌다고?”

“흑기사까지 패배하다니, 저놈 진짜 러너급 검사 맞아?”

“도핑 검사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야? 흑기사는 소드 마스터에 근접한 검사잖아?”

S급 선수, 부동의 2위인 통칭 ‘흑기사’가 패배했다.

사람들은 이제 감탄을 넘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수군거림은 각종 소문을 낳았고, 소문이 증폭될수록 헨리의 몸값 또한 계속해서 솟아올랐다.

“이제 한 놈 남았나?”

헨리는 하이 스코어 게시판에 기재된 검치기 점수판의 가장 꼭대기를 올려다보았다.

검치기 투기장의 절대적인 존재.

검치기계의 벤트라고 불리는 SS급 선수의 별명은 무려 ‘킹’이었다.

‘고작 검치기 주제에 킹이라니, 귀엽네.’

하이 스코어에 기재된 게임에서 최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어마어마한 혜택들이 쏟아진다.

그중에서도 검치기는 체스만큼이나 인기 있는 종목이었기 때문에, 챔피언으로 군림하는 순간 체스 못지않은 혜택들이 주어졌다.

그리고 헨리는 그 수많은 혜택들 중 오직 단 한 가지, ‘무제한 베팅’을 노리고 있었다.

헨리가 창구 직원에게 말했다.

“킹한테 가서 전해. 도전자가 나타났다고 말이야.”

짧은 말이었지만 관중을 열광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어쩌면 오늘 투기장의 역사가 다시 쓰일지도 모르겠어.”

“킹한테 도전하기 위해 딱 여덟 번 도전했다지?”

“맞아. 게다가 지금 헨리가 내건 상금이 무려 5천 골드라고.”

“5, 5, 5천? 어디 대부호의 자식이야? 무슨 돈이 그렇게 많아?”

“야야, 잘 봐. 지금 헨리가 입고 있는 옷, 무려 실비아가 디자인한 옷이잖아.”

“와…… 어쩐지 귀티가 남다르다고 했어.”

“저게 있는 사람한테서만 나온다는 여윤가.”

사람들은 이제 수군거림을 넘어 호기심을 가졌다.

하루아침에 나타난 신예가 왕좌를 차지할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호기심 말이다.

그리고 헨리가 킹에게 도전장을 내민 후 답변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한쪽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야야, 저기 저 사람, 천만황금 주인 아냐?”

이곳 천만황금 투기장의 주인인 ‘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뭐? 텐이 직접 나타났다고?”

“맞는데? 텐 같은데?”

“와, 이젠 텐까지 관심을 갖는다고?”

텐은 투기장의 이름에 걸맞은 금발의 중년이었다.

텐이 나타나자 직원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그와 동행한 거구의 수행원들이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풍겼다.

헨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드디어 왔네.’

화끈함을 보였으니 이쯤 되면 돈 냄새를 맡은 대부호가 등장할 줄 알았다.

비록 그 사람이 천만황금의 주인일 줄은 몰랐지만.

“실례하겠습니다. 저는 이곳 천만황금의 주인인 텐이라고 합니다. 혹시 귀인께서 바로 흑기사를 쓰러뜨린 헨리 경이십니까?”

“맞는데 무슨 일로?”

“저희 직원에게 듣기로는 킹에게 도전하신다고……. 혹시 괜찮으시다면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제안? 어디 한번 들어나 보죠.”

헨리는 무심한 척 대꾸했다.

“간만에 새로운 인물이 킹에게 도전하는지라 경기의 규모를 좀 더 키우고 싶습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혹시 킹과 도전할 때만 적용되는 특별한 룰을 아십니까?”

“특별한 룰?”

“검치기는 기본적으로 서로에게 상해를 입히지 않고 오로지 검을 부수는 것으로 승패를 결정하죠.”

“그런데요?”

“하지만 킹은 다릅니다. 킹과의 대결에선 서로에게 상해를 입히는 게 가능하거든요.”

처음 듣는 룰이었다.

하지만 특별 룰을 듣자 왜 많은 사람들이 킹에게 도전하지 않는지 알 것 같았다.

“킹은 검치기장의 유일한 소드 마스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리고 헨리 경은 소드 러너이지요. 마스터와 러너, 단언컨대 이만한 매치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희대의 명경기가 될 겁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이런 명경기를 게 눈 감추듯 후딱 끝내기엔 천만황금의 주인으로서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내일 낮, 비발디 타운의 모든 이가 보는 앞에서 경기를 진행하시는 게 어떠실는지요?”

“내가 그래야 될 이유가 있습니까?”

“물론 경기를 키운 만큼 그만한 대접을 해 드려야겠지요. 혹시 원하시는 게 있습니까?”

무려 천만황금의 주인이었다. 비발디 타운에서 가장 큰 투기장의 주인.

아마도 텐은 비발디 타운에서 가장 돈이 많은 부자일 것이다.

“그 전에 뭐 하나만 물어봅시다.”

“마음껏 질문하시지요.”

“킹과의 경기에선 베팅금에 상한선이 없다던데…… 그게 사실입니까?”

“예, 물론이지요. 그건 오로지 킹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입니다.”

“그런데 만약 천만황금에서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한다면요?”

“하하, 저희 천만황금이 괜히 천만황금이겠습니까. 그런 걱정일랑 접어 두셔도 됩니다.”

“그래요? 저는 그거면 됩니다. 근데 제가 오늘 이곳에 도착해서 아직 묵을 곳이 없는데 잘 곳 정도는 당연히 그쪽에서 해결해 주겠죠?”

“물론입니다! 비발디 타운에서 가장 좋은 방으로 모시겠습니다.”

거래가 성사되자 텐의 입꼬리가 끊임없이 위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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