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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는 회귀했다-135화 (135/248)

이단심문관을 막게 된 것은 알프레드가 이런 개판을 본 후였다.

사실상 그것도 이단심문관의 인권보다는 정원이 더 난장판이 되면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였지만, 그 신전의 두 멍청이는 그거라도 구사일생이었다.

분이 안 풀린 아리아스필이 바윗덩이를 들어 이단심문관들을 내리찍기 직전이었으니까.

오죽하면 리오스가 직접 보지 못해서 아쉽다고 말할 정도였을까. 다행히 레오나르도가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간신히 말린 턱에 그 살육극은 방지할 수 있었다.

치료는 루미네가 하는 것으로 신속히 끝냈다. 이단심문관 일행들은 그 이상의 불만도, 변명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없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몰랐다.

용사라고는 하나, 지형지물을 이용했다고는 하나.

고작 20살 언저리의 소녀 기사에게 다수로 승부했음에도 자신들은 진 것이었다.

그런데도 변명한다면 그보다 추한 것은 따로 없을 것이다.

다행인지, 안타깝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이단심문관들이 바로 쫒겨나지는 않았다.

그들은 이 뱀파이어 사건을 조사하러 온 조사관이자 수사관, 그런 이단심문관들이 이런 식으로 허탕을 치고 가는 것은 크게 수치이자 민폐였기 때문이었다.

최소한이라도 도움이라도 주고 떠나면 그나마 심문관의 체면이라도 살릴 수 있다고 그들은 믿고 싶었다.

라인하르트 입장에서는 한 대라도 더 패고 싶었지만, 자신들과 가문 일원을 치료해준 루미네의 얼굴을 봐서 무례를 사죄하는 선에서 지금은 끝내겠다고 했다.

“...무릎을... 꿇겠네...”

물론 사죄한다 해도 이후에 그들이 신전에서 어떤 꼴을 보일지는 자명했지만 말이다.

“...당신을 내통자라 모욕해서 정말...”

아리아의 눈매가 기운다. 샤를리안이 자네라는 호칭을 쓸 때부터 불쾌감을 여감없이 드러내는 것 같았다.

“...그대를 내통자나 부족한 인간이라 억측한 것...”

호칭을 바꾸자 아리아의 표정이 조금은 풀어졌다. 물론 그게 저 이단심문관들을 용서할 이유는가 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전부... 사과하겠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할 말이 있을 텐데요?”

갤러위드와 샤를리안 모두 눈빛이 흔들렸다. 시선이 향한 존재는 자신들이 물체라 격하했던 고대의 사역마이자 레오와 아리아의 자식이었다.

“...현자님의 창조물을... 일개 이것이라... 칭한 것, 그리고 넘어뜨려 피해를 입힌 것...”

갤러위드의 얼굴은 창백한 시신처럼 생기가 없었다. 간신히 들숨과 날숨을 내쉬며 그들은 입을 뗐다.

“...모두 사죄드립니다.”

“사죄를 받아들이겠습니다. 사람의 관점은 모두 다르더군요. 이것도 그런 일환이라 생각하면 납득이 됩니다.”

아인은 그렇게 사죄를 받아들였다.

모습은 어린 소녀 같은데 말하는 내용은 늙은 노인을 뺨칠 만큼 세련되며 동시에 건조했다.

“...워프 게이트가 열렸습니다.”

메이드 리나는 이내 개판이 된 정원을 보며 눈동자가 커졌다. 30분 전만 하더라도 그나마 멀쩡한 장소가 이곳이었는데, 고작 그 사이에 완전한 페허가 되어버렸다.

저걸 치우는데 걸릴 시간을 생각하면 사용인들에게는 고역이 따로 없었다.

그래도 어쩌겠냐는 심정으로 리나는 표정의 주름을 폈다.

“그럼 맞이하러 가보죠.”

리오스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저택의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

마탑에서 온 이들은 총 2명이었다.

그들은 라인하르트 내 인물과도 나름 면식이 있는 인물들이었다.

“어? 피시스 님?!”

정령술사 피시스 나트라는 그 중에서 우호적인 편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아는 분이니? 아리아?”

“예전에 마탑에서 저한테 정령술을 가르쳐주신 분이세요.”

그리고 아누스 촌장님이 소개해줬다고 말해주는 건 덤이었다. 그 설명에 피시스 나트라에 대한 라인하르트의 호감이 수직상승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신가. 처음 뵙겠네.”

글라디오는 피시스에게 악수를 청했다. 안 좋은 상황에 만나게 되었으나 글라디오는 가주로서 무게가 있으면서도 의연한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리오스 군하고 레오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피시스는 거물인 글라디오와의 만남에도 떨지 않고, 악수를 받아들였다.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생기였는지도 모르지만, 단순히 가벼운 언동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랬기에 가문 일행이 불쾌감을 느끼지 않은 것일 거다. 물론 이단심문관 측이 만든 희대의 대비 효과의 영향도 만만치는 않았지만 말이다.

“...누나가 올 줄은 몰랐네.”

레오나르도는 복잡미묘한 표정을 그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밀한 동료 마법사임에도 레오의 표정에는 그림자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원래는 다른 사람이 오기로 했는데, 내가 오는 거로 바꿔 달라고 부탁했어. 아무래도 추가적인 적을 찾아내는데는 정령술사만 인재가 없잖아?”

그건 사실이었다. 특히나 마탑에서 일하며 마법적 지식이 해박한 피시스에게는 이 일이 가장 적합했는지도 모른다.

“누나?”

크리스는 누나라는 호칭에 의문스럽다는 듯 레오와 피시스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친누나는 아니고, 예전에 어렸을 때 아누스 님 밑에서 정령술을 배웠던 적이 있어서 친했거든요.”

레오나르도는 크리스를 바라보며 조금은 걱정했다. ‘자신의 나이가 수십살은 족히 넘는데, 타인에게 누나라는 호칭을 쓰는 것이 이상하게 보이는 것 아닐까.’라는 가벼운 생각이었다.

하지만 크리스는 전혀 다른 걱정을 하고 있었다.

‘...설마 아리아가...’

아리아가 누나라는 호칭에 또 눈이 뒤집어지지 않을까, 마음 속 깊이 걱정했다. 자신만 해도 고작 대련과 대화 몇 번에 질투심을 뿜어내지 않았는가.

“...괜찮아요. 피시스 님은 유부녀에요.”

리오스는 그걸 미리 눈치채고, 크리스는 물론 가문 일행에게 언질해주었다. 아리아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었지만, 그녀는 아리아에게 있어 연적으로 보이지 않는 드문 상대였다.

그에 비해.

“...오랜만입니다. 글라디오 가주님.”

“...이런 식으로 재회할 줄은 몰랐군. 에일린 템페리우스 마법사.”

에일린 템페리우스에 대한 반응은 다들 떨떠름했다. 애초에 일가 전체와 처음 만났을 때도 그리 호의적인 인상을 심어주질 못했는데, 크리스와 술에 취해 부린 주사로 인해 괴인(怪人)으로 각인됐을 정도였다.

같이 그 기행을 저지른 크리스만이 에일린의 심정을 조금 이해할 뿐이었다.

“...이번 일에는 애도를 표합니다.”

에일린도 그걸 자각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첫 만남처럼 날카롭고 신랄한 태도를 지우고, 엄숙하고 예절을 지키는 태세를 보였다.

“...사망자가 아군 측에는 없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지.”

“...그 건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적은 다수전에 최악에 가까운 흡혈귀였으니까요.”

단순히 민망해서 내뱉는 아부가 아니었다. 흡혈귀 전에서 이렇게까지 많은 인파에서 사망자가 없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에일린은 그것이 그저 레오나르도 뿐만 아니라, 라인하르트의 내실이 본질적으로는 건실하다는 확신을 내리게 되었다.

군사 통솔이 아무리 뛰어나도 에일린 본인도 그런 결과를 낼 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으니까.

“...당신이 여기엔 무슨 일이죠?”

아리아스필은 이단심문관 이상으로 에일린에게 적의를 들어내고 있었다. 이단심문관은 몇 대 패면 그만이었지만, 에일린은 전혀 다른 형태의 적이었다.

‘...레오를 홀리는 여시 주제에...’

아리아에게는 연적으로서 분노스러운 견제를 날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자신에게는 없는 매력을 지닌 여자랑 더더욱 말이다.

“나 또한 마도 처형자의 관리관 중 한 명이다. 능력은 이미 보증되었지.”

“관리관이면 사무직이잖아요? 직접 오실 필요는 전혀 없을 것 같은데.”

“마도 처형자는 고급 인력이 쉽게 남아나는 곳이 아니니까. 특히나 한 최상급 인재가 빠진 것이 컸지.”

자연스레 시선은 레오에게로 향한다. 그 최상급 인재가 누구인지 어렴풋이 감이 잡혔다.

“물론 그런 이야기를 하고자 온 것은 아니다.”

“그런 것치고는 남의 남자를 자주 건드리시네요?”

“호, 몰랐군. 자네는 결혼도 하지 않은 이를 그런 식으로 부르는군.”

갑자기 에일린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다른 건 몰라도 자신의 앞에서 레오를 가지고 뻐기는 건 참을 수 없는 능욕이었으니까.

“아, 그러세요? 약주를 마시고 한 떼나 주정을 생각하면 모를 만도 하네요.”

아리아의 직접적인 비난으로 에일린이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평정심이 일그러졌다.

이미 그 일은 끝난 일 아닌가.

게다가 그건 자신뿐만 아니라 저쪽에 있는 크리스도 함께 일으킨 개판인데, 왜 자신만 이렇게 수치스러워야 하는 것인가.

“...그게 이거랑 뭔 상관이...”

“그리고 전 레오나르도랑 아~주~ 특별한 관계거든요. 그치? 우리 딸?”

아리아는 에일린에게 보란 듯이 아인을 껴안았다. 그런 식으로 대놓고 견제를 날리니 에일린도 자신의 감정을 통제 못할 정도로 질투가 샘솟았다.

“맞습니다. 아버지와 아리아 언니는 매우 특별한 관계입니다.”

“...풋...”

에일린은 ‘아리아 언니’라는 호칭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결국 여기서 가장 객관적인 존재는 아인이다.

그런 아인이 아리아에게 어머니라고 하지 않고, 언니라고 했다는 것은 레오와 아리아는 정식적인 교제를 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었다.

“오랜만이군. 아인. 잘 지내고 있었나?”

“예. 덕분에 잘 지내고 있는 편입니다. 에일린 님.”

아리아는 아인의 태도에 불안감을 느꼈다. 평소와 달리 건조한 어투로 손님을 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나도 편히 불러줬으면 좋겠군. 가능하면 언니라는 호칭으로...”

“갑자기 그게 무슨 말입니까? 언제 봤다고 언니에요?”

그 말에 에일린은 피식하며 아리아를 바라보았다. 따지고 보면 에일린에게는 아리아가 어부지리로 그 자리를 얻은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거 너무하는군. 갑자기 생색을 낸 것 같아 미안하다만, 아인이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은 내 행동에 지분도 크다만. 안 그런가? 레오?”

“...맞긴 하지만, 굳이 이 이야기를 지금 해야합...”

그러자 아리아가 외쳤다.

“얘기해봐.”

차갑고 낮은 목소리로, 불호령을 내리는 듯한 감각이었다.

이단심문관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얘기를 꼭 지금 해야하나?’

하지만 그들을 포함한 모든 이는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방금만 해도 저 둘을 실려갈 정도로 실신시켰던 아리아였기에 낼 수 있는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였다.

“에일린 템페리우스 님은 저의 존재를 윤허하는 절차에 있어 여러 허가증을 받도록 도움을 주셨고, 마탑주 간의 토론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각종 자료를 내주셨습니다. 큰 도움을 주신 것은 사실입니다.”

아인의 말대로 에일린은 레오나르도가 아인을 사역마로서 소유하게 돕고, 동시에 생명체로서 존명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든 일등공신 중 하나였다.

물론 중립을 지켜야 하는 템페리우스이기에 함부로 나설 수는 없었지만, 그 정도 도움만 해도 감사한 일이었다.

“어떻게 보면 유대 관계적으로 부모에 가까운 것은 나라고도 할 수 있지.”

“...그게 무슨... 생색을 내는 게...”

“아, 그건 에일린 템페리우스 님의 말이 맞습니다.”

그 말에 이 자리에 있는 모두의 표정이 변했다. 설마 그 ‘아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거라고 상상하지 못한 눈치였다.

“...아인아...”

아리아가 제일 충격받았는지 입술을 떨고 있었다. 자신도 나름대로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을 했는데, 설마 이런 식으로 저런 되먹지 못한 여자에게 자리를 뺏기는 것인가 심히 걱정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내 아인은 표정색 하나, 눈썹 하나 꿈틀대지 않은 채 말했다.

“다행히도 아버지는 에일린 템페리우스 님을 전혀 이성으로 보고 있지 않습니다.”

희비가 급격하게 교차되는 때였다.

그날따라 레오의 미간 주름살이 느는 순간이기도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여담]

[근데 왜 칼렌 후손을 그렇게 여자로 안 보냐?]

<회귀 전에 저 사람이 저 몇 번 죽이려고도 했고, 실험체로 쓴 적도 있어서요. 그리고...>

[그리고?]

<회귀 전에는 유부녀였어요.>

[오우...]

물론 사람이 에일린인 만큼 사랑이 목적인 결혼은 아니었지만, 늘 신경쓰이는 건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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