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인자는 회귀했다-42화 (42/248)

EP.42 마탑-4

“현자의 유산이요?”

“네! 전설의 대마법사인 현자가 마탑에 남긴 유산이요!!”

저 사람이 저렇게 웃는 건 처음 봤다.

원래 이런 얘기에만 웃는 것일까, 아니면 예전엔 자주 웃었는데 대학원생의 낙인이 찍혔기에 웃음이 사라진 걸까.

답은 알고 있었지만, 차마 입밖으로 꺼내기 힘들었다.

<...그거 가짜 아니죠?>

이럴 때는 본인에게 묻는 게 빨랐다. 믿음직하지는 못했지만, 지금은 묻는 수밖에 없었다.

[...잠깐만... 나도 몇백전이여서 생각이 잘 안 난다고.]

이젠 믿음직 못한 게 아니라, 의심스럽게 무책임했다.

“맞죠? 맞죠!?”

...저 대학원생이 저렇게 웃는 건 처음 봤기에.

“...네, 맞습니다.”

레오나르도는 새하얀 거짓을 고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그럼 따라오세요! 서로의 단서를 조합해보죠!”

그녀는 흥분하며 레오나르도를 끌고 뛰어갔다. 아무래도 편히 범죄자를 척살하는 건 그른 것 같았다.

***

따라간 곳은 허름하고 좁은 방이었다.

강의실이라고 하기엔 부실한 점이 많았고, 기숙사실이라고 보기엔 사람이 살만한 장소가 아니었다.

“여기는...”

“저희 현자 연구부실이에요!!”

“현자 연구부...요?”

“네! 현자님의 현자님을 의한! 현자님을 위한 동아리에요!!”

레오나르도는 옆에 있는 그 연구 대상을 바라보았다. 동아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쭐해야 하는 것이 퍽 보기 불편했다.

까놓고 말해 현자가 연구 대상인 건 맞았지만 말이다.

[저런 애를 내 후계자로 삼았어야 하는데, 진짜 아깝다.]

<그럼 지금이라도 적출해서 드릴까요?>

[그래주면 고맙고.]

말을 말자.

옆에 저렇게 존경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하찮은 말싸움을 하는 것도 꼴사나웠다.

“근데... 정확히 현자...님에 대해 뭘 연구하는 거죠?”

사실 지금 레오가 제일 궁금한 건, 왜 저런 인간이 현자라 불리는 것이었지만... 저 대학원생의 롤모델을 그렇게 모독하고 싶진 않았다.

때로는 환상을 꿈꾸는 게 아름다운 법일 때도 있었다.

“전부요! 현자님의 역사를 복원하고! 현자님의 남긴 마법을 연구하기도 해요!”

[아 아깝다~ 쟤가 동굴에 왔어야 했는데~]

레오나르도는 순간적으로 심장을 뽑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그렇게 하고 목숨이 붙어있을 자신이 없었기에 포기했다.

“부원은 저랑... 리오스 뿐이지만, 신입부원은 언제나 환영이에요! 현자를 연구하고 싶은 사람들도 환영이고요!”

...어쩌면 레오도 현자를 연구하고 싶긴 했으니, 환영받을 자격이 있긴 있을 것이다.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고마워요! 저랑 마찬가지로 현자의 유산을 찾는 사람일 줄은 몰랐거든요!”

아까부터 그 유산도 신경쓰였다. 어딨는 것보단 본인도 모르는 유산이 왜 있는지부터가 의문이었다.

“현자의 유산은... 정확히 뭔가요?”

“흠... 본질에 대해 묻는 건가요? 확실히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도 추리에 도움을 줄지도 몰라요.”

그런 의미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긍정적으로 오해해주니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현자의 유산은 마탑주를 포함한 모든 마탑의 마법사들이 찾고 싶어하는 재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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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마탑이 마법사의 집단으로서 자리를 잡지 못했을 때 한 현인이 나타났다.

당시 마법의 수준은 검술은커녕, 마나의 조작법이라 간신히 말할 수 있는 수준일 뿐이었다.

그 자리에 나타난 현자는 각종 마법의 기본, 서클 마법과 마법식들의 기초를 알려주며 마법의 위상과 마탑의 체계를 다지는 모든 초석을 다져주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어느날 현자는 마탑을 떠나겠다 말했다.

마탑주를 포함한 모든 마법사들은 그를 붙잡기 위해 애원했고, 이를 안타깝게 여긴 현자는 마법사를 위해 이 말과 함께 자신의 유산을 남겼다.

[마탑에 내 지식의 일부를 숨겨두었다. 자격을 가진 자라면 받아들일 수 있겠지.]

그렇게 말하며 현자는 마탑을 떠났다.

몇백년이나 마법사들은 그 재보를 찾기 위해 마탑을 이잡듯 뒤졌지만, 결국은 아무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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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에요?>

레오나르도는 정말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물었다. 차라리 한 명이라도 그걸 찾았다면 그나마 다행이었겠지만, 그게 아니면 추측할 수 있는 영역이 하나 더 넓혀진다.

<그냥 마탑 나가고 싶다고 사기 친 거 아니죠?>

현자의 성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의심해볼만한 사안이었다.

[아... 그거 말하는 거였어? 괜찮아. 그거 진짜 있어.]

안도의 한숨이 돌풍처럼 튀어나왔다. 만약 아니라는 걸 들으면, 레오는 저 안타까운 대학원생에게 고통스러운 거짓을 고해야만 했을 거다.

[‘자꾸 성가시게 해서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라는 마음으로 준 건데 그렇게 거창하게 해석해줄 주는 몰랐네.]

뒷말은 못 들은 거다. 뒷말 같은 건 없었고 말해서도 안 된다. 그게 사람으로서의 도리와 의무였다.

“...리오스 이외에는 다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전 믿고 있어요. 현자의 유산은 있을 거라고. 그래서 마탑에 온 것도 있거든요!!”

저 희망 넘치는 표정에 현자도 조금은 죄악감을 느낀 걸까 식은땀을 흘렸다.

<...혹시 그냥 대충 만든 쓰레기를 놓고 유산이니 뭐니 한 건 아니죠?>

[...아니야. 아마도...]

저 뒷말도 못 들은 것이었다. 그래야만 했다.

<...정확히 뭐였는데요? 수준으로 치자면 어느 정도였길래요?>

설마 애들 장난감 정도를 넣어놓거나, 편지 같은 걸로 대충 써갈겨놓은 거면... 그것대로 큰 문제일 것이다.

[그게 네가 쓰고 있는 ‘검은 돌’ 있잖아? 그정도인데... 괜찮으려나...?]

<음... 그거면 괜찮은데요?>

자신없는 기색과는 별개로 그 정도면 차고도 넘칠 정도의 재보였다.

실제로 검은돌은 2년 동안 계속 쓰고 있지만, 이 한번 나가지 않았고, 형태 변화도 자유로웠기에 날도 무뎌지지 않았다.

<근데 정확히 뭐가 있었는데요?>

[...뭐 간단한 마도구들이나 지팡이 정도였지.]

현자는 태연히 자신이 개발한 마도구들에 대해 설명했다.

그 마도구들의 설명에 레오나르도는 입을 쩍 벌린 채, 간신히 새어나오는 비명만 막을 수 있었다.

[...왜? 별거 아니잖아.]

<...뭐가 별거 아니에요?! 그것들만 있으면 지금 문제 대부분 해결 가능하잖아요!>

아부나 과장이 아닌 객관적 사실이었다.

자신이나 저 안타까운 대학원생 모두 행복해질 보물들 뿐이었다. 이런 물건을 개발하고 까먹는 저 기가 막힌 두뇌에 경악하다 못해 경외스럽기까지 했다.

[...그런가? 생각해보면 그렇긴 하지.]

<됐고, 얼른 반지부터 찾죠! 그게 제일 중요한 겁니다!>

[근데 얘들도 진짜 멍청하다. 어떻게 몇백 년 넘도록 그거 하나 못 찾고 못 풀었을까.]

유구한 역사를 자랑했던 마탑과 마탑의 대마법사들이 한꺼번에 능욕당한 느낌이었지만, 부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반박하지 않았다.

반박할 의리도 없었고.

“...흠... 혹시 단서가 있나요? 조금만 보고 싶은데...”

“물론이에요! 현자를 찾는 동료는 서로 도와야죠!!”

이미 찾긴 했지만... 이건 안 알리는 것이 현자를 찾는 동료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도움이었다.

“여기요!! 제가 정리해둔 노트에요!”

가져온 나무상자에는 해진 노트가 10권이나 적혀있었다.

[...뭔가 엄청 미안해지는데.]

<이미 늦었어요.>

그 잘못을 지금이라도 속죄하기 위해 레오는 급히 노트를 읽기 시작했다.

[근데 내가 말하면 바로 찾잖아. 뭘 어렵게 생각해.]

<생각해보세요. 만약 마탑에 오늘 찾아온 제가 갑자기 그걸 찾는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사람들은 갑자기 시기와 질투의 눈빛으로 자기를 보는 건 둘째치고, 저 대학원생이 어떤 기분일지는 조금이나마 고려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아... 그렇겠네.]

<그러니까 여기선 이렇게 해야겠죠.>

레오나르도는 노트를 천천히 30분 정도 조용히 다시 현자에게 말을 걸었다.

<현자님, 반지는 어딨어요?>

[...그게 그건 가봐야 알아. 구조만 기억하고 있어서, 리모델링했으면 나도 찝어서 말할 수가 없다고.]

<그 정도면 충분해요.>

래오나르도는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대사를 읊었다.

“알 것 같습니다.”

“...어? 정말요?”

“확실친 않지만... 추측할 만 곳은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진짜에요?! 얼른 가보죠!!”

“예, 추측인 만큼 빨리 찾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레오나르도는 노트를 덮고 한손으로 든 채, 동아리실 밖으로 나갔다.

***

[왼쪽, 그리고 복도 끝까지 가면 방이 나와. 거기에 있어.]

“내용을 추측하면 여기서 꺾어져서 나온답니다. 그 방엔 현자는 적탑주와 몰래 체스를 뒀다더군요. 그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여기일 가능성이 있어요.”

대충 노트에 적혀있는 낭설과 상상으로 짜깁기 한 거지만, 보물을 찾는 건 대부분 이런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진행되기 마련이다.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네요오... 근데... 저긴...”

아메리는 당황스러운 황당함을 드러내며 복도 끝방을 가리켰다. 그 방에는 생각지도 못한 표지판이 붙어있었다.

“...화장실인데요?”

게다가 여자 화장실이었다.

<...현자님... 하... 그런 취향인 건 알고 있었지만, 꼭 이런 식으로 욕구를 풀 필요는...>

[아니니까 싸물어. 내가 말했잖아. 여기 리모델링했다고. 나도 화장실로 바뀔 줄은 몰랐어.]

그 주장이 사실이길 바라며 레오나르도는 더는 추궁하지 않았다

“그럼... 들어가죠.”

“...괜찮을까?”

“딱히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닌데 캥길 것도 없죠. 그냥 사람이 없는지만 봐주시고, 사람 오면 그땐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돼요.”

게다가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이 야심한 새벽에 사람이 와서 화장실이 올 일은 없을 것이다.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오...”

생각처럼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었다. 밖에 있던 레오나르도도 걸어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근데... 아무것도 없는데요... 그리고 전 이미 여길 둘러봤어요.”

그녀 말대로 여자 화장실은 말그래도 화장실로서의 물건밖에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최근에 재건축된 것을 고려하면 추측이 가능할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흠... 이상한데?]

<뭐가요?>

[여긴 원래 넓은 창고였거든? 근데 지금 훨씬 좁아.]

<...설마... 현자님, 이번에도 해줄 수 있어요?>

[나보고 여자 화장실을 뒤지라고? 내가 넌 줄 아냐?]

...

......

..........

[알았어. 입 다문 채로 꼽주지 말라고.]

침묵의 눈치가 효과적이었는지, 현자는 화장실의 벽을 향해 몸을 집어넣었다.

[...으...지네에 돈벌레... 아...! 찾았다! 있어!! 앞쪽 벽이야!]

현자의 외침에 레오나르도는 그 방향을 향해 칠흑색 검을 꺼내들었다.

“레오나르도 군...?! 갑자기 왜...?!”

“조심하세요. 최대한 부드럽고 조용히 할 거지만 닿으면 위험하니까.”

그렇게 말하며 레오는 벽을 사각으로 잘라내었다. 시멘트가 쪼개는지는 소리와 함께 벽이 사각형으로 잘려 밀려나갔다.

“...어...? 어어...?!”

화장실 너머에는 빈공간이 있었다.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물건을 숨길 정도의 크기는 되었다.

“여깄었네요.”

[여길 왜 메워뒀대. 찾기 더 힘들게.]

그건 레오도 인정하는 바였지만, 벌인 인물은이미 죽은 사람일테니 따지는 건 그만두기로 했다.

“...그런데 유산은 어디에...”

아메리가 어두운 비밀 공간을 더듬는 사이, 레오나드로는 현자의 지시에 따라 벽면을 잡았다.

[거기야. 거길 눌러.]

식상하긴 했지만, 벽돌을 누르자 달칵거리는 소리와 함께 작은 상자가 튀어나왔다.

“어어?!”

“어라?! 어떻게 나온 거지?”

[너무 발연기 아니야?]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옆에 숨긴 장본인이 있으니 연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게 현자의 유산...!”

그리고 유일한 관객의 관심사는 유산인 상자 뿐이었다.

“...근데 어떻게 열 수 있을까요?”

[문제를 풀면 돼. 이제 문제가 뜰 거야.]

<문제요? 어려운 거에요?>

[...그게... 애매하지.]

불안한 대답과 함께, 일행은 상자에 시선을 집중했다.

[용케 내 유산을 찾아냈군.]

상자에서 푸른빛이 나오며 현자와 똑같은 목소리가 송출되었다. 다행히도 사람들의 기대에 맞게 진중한 목소리였다.

이 목소리와 어투를 들으면 마법사를 꿈꾸는 많은 어린이들이 눈물을 흘릴 것이다.

“...현...현자님!!”

아메리는 경악스레 상자를 바라보며 외쳤다.

[현자의 유산을 찾아낸 건 칭찬해주겠다. 대단하군.]

“...저...드디어... 제가 최초로...! 마법사로 살길 잘했어요...!”

그 확답에 아메리는 다른 의미로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안구건조증인 눈에선 하염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찾아낸 거로는 아직 이걸 허락해줄 수는 없다.]

“...예? 그럼...?”

뭔가 일방형 통화라고 하기도 그렇고, 쌍방형 통화라고 하기도 묘한 상황이었다.

그럴 땐 다물고 있는 게 정답이었다.

[내 친히 세 가지 문제를 낼테니, 그걸 맞추면 가져가도 좋다. 천천히 생각해보고 풀도록.]

그나마 다행이었다.

지금 문제를 낸 장본인이 있는데, 무슨 문제든 두렵겠는가.

<...근데 뭔 문제를 낸 겁니까?>

[그게...]

그 순간, 푸른빛이 뜨며 글씨가 송출되었다.

[1. 현자가 좋아하는 음료 취향을 맞추세요.]

<...고작?>

이런 문제를 맞추지 못해 몇백년이고 마법사들은 찾아 헤맨 건가?

아니, 어렵긴 어려울 수도야 있겠지만, 문제의 수준이 어이없을 정도로 한심했다.

<...일단 따지는 건 안할테니, 답이나 알려주세요.>

[아메리카노. 난 그것만 먹었어.]

정말 마법사들의 수준이 의심되었지만, 일단 답을 맞히는 것이 중요했다.

[정답을 외친 뒤 답을 외치시오]

“정답! 아메리카노!”

[틀렸습니다.]

“...어?”

파지지직!!

그리고 분출되는 전기, 온몸에 전격이 휘감는다.

“아악!!”

“레오나르도 군!”

[틀릴 시에 벌칙과 함께 그 정답자는 그 문제의 기회가 박탈됩니다.]

왜 아무도 못 풀었는지 감이 왔다. 결국 찍거나 때려맞추는 건 불가능하는 뜻이었으니까.

<...장난쳐요!?>

[어... 이게 왜 아니야? 나 아메리카노만 먹어! 진짜로!!]

진심이 담긴 외침, 그렇게 되면 더더욱 혼란스러웠다. 문제를 만든 본인이 모르면 누가 안단 말인가.

“...설마...”

잠시 고민을 하던, 아메리는 다시 대답했다.

“정답... 물 많이 탄 연한 아메리카노?”

확신이 없는 대답, 레오나르도도, 현자도 의심하는 눈치였다.

[정답이다!]

“씨발...! 장난해...!?”

이딴 걸 맞추는 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현자를 떠나보낸 장본인들은 물론이고, 몇백년 전 인간이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걸 알아내는 것도 미친 짓이었는데, 그게 샷을 추가한 건지, 연한 건지를 어떻게 아나?!

[...아 그랬지...?]

게다가 본인도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이걸 맞추는 새끼가 어딨어요?!>

[저기.]

현자는 손으로 저 하프 엘프 대학원생을 가리켰다. 이 양반은 양심이라는 게 존재할까?

“...어떻게... 맞춘 겁니까...?”

레오는 저 기적과도 같은 답안에 두려움마저 느끼며 조심히 물었다.

“...그게... 예전에 책에서 현자가 쓴 물약을 못 먹어서 물 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요. 그래서 혹시나 해서...”

저걸 맞추는 것도 기적이었다. 이정도면 팬이 아니라, 거의 종교적 추종자였다.

그러건 말건 퀴즈는 계속 진행되었다.

[2. 현자가 가진 알레르기를 말하시오.]

이건 생각보다 쉬웠다. 알레르기는 신체적 질병이니 잊기가 더 힘들 것이다.

[아, 이건 알아! 사과 알레르기!!]

“정답!! 사과 알레르기!!”

파지지지직!!

두 번째 문제의 실패를 전격을 통해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끄아...이번에는 왜...”

[...야야야!! 이건 진짜라고!! 나 구라 안 쳤어!]

“정답...? 홍옥 사과 알레르기?”

[정답이다!]

이젠 따질 기력도 없었다. 전격을 맞아서도 있겠지만... 분노하는 것조차 정신적으로 질릴대로 질렸다.

[마지막 문제다. 신중히 생각하고 풀도록.]

“신중이고 씨발이고!! 생각해서 풀 수 있는 문제를 내라고!!”

옆에 있는 현자든, 상자 속 현자든, 두 현자 모두 무시한 채 할 일을 시작했다.

[이 마도구는 누구를 위해 만들었지?]

이번엔 현자에게 의지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도 이 대학원생이 저 기상천외한 문제를 어떻게든 답할 것이다.

“...음...으... 모르겠어요...”

“...예?”

“그게... 여기 있는 마도구가 어떤 건지도 모르고, 현자랑 관련있는 마법사가 한둘도 아니여서...”

그녀에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했다. 사실 앞에 있는 두 문제를 맞힌 것이 더 기적이었다.

[...야, 이번엔 안 틀릴 테니까... 똑같이 말해줘.]

<스펠링 하나라도 틀리면 바로 심장 뽑고 인공 심장 집어넣을 겁니다.>

[그래. 알았어. 부탁한다.]

...하... 저렇게 부탁하면 거절하는 게 더 힘들지 않은가.

“정답.”

현자의 문제에 현자의 정답을 말한다.

[켈리 데이비스 로빈]

“켈리 데이비스 로빈.”

[정답이다.]

그 말을 끝으로 상자가 열렸다.

상자 속에는 작은 보석이 박힌 반지가 있었다.

“...이건... 평복과 평유의 반지에요.”

현자가 처음 말한 마도구.

“이걸 차면 수면욕, 식욕, 성욕을 통제할 수 있고, 체내의 독성도 치료할 수 있어요. 그러고 보면 켈리 데이비스 로빈은...”

그녀는 급히 그 이름의 주인을 찾으려 노트를 폈다. 하지만 레오에겐 그럴 필요가 없었다.

[켈리는... 내 친구였어. 지병 때문에 마약성 약물을 계속 복용했는데, 그거라도 먹지 않으면 통증 때문에 살 수가 없었지. 그래서 이걸 만들었는데...]

“켈리 데이비스 로빈은 약물 중독으로 현자님이 마탑에 있는 사이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이걸...”

현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입을 다물었다.

레오나르도도 그를 그저 조금 바라봤을 뿐, 더 이상의 위로도, 비난도 건네지 않았다.

아물었음에도 쓰린 흉터는, 쓰다듬는다고 낫지 않는다는 걸 그가 제일 잘 알았으니까.

“...그럼 이제 나갈까요?”

반지를 고이 주머니에 싼 채, 아메리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죠...! 얼른 마탑주님들께 이 발견을 보고...!”

보고를 위해 여자 화장실에서 나온 순간,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레오...? 거긴...”

자신이 모시는 아가씨이자 기사.

용사 라인하르트 가문의 영애.

“아리아 아가씨...?”

아리아스필 라인하르트는 여자 화장실에서 나가는 레오나르도를 볼 수 있었다. 그것도 다른 여자와 함께 나가는 장면 그대로.

싸늘했다.

왜 아리아의 손은 검으로 향하고 있을까.

목적은 그녀의 죽은 눈에서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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