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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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국의 수도 한양의 저잣거리.
사람들이 이번 국혼에 대해 삼삼오오 모여 떠들었다.
-폐주의 공주님과 가순신 영감의 아들이 결혼한다고?
-말조심해. 폐주가 된 것은 다른 사람이니. 아니 처형까지 당했으니 말 다 했군.
사람들은 말을 조심했다.
다른 이의 귀에 잘못 들어갔다가는 경을 칠 터이니.
-그보다 즁 제국의 황제가 책봉서를 내렸다는데…….
-강제로 뜯어냈다는 소문이 있더군.
-그게 말이 되는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원래라면 별의별 꼬투리를 잡아 가며 시간을 질질 끄는 것이 정상.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단번에 그것도 조선국 최초의 여왕에게 군말 없이 책봉을 해 주다니 이상한 소문이 나돌 수밖에 없었다.
-축하의 의미로 상자 가득 황금을 담아 예물로 내렸다는군.
-거참. 누가 상국이고 누가 신하국인지 헛갈리는구먼.
허락이 아니라 통보에 예물까지 갈취한 꼴이다.
-그보다 이번에 이야기 들었어?
-뭘. 말인가?
-대규모로 병사를 모집한다는군.
-병사를 모집할 일이 있다는가?
조금이라도 소문에 민감한 자들은 주변국들의 상황을 주워들었다.
지팡구라 불리는 왜국은 리안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는 중이었고. 공포스러운 북쪽의 야만인들은 가순신에게 복속당했다.
조선을 노릴 만한 나라는 없다.
-설마… 즁 제국을?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조선국이 누구를 상대하려 군사를 모으는지 알아차렸다.
-우리라고 못 할 것이 어디에 있나.
생각해보니 가능할 것 같기도 했다.
예로부터 북방의 유목민족이 통합하면 즁 제국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황제가 바뀐다.
-맞아. 그렇지. 북방에서 칸이라 불리는 분이…….
-이제 상왕이신 가순신 전하이시니.
아들을 여왕과 결혼시키며 가순신은 상왕이 되었다.
여진과 조선국이 힘을 합친다면 즁 제국을 정복하지 못할 것도 없다.
-그런데 징집이 아니라 모집이라고?
-이번에 즁 제국에게 축하금으로 받은 예물을 푼다더군.
들리는 다른 소문에 의하면 가순신이 즁 제국을 치려고 하자 돈으로 달랬다는 말이 있다.
당연히 당하고만 있을 즁 제국이 아니기에 대규모로 군사를 모을 것이니 이쪽에서도 병력을 모으는 것은 당연한 일.
뿌우우우~~!
그때 대로에 나팔 소리가 들렸다.
왕이 행차할 때 들리는 가락.
-얼른 구경 가 보세나.
오늘은 때마침 즉위식이었고. 멀리서나마 새로운 왕의 용안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가까이에 있는 자들은 머리를 땅에 처박고 있어야겠지만.
-어어?!! 저 도깨비 같은 청년은 뭐지?
그런데. 가장 중심에 있는 이는 새로 즉위하는 왕과 여왕도 아니었고. 상왕도 아니었다.
오히려 상왕이 그 청년을 호위하는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그그… 그래. 용왕의 신하.
-아니야. 저분이 용왕이라고 하던데.
-무슨 소리. 저분은 서방의 황제라고 했어.
백성들은 리안을 발견하고 저마다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어찌 보면 공식적인 자리에 처음이라 더 그랬다.
끼에에엥~!
왕의 행렬은 도성의 가장 넓은 곳에서 멈췄다.
원래라면 궁전의 안에서 즉위식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많은 백성들이 볼 수 있는 터에 임시 단상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단상에 소문으로 무성한 색목인이 올라섰다.
“나는 레온 제국의 황제 리안이다.”
리안의 말에 백성들은 동요했다.
황제라는 말은 왕들의 왕.
멀리 떨어져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되는 자들까지 놀라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이 칙서는 즁 제국의 황제가 내린 책봉서다.”
화려한 책봉서를 높이 든 리안.
지지직!!
그런데,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갈가리 찢어 버리는 리안이었다.
그 행동에 모두가 경악을 했다.
저것은 어찌 보면 선전포고와도 같은 짓.
애초에 백성들은 레온 제국이란 이름은 처음 들어 보며 즁 제국에 영향을 받고 살았다.
“두려워하지 마라. 조선국의 왕을 신하국으로 책봉하여 레온 제국의 보호 아래 둘 것이며. 레온 제국을 대신하여 이곳 동북아의 패자로 군림할 것이다. 너희는 개국 이래 가장 큰 부귀영화를 누리게 될 것이다.”
“레온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세!!!”
책봉을 받아야 할 여왕과 왕 그리고 상왕이 될 가순신까지 무릎을 꿇고 만세를 외쳤다.
“만세!! 만세!!! 만세!!!”
신하들이 복창했고. 어느 순간 백성들도 따라서 만세를 외쳤다.
황제가 직접 나서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 주겠다는데 싫다는 백성들이 어디에 있으랴.
모두가 흥분한 가운데 즉위식은 무사히 치루어졌고. 수도의 백성들에게 술과 음식이 대량으로 풀렸다.
그야말로 축제.
“만세!! 만세!! 만세!!”
즉위식 때보다 더 큰 만세 소리가 수도 가득 퍼졌다.
* * *
즁 제국의 반란은 의외로 빠르게 진화되었다.
완전히 뿌리를 뽑지는 못했지만, 후방을 교란하지 못할 정도로 두들겨 놓았다.
오히려 급한 것은 북방을 통합한 가순신과 조선국이다.
“고생했느니라. 왕 대도독.”
“폐하의 믿음에 보답할 수 있어 기쁘옵니다.”
칭찬에 인색한 황제가 대도독 왕쩐다를 격려해 줬다.
이제 남은 것은 불충한 오랑캐들을 무릎 꿇리는 일이다.
달그락.
황제는 대전의 바닥으로 도끼를 던졌다.
“부월을 내릴 테니 동쪽으로 말을 달려 오랑캐 수장의 목을 잘라 오도록 하시오.”
“이왕이면 살려서 데려오겠나이다.”
“하긴.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이번에 새로 즉위한 조선국의 여왕의 미색이 제법이라던데.”
“명을 따르겠나이다.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부월을 든 대도독은 거칠 것이 없었다.
황제는 신하도 거침없이 죽이는 폭군이었고. 그런 폭군이 내린 부월이다.
누가 감히 그 부월 앞에서 고개를 드리요.
척! 척! 척!!!
즁 제국의 대규모 병력이 북쪽 국경선을 넘었다.
수도를 떠날 때만 해도 10만이었던 병력이 어느 순간 50만이 되었다.
이동하면서도 계속해 징병을 했다.
지방 각지에서는 끊임없이 보급품들이 올라왔다.
비전투원까지 뺀다면 100만이 동원되었다.
이번 전쟁이 오래 지속되거나 패배하게 된다면 즁 제국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패망할 것이다.
국운을 건 싸움이다.
승리하여 모든 것을 쓸어 담아 와야 한다.
* * *
이 소식은 빠르게 조선국에 전해졌다.
돈을 퍼부어 즁 제국의 간자들을 포섭했다.
의외로 즁 제국의 고위 관료들이 협조적이었다.
그들은 허수아비로 언제 황제의 진노로 죽을지도 모르는 자들.
차라리 제국이 멸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즁 제국의 황제가 여왕을 잡아가 노리개로 삼겠다고 선포하였다!
조선국의 백성에게 저런 말이 돌았다.
프로파간다였지만, 의외로 이것은 잘 먹혔다.
-군에 입대하겠소!!
-나도 전쟁에 참여하겠다!
-나를 데려가시오!!
왜국과의 전쟁 때도 의병이 되었던 것이 조선국의 백성들이었다.
대국이 쳐들어온다는 오히려 앞장서서 적을 맞이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진즉에 지원하지 그랬소. 상비군은 충분하니 다들 안심들 하고 생업에 최선을 다하시오.
선정관들은 너무 뜨거운 백성들의 반응에 오히려 곤란해했다.
조선국이 즉위식 이후에 상비군으로 모은 군사는 5만 명이었다.
즁 제국에 비해 1/10 규모였지만, 작은 나라에 이 정도를 모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었다.
“아버님. 정말 5만의 병력이면 되겠사옵니까?”
여왕은 가순신에게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며느리는 걱정하지 마세요. 북방의 병력만 30만이니.”
모두 기병이었다.
오토호스가 아니라 진짜 말이었지만, 북방의 사내들은 태어나서부터 말을 타며 지내는 기병 그 자체였다.
즁 제국이 북방을 견제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게다가 레온 제국의 도움을 받아 병장기에 혁신을 가져왔으니.”
조선국의 모든 병사들에게 마총이 보급되었다.
어중이떠중이를 마구잡이로 징집한 즁 제국의 병사들과는 질이 달랐다.
“그리고 황제 폐하께서 직접 지휘하시니 전쟁은 한 달이 걸리지 않을 게야.”
가순신은 어린 여왕과 왕을 안심시키고는 전장으로 떠났다.
그는 여진 기병 20만과 조선 보병 5만을 이끌고 진군했다.
샤아아아~!
그 시간 리안은 군함과 거대한 수송선들을 이끌고 북경으로 향했다.
북경은 즁 제국의 수도로 해안과 가까웠다.
웃긴 것은 그곳은 북방과 가까운 곳에 위치했다는 것이다.
“폐하. 소신을 불러 주셔서 영광이옵니다.”
고잉미샤호에는 의외의 인물이 있었다.
저 행성 반대편 노르망 공작령에 있어야 할 인물.
“기후 백작. 그대에게 10만의 기병을 맡길게요. 오토호스 보급률이 겨우 30%지만 그거면 충분할 겁니다.”
“실망시켜 드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나이다.”
* * *
가순신 상왕이 이끄는 25만의 병력과 왕쩐다 대도독이 이끄는 50만의 병력이 요동의 벌판에서 마주쳤다.
“조선국 수도까지 진격한다!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죽이고 약탈하라. 포로 따위는 필요 없다!”
무려 2배의 병력.
상대의 기병 전력이 많다고 하지만, 신경 쓰지 않고 꿋꿋이 전진했다.
“사방에서 몰아쳐라. 정면 승부는 피한다!”
가순신은 정면 대신 기병의 특성을 발휘해 상대의 병력을 갉아먹는 방식을 이용했다.
물론 보병들을 이용해 수성전을 펼치기도 했지만, 힘들다 싶으면 과감하게 후퇴를 시켰다.
“쉽군. 너무 쉬워.”
대도독 왕쩐다는 별다른 저항 없이 밀리는 적들을 보며 생각했다.
힘들여 병력을 긁어모은 보람이 있었다.
반란군들을 진압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쉬웠다.
“그러니 적당히 할 것이지. 쯧.”
대도독 왕쩐다도 딱히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원치 않았다.
“너희가 자초한 일이다.”
* * *
북방에서 전투가 벌어졌다는 통신을 받은 리안은 곧장 배를 몰아 즁 제국의 항구로 밀고 들어갔다.
펑!! 퍼버버버벙!!!
즁 제국은 예상했다는 듯이 해안 포대로 도배를 해 놓았다.
긴 사거리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때려 부술 수는 있겠지만 숫자가 너무 많았다.
더군다나 해안 포대는 해안뿐만 아니라 내륙에도 깔려 있었다.
“아주 돈을 가져다 발랐군요.”
기후 백작이 인상을 찌푸렸다.
“교역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으니까요.”
즁 제국에는 율 대륙에서 원하는 것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막대한 돈으로 저런 무식한 짓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곳에 상륙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폐하.”
“아니요. 저곳은 즁 제국의 상징과도 같은 곳입니다. 저곳을 쳐야 대도독도 흔들릴 겁니다.”
굳이 적들도 황제를 피난시키지 않고 해안 포대로 내륙 안까지 도배를 해 놓은 이유다.
“그렇군요. 그럼 저쪽으로 부탁드립니다. 상륙만 한다면 해안포는 그다지 위력적이지 않으니까요.”
“역시 먼 곳에서 불러들인 보람이 있네요.”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아무리 리안의 전함에 달린 함포들이 사거리가 길다 해도 포탄이 무제한도 아니다.
퍼버버벙! 펑!!!
철갑선들이 해안포의 한쪽만을 공략하며 무력화시켰다.
반나절가량 포격을 가하니 상륙할 만한 곳이 생겼고 그곳으로 수송선들이 번갈아 가며 기병들을 내리기 시작했다.
“끼요요요요~!!”
그들은 아군의 병력이 충원되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사방으로 흩어져 달렸다.
샤샤샤샥!!!
야만인이라 불리는 자들답게 보이는 족족 칼을 휘둘렀다.
끄아아악!!
리안의 함대가 공격을 해 올 줄은 알았지만, 따로 상륙을 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해안 포대가 늘어난 만큼 포병의 숫자가 많았지만, 그들은 감히 기병들에게 덤벼들지 못했다.
펑!!!
가끔 놀란 포병들이 해안포로 기병들을 위협했지만.
휘이이잉~! 쾅!!!
“뭐야? 뭔가 지나간 것 같은데.”
개별적으로 마구잡이로 돌아다니며 약탈과 학살 그리고 방화를 저지르는 기병들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았다.
기껏 공격에 성공해 봐야 기병 한두 기를 죽일 뿐이었다.
두두두두두!!!
기병의 숫자는 점점 늘어 어느덧 10만이 상륙에 성공했다.
보병 10만도 감당하지 못하거늘 기병 10만은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1사단은 나를 따르라!! 황제를 잡는다.”
기후 백작은 10만 중 1만의 병력만을 따로 불러모아 황궁으로 향했다.
따로 명령을 내리는 것보다 약탈, 방화, 학살로 적들을 패닉에 빠뜨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판단했다.
“장군. 황제가 있겠소? 병력을 몰아쳐서 황제부터 잡아들이는 것이 어떻소.”
기후 백작에게 여진 부족장 한 명이 물어왔다.
다른 이들은 한창 약탈 중인데, 자신의 부족이 속한 1사단만 이렇게 황제를 쫓는 것이 불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없어도 된다. 그렇게 되면 이곳 수도는 폐허가 될 테니. 그리고 너희 몫이 가장 클 테니 걱정 마라. 우리가 가는 곳은 황궁이니까.”
그 말에 1사단의 여진족들의 입이 귀에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