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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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리안은 손톱 정리를 마무리할 겸 입김으로 손톱을 불었다. 그리고는.
“발사!”
펑!! 펑! 퍼어어엉!!!
3개의 포신이 붙여진 포가 연속으로 발사되었다.
위이이잉~! 콰와아앙!!!
세 발의 포탄은 순식간에 날아가 1급 전열함을 관통했다.
모든 포대를 포기하고 얹힌 거포이기에 그 위력이 남달랐다.
끼어어억!!
1급 전열함은 결국 기우뚱 거리리다가 결국 대각선으로 바다에 처박혔다.
엄청난 물보라로 인해 주변에 함께 달리던 다른 배들도 휘청거렸다.
“흐리아 민 후진!”
“넵!! 맡겨주세요.”
그녀는 정지 상태에서 뒤로 배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중간에 키를 급하게 돌리더니 회전시켰다.
코앞까지 다가온 적들을 뒤에 붙이고 달렸다.
“허어어.”
이벨 왕국의 장군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조타수가 있으니 적들이 다가와도 여유로웠던가?
“포트 삼촌. 통신. ‘ㅡ ㅡ’진을 펼치고 기다리라 하세요.”
“알겠어.”
후진한 뒤 뒤집으며 다시 속도를 냈기에 적들은 고잉미샤호의 꼬리까지 접근했다.
아직 최고 가속도에 도달하지 못해 지금 순간에도 조금씩 거리가 좁혀지는 중이다. 다만.
끼리릭!!
어느 순간 섬 뒤에서 숨어 있던 전함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리안의 주문대로 ‘ㅡ ㅡ’ 자로 진을 치더니.
퍼버버버벙!!!
그대로 리안의 뒤에 따라오는 적선들을 향해 포격을 가했다.
뒤쪽에 따라붙었던 배들은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후우우우웅! 쿵!!!
그런데, 포탄 한 발이 고잉미샤호를 스쳐 지나갔다.
“빌어먹을!! 어디다 쏘는 거야!”
뽀느노 백작이 놀라서 외쳤다.
“정면으로 맞아도 괜찮아요. 선교에 맞으면 좀 곤란하지만.”
아직 거리가 조금 있어서 고잉미샤호의 철판이 견뎌 줄 것이다.
개조를 할 때 철판의 두깨를 보강하기도 했고.
특히나 고잉미샤호에 달린 거대한 포는 회전식이 아니다.
거대한 포탑을 구현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회전포탑까지는 아직 무리였다.
아마 연구가 더 필요할 거다.
“그보다 공왕 전하. 계속 적들이 따라오는데…….”
“저놈들도 별수 없을 겁니다. 1급 전열함이 침몰 중이라서 지금 병력을 못 빼요.”
1급 전열함은 기함이었고. 거기에는 공작을 포함한 많은 승조원들이 있었다.
그들을 구해야 하는데, 만약 이들이 이곳에서 철수하면 고잉미샤호를 비롯한 적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꼼짝없이 항복을 해야 할 판이니 피해를 보더라도 시간을 끌어야 했다.
샤라라락!! 끼리릭!!
고잉미샤호를 쫓던 아르헨 공작가의 해군들은 양쪽으로 퍼지며 진을 짰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는 거리.
사실 라인 배틀을 하기 위해서라면 더 가까이 붙은 다음 ‘ㅡ’ 자 진을 펼치는 것이 맞겠지만 지금은 시간을 끌기 위한 용도다.
이 거리에서는 서로 포격을 가해도 엄청난 피해는 보지 않을 거다.
다만.
“흐리아 민. 통과해서 배 돌려.”
“알겠어요.”
고잉미샤호는 아군이 만들어 놓은 중앙의 구멍으로 쏙 빠져나와서는 배를 돌렸다.
당연히 속도를 거의 줄이지 않고 그대로 방향을 회전했다.
에이스들이나 가능한 묘기.
“허어업!!”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반작용에 뽀느노 백작이 휘청거렸다.
설마설마하자니 여유로운 상황에서도 이런 식으로 배를 몰 줄은 몰랐던 것.
다만 상급 대기사인 그가 휘청일 동안 다른 선원들은 여유로워 보였다.
아마도 예측해서 그렇겠지.
“포실 상황은?”
[장전 마치고 코 파고 있쑤다.!!]
화포장 토우기슈끼 럽의 꺼렁꺼렁한 목소리가 통신구 사이로 들려왔다.
쏘는 포가 달라졌지만, 그들의 실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하나의 포로 통합되자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먹여 주세요.”
[으하하하. 자식들아! 한 발이라도 못 맞추면 오늘 저녁 없…….]
뒷말은 포격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쾅! 쾅!! 쾅!!!
이번에는 아까 전보다 더 여유롭고 천천히 포격을 가했다.
1급 전열함을 맞출 때보단 가까웠지만, 덩치가 작은 녀석들을 맞추기 위해서 신중해진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빗맞을 리는 없다.
쾅!!! 콰아아앙! 콰아앙!!!
세 척의 적선들이 그대로 꼬꾸라진다.
이전도 거리라면 신형 포탑의 유효 사거리 안이다.
작은 포로도 이 거리에서 잘만 맞추던 포병들이었는데, 더 크고 정밀도가 높은 포로 이 거리에서 못 맞추는 게 이상할 정도다.
퍼퍼퍼퍼펑!!!
저들도 반격하기 위해서 포를 열심히 쐈다.
고잉미샤호가 얄미웠는지 거의 절반에 달하는 포들이 이쪽을 향했다.
킹!!! 깡!!! 꿍!
앙증맞은 소리들.
포들이 날아와 고잉미샤호를 두들겼는데 그다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피해 상황은?!”
“음… 그러니까 일단 속은 멀쩡하다고 정비반에서 알려 왔어.”
통신 마법사 포트가 정보를 조합해 알려 줬다.
물론 외관은 어찌 되었는지 모른다.
포격전이 한창이라 정비병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으니.
맞아도 배가 멀쩡하다고는 했지만, 사람이 맞으면 골로 간다.
“적선 2척 백기!!”
그 와중에 고잉미샤호가 아닌 아군의 포격에 적선 두 척이 전투 불능에 빠져 백기를 올렸다.
확실히 이쪽은 왕국의 정규 해군답게 실력에서 우위를 보였다.
“적선 후퇴!”
통신 마법사 포트가 외쳤고. 리안은.
“전군 우회해서 아르헨 공작령으로 갑니다.”
리안은 그리 말하고는 선교 밖으로 갔다.
장갑이 심각하게 파손된 곳이 없나 보기 위해서다.
“아기 상어! 넌 왜 나왔어.”
“직접 보려고요.”
기관장은 오늘도 비키니 차림.
열기가 가득한 부유실에서 근무를 하니 땀범벅이었다.
그녀는 밖의 공기가 시원한지 기분이 좋아 보인다.
“보자 보자.”
그녀는 곧장 선수로 향했다.
고잉미샤호는 포를 쏘기 위해선 정면으로 봐야 했고 당연히 적의 공격이 정면에 쏟아졌다.
“쯧.”
기분이 좋아 보이던 그녀는 인상을 찌푸렸다.
“왜요?”
“저기 봐.”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뚫리진 않았네요.”
“한 발만 더 맞았어도 뚫렸을 거야. 물론 앞쪽 격실은 모두 비워 뒀지만.”
이런 전투 상황을 염두해 뒀기에 앞쪽 갑판 아래에는 얇은 여러 개의 철판으로 둘러 뒀다.
그렇다고 장갑을 무리하게 보강을 하지는 못했는데, 배의 벨런스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미 앞쪽에는 거대한 포 때문에 무게 중심을 겨우 맞춰 놓은 상태다.
“부탁드려요. 누님~”
“넌 어디 가!!”
리안은 그녀를 뒤로하고 자리를 옮겼다.
* * *
아르헨 공작은 아주 죽을 맛이었다.
아니 진짜로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는 바다에 빠져서 생쥐 꼴을 했다.
“이런 무능력한 것들!!!”
“죄송합니다. 전하. 불발탄 때문에 오래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상대는 이벨 왕국의 정규 해군.
가뜩이나 실력이 달리는데 불발탄까지 섞여 있어서 고역을 치르다가 후퇴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사이 공작이 구출되었다는 것.
“그보다 놈들은 왜 추격을 안 하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저 멀리서 대규모 함대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물론 그 배들 대부분은 수송선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뭐야? 왜 이쪽으로 안 오고… 잠깐. 저 방향이라면!!”
큰일이다.
저들은 이쪽 배는 볼 장을 다 봤다는 식으로 그대로 지나쳐 북상했다.
당연히 저리 북상해서 나오는 곳은 아르헨 공작령이었고.
“추격한다!!!”
“공작 전하. 아직 구출되지 않은 승무원들이…….”
“가장 피해를 많이 본 배 한 척만 남겨.”
다시 붙는다 해도 이길 자신이 없었다.
이쪽은 피해도 많이 보고 사기도 바닥이었지만, 저들은 그다지 피해를 보지 않았다.
“하…….”
괜히 출정을 했다.
차라리 항구를 끼고 싸우는 것이 나았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귀족들에게 지원을 받아 함께 싸우든가.
“젠장!! 속도를 더 내라.”
“이곳에서는 섬들이…….”
한창 추격을 하던 중.
퍼버버벙!!!
갑작스런 매복.
평소라면 이런 수법에 당하지 않는 공작이었지만, 마음이 급하다 보니 조잡한 매복에 걸려 버렸다.
“1척 전투 불능!!”
“젠장. 후퇴한다.”
그저 따라붙어 상륙을 방해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다.
“지원! 다른 귀족들에게 지원을 받는다. 그리고 우리도 칙 공작령에 있는 병력을 끌어모아서 온다.”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칙 공작령에는 리안이 올 줄 알고 각 영주들이 병력을 십시일반으로 모아 두었다.
전함도 몇 척이 있었기에 아쉬운 대로 끌고 오면 될 것이다.
어차피 거기 모인 목적이 리안이 끌고 오는 왕국군에 대비한 것이니.
“고약하게 되었어. 그래도 병력을 이끌고 올 동안 버틸 수 있겠지…….”
그 요상한 전함이 신경 쓰였지만, 거대한 포탑을 가진 만큼 별도의 포탄을 써야 할 것이다.
보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니 무한대로 쏘진 못할 거다.
아르헨의 항구는 공작령답게 해안 포대의 숫자가 많았다.
양쪽으로 있는 절벽에는 동굴을 파서 절묘하게 포탑을 세우기도 했다.
“버틸 수 있을 거다…….”
아무리 해안포보다 사거리가 길다지만, 모든 포탑을 지울 정도는 되지 않을 거다.
거기다가 요새에도 꽤 많은 마포들이 있었다.
* * *
리안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혼자 거포를 달고 있으니 적들을 상대하기 너무 수월했다.
원래라면 직접 조타를 잡고 악을 쓰며 조종해야 될 것은 선장석에 앉아 코를 파며 명령을 내려도 될 정도로 여유로워졌다.
“그래도 아르헨 공작령은 어렵지 않을까요? 차라리 바로 칙 공작령으로 가는 게 어떻습니까?”
뽀느노 백작이 조언을 했다.
원래 이곳 남신대륙은 이벨 왕국의 식민지였기에 이곳 상황도 손바닥 보듯 꿰고 있었다.
아무리 고잉미샤호가 있다 해도 그곳을 점령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
“전쟁을 할 때 무엇이 좋을까요?”
“갑자기 왜… 그런 말씀을… 당연히 승리하는 것이겠지?”
“그럼 어떤 승리가 가장 좋다고 봅니까?”
“압도적인…….”
“아니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니 뽀느노 백작님이 가 주세요.”
그는 리안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제가… 이벨 왕국에선 이름이 좀 있다지만. 그렇다고 저들이 항복을 할 리는…….”
오히려 이름값 때문에 할 항복도 안 하게 될 것이다.
지금 리안에게 고분고분하지만, 원래 그는 왕고집 독불장군이라 은근히 따돌림을 받았다.
적도 많았으니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유일하게 임무를 받지 않고 왕국 수도에 남겨진 장군이라.
“있을 겁니다.”
다만, 그는 다른 쪽으로는 매우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노하우를 배우고자 그의 집을 찾고는 했다.
물론 그게 전투와 관련된 것은 아니다.
* * *
땡~ 땡~ 땡~~!
경박하고 요란한 타종 소리가 아르헨 공작령의 항구에 울려 퍼졌다.
시민들은 놀라서 두려움에 떨었고. 병사들은 분주히 자신의 위치를 찾아갔다.
철썩철썩!!!
바다에는 군함들과 여러 척의 거대한 수송선들이 떠 있었다.
배치된 병사들은 두려움에 침을 삼켰다.
“어쩌면 좋아…….”
두려움에 떠는 것은 병사들뿐만이 아니었다.
리안에 의해서 공작가의 후계자와 결혼한 보련 랄시도 바들바들 떨었다.
“부인. 걱정 마시오. 내가 어떻게 해서든 막아 보일 테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요! 아버님은 왜 돌아오지 않는 거죠?!”
“그건…….”
공작가의 후계자도 불안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무려 1급 전열함을 끌고 나갔다.
아무리 상대가 이벨 왕국의 정규 해군이라 하더라도 결코 쉽게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바다를 유심히 바라보니 적들에게는 전열함의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전열함을 상대하기 위해선 전열함이 필요한 법인데 생각보다 함대가 빈약했다.
‘도대체 아버지는 왜…….’
의구심이 들었지만 해소되지 않았다. 그런데.
찰싹~ 찰싹~
전투가 일어나기 일보 직전인 상황에 적선에서 보트 하나가 내려와 다가오고 있었다.
보트에는 하얀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뭐지?!”
잠시 후 기사 하나가 달려와 알렸다.
“요새 책임자와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 대표로 뽀느노 공작이 왔습니다.”
“으음…….”
그의 명성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장군이다.
정적이 많았지만, 상급 대전사에 지휘력도 나쁘지 않았다.
“만나 보겠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리 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불안한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혹시 공작의 신변에 문제라도 생긴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할 시간은 많지 않았다.
느릿하게 다가오던 보트는 어느 순간 부두에 닿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백작님.”
“네. 안 본 사이에 남자가 다 되셨군요. 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것이 재작년 왕실 주최 파티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