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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231화 (231/253)

2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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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라는 말을 두고 왜 해안 요새라고 할까?

이 시대에 둘의 차이점은 딱히 크지 않았다.

안쪽에 내성을 쌓으면 요새 그렇지 않으면 항구.

반대로 이 둘의 공통점은 같았다.

해안 포대.

“그… 그러니까아…….”

뽀느노 장군의 입천장이 굳은 것 같다.

동시에 혀도 굳은 걸까?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충격 플러스 충격.

“적당히 포대만 얹었다고 해안 요새라 붙일 수 있는 시대는 갔단 말이죠.”

“…….”

뽀느노는 이를 꽉 깨문 채 입을 꾹 닫았다.

멍청한 장군이 아니라면 당연히 저럴 것이다.

패러다임의 변화다.

그는 홀린 듯 내뱉었다.

“바다를 제압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하겠군요.”

뽀느노 장군은 리안도 나름 잘 아는 네임드다.

스토리대로라면 지금 시기에 불미스러운 일을 겪고 안 좋은 결말을 맞이한다.

유저가 개입해도 갑자기 죽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지금 본 것들을 본국에 잘 전달해 주세요.”

“배려 감사합니다. 작은 것도 놓치지 않게 노력하겠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강력하게 주장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본대로 보고만 해 주세요. 이벨 왕국의 전하께서 판단하실 것입니다.”

워낙 주장이 강하다 보니 정적이 많아서였다.

웬만해선 다른 장군을 데려오고 싶었는데, 남는 장군이 그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장군 없이 출정하자니 이벨 왕국의 2만 병력을 통솔할 자격이 없었다.

아무리 왕의 사위라 할지라도 군 통솔권은 별개의 문제였다.

“자자. 빨리 정리하고 다음 항구로 가죠.”

* * *

아르헨 공작령에 전서구가 날아왔다.

남쪽 칠레말레 백작령에서 온 것이다.

“이게 무슨 개소리지?”

“적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왜?!”

“그건 저도… 잘…….”

당황하는 부관을 두고 공작은 탁자 위에 손가락을 딱딱 두들겼다.

완전히 예상 밖의 일이었다.

남신대륙의 귀족들은 자신의 병력을 절반가량이나 칙 공작령에 두고 왔다.

완전히 허를 찔렸다.

당연할 것이 다른 영지에 상륙을 하는 것은 괜한 힘만 빼는 일이기에.

항구를 점령한다 해도 보급을 현지 조달하기 위해선 내륙으로 진출해야 했다.

그런데 칙 공작령을 제외하고는 지배자가 공고하게 있으니 약탈이 쉽지 않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청야전술을 쓸 수도 있으니.

“일단 다른 영지에도 소식을 전해 주도록.”

“알겠습니다.”

“아! 그렇다고 칙 공작령의 병력을 빼지는 않게 주의를 줘. 칠레말레 백작령을 친 것이 기만 전술일지도 모르니.”

아마도 기만 전술일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백작령이라 해도 해안 요새화가 된 항구에 상륙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도착한 전서구에는 적들이 상륙한다고 되어 있으니.

“직접 가 봐야겠군.”

“해전을 하시려고 합니까?”

“일단 간만 보고. 함대의 숫자가 만만하면 일단 숫자를 줄여 놔야지.”

아르 공작은 남신대륙에 단둘만 존재하는 공작이었다.

솔직히 지배하는 땅의 크기로는 제국을 선포해도 될 정도였지만, 인구와 채산성이 높지 않았다.

사람이 살기 좋은 곳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북신대륙과 달리 남신대륙은 원주민의 숫자가 많았기에 그 노동력으로 열심히 열대우림을 개척하는 중이긴 했다.

다음 세대 때는 왕을 선포해도 될 정도.

‘그러기 위해선 이번 세대에 독립을 쟁취해야 해.’

부유해질수록 본국에서의 압력이 강해질 것이다.

지금이야 몇 안 되는 봉신으로 넓은 땅을 지배하고 있지만, 개간되는 땅이 많아질수록 봉신의 숫자는 늘어난다.

또 봉신의 숫자가 늘어나면 작위의 과포화 상태.

다시 말해 공왕으로 승작해야 된다.

그게 아니라면 땅을 쪼개어 자식에게 상속을 해야 하는데, 본국에서 순순히 공왕이 되게 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이 기회다.’

공작이 자신의 사비로 만든 해군을 희생해서라도 적들에게 타격을 주려는 이유였다.

“아버님. 출정하시는 것이옵니까. 저도 가겠습니다.”

“됐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말거라.”

“그게… 아니오라.”

“그 요망한 년이 시켰나 보지.”

“당신의 며느리입니다. 아버님.”

공작의 후계자가 발끈했다.

“며느리 좋아하시네. 그 아이는 공주의 시녀였다. 첩자일지도 모른다고.”

“아닙니다. 절대 그럴 리가 없습니다.”

“쯧. 되었다. 그만 들어가 보거라. 못난놈. 치마폭에 싸여서는 정신을 못 차리는구나. 이참에 아이라도 많이 만들거라.”

“아… 알겠습니다. 가문을 이을 아이를 많이 만드는 것도 귀족의… 덕…….”

후계자의 말이 마치기도 전에 공작은 저멀리 멀어져 있었다.

공작의 얼굴은 완전히 썩어 있었다.

‘여자를 잘못 만나서는!’

후계자는 나름 총명했으나 어느 날 이상한 여자에게 코가 꿰여서는 상태가 갈수록 나빠졌다.

총기는 다 사라지고. 매일 헛소리나 늘어놓았다.

“어쩌다가. 그런 근본도 없고 사치스럽기만 한 막돼먹은!! 후…….”

공작은 분노가 차오르는 것을 겨우 가라앉혔다.

중대한 일을 치루어야 하는데 분노는 도움이 되지 않는 감정이다.

“공작 전하! 출정 준비가 완료되었나이다.”

준비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벨 왕국에서 병력이 출발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부터 만반의 준비를 해 놓았기 때문이다.

“남쪽으로 간다.”

“알겠습니다. 전하!”

무장 상선 6척. 중형급 전함 3척. 1급 전열함 1척.

공작이 가지기에는 과한 전력이었다.

무엇보다 1급 전열함은 왕국에도 몇 척 없는 바다 위의 성 그 자체였다.

이런 규모의 함대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역시나 20% 거래세를 제외하고는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나 함대를 만들었음에도 아직 공작가의 재물은 차고 넘쳤다.

“그보다 얼마 안 되는 전함으로 수송선을 호위하는 게 사실일까?”

“솔직히 거짓 정보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하.”

첩보에 따르면 이벨 왕국은 리안에게 몇 척 안 되는 전함만을 붙여줬다.

병력은 약 2만이라고 하는데, 출항한 수송선의 숫자로 봐선 1만의 병력이 더 추가될 가능성이 높았다.

“혹시 그놈들이 칠레말레 백작령을 먼저 친 이유는 육상으로 움직일 생각이 아닐까? 전함이 부족하니…….”

가장 만만한 항구가 칠레말레 백작령의 항구이니까 말이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3만의 병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상륙을 할 때 최다한 줄여 놓고 정글이라는 환경을 이용해 최대한 적을 괴롭힐 예정이었다.

만약 적들이 상륙에 성공해 칙 공작령의 일부라도 점령하여 숨을 고른다면 게릴라를 운영할 계획도 짜 놓았다.

“만약에 저놈들이 해군력에 자신이 없어서 상륙한 것이라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 돌아갈 배들을 모두 부숴 버린다면 병사들의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질 테니.”

함포의 숫자가 100문이 넘어가는 일급 전열함이있기에 자신이 있었다.

“공작 전하! 적선이 발견되었습니다. 카락급 3척이 망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두 척은 외해 쪽에 위치했습니다.”

“좋다. 내해 쪽 녀석은 내버려 두고 밖의 두 놈은 압박해서 잡아먹는다.”

다수의 배가 1~2척의 배를 추격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나 공작의 배에는 함포의 숫자를 줄이고 속도를 더 낼 수 있게 개조한 쾌속선도 3척이 있었다.

“전하! 적을 몰아세웠습니다.”

내해는 함선의 성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지만, 외해는 해류의 영향을 받는다.

거기다 바람의 영향도 은근히 많이 받았다.

“항복을 받아 줄 필요 없다. 발포하라.”

“알겠습니다. 전하!!”

통신마법사는 즉시 사거리 안에 들어간 배들에게 발포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펑… 펑… 펑…….

“뭐지?!”

뭔가 시원찮았다.

원래라면 퍼버버벙! 하며 연속으로 발사음이 들려야 하는데…….

“무슨 일이냐?!”

“그게… 불량이 났다고 합니다.”

“뭐? 불량? 도대체 마포와 마나석을 어찌 관리를 했기에… 설마???!!”

그때 머릿속에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

함선 관리를 후계자인 아들 놈에게 맡겨 놓았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상단을 바꾸었다.

이상하리만큼 낮은 가격에 납품이 되기에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그 시보오오랄녀언이!!!”

아니었다.

며느리로 들어온 보련 랄시라는 공주의 시녀 출신인 그 아이의 짓이 틀림없었다.

씀씀이가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설마설마하자니 해군의 군비까지 털어먹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저… 전하! 적 도주합니다.”

불발탄이 너무 많다 보니 결국 다잡은 두 척을 놓였다.

“추격한다!!!”

공작의 모든 함선들이 키를 돌려 전속으로 뒤쫓기 시작했다. 그런데.

펑!!!

어디선가 광음이 터졌다.

“전하!!! 전투 상선 2번 함이 침몰 중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더냐.”

도주 중인 2척의 함선은 함포를 쏠 각도가 아니다.

지금도 공작의 시야에서 도망만 치고 있지 않은가.

“작은 어디에 있지?! 망루의 놈들에게 연락은?”

“아직… 없습니다. 다른 배에서도 따로 보고되는 것이…….”

쾅!!!

또다시 광음. 그리고 이번엔 카락급 전함이 가라앉고 있었다.

“이게 무슨!!”

“전하. 찾았습니다. 적선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위치는…….”

통신 마법사는 적의 위치를 읊었고 공작의 시선이 돌아갔다.

함장석은 시야 마법이 걸려 있었기에 격벽 너머의 풍경도 훤히 보였지만.

“설마… 저 거리에서?!”

멀어도 너무 먼 거리.

“그보다 언제 저기까지 온 것이지…….”

더 놀라운 것은 배의 색상이 회색이라 쉽게 발견되지 않았다.

숙련된 망루병들도 집중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정도.

번쩍!

저 멀리 보이는 회색을 띤 배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것이 뭘 뜻하는지는 뻔했다.

쾅!!!

이번에는 기함인 1급 전열함이었다.

덩치가 커서 그런지 다른 배와 달리 단번에 침몰하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다.

“접근한다!”

괴물 같은 사거리와 화력이었지만, 이쪽도 사거리에만 들어간다면 지지 않을 것이다.

무슨 마법을 부른다 해도 바다의 제왕은 1급 전열함이다.

“2척은 포기하고 전 병력을 이동시킨다.”

다행히 다른 배들은 보이지 않았다.

저 괴물같은 배를 잡기엔 이번이 기회일지도 몰랐다.

“전속 전진!!”

그렇게 공작의 함대는 빠르게 고잉미샤호를 향해 달렸다.

그럼에도 고잉미샤호는 미동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공왕 전하! 피애야 하는 것 아닙니까!”

뽀느노 백작이 급히 조언을 했다.

그는 자신이 지휘하는 함대를 두고 고잉미샤호의 부함장석에 앉아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지휘관이 두 명이 될 수는 없기에.

지휘 계통을 통일하기 위해 그가 양보한 것이었다.

“괜찮아요.”

“하지만… 재장전 시간이 너무 깁니다.”

고잉미샤호의 갑판에는 거대한 3연발 포탑이 세워져 있었다.

덕분에 고잉미샤호에는 다른 무장이 없었다.

“지금이라도 함대를 합류시켜…….”

“다른 배들이 나타나면 저놈들이 도주할지도 모릅니다. 보낼 때 보내더라도 기함은 잡아야죠.”

1급 전열함은 철갑을 두른 고잉미샤호라해도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근거리에서 포격을 받으면 첫 일제 포격에 침몰할지도 모른다.

특히나 매복에 걸리면 정말 답도 없었다.

“선장. 조금 있으면 적들도 사거리에 들어와.”

여기서 사거리란 고잉미샤호가 아닌 저 함대들의 일반적인 사격 거리였다.

“전하!!”

장군이 다급하게 말했다.

그러나 리안은 느긋하게 손톱의 때를 빼고 있었다.

“이건 또 언제 들어갔다냐. 손톱깎이 있는 사람~ 하긴. 있을 리가 있나.”

멀쩡한 샤워실이 있음에도 샤워하는 꼴도 보기 힘들다.

당연히 손톱을 자르며 미용에 신경을 쓰는 선원이 있을 리가.

“지금 손톱을 다듬을 때가…….”

“아. 벌써 때가 되었네요.”

마침 열심히 빼내던 손톱의 때가 뚝 하고 떨어졌다.

“선장. 사격 준비가 끝났어!!”

포탄도 크고 포탑도 정밀한 녀석이라 재장전시간이 길었다.

물론 리안은 마지막 포탄이 날아간 직후부터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고 있었다.

이미 견적을 다 뽑고 손톱을 건드리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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