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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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썩! 철썩!!
바다가 잠잠한 날임에도 고잉미샤호가 흔들거렸다.
부서진 배들의 파편을 밟을 때마다 통통거리기도 했다.
“이제 가 볼까나?”
충분히 배의 움직임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고 판단한 리안은.
“흐리아 민. 음악!”
“넵!! 뮤직 큐!”
징징징지지징!!
고잉미샤호에서 나인데빌 장르의 음악 소리가 펼쳐졌다.
리안이 손을 봐 준 덕분에 거의 완벽한 현대식 락 음악이 완성된 상태.
그그그극! 슝!
고잉미샤호는 적선 하나를 타고 올라 뭉쳐진 배들의 갑판 위로 올라왔다.
갑판 위에는 저마다 백병전이 펼치기 위해 준비 중에 있었는데.
촤아아아!
물살과 함께 올라온 거대한 고잉미샤호로 인해 전체가 흔들렸다.
으아아악!
“뭐야!!”
뭉쳐진 배들이 딱히 쇠사슬로 연결된 것이 아니었기에 심하게 흔들거렸다.
덕분에 넘어지는 자들이 대다수.
그들은 고잉미샤호를 보고 기겁을 했다.
“저게 가능한가…….”
어찌 보면 배 위에 배가 올라온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그그그극! 그그그그그!
달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칙 공작가의 무장상선들만 짓밟으면서.
“으아아아악!! 뭐야!!”
“젠장, 갑판 아래로!”
투두두둑!!
일부는 너무 늦어 갑판 아래로 피하지 못했다.
고잉미샤호는 부유선.
배를 밟는다기보단 그 위를 떠 있는 것이지만, 그 사이에 있는 공간에는 엄청난 압력이 가해졌다.
파삭!!!
미처 피하지 못한 선원은 악력과 함께 잘 익은 토마토가 되어 버렸다.
퍼버버버벙!!!
고잉미샤호는 그걸로 그치지 않고 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전열함에 무자비한 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쾅쾅쾅!!!
갑작스러운 공격에 2급 전열함은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바다 위에서나 전열함이지. 흐흐흐.”
사실 전열함은 고잉미샤호가 정면으로 상대하기 부담스러웠다.
고잉미샤호가 철갑선이라지만, 포문의 숫자가 너무 차이 났기에.
그런데 지금은 배들끼리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쏠 수 있는 포의 숫자가 몇 문 되지 않았다.
오히려 고잉미샤호가 화력 측면에서 더 강해졌다고 해야 하나.
콰과과광!!!
고잉미샤호는 적선들을 밟아 가며 거의 일방적으로 전열함을 두들겼다.
그렇게 일방적인 고잉미샤호의 독무대가 이어지자.
펄럭!!!
전열함에선 하얀 깃발이 올라왔다.
와아아아아아!!!
밀라노정의 선원들은 모두 갑판으로 튀어나와 함성을 질렀다.
그그그극!
전열함의 포문이 안쪽으로 들어갔다.
항복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다.
철컥!!
고잉미샤호는 여전히 적을 겨눈 채 전열함에 붙었다.
선원 일부가 전열함에 넘어가 나페리카 칙 공작만 포박해서 돌아왔다.
배에 전투원들이 부족했다.
이번에 돌아가면 일부 해병대를 복귀시키고 신참도 대거 받아들일 것이다.
당연히 만가 열매도 먹여서 전력을 끌어 올릴 것이고.
[물에 빠진 자를 구하라. 적아 구분 없이.]
리안은 방송을 마치고 바다 위로 돌아왔다.
그러자 엉켜 있던 배들이 조금씩 움직여 가며 서로 떨어졌다.
첨벙첨벙!!
침몰하거나 충돌로 인해 물에 빠졌던 자들이 손을 흔들며 구조를 요청했다.
상어 때가 몰려오기 전에 빨리 구해야 한다.
이 동네의 상어들은 지구의 상어와 차원이 다르다.
물론 리안은 상어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인어가 되어 웬만한 상어보다 빠르게 헤엄치는 것이 가능했고. 물속에서의 물리 공격도 손실 없이 행사 가능했다.
샤아아아~
한창 구조를 하고 있으니 상어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쯧.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바다의 호랑이인 상어.
“흐리아 민. 키.”
“네. 전하.”
두 손 모아 리안을 바라보던 흐리아 민이 조타를 넘겨받았다.
그리 말하고는 밖으로 나와 외쳤다.
“마총병!! 상어를 견제한다!!”
철컥! 철컥!! 타다다다당!!!
바다는 인간들의 피와 상어들의 피로 얼룩덜룩해졌다.
아까 전 고잉미샤호로 적들을 으깨 버린 덕분에 꽤 많은 피들이 바다로 떨어졌을 터.
티디디딩!!
그런데, 저 멀리 한 마리의 상어는 마총이 통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노란 줄무늬를 가진 타이거 상어.
예전 철갑상어만큼은 아니더라도 상어 중에도 꽤 상위종이다.
성체가 되면 마총도 안 통한다.
“곤란한데…….”
결국 리안은 직접 나서야겠단 생각을 했다.
밀라노정에서 사활을 걸고 선단을 붙여 줬는데, 선원을 잃는 것은 면목이 없다.
물론 남은 배에 실린 물자만 해도 상당해서 만족스러워할 테지만, 죽은 선원들을 복구시키는 것은 시간이 걸린다.
밀라노정은 앞으로 동방에서 자신을 도울 일이 많다.
펄럭!!
리안은 날개를 활짝 폈다.
“저놈은 내가 맡는다. 다른 상어들을 견제하라!”
물 속성 중 실력자인 가순신이나 부선장이 있었더라면 직접 나설 일이 없었겠지만, 그들은 모두 바쁘다.
하다못해 인어 아가씨라도 있었다면 투입했겠지만, 공작에게 붙여 놓았다.
칭!!
리안은 성검치고는 흔하지 않은 레이피어를 뽑아 들었다.
그걸 들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식성 좋은 저놈이 물에 빠진 자들을 다 먹어 치우기 전에.
스스스스!!!
다리가 어느새 물고기의 그것이 되었다.
인간은 절대 낼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물속을 나아갔다.
그것도 모자라 날개까지 펼쳐져 있으니 이것이 지느러미 역할을 했다.
슝슝슝~!!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오히려 하늘을 날 때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마치 배를 조종하는 것에 더 가까웠다.
샤아아악!!!
리안은 성검으로 타이거 상어의 옆구리를 긁고 지나갔다.
움찔.
상어는 따끔함에 몸을 비틀며 리안의 향해 눈동자를 돌렸다.
감히 누가 자신을 공격했는지 확인했다.
끙?!!!
리안을 확인한 상어는 공격하기보다 슬금슬금 멀어지더니 꽁무니가 빠지게 도주했다.
“뭐야?”
허무한 표정을 지었지만, 왜 그런지 대충 이해했다.
리안의 모습은 인어였고.
대부분의 대형 상어들은 본능적으로 인어를 두려워하는 유전자가 각인되어 있다.
인어는 바다의 최강 포식자기 때문.
“마음 단단히 먹고 들어왔더니.”
리안은 바다 위로 솟아올랐다.
와아아아아!!!
리안이 들어가 일격을 휘두르자 무시무시한 명성을 지닌 타이거 상어가 도주했다.
그것만으로도 사기가 올라가는 것은 충분했다.
적이든 아군이든 상관없이.
음?!
그러다 하늘로 솟아오른 리안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낀 사람들.
그들은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웠다.
휘이잉~
리안도 뒤늦게 눈치를 챘다.
아랫도리가 훤했기 때문.
-모자이크-
그걸 지켜본 모든 뱃사람들이 주먹을 쥐고 하늘 높이 들었다.
오오오오!!!
그리고 하나같이 감탄했다.
-상어 농락자!
-상어 정복자!
-상어 관광마!
-바다의 진정한 관광마!
그들은 존경스러운 눈으로 리안을, 아니 리안의 아래를 쫓았다.
“옷!! 옷을 가져와요!”
“어… 그래.”
선원들이 리안에게 급히 바지를 건네줬다.
“이…이런 자에게 대항하다니…….”
도저히 자신이 왜 졌는지 모르겠다던 표정의 이벨 왕국의 나페리카 칙 공작은 리안에게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의 눈에는 리안이 바다의 지배자 포세이돈으로 보였다.
포세이돈.
오래된 전설로 바다에선 대적할 수 없는 자이며, 남자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하며 그의 진짜 생김새는 누구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살아남은 자들은 농락당하다 버려져 기력이 쇠해 대부분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모든 생명체를 발아래 두고 농락하는 관광 왕 포세이돈.
웃기지만 리안도 따지고 보면 포세이돈이었다.
어째서?
그 포세이돈은 과장되고 오해가 심한 전설이다.
바다에서 이길 수 없는 것은 당연히 그가 인어 왕이기 때문이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겠다는 것은 그를 따르는 인어들은 모두 암컷이기 때문.
모든 것을 농락한다는 것은 심각한 오해였다.
그리고 저 전설이 되는 시기는 인어들의 전성기였을 시절이다.
“하여튼. 별 시답지도 않은.”
공작 말고도 꽤 많은 목격자들은 리안을 보며 포세이돈을 떠올렸다.
“포세이돈이시여!!!”
공작은 아예 넋을 잃고선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끌고 가…….”
고인물인 리안은 알고 있다.
자신도 포세이돈이라 불려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는 것을.
그런데, 상어를 농락했다니 그건 너무하지 않은가. 거기다 자신의 소중이가 좀 대단해 보이긴 했지만, 그 두 가지로 포세이돈이라 불리는 것은 너무 부끄러운 일이었다.
“포세이돈!!!”
“닥치세요!! 뭐 해요. 안 끌고 가고!”
결국 공작은 고잉미샤호의 감옥에 갇혔다.
“아나…….”
리안은 칼을 허리춤에 다시 차고 선실로 돌아왔다.
다들 리안을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샤르르~
특히 흐리아 민의 코에선 붉은 뭔가가 뚝뚝 흘러내렸다.
“쯧. 목표는 아앙르 항구로 갑니다.”
그리 말하고는 개인실로 쌩하니 가 버렸다.
* * *
아앙르 항구의 총독부.
잘그락. 잘그락.
반짝이는 괴를 하나씩 쌓는 총독.
그는 기분 좋은지 미소를 지으며 바라봤다.
“드디어 흑자 전환이다!!! 아아, 국왕 전하이시여. 만수무강하소서!!”
얼마 전까지 악마로 보였던 국왕의 서신.
그런데, 이제 칭찬받을 일만 남았다.
“스랑 놈들에게도 팔아 치울까?”
그는 창문 쪽으로 나와 아래를 바라봤다.
꺄아아아악!!
밖에는 채찍과 비명소리로 가득했다.
검은 인간들이 묶여서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었다.
아앙르 항구는 거대한 검은 땅의 서쪽에 있는 작은 항구였다.
그저 인디아로 가는 항로에 보급을 위해 세워진 곳.
항상 적자에 허덕거리며 가끔 본섬에서 내려 주는 자금으로 겨우 숨이 붙어 있는 곳.
최악의 항구.
그럴 것이 주둔 중인 병사들은 원주민들의 간헐적인 습격으로 괴롭힘을 당했다.
형편없는 무구에 소수로 덤볐지만, 야간 기습을 펼쳤기에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사실 이 습격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었다.
소리 없는 암살자 모기.
사실 진짜 무서운 것은 모기가 아니라 말라리아였다.
모기가 말라리아를 옮긴다는 것도 최근에 들어서서야 밝혀진 사실이다.
리안 레온 공왕!
그걸 밝혀내고 말라리아 치료제까지 만들어 낸 위대한 위인.
그 덕분에 더 이상 인류는 말라리아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었다.
‘참으로 훌륭한 분이도다.’
총독은 그리 생각했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곳 아앙르 항구가 이리도 발전하지 못했으리라.
주둔하는 군대가 늘어났고. 밀림을 향해 전진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검은 부족들을 만났고.
-이놈들은 이교도다!!! 잡아라!!!
그들은 특산물이 되어 줬다.
-북 신대륙에 노동력이 부족함으로 그쪽으로 보내도록.
본섬에서는 반색하며 지원금을 대금으로 치르며 그들을 북 신대륙으로 날랐다.
당연히 아앙르 항구는 계속해서 적자를 볼 수밖에 없었다.
지원금을 준다 해도 검은 부족들을 잡고 길들여서 배에 태워 신대륙까지 나르는 일은 결코 싸지 않았다.
“가끔 다른 나라나 귀족들이 사가지 않으면 진즉에 망했겠지… 흐흐흐.”
최근 이벨 왕국의 귀족이 대량으로 검은 노예를 사들였다.
덕분에 아주 짭짤하게 남겨 먹을 수 있었다.
“보자. 얼마나 챙기면 되려나.”
총독은 은괴 중 몇 개를 빼내어 자신의 서랍에 집어넣었다.
장부를 조작해서 일부는 신고하고 일부는 신고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것이 본섬에서 돈이 쌓이는 대로 가져가 버렸다.
-아니. 이곳은 어찌 운영하라고 그러십니까!!
-미안하오. 총독. 지금 본섬에 자금이 바닥이오.
그렇게 탈탈 털어가는 통에 총독은 개인 주머니라도 찰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챙긴 돈은 모두 자기가 챙기는 것이 아니다.
이 항구를 운영하기 위해 들어가는 돈이다.
“총독 각하!!! 최근 물건을 사 갔던 이벨 왕국의 배들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뭐?! 그놈들이 왜.”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밀라노정 상선들도 보입니다.”
“뭐지? 아~ 둘이 친하구나.”
밀라노정은 베네치아 조합의 일원.
베네치아는 하브스 가문의 영향력 아래에 있고.
하브스 가문은 이벨 왕국과 신센 롬 제국을 장악했다.
다시 말해 저들은 한패이다.
그러니 공작의 배와 밀라노정의 배들이 바다에서 만나.
-오, 검은 노예 어디서 구했나요?
-내 직접 안내해 주지.
이런 그림이 나오지 않았을까?
두근두근.
총독의 심장이 기분 좋게 뛰었다.
확보한 물량이 모자라면 어쩌나 싶어 걱정도 되었다.
“항구로 마중을 나간다!!!”
총독은 복장을 정돈하고 상인 된 마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저벅저벅!!
빠른 걸음으로 부두에 도착한 그는 이상한 것을 보았다.
‘철갑선?? 철갑선은 흔하지 않은데… 어?!’
배 한 척이 가장 먼저 부두에 닿았다.
그 배에는 짐승의 앞발이 그려진 깃발이 펄럭이는 것이 보였다.
“저…저건!!!”
철커덩!
배에서 나무판자가 부두로 내렸고. 거기서 내린 것은 소문으로 무성한.
“레…레온 공왕님?!!”
“오. 우리 본 적이 있던가요?”
“아…아닙니다! 존경합니다. 공왕 전하!!!”
사실 총독의 사무실에는 리안의 사진이 한가득 걸려 있었다.
그에게는 리안이 은인과도 같은 사람이니. 신문에 리안이 나올 때마다 오려 붙인 것이다.
“음?!”
리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