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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91화 (191/253)

< 191화 >

##191

여단장은 리안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자신이야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으나······.

“방심하시는 것은··· 저 군대를 통솔하는 자는 스랑 제국에서도 나름 명장이라 평가받는······.”

“내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합니다.”

리안이 입 꼬리를 올렸다.

“전진!!! 적들은 우리보다 숫자가 적다!”

적들이 공세를 시작했다.

여단장은 침을 꼴깍 삼켰다.

밤새 유리한 위치로 병력을 이동했으나 그 덕분에 병사들은 많이 지친 상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네.”

적들은 정공법으로 밀고 들어왔다.

잉글슨은 산 위에 진을 치고 포병의 지원까지 받았지만, 나지막하고 경사도 완만했다.

그냥 쪽수를 믿고 있는 것이다.

“이··· 이대로는 위험한 것이 아닙니까?”

“부하들을 믿으세요.”

타다다당!!!

신기하게도 5여단 병사들은 자리를 굳건하게 지켰다.

다른 건 몰라도 소속감은 그 어떤 군대보다 대단했다.

“전진!! 일단 붙으면 우리가 이긴다!!”

적들은 근접전이 되면 필승할 것이라 여겼다.

“총사령관님! 위험한 것 아닙니까?”

여단장이 발을 동동 굴렀다.

아군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었다.

“2여단은 뒤로 물리심이······.”

“아니요. 버틸 수 있습니다.”

“흐허······.”

병사들이 죽는 것을 보며 여단장은 가슴을 움켜쥐었다.

무능한 자신 때문에 너무도 많은 병력을 잃었다.

만약 병력을 유지했다면 저렇게 희생을 강요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적들이 만만하게 보고 저런 식으로 밀고 들어오진 않았을 것이다.

“1연대를 아래로 내려보내세요. 그리고 적의 3연대 쪽으로 붙이세요.”

“알겠습니다. 합하!”

적들은 1연대 쪽의 지형이 험하다고 생각했는지 그쪽으로는 병력을 투입하지 않았다.

“전진!!!”

적들이 저리 나올 줄 알았던 리안은 가장 정예인 1연대를 가장 험한 지형에 뒀다.

타다다당!!

1연대가 평지로 내려가 적의 옆을 치자 적들은 부랴부랴 병력을 그쪽으로 보내 막았다.

그러나 1연대의 숫자도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라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모양.

“적 기병대가 진출합니다.”

거기다 홀로 내려온 1연대를 잡기 위해 기병대까지 동원했다.

“총사령관님!!”

여단장은 이번에도 발을 동동 굴렀다.

“너무 심려하지 마세요. 이 전쟁은 이겼네요.”

리안은 미소를 지었다.

“전술의 가장 기본은 망치와 모루. 저들이 섣부르게 기병을 내보내는 바람에 우리의 망치를 막을 패를 잃어버렸네요. 기병에게 신호를 보내세요.”

뿌우우우우~!

리안의 명령에 반대쪽에 은신하고 있던 기병들이 뛰쳐나갔다.

1연대가 모루가 되었고 기병이 망치가 되어 적들에게 달려들었다.

쿠구구궁!!

언덕을 오르느라 진형이 흐트러진 적들에게는 재앙이 되었다.

“전군 돌격 명령을 내리세요.”

“아··· 알겠습니다.”

기병으로 인해 혼란에 빠지자 오히려 병력이 적은 잉글슨이 언덕을 뛰어 내려갔다.

“허······.”

그걸 본 여단장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참으로 오묘하지 않은가.

적들은 숫자가 많았지만, 실제로 싸움 중인 병력은 적었다.

그 반면 아군은 거의 모두가 싸우는 형태.

곳곳에서 2:1 심하면 3:1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어떻게······.”

“말했지 않습니까. 내 앞에선 모두 평등하게 무능력하다고.”

지금 이 시기의 장군들 중 리안에 맞설 수 있는 자는 거의 전무했다.

와아아아아!!!

적들의 진영이 빠르게 무너지고 도주하는 자들이 속출했다.

반면 잉글슨 병사들의 사기가 갈수록 높아진다.

“승리했습니다. 승리했어요!!!”

어린아이가 봐도 미리 점칠 수 있었다.

적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졌고 결국에는 전군이 도주하기 시작했다.

“추격하세요. 오늘이 지나면 끝입니다.”

양측 모두가 지쳤다.

아니. 오히려 밤새 강행군을 한 잉글슨이 체력적으로 더 좋지 않았다.

아마 내일이 되면 추격은 고사하고 모두 퍼져 버릴 것이다.

“이만 지휘권을 넘겨 드릴 테니 마무리를 하세요.”

리안이 웃으며 인장을 넘겨줬다.

“끝까지 총사께서······.”

“아니요. 저는 바빠서 오래 이곳에 머물 수가 없습니다. 그럼. 아디오스~”

리안이 두 손가락을 붙여 인사를 날렸다. 그리고는 오토호스 위에 올랐다.

***

잉글슨의 궁전.

그곳은 하루가 멀다 하고 퇴패하는 신대륙의 소식에 침체되어 있었다.

“도대체 리안 후작은 뭘 하는 건지.”

“지금이라도 새로운 총사령관을 보내야 합니다.”

“의도적으로 후퇴를 시킨 리안 후작도 체포해서 죄를······.”

“체포는 무리고 일단 리안 후작을 소환하는 것이······.”

아직 리안의 활약이 잉글슨에 알려진 상태가 아니었다.

“후··· 경들의 생각이 그렇다면 총사령관을 새로 보내야겠소.”

리안의 소환과 새로운 총사령관을 파견하기로 결정하고 배를 떠나보냈다.

그러고 다음 날 대전 회의.

“전하!! 신대륙 장거리 통신의 급보입니다. 대승. 리안 후작이 직접 전장을 지휘해 대승을 거둬들였다고 합니다!!!”

“···읭?!!”

대전에 있던 왕과 신하들은 벙찐 표정이 돼 버렸다.

“이런. 북신대륙 총독부에 장거리 통신을······.”

그때였다.

“전하!! 노르망에서 온 통신입니다.”

“정말이지 정신이 없군. 그래. 그쪽은 어떻게 돌아간다던가?”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스랑 제국의 이 황자가 이끄는 여단에게 7여단과 8여단이 패퇴하여······.”

“뭐?!!”

대전은 또다시 어수선해졌다.

아마도 북신대륙에 통신을 보낼 에너지를 아껴야 할 것 같다.

노르망과 잦은 연략이 오가야 하니.

***

율 대륙 노르망 전선의 상황과 달리 북신대륙에서 잉글슨은 연전연승.

스랑 제국을 빠르게 밀어냈다.

“도대체··· 무슨.”

보고를 받은 스랑 제국의 총독 카인 G 크리티카는 혼란스러웠다.

후방에선 아즈 제국이 전방에선 잉글슨이.

그것도 모자라.

“퇴각이 왜 이렇게 늦는 거지?”

“그게. 중간에 웬 정체불명의 연대가······.”

“연대?”

천여 명의 군대.

테르시오 한 개의 진영이 보통 1개 연대로 구성되어 있었다.

“아마도 잉글슨 총독부를 지키는 부대가······.”

“어이가 없군. 연대에게 막혀서 퇴각을 못 하다니.”

아무리 패퇴한 부대들이라도 그들은 연대다.

“자리를 잡은 곳이 너무 교묘해서··· 거기다 잉글슨 쪽에서 추격해 따라온지라······.”

뒤가 불안하니 겨우 1천여 명이 지키고 있는 곳도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쯧. 우리가 뚫어 줘야 하는 건가?”

결국. 해안 요새까지 철수한 스랑 제국의 총독부 군사들이 밖으로 나왔다.

약 3개의 연대 규모였다.

잉글슨이 주둔한 곳은 딱히 요새가 아니었기에 3배의 병력으로 밀어낼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그런데······.

타다다당!!!

그들은 잘 싸워도 너무도 잘 싸웠다.

지형의 이점이 있다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병사들의 움직임이 좋았다.

“도대체 왜 아직도 못 뚫는 것인가?”

총독은 연대장들을 독촉했다.

“그··· 그것이··· 적들의 하급장교들이 너무 정예입니다. 백병전을 벌이면 아군의 장교들이 속수무책으로······.”

“한 시간 뒤에 다시 공격한다. 내가 직접 나서야겠군.”

“총독. 위험합니다.”

“빨리 저곳을 뚫지 못한다면 아군의 병력들이 고사당할 것이다.”

패퇴한 스랑 제국의 여단들이 속속히 모여들고 있다.

당연히 승리한 잉글슨의 여단들도 도착해 압박을 하고 있고.

규모가 점점 커지니 함부로 공격을 못 하고 있다만, 시간이 더 지난다면 남쪽에서 아즈 제국이 밀고 올라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손을 쓸 수가 없게 된다.

“그리고 한 개의 연대는 우회를 시도해. 저곳이 좋겠군.”

***

몇 번의 공세를 막아 낸 잉글슨의 연대.

그걸 지휘하는 우두머리는 코를 파며 적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별거 없군.”

“아니. 부선장이 한 게 뭐 있다고 그래요.”

이번 전투의 하급 장교로 활약했던 선원들이 불평을 했다.

사실 부선장은 자리만 지키고 있었지 발로 뛴 것은 자신들이었다.

“나는 선장이 말한 놈을 맡아야 한다고. 힘을 아껴 놓아야지. 크흠.”

연대 규모의 싸움에서는 대전사가 큰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 부선장. 저쪽으로 연대 하나가 돌아가는뎁쇼.”

“음··· 그러네.”

“‘그러네’가 아니고 위험한 거 아니요?”

“몰라. 저기도 일단 지키는 녀석들이 있으니 신경 쓰지 마.”

“겨우 백 명 정도인데··· 되겠수?”

“선장이 시킨 대로 배치한 거니 어찌 되겠지.”

솔직히 부선장은 봐도 잘 몰랐다.

몇 명이 어디에서 몇 명과 싸우면 어떻게 되는지 계산이 서질 않는다.

이럴 땐 그냥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속이 편하달까.

특히 그 시킨 사람이 리안이라면.

“에이~ 꼬맹이 녀석. 빨리 안 오나.”

천 명에 가까운 병력을 책임지고 있으니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척척척!!

우회한 일개 연대.

이곳 지형은 작은 길과 큰길로 나뉘어 있었다.

만약 큰길로 간 두 개의 연대가 실패한다면 차선으로 이쪽 길이라도 뚫어야 한다.

그래야 산 너머의 고립된 아군에게 보급이라도 전달할 수 있기에.

“연대장님. 앞에 뭔가 있습니다.”

이곳도 나름 중요한 길이었기에 지키는 자들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그 숫자가 너무 적었다.

“100명이 안 되는 것 같은데······.”

적들은 어설프게 목책 따위를 세워 놓았지만, 병력이 10배 차이라면 어렵지 않게 뚫을 수 있으리라.

“모두 돌격한다!!”

스랑 제국의 연대는 적들을 향해 빠르게 달려나갔다.

그걸 지켜보는 이는 외쳤다.

“저··· 저기. 백인대장님··· 정말 우리들로만 막을 수 있는 겁니까?”

100여 명의 병사들은 정규군이 아니었고 용병대였다.

그들은 통째로 한 명의 고잉미샤호 선원에게 맡겨졌다.

“죽지 않아!!!”

그는 다름 아닌 간디바.

리안에게 기사 작위를 받은 창병이었다.

“······???”

다들 얼빵한 표정으로 간디바를 바라봤다.

“뭐해? 안 따라 하고!!”

““주··· 죽지 않아!!!””

그들은 간디바를 따라 외쳤다.

자신들을 이끄는 저 남자에 관한 이야기는 들었다.

일개 창병에서 기사가 된 사람이라고.

-살아남아라. 그러면 주군께선 틀림없이 보상할 것이다.

-죽이려 하지 마라. 죽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싸워라.

-살려는 자, 살 것이고. 죽으려는 자 죽을 것이다.

이곳까지 행군하며 끊임없이 이들에게 주입했다.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죽지 않아!!”

연대와 일개 백인대가 격돌했다.

“뭐··· 뭐야?!!”

그들이 싸우는 걸 본 스랑 제국의 연대장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뭐··· 뭐가 저리 엉성해?”

“병사들의 상태도 이상합니다.”

뭔가··· 개판이었다.

싸운다기보다는 약을 올리는 것 같기도 하고.

집단전임에도 시장잡배들의 패싸움처럼 변질되었다.

“아··· 아니. 뭣들 하는 거야. 밀어붙이라고.”

가뜩이나 엉켜서 엉망인데, 길까지 좁으니 시간만 질질 끌렸다.

“젠장. 안 되겠다. 기사들을 투입······.”

그때.

퍼어어엉!!

어디선가 광음이 들려왔다.

투타타탁!!!

동시에 스랑 제국의 병사들의 몸이 어디선가 날아온 포탄에 으깨진다.

좁은 길에 빽빽하게 있었기에 피해는 더욱 컸다.

“마··· 마포?!”

마포가 날아왔을 것이라 추정되는 방향으로 급히 고개를 돌린 연대장.

그곳에는······.

휘이이잉~!

어깨에 마포를 올린 시녀 복장의 소녀가 머리를 휘날리고 있었다.

그 옆에는 3개의 마포가 더 있었는데······.

“음하하하하!! 쏴라. 쏴!!”

앞니가 없는 거한의 남자가 웃으며 소리쳤다.

마포장 토우기슈끼 럽이었다.

퍼버버버벙!! 쾅! 쾅!!!

연대장은 급히 바닥에 엎드렸다.

그의 옆으로 마포 알이 스쳐 지나갔다.

대전사라 할지라도 무방비하게 맞으면 한 방에 죽을 수도 있다.

“젠장!! 기사들은 나를 따른다!!”

그는 빠르게 갑옷을 소환해 입은 다음 가파른 비탈길을 달려갔다.

그 뒤로 장교들이 칼을 뽑아 들고는 뒤따랐다.

한편.

2개의 연대와 1개 연대가 부딪히는 현장.

그곳에는 이전 전투처럼 정면으로 부딪쳤다.

장애물과 지형 때문에 스랑 제국은 불리한 싸움을 이어 나갔다.

“길을 터라!!”

어수선한 전장을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의 손은 어느새 촉수들로 꿈틀거렸다.

“키··· 키메라···!! 총독님이 키메라였어!!”

그걸 본 스랑 제국 병사들의 사기가 올라갔다.

키메라는 스랑 제국의 비밀 병기.

웬만해서는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잘 없었다.

“저곳이 좋겠군.”

총독은 적당한 위치를 잡고 점점 속도를 높인 다음 몸을 던졌다.

휘리리릭!!!

그의 팔에서 촉수가 튀어나와 주변 잉글슨 병사들의 목을 감았다.

그 즉시 얼마 버티지 못하고 목이 떨어져 나간다.

“괴··· 괴물이다!!!”

총독의 모습은 이미 인간이라고 보기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용맹하게 싸우던 잉글슨의 병사들은 겁을 집어먹고 뒷걸음질 쳤다.

그 공백을 스랑 제국의 병사들이 채워 나가기 시작할 무렵.

“거기까지다. 괴물!”

산적을 닮은 거한의 남자가 잉글슨의 진형에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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