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7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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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독은 급히 리안을 따라나섰다.
밖은 식민지의 중심지인 총독부가 있는 도시를 방어하기 위한 병사들이 집결하고 있었다.
“총사!!! 이들을 모두 데려가시면······.”
“어차피 이곳까지 오지 않을 겁니다. 그럴 정신도 없을 것이고.”
리안은 자신 있게 말했다.
“그렇지만······.”
“그 그렇지만의 상황이 온다면 그냥 튀세요. 모두 내가 책임집니다. 원하면 문서로 남겨 드릴 수도 있고.”
총독은 우물쭈물하다가 문서를 받기로 하고 모든 병력을 탈탈 털어 리안에게 넘겨줬다.
리안은 수도 방위군 앞에 섰다.
모두가 주목한다.
“너희들에게 최고의 장교를 붙여 줄 것이다. 언행이 거칠어도 아수라와 같은 지옥 속에서 살아 돌아온 자들이니 믿어라.”
그 말에 다들 아리송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들 앞에 나선 것은 껄렁해 보이는? 잉글슨 장교복도 제대로 입을 줄 모르는 얼간이들이 서 있었다.
-설마··· 저들을··· 말하는 건가?
-아니겠지. 해적이라면 믿겠는데······.
-그래. 해적들이 옷을 저따위로 입지. 이곳 신대륙으로 올 때 상선을 타고 왔는데...
-맞아. 딱 저랬어.
리안의 부하들은 기사 작위를 받았음에도 해적 물을 빼지 못했다.
뭐. 아직도 자기들이 해적이라고 믿는 자들이니.
그 예로 배에선 리안을 후작, 합하, 주군, 영주님 등의 좋은 호칭을 두고 선장이라 불렀다.
“믿지 않는 자는 즉결 처형할 것이고. 믿는 자들은 정신을 차리는 순간 승리의 퍼레이드를 걷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믿어라. 이곳 총독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라 말한다면 그래도 믿어라!”
병사들은 총독의 얼굴을 바라봤다.
집중되는 시선에 총독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내가. 내가 뭐 어쨌다고!! 나 정도면 미남······.’
차마 자신의 속마음임에도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출정한다! 그대들은 역사에 남을 대전투의 주역이 될 것임을 예언한다.”
참으로 아리송한 말이다.
이곳 수도를 지키는 병력이 많기는 했다.
다만, 전체 전장의 병력으로 따진다면 극히 일부.
투트트트!
리안은 병력의 속보에 맞춰 오토호스를 몰았다.
“선장! 진짜 이 병력으로 가능하겠어?”
“웬일로 못생기고 못생긴 그리고 또 못생긴 부선장 아저씨가 제게 선장이라고 부를까요.”
“아··· 아니. 제발. 부탁인데, 가족들 앞에선 그 ‘못생긴’을 좀······.”
“기각!”
“젠장!”
실망감이 가득한 부선장의 얼굴.
“뭐. 하는 거 봐서 고려해 볼게요.”
“내가 뭘 하면 되는데?”
“상대 진형에 좀 치는 기사가 하나 있는데, 집중 마크해 줘요. 절대 정식으로 받아 주진 말고 최대한 추잡하게. 언더스텐드?”
“쯧. 그런 거라면 내 전문이지.”
리안은 그 외 여러 가지 주문을 하고는.
“마세르!”
기사로 각성한 소년 병사를 불렀다.
그는 여전히 커다란 저격총을 등에 짊어지고 있었다.
“네. 합하!”
“함께 간다.”
“알겠습니다.”
리안은 즉시 마세르를 태우고 부대에서 이탈했다.
그 뒤로 세이나가 인어 아가씨를 태우고 뒤따른다.
***
잉글슨의 부대들은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총독부에서 내려온 명령은.
후퇴. 후퇴 그리고 후퇴.
장군들뿐만 아니라 병사들까지도 싸우고 싶었지만, 명령을 어길 시 전투에 이기더라도 사형을 한단다.
국왕 폐하의 이름을 걸고 무슨 일이 있어도 죽이겠다나.
이런 명령은 국왕이라 할지라도 정치적 부담 때문에 하지 못한다.
“미친놈!! 이대로 땅만 잃고 끝나면 어떻게 감당을 하려고!!”
우당탕탕!!
2군 장군은 책상을 그대로 엎어 버렸다.
“혹시. 그 미친놈은 저를 말하시는 건가요?”
“음?!! 뭐··· 뭐야!”
“뭐긴 뭐예요. 자기소개가 필요한 자리인가요? 총사령관 레온 후작입니다.”
리안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마치 연극의 배우처럼.
“그··· 그게 아니라. 총사. 지금 이렇게 노닥거릴 때가 아닙니다. 지금 몇 번째 후퇴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실망한 동맹 부족들도 자기들의 땅을 지킨다며 모두 돌아갔습니다.”
싸움을 피해 계속 도주하는 잉글슨을 더 이상 신뢰하기 힘들 것이다.
“협정 위반이네요. 나중에 손을 좀 봐야겠네.”
“그··· 그런. 그들은 결코 약한 부족이······.”
“스랑 제국이 치워지면요? 우리 잉글슨이 그 두 부족을 감당 못 한다고요?”
“그··· 그건.”
2군 장군은 말을 더듬거렸다.
“뭐. 그건 나중 일이고. 지휘권 넘기세요.”
“아··· 아니. 갑자기 이리 와서는······.”
“아주 넘기라는 건 아니고. 잠깐만 넘기세요.”
리안이 싱글생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알겠습니다. 뭐. 얼마나 대단한지 지켜보리다.”
2군 장군은 인장을 내밀었다.
국왕이 신대륙 제 2군의 장군으로 임명하며 맡긴 것.
“좋습니다. 이제 반격할 시간입니다.”
***
2군을 상대하는 스랑 제국의 진형.
그는 머릿속으로 열심히 주판을 튕기고 있었다.
“으하하하. 겁쟁이 섬나라 촌놈들. 그래 조금만 더 뱉어라. 나도 이제 백작이 되는 일만 남았다. 아니. 잘하면 후작이 될지도.”
그는 이미 후작령 이상의 땅을 점령했다.
신대륙은 넓었고 거점은 작으니 몇 개의 요새만 넘어도 그리된다.
적들은 변변한 반격을 하지 않고 계속 빠지기만 했다.
자신의 개인 군대가 아니니 자신의 영지로 쳐 주진 않겠지만, 그래도 논공행상에서 상당한 보상이 예상되었다.
백작가의 차남으로 태어나 남작령도 못 건지고 식민지로 쫓겨나야만 했던 그였다.
그동안 수많은 죽을 위기를 넘기고 장군까지 되었다.
“흥! 내가 더러워서 자수성가한다.”
일이 너무 잘 풀리자 부관은 오히려 걱정스러운 말을 꺼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아무리 보급에 차질이 생겼다 해도 저리 도주만 한다니요.”
“흥. 네가 몰라서 그래. 전쟁은 보급으로 하는 거야.”
자신은 백전노장이다.
위기는 많았지만, 져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물론 잔잔한 패배는 그의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래도 이쯤 해서 전열을 가다듬는 것이 어떻습니까? 이미 우리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지역을······.”
“흥! 어차피 지킬 필요도 없다. 뭐가 있어야 지키지.”
실제로 그렇다.
어차피 있는 거라고는 듬성듬성 개척 마을이 전부.
부서지면 다시 건설하면 그만.
율 대륙에서 빌어먹지 못한 자들이 기회를 찾아 넘어왔으니 악착같이 재건할 것이다.
“자··· 장군!! 수색하던 2연대 3대대에서 급보입니다.”
부관과 대화 중이던 막사에 정보병이 달려들어 왔다.
“그래. 뭐라도 발견했다는 건가?”
“적들이 좌측으로 우회 기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 푸하하하!”
그 말을 들은 스랑 제국의 장군은 박장대소를 했다.
“기껏 생각했다는 게? 그거라고?”
장군은 지도를 펼치더니 몇 곳을 짚었다.
“멍청한 놈들. 보급도 없다는 놈들이 이쪽으로 병력을 몰아?”
“그래도 제때 발견하지 못했다면 치명적일 뻔했습니다. 역시 장군님의 지휘는 대단하십니다.”
걱정하던 부관의 얼굴도 활짝 펴졌다.
그동안 너무 찝찝했는데, 다행히 전방에 정찰 대대를 많이 둬서 적들의 마지막 한 수를 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 여기. 여기. 여기만 막으면 장기전이 된다.”
“과연···! 명장이십니다. 장군.”
“크하하. 너무 칭찬하지 말라고. 이거 얼굴이 다 화끈거리는구만. 전군에게 전해라. 적들을 박살 낼 시간이라고. 이번 전쟁의 일등공신은 우리다.”
잉글슨과 스랑은 각군들 간 1:1 매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 각 5개의 예비군으로 서로를 견제하며 대치했고 극박해진 지금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한 군대가 대패를 하게 된다면?
“저놈들을 쓸어 버린 다음 다 무시하고 적 총독부까지 진격할 것이다.”
저들의 총독부가 있는 도시는 아마도 겨우 1개 연대(1천 명)만 지키고 있을 것이다.
참고로 1개의 예비군은 여단 급으로 5천에서 7천 명으로 구성되어있다. 테르시오 진형으로 군대가 운영되었기에 천 단위로 병력을 끊었다.
어쨌든 도착만 한다면 단번에 쓸어 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적이 알아차리더라도 모든 전선이 붕괴하겠지.”
5:5에서 5:4가 되는 순간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만 되더라도 1등 공신은 자신이었다.
“일단··· 적들먼저.”
부관이 분위기를 환기시켜 줬다.
“하하. 걱정 마. 나도 그럴 생각이니까.”
1:1 매칭이 주로 일어났으니 상대측 장군은 오랫동안 상대한 적수다.
지금 이런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지금도 주거니 받거니 대치했겠지.
***
2군 장군은 얼굴이 허옇게 질렸다.
“총사. 이건··· 자살행위입니다.”
예비 2여단 장군은 리안이 내린 명령을 보고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엄청난 군공을 세워 후작이 되었다는 자의 전술이 겨우······.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성공만 한다면 적의 허를 찔러 대승을 할 수 있겠지만··· 저 군대의 장군은 그리 만만한 놈이 아닙니다.”
적수로 인정을 한 것이다.
그럴 것이 서로 그렇게 오랫동안 투닥거리를 했는데도 별 이득을 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손실도 보지 않았지만.
“정찰을 충분히 할 것입니다. 들키는 순간 우리는 순식간에 고립될 것입니다.”
“고립 좋지요.”
“아··· 아니. 그게 말이라고 하십니까? 시간을 끌어서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고립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적의 군대를 잡아 놓아야 되는 상황이라면 말이다.
안전하게 방어를 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최상이니까.
“아쉬운 것은 우리입니다. 겨우 일주일 정도의 전투를 치를 보급품밖에 없습니다.”
“그거면 되지요. 뭐가 더 필요합니까?”
그 말에 답답해서 얼굴까지 벌겋게 달아오른 제2여단장.
“만약 치열한 전투라면 모레 아니 내일도 힘듭니다. 보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리안이 마나 광산에서 고잉미샤호를 이용해 보급품을 찍어내어서 겨우 지금 이정도였다.
“살짝 아슬아슬하긴 한데, 이 정도 핸디캡은 줘야죠.”
“그게 무슨······.”
리안이 지도에 손가락을 마구마구 짚었다.
“여기. 여기. 여기. 여기······.”
“지금 뭐 하시는······.”
“우리를 고립하기 위해선 적들도 고립되어야죠.”
“아니. 저들을 고립할 군대는··· 설마 지원이라도.”
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있지 않습니까.”
“아니. 그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를.”
“부딪혀서 우리가 이기면 적들은 쉽게 군대를 못 뺀단 말입니다. 다시 말해 적들이 불리해지는 순간 역으로 고립당하게 되는 거죠.”
‘무슨··· 개같은······.’
상대 장군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오랫동안 서로 대치해 왔다. 그 말은 서로의 전투력이 비슷하단 말.
바뀐 거라고는 지휘관 한 명.
리안은 부하 한 명도 없이 홀로 하늘에서 날아왔다.
“전쟁의 신이 아니고서야.”
“여기 있지 않습니까?!”
“······???!!”
마음 같아서는 항명하고 리안을 잡아서 죽여 버리고 싶었지만.
하늘을 날아온 리안을 거의 전 병사가 다 봤다.
리안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다면 결국 말이 새어 나갈 것이다.
‘젠장!!’
잉글슨 제2 여단은 울상이 된 채 부대를 이동했다.
그는 부관에게 말했다.
“모든 것을 낱낱이 기록해라. 그리고 내가 죽더라도 국왕 전하께 꼭 전달해야 해.”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전투가 시작되면 넌 즉시 빠져나가. 너 하나 정도는 전장을 안전하게 이탈할 수 있을 거야.”
전투에서 패배하더라도 개판으로 지휘했다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는 없었다.
그는 귀족이었고 본섬에 영지를 가진 귀족이었다.
명예보다 소중한 것은 없었다.
“알겠습니다. 장군!”
그래도 지는 것은 싫었다.
제발 적들이 자신들을 빨리 발견하지 않길 빌었다.
허를 찔러서 승리할 수 있기를······.
“배치가 완료되었습니다!”
결국 스스로 갇혀 버린 여단.
“여단장님.”
“네. 총사.”
“상대 장군이 정찰을 했을 거라고 했지요?”
“그는 정보를 중시하는 장군입니다.”
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저 언덕과 숲속의 적들이 어떻게 병력을 배치했을지 머릿속에 훤했다.
“C급쩌리 지휘관에게 실력 차가 무엇인지 알려 줄 때가 왔네요.”
리안이 미소를 지었다.
지금 이 시기에는 C급만 하더라도 쓸 만했다.
게임 중반이 되어도 아쉬운 대로 간간이 썼고.
문제는 중반 직전부터는 S급도 간간이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테르시오 진형을 깹니다. 이제부터 대대 단위로 지휘합니다.”
“그게···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