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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86화 (186/253)
  • < 186화 >

    ##186

    코파나 영지의 무관장에게 전권을 넘긴 리안은 바다로 나왔다.

    영지의 간부들은 배도 없이 홀로 바다에서 떠나는 영주를 배웅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럼 아뇨오오옹~~”

    리안이 손을 흔들며 절벽 위를 뛰어내렸다.

    펄럭!

    등에 있던 호랑나비 날개가 활짝 펴졌다.

    비틀비틀.

    그래도 이제는 좀 익숙해졌다고 안정적으로 하늘로 솟아오른다.

    그때 저 멀리 누군가 홀로 지팡이를 짚고 나와 있었다.

    그는 리안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숙였다.

    작은 히어로 호텔 몽키.

    별난 이름은 혼혈 정령사.

    방향을 대충 맞추는 걸 보아선 정령술을 미미하게나마 각성한 듯 보인다.

    아마 다음에 올 땐 리안의 진영으로 합류할 듯 보인다.

    ‘안정적으로 정령 갑옷을 수급할 수 있겠네.’

    정령석이 있어도 계약할 수 있는 정령 큐브로 가공하지 못한다. 정령사가 없다면 말이다.

    ‘공장형 정령사 Get!!’

    리안은 가장 효율이 좋은 정령사를 얻게 될 예정이다.

    파닥파닥!

    저 멀리 바다에서 잔물살이 일렁거리는 것이 보였다.

    물고기들이 발광하는 양식장에서 볼 법한.

    “왕~~니이이임~~!”

    인어들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리안이 미리 불러 모은 것이다.

    “인어들에게 사랑받는 인간 귀족이라니.”

    그걸 멀리서 구경하던 코파나 영지의 간부들은 신기해했다.

    인어는 환상적인 경험을 제공하지만, 때로는 인간을 잡아먹기도 했기 때문.

    누군가는 평생 인어를 만나 보는 것이 소원이고. 어떤 뱃사공들에게 인어는 공포의 존재이기도 했다.

    샤아아아~ 풍덩!

    리안은 비행하다 그대로 바다에 뛰어들었다.

    “누가 날 여왕께 데려다줄 건가요?”

    리안이 말하자 작은 인어 한 마리(?)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다른 인어들보다 많이 왜소해서 힘도 못 쓸 것 같다.

    “이 아이가 이 영역에서 가장 성과가 좋아요.”

    수줍어하는 그녀 대신 다른 인어가 말해 줬다.

    아마도 저 성격 때문에 영업 실적이 좋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시간이 없으니 부탁해요.”

    끄덕!

    작은 인어는 리안에게 다가와 축복을 받았다. 그리고는 즉시 해저 터널을 뚫었다.

    샤아아아아!!

    이전에 이용했던 건장한 터널보다 조금 작았지만, 뭔가 안정적인 것은 기분 탓인 걸까?

    그녀는 리안의 손을 잡고 해저 터널로 뛰어들었다.

    “으쓰쓰쓰쌰쓰쎄쎼쎼쑈!!!!”

    세상이 또다시 빙글빙글 돌았다.

    ‘생각보다 나쁘으으으지 않아아아아!!’

    두 번째 타는 거라 그런지. 아니면 진짜 이 인어의 해저 터널 뚫는 실력이 좋아서 그런지 이전보단 견딜 만했다.

    물론 전생이었다면 이미 1초 전에 기절을 했겠지만.

    퐁!

    약 8분의 이동 끝에 목적지에 도달했다.

    도착한 곳은 인어 여왕과 헤어진 곳에서 조금 더 남쪽.

    그사이에 인어 여왕이 이동을 한 것이다.

    “어서 오세요. 서방님.”

    인어 여왕이 화사한 얼굴로 맞이해 줬다. 다만, 주변 환경은 화사하지 않고 조금 어두웠다.

    그녀가 있는 곳은 바다 위가 아니라 해저.

    ‘저런 건 또 어디서 구했대?’

    그녀는 커다란 조개 안에 들어 있었는데, 다른 인어들이 여왕의 옆으로 인도했다.

    성인 남성 세 명이 들어가도 넉넉할 만한 크기.

    생각보다 푹신했다.

    안에는 해조류 같은 걸 잔뜩 깔아 놓았다.

    “먼 길을 다녀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어요.”

    인어들이 리안에게 달라붙어 마사지를 해 줬다.

    손이 몇 개인지.

    이런 걸 보고 파라다이스라고 하는 건가.

    율 대륙 통일이고 뭐고 그냥 평생 여기서 살고 싶었다.

    “시장하실 텐데 이것 좀 드셔 보세요.”

    어떤 인어는 물고기를 잡아 와 즉석에서 회를 쳐 줬다.

    이빨로 숨통을 끊고 피를 뽑은 다음 손톱으로 껍질과 뼈를 제거한 뒤 맛있는 부분을 작은 조개껍질 위에 올려 줬다.

    산호로 데코까지 완벽했다.

    “고··· 고마워요.”

    조금 당혹스러워하던 리안은 두 손으로 그것을 받았다.

    그때 피 냄새를 맡았는지 어디선가 상어 한 마리가 어슬렁거린다.

    “아앗! 별미다!”

    그때 어떤 인어가 외쳤다.

    “상어 지느러미를 잘라 올게요!!”

    라고 외치더니 슝 하고 가 버린다.

    인어들에게도 샥스핀은 진미인가 보다.

    다만, 저건 불에 조리를 해 먹어야 하는데······.

    그녀가 돌아오기 전에 어서 떠나야겠다.

    오물오물.

    그전에 회는 맛있어 보였기에 입에 넣었다.

    확실히··· 바닷속에서 먹는 회 맛은 일품이었다.

    “여왕님. 내기 때문에 얼른 가 봐야 할 것 같네요.”

    “내기는 또 질 수 없죠. 이번엔 누가 서방님을 모셔다줄래?”

    그때 길쭉하고 마른 인어가 앞으로 나섰다.

    “저는 동방에서 오래 활동하다 보니 서방에 빨리 가 보고 싶어요.”

    “아. 나를 보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온 아이구나.”

    참고로 이 세계의 지도는 지구와 참으로 닮았다.

    완전 똑같지는 않고 많은 부분을 공유했다.

    참고로 저 길쭉 늘씬한 인어는 동양에서 많이 활동을 했단다.

    이번 기회에 서방으로 진출하겠다나.

    “그럼 서방님을 잘 부탁해.”

    “네. 여왕님.”

    그녀는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한 뒤 리안에게 다가왔다.

    리안은 그녀에게 축복을 전달했다.

    “감사합니다. 전하.”

    동양에서 지내서 그런지 참으로 예의가 바른 인어였다.

    뭔가 동작 하나하나에서 기품이 느껴진다.

    휘이이이잉~!

    해저 터널을 뚫는 폼도 뭔가 우아하다.

    생성된 터널의 모양도 뭔가 길쭉길쭉.

    “모시겠습니다. 전하.”

    리안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터널로 인도.

    “욱! 끼끼끼끼우우우우우~~~!”

    리안이 터널로 빨려 들어갔다.

    이번에 안 사실은 인어마다 터널의 느낌이 달랐다.

    이건 번지점프나 자유 낙하 느낌이다.

    그냥 시원시원하게 끝없이 추락하는 느낌.

    회전하는 느낌은 거의 없었다.

    쇼쇼속!

    해저 터널을 빠져 나올 땐 미끄러지듯 나왔다.

    “고생하셨습니다. 전하. 다음에는 더 편안한 여행이 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그녀는 리안의 볼에 부드럽게 입맞춤을 하고는 쿨하게 떠났다.

    예의가 없는 것이 아니라 옆에 있으면 리안이 부담스러워할 것을 예상해서다.

    리안이 인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축복은 어른이 되어서야 할 수 있기에.

    “참. 묘한 인어로닷!”

    리안은 멀어지는 그녀를 보며 팔짱을 낀 상태에서 턱을 만졌다.

    그냥 폼을 한 번 잡아 본 것이다.

    “슬슬 가 볼까나.”

    리안은 그대로 빠르게 헤엄을 쳐서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푸와아아아!!

    에메랄드빛 바다를 뚫고 나온 뒤 날개를 활짝 폈다.

    바다 특유의 바람이 날개를 스쳐 지나갔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느긋하게 활공이 가능했다.

    끼룩끼룩!

    갈매기 한 마리가 리안을 보고 화들짝 놀라 멀어진다.

    저 멀리 항구가 보였다.

    스랑 제국과 달리 잉글슨의 북신대륙 총독부는 항구다.

    바다에 자신이 있단 말이겠지.

    “어어······!!”

    리안을 발견한 항구 수비병들은 당황하다 종을 쳤다.

    땡땡땡!!

    저게 뭔지 아리송한 모양.

    아직 바람 속성 대전사들이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시기가 아니다.

    리안이 거의 최초에 가까웠다.

    “누··· 누구시오!!!”

    항구의 포대에 착지한 리안에게 마총을 겨누는 병사.

    “레온 후작이다. 총독에게 내가 왔음을 알려라.”

    “아··· 알겠습니다. 일단 신원이 파악되지 않으셨으니 그 자리에.”

    끄덕.

    리안은 팔짱을 끼고 한 발은 포대의 벽에 올린 채 주변 풍경을 살폈다.

    다리가 아직 조금 짧아서 폼이 조금 어정쩡했지만, 멋은 약간의 불편함에서 나오는 것이지 않은가.

    “좋구만.”

    슬슬 다리에 쥐가 나려던 찰나 저 멀리서 총독이 빨빨 뛰어왔다.

    “후··· 후작 합하!!!”

    멀리서도 리안을 알아본 모양.

    리안이 뒤를 돌아보자 병사는 급히 군례를 올렸다.

    후작이 리안의 신분을 증명해 준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

    펄럭!

    리안은 그대로 해안 포대에서 뛰어내려 후작의 앞에 착지했다.

    “올몬드 백작은 아직인가요?”

    “네?? 네넵! 그렇사옵니다.”

    그러고 보니 리안 혼자 온 것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총독이었다.

    “아싸. 이겼다!”

    리안이 안 보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사실 조금 아슬아슬한 느낌이 있긴 있었다.

    중간에 코파나 영지도 들러야 했었기 때문.

    “총도오오옥니이임!! 후작께서 돌아오옷?!”

    그때 전령이 후작에게 달려와 보고를 했는데, 리안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럴 것이 리안 일행이 왔다고 알리러 왔는데, 리안이 눈앞에 있어서다.

    “아. 때마침 제 부하들도 돌아왔나 보네요. 훗!”

    리안이 싱글벙글 웃었다. 잠시 후.

    “어··· 어떻게!! 이봐! 문지기. 우리가 먼저 온 거라며!!”

    “그게··· 그러니까.”

    리안이 도착하지 않은 줄 알고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안으로 들어온 부선장 앞에 리안이 떡하니 등장한 것.

    “크하하하! 못생긴 부선장님. 그렇게 발이 느려서야.”

    “부··· 분하다아아아아!!!”

    부선장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절규했다.

    “참고로 저는 코파나 영지에도 다녀온 거라고요.”

    “거지이이잇!! 마아아알!!!”

    결국 부선장은 분에 못 이겨 그대로 땅에 드러누워 버렸다.

    그런 그를 내버려 두고.

    “총독님. 이만 회의실로 가죠. 보기엔 저렇게 못생겨도 아직 애라니까요. 헤헤헷!”

    리안은 부선장이 들으라는 듯이 말하고는 쌩하니 가 버렸다.

    “이게 현재 상황인가요?”

    총독부의 회의실은 전시 체제의 상황실.

    각종 지도 위에 말들이 서 있었고. 서류를 든 병사들이 빠르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사실 항구 자체도 매우 분주했는데, 단거리 통신뿐만 아니라 각종 탈것이란 탈것은 다 동원해서 전장에서의 정보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네. 적들이 파죽지세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동맹들도 등을 돌렸습니다.”

    여기서 동맹들은 원주민 연맹을 뜻했다.

    잉글슨이 처음 이곳에 식민지를 건설할 때 이 근방의 원주민들은 호의적인 태도였다.

    잉글슨도 호의적인 원주민들과 손을 잡고 그들의 영역 이외의 땅을 개척을 해 나갔다.

    반면 스랑 제국은 막강한 국력에서 나오는 금력을 동원해 빠르게 땅을 확보했고 주변의 거의 모든 원주민들과 척을 졌다.

    결과적으로는 스랑 제국이 북신대륙 동부의 1/3에 해당하는 땅을 점령했다.

    나머지 1/3은 아즈 제국.

    나머지 1/3은 잉글슨과 동맹.

    참고로 잉글슨이 차지한 땅은 그 1/3에서 1/3이니 1/9에 해당하는 땅으로 매우 적었다.

    그러나 이곳은 본토가 아닌 식민지.

    식민지의 크기와 힘은 완전히 비례하지 않는다.

    오히려 방만한 땅은 군비의 효율만 떨어뜨렸다.

    식민지이니 징병할 인구가 없기 때문.

    “좋네요.”

    “위기입니다. 그동안 피로 일군 땅이······.”

    그럼에도 귀족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가들은 땅의 크기에 집착했다.

    ‘노동력이 없는데 땅을 늘려서 뭐 한다고··· 에휴.’

    리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물론 식민지를 가진 국가들은 이것을 타파할 기가 막힌 방법을 만들어 낸다.

    바로 율 대륙 남쪽에 있는 검은 땅에서 노예를 잡아다가 농장을 만드는 것이다.

    일부 스랑 제국에선 일찌감치 검은 피부의 사람들을 잡아 와 강제 노역을 시켰다.

    많은 귀족들은 모르는 척 주시했다.

    돈이 된다는 것을 아는 순간 너도나도 식민지에 노예 농장을 차리거나 투자를 할 것이다.

    “땅은 상관없어요.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며 후퇴하는 것을 가장 우선시합니다.”

    “지금 이것보다 전선이 뒤로 밀리면 다시는 땅을 되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합하!!”

    이미 절반 이상의 땅을 잃었다.

    “제가 파 놓은 함정이죠.”

    리안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그··· 그게 무슨······.”

    “지금 남쪽에서 아즈 제국이 준동했습니다. 그들은 스랑 제국을 향해 총공세를 하고 있어요.”

    “네에에?!”

    “총사령관인 제가 왜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자리를 비운 걸까요?”

    그 말을 들은 총독이 점점 멍청한 표정이 되었다.

    설마설마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돌아다녔다.

    ‘아즈 제국과 협상을 했다고? 그 야만 식인종과?’

    말이 안 통하는 최악의 베스트 국가가 바로 아즈 제국.

    거기다가 사람, 그것도 자기들끼리 잡아먹는 족속들.

    “정말··· 아즈 제국과 협상을 하신······.”

    “에이~ 그놈들이 말이 통해야 협상을 하지. 움직일 수밖에 없게 만들었어요.”

    그들은 인어 여왕을 잃어버렸다.

    강의 신을 모시는 그들이 바다의 신을 통제하는 순간 날씨를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인신 공양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것이지만, 전통을 핑계로 계속해 왔다.

    그런데, 이제 이전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버린 것.

    “그들은 스랑 제국의 모든 땅을 삼키려 할 겁니다.”

    만약 인어 여왕을 되찾지 못하게 된다면?

    옥수수 농사를 위해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인신 공양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넓은 땅을 확보해야 했다.

    “대충 상황은 파악 끝났고. 슬슬 제가 전장으로 가 봐야 할 것 같네요.”

    리안은 기지개를 켜며 상황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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