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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75화 (175/253)

< 175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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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타뉴의 공왕은 항상 불안감에서 살았다.

남들이 보기엔 아무런 걱정 없이 사는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막상 까 보면 그렇지 않았다.

왕은 왕이지만, 왕이 아니다.

야망 따위는 품어선 아니 되며, 스랑 제국의 눈치를 봐야 했다.

사실 왕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부유한 귀족으로 두려움 없이 살고 싶었다.

‘무서운 녀석들이야.’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걸 어릴 때 보았다.

다들 병으로 돌아가신 것으로 알고 있지만, 스랑 제국의 짓이 틀림없었다.

심증 따위가 아니라 직접 두 눈으로 보았기에.

“전하!”

비서가 공왕을 급히 깨웠다.

아무런 걱정 없이 잠에 든 적 것이 언제였던가.

공왕이 된 다음부터 내일 눈을 뜨지 못할까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적도 많았다.

“무슨 일이야?!”

공왕은 살짝 화가 나기도 했다.

꿈에서 할아버지가 나타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꿈을 꾸고 있었다.

죽임을 당하는 걸 모르는 척했다는 꾸지람하는 악몽이 아니라 말이다.

행복했는데 아쉬웠다.

“잉글슨 왕국에서 배가 다녀갔습니다.”

“뭐?! 그게 언제?”

“어제였습니다.”

“왜··· 말을!”

“레온 후작의 부하들이 전하의 숙소로 들여보내 주지 않았습니다.”

공왕은 인상을 찌푸렸다.

“전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때마침 밖에서 리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큼. 들어오게.”

공왕은 침대에 걸터앉아 비서와 이야기 중이었다.

아마 잉글슨의 쾌속선이 다녀간 걸 알겠지.

“이야기는 들으셨습니까?”

“그래. 잉글슨에선 뭐라 하던가.”

“레온 백작령을 포기하면 알바 공왕 자리를 준다고 하였습니다.”

공작은 심장이 콩닥콩닥 뛰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만약 진짜로 그렇게 된다면? 스랑 제국에서 자신을 살려 줄까?

어쩌면 돌아가는 길에 피습해 죽이고는 리안에게 덮어씌울지도 모른다.

그리되면 리안은 리안 나름대로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받을 테지.

‘내 아들은.’

후계자는 아직 어렸다.

일단 레온 후작에게 자동으로 선전 포고가 됨과 동시에 스랑 제국이 꼭두각시처럼 조종하겠지.

어쩌면 오랫동안 독립국으로 봐 준 것도 그만 회수해 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는가? 제발. 나 좀 살려 주게.”

“누가 일국의 왕을 죽일 수 있겠습니까?”

설령 전쟁터에서 적국의 왕을 사로잡아도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

몸값이 많이 나가는 것도 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놓기 때문.

역효과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죽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왕은 왕을 죽인 자를 용납하지 않는다.

왕들의 룰이라고 할까.

왕을 죽인 자는 설령 왕의 명령으로 죽였다 하더라도 ‘왕 시해자’란 타이틀을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간다.

잘못하면 저주처럼 자손 대대 물려받을 수도 있고.

“자네가 스랑 제국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다네.”

“그놈들의 어쌔신이 좀 얄밉긴 하죠.”

스랑 제국은 비공식적으로 암살단을 운영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부탁하네. 노르망 공왕을 받아 주면 안 되겠나?”

“그 골치 아픈 곳을 왜 제가 가진답니까.”

“후······.”

“그러지 마시고 일단 좀 지켜보시죠. 아직 잉글슨의 답도 확실하게 못 들었습니다.”

“그럼 계속 여기서······.”

리안이 고개를 저었다.

“주군께서도 함께 신대륙으로 가시죠. 이 섬에는 장거리 통신 설비가 없습니다. 그리고 스랑 제국은 제 의사와 상관없이 공왕님을 노릴 수도 있습니다.”

“서··· 설마. 그러려고. 난 정말 스랑 제국에게 밉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어.”

“내기할까요?”

“어떻게 말인가······.”

***

공왕은 리안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 아니. 왜······.”

레이더에서 사라지는 배 한 척.

그것은 다름 아닌 브루타뉴 공국의 깃발을, 그것도 공왕의 깃발을 달고 있었다.

“하······.”

눈물이 울컥 쏟아질 것 같은 것을 겨우 참았다.

“정말. 저들이······.”

“직접 통신까지 하셨지 않습니까?!”

참고로 공왕의 배는 무인선이었다.

원래부터 그런 것은 아니고 손을 봤다.

어차피 해류가 세서 별 어려움 없이 약간의 조정만으로 가능했다.

통신 마법사 포트와 기관장 헤르미의 작품.

거기에 중계 통신기도 설치해서 마치 사람이 타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공왕 전하. 이곳 신대륙까진 어쩐 일이십니까?

-황제 폐하께 보고를 드리기 위해 왔다네.

-혹시. 레온 후작은 못 보셨습니까? 아직 신대륙에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함께 타고 있다네.

그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포격이 시작되었고.

레이더에서 공왕의 배는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 난 어쩌면 좋은가?”

“도착하는 즉시 건재함을 알리셔야죠.”

“내가 살아 있다는 걸 알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공왕의 안색이 퍼렇게 변해 있었다.

“아마 제가 전하를 죽였다는 소문과 함께 세자 전하를 앞세워 제게 선전 포고를 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 그건 안 되네. 저놈들이 내 아들에게 마수를 뻗게는······.”

“그러니 알리셔야죠. 지금 당장은 잉글슨 왕국과 격전 중이라 어찌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공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잉글슨의 영역으로 가지.”

“아니요. 그냥 가면 아쉽지 않겠습니까?”

리안은 스랑 제국의 속국인 브루타뉴 공국의 귀족이지만, 동시에 잉글슨에 취직을 한 상태다.

국가대표 감독과 비슷한 처지랄까.

“설마······.”

“장군은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저도 잉글슨에 고용된 입장이라··· 그리고 루비콘 강을 먼저 건넌 건 저들입니다. 여기선 세게 나가 줘야 오히려 상대가 경거망동하지 않지요.”

그리 말하곤.

“흐리아 민. 4시 방향으로.”

“알겠습니다. 합하!”

그걸 묵묵히 지켜보던 또 다른 고위 귀족인 해리 78,900세는 흡족한 얼굴로 바라봤다.

다만 조금은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신기하게 기물인 레이더에 잡히는 적의 함선은 총 7척.

‘명성은 대단하던데······.’

한 척으로 일곱 척을 상대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아니. 싸우는 것은 고사하고 저렇게 길목을 지키고 있는 적들의 포위망을 뚫고 빠져나가는 것도 힘들 것 같았다.

‘적당히 약이나 올리고 갈 생각인가? 건재함도 알릴 겸.’

그러기엔 리안이 손가락을 풀며 말했다.

“바다에서 에이스에게 깝치면 어찌 되는지 보여 드리죠.”

***

스랑 제국의 이 황자는 불길한 기분을 숨길 수가 없었다.

“4함대 제독. 아무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네.”

“본국에서의 명령입니다. 리안 후작이 확인되는 즉시 수장시키라고··· 대기사를 많이 보유하고 있기에 함부로 배를 붙였다간 오히려······.”

“그래. 대전사가 많아. 그런데 그놈이 자기 배를 두고 공왕의 배를 타고 왔다고?”

그게 가장 거슬리는 점이었다.

“오히려 기회이지 않습니까? 제가 듣기로는 후작의 배가 최신형 철갑선이라고.”

“그래. 아주 좋은 기회였다고 쳐. 그런데 그 많은 대기사들이 왜 한 놈도 보이지 않지? 듣기로는 물 속성 비율이 가장 많다던데.”

이 황자가 공왕의 배가 침몰한 곳을 주시하며 말했다.

“그··· 그것은.”

“아무리 이곳의 해류가 빨라도 물속성 대전사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 그들은 폭풍이 치는 바다도 일정 기간 생존이 가능한 자들이야.”

그러고 보니 너무 이상했다.

배가 침몰하는데 빠져나오는 선원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속은 거야. 그놈의 첫 해전에 대해 들은 적이 있지.”

낡은 해적선을 전열함에 갖다 박고 그걸 지지대 삼아 뛰어넘었다는 것을.

오늘까지 그걸 믿지 않았지만, 방금 공왕을 배를 미끼로 삼는 것으로 보아 진짜인 듯싶었다.

“지금쯤이면······.”

쾅!!!

그때 제독과 이 황자를 태운 1급 전열함이 광음과 함께 뒤뚱거렸다.

“무··· 무슨 일이야?!!”

[제독! 암초에 부딪힌 것 같습니다. 23번 격실에 물이······.]

“빨리 수습해!!”

[물살이 너무 강하게 밀려 들어와서······.]

“젠장!! 해류가 바뀌었다고 해도 이곳에 무슨 암초가······.”

그때 이 황자는 뭔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설마······.”

급히 주변을 둘러보며 적이 나타났나 찾아봤다.

그러나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쾅!!!

또다시 터지는 광음.

“어어어!!”

배가 급격하게 기울어졌다.

[제··· 제독!! 7번 격실에······.]

앞쪽과 뒤쪽 그것도 같은 방향에 구멍이 뚫렸다.

다행히 승무원들이 베테랑이라 배를 버려야 하는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수습이 쉽지 않을 거다.

“다른 배를 불러들여라. 일단 기울어진 것부터 수습을 해야겠다.”

배끼리 붙여서 서로 연결한다면 조금 더 수월하게 수습이 될 것이다.

그렇게 넓게 퍼져 있던 군함들이 기함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모여들기 시작했다.

[제··· 제독. 배··· 배가 나타났습니다. 함명 고잉미샤호! 레온 후작의 배로 추정됩니다.]

옆에 있던 스랑 제국의 이 황자가 이마에 손을 짚었다.

“제대로 낚였군.”

첩보에 의하면 이벨 왕국과 중해의 해적들 간 대치 상태에서 리안이 배 한 척으로 엄청난 전과를 올렸다고 들었다.

이벨 왕국에선 그 모습에 반해서 리안에게 부마 자리를 준 것이고.

그게 사실이라면.

“그냥은 안 가겠군.”

“이 황자님. 설마 그러겠습니까? 저희 쪽은······.”

“제독. 닥치고 전투 준비나 해.”

스랑 제국의 식민지 함대인 제4함대를 맡고 있는 제독.

그는 리안에 대해 몰랐다.

“3척을 보내겠습니다.”

“아니. 보내지 말고 더 빨리 모이라고 해.”

“이 황자님. 그러다가 놓칠 수도 있습니다. 제가 본국에서 받은 명령은 레온 후작이 신대륙 땅을 밟지 못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항로는 바다가 바뀌기 전에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도 명료해졌다.

다시 말해 식민지 함대인 제4함대를 가지고 통제가 가능해졌단 이야기.

본국에서의 명령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단, 한 명만 제외하고는.

“꼴깝 떨지 말고. 불러들여.”

“죄송합니다. 황자님.”

융통성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제독.

어쩌면 저 꽉 막힘 때문에 이 자리에까지 올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

고잉미샤호에선 고잉미샤호 나름대로 놀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어어···?! 뭐··· 뭔가?”

해리 78,900세 공작이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럴 것이 상대의 기함으로 보이는 1급 전열함에 기우뚱한 채 겨우 서 있기 때문.

“위험하니까 벨트 매시고 일어나지 마세요.”

고잉미샤호는 전투도 하기 전에 심하게 흔들렸다.

공격을 위해 무리하게 해류를 거슬러 왔기 때문.

기습의 의미가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아무리 리안이라 해도 상대가 진을 치고 있는 곳에 정면으로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아··· 알겠네. 그보다··· 저 배는 왜 저러고 있는 것 일인가? 미리 알고 있었나?”

“옆구리가 허전하지 않으세요?”

“음?”

그러고 보니 아까 전부터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어제 수고가 많으셨다고 들었어요.”

“설마······.”

공작의 눈 아래가 조금 거무죽죽했다.

공왕을 상대하느라 인어 아가씨의 신성력 충전 효율이 떨어졌던 걸 공작이 채워야만 했다.

“포탄 두 발을 안고 가서 터뜨렸거든요. 아마 지금쯤 많이 지쳤을 겁니다.”

저 멀리서 인어 한 마리가 유유히 고잉미샤호로 접근했다.

살아 있는 스텔스 어뢰라고 해야 하나.

“그··· 그런가······.”

공작은 질색한 얼굴이 되었다.

다만, 그 옆에 앉아 있는 공왕은 무슨 말인지 몰랐다.

채워 주기는커녕 잠을 잘 잘 수 있게 케어까지 받았으니 당연할지도.

“이제 철수하는 건가?”

“어서 인어를 태우게.”

공작과 공왕이 인어를 대하는 태도는 달랐지만, 생각은 비슷했다.

상대 기함에 타격을 줬으니 만족한 듯 보인다.

인어를 활용해 공격했다는 것만으로도 리안을 대단하게 보는 눈빛이랄까.

[선장. 겁도 없이 세 척이 접근하는데?]

그때 망루에서 가소롭다는 듯한 무전이 들어왔다.

딸깍. 딸깍. 딸깍.

그 말과 동시에 선교에 있던 선원들이 모두 자연스럽게 안전벨트를 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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