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4화 >
##164
「리안 레온 후작. 그는 누구인가?」
다음날 잉글슨의 신문 1면에 나온 기사들.
「그는 어떻게 신센롬 제국의 사위가 되었는가?」
「신센롬 제국의 사위이자 동시에 이벨 왕국의 사위? 세기의 사위.」
「명예 성기사 레온 후작. 교황청에서도 러브콜.」
「다시 나타난 드루이드의 위협. 막아선 레온 후작.」
「레온 후작. 위기에 빠진 신대륙 식민지를 위해 나서다.」
리안은 그 존재 자체가 특종이 되었다.
잉글슨 왕국의 시민들은 듣도 보도 못했던 잡스러운 인물 리안이 신문에 실려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럴 것이 하나의 내용만 해도 받아들이기 힘든데, 줄줄이 리안에 대한 후속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는 어떻게 신센롬 제국의 사위가 되었는가?」
“해적 사창가에 잡혀 있던 신센롬 제국의 이 황자를 구출해 줬다는군.”
“그걸로 사위가 된다고? 너무 과한 거 아닌가?”
“그거 아나? 이번에 신센롬 황태자가 죽었다는군. 병으로 말일세.”
“그럼··· 레온 후작이 구한 황자가······.”
“그렇지. 차기 황제의 은인이나 다름없다는 거야.”
리안이 수면 위로 부상하자 스랑 제국과 전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기자들도 레온에 대해 파기 시작했다.
각 나라에 퍼져 있는 정보통들이 풀가동된 것이다.
“어허. 아직 정보가 어둡구만들.”
“이거 방금 전 산 신문에서 읽은 건데 뭐가 어둡다는 거야?”
“자. 다들 봐 봐. 이건 다른 신문사에서 나온걸세.”
그는 신문을 보여 주고는.
“부유선 한 척으로 로이센 왕국을 박살 냈다는군.”
“에이. 그건 너무 간 거 아니야? 그냥 찌라시를 기사로 올린 것 같은데······.”
“정확히는 로이센 왕국이 점령한 슐 직역을 털었다네. 거기다가······.”
팩트만 기반으로 한 기사도 있었고. 그 정보를 보수적으로 잡는다 해도.
“그게 가능한 일이야? 아무리 정면충돌이 없었다 하더라도. 무슨 부유선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공중에 떠다니기는 하지만, 높게 뜨지는 못한다.
기사대로 슐 지역을 휘젓고 다닌 것이 사실이라면? 일반적인 부유선으로는 불가능한 일.
“그걸 해냈다는 거지. 그 지역에 대해 빠삭한 것이 아닐까?”
“레온 후작의 고향은 브루타뉴 공국이잖아? 생판 다른 지역인데······.”
“그 지역 토박이 부하라도 있나 보지.”
“아무리 지리를 잘 안다 해도······.”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시민들.
「신센롬 제국의 사위이자 동시에 이벨 왕국의 사위? 세기의 사위.」
“그래. 신센롬 제국의 사위가 되었다는 것은 그렇다 치자. 차기 황제가 될 황자도 구했고. 분쟁 지역인 슐 지역도 박살을 내 놨으니. 그런데, 이벨 왕국은 또 뭐야!”
“신센롬 제국과 이벨 왕국 모두 최고의 명문가잖아.”
귀족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가문 중 하나가 하브스 가문.
둘 모두 그 가문이다.
“이 기사를 보면 이해할 수 있지.”
대화에 또 새롭게 등장한 남자가 신문을 들고 있었다.
“방금 나온 따끈한 기사야.”
「명예 성기사 레온 후작. 교황청에서도 러브콜.」
“갑자기 무슨 성기사?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마지막 성전은 20년 전쯤인 것 같은데······.”
“성전에 참여해야만 성기사 작위를 얻는 것은 아니야.”
“하긴. 가끔씩 성기사가 튀어나오긴 하지. 재작년이었나······?”
“그래서 레온 후작은 어떻게 성기사가 된 거야?”
“피라미드 비밀의 방.”
“뭐?!!”
“한 척의 배로 이교도들의 도시를 털고. 잡혀갔던 율 대륙 백성들을 구출했고. 그 비밀의 방에 들어가는 열쇠를 교황에게 바쳤다더군.”
이 말이 사실이라면, 슐 직역을 휘저은 것도 사실이라 봐도 무방했다.
진짜 실력자인 것이다.
“에이~ 그래도 그건 아니겠지. 고대 시대의 최종 병기가 실제로 있을 리가.”
“그것 때문에 중해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더군. 오스 제국과 교황청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나 봐.”
“거참. 가뜩이나 로이센 왕국과 신센롬 제국의 전쟁으로 속 시끄럽구먼.”
그뿐이 아니다.
잉글슨과 스랑 제국도 전쟁 중.
율 대륙 전체가 전쟁이라 봐도 무방했다.
참고로 로이센 vs 신센롬 제국의 전쟁에 잉글슨이 관여되어 있었다.
웃기게도 잉글슨의 국왕은 개인적으로 로이센 국왕에게 막대한 지원금을 약속했다.
물론 의회는 돈이 없어 허덕이느라 소규모의 비용만 승인한 상태.
“그 와중에 신대륙에서도 싸우고 말이지.”
“참. 큰일이야. 자네들도 알잖나. 내 직장이 거기서 들여오는 물품들을 재가공해서 파는 것인 걸.”
“어휴. 말도 말게나. 나는 인디아······.”
“나는 거기에 대한 유통을······.”
리안이 큰 주목을 받는 이유다.
잉글슨은 섬나라로 식민지가 서민 경제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상업 그 자체에 진심인 나라인 것이다.
“레온 후작이 잘해 줘야 할 텐데······.”
“나이는 어리지만 세기의 천재가 틀림없어. 아일리 섬의 반란도 순식간에 해치워 버렸잖아.”
“그렇지. 드루이드라니. 정말이지 아찔해.”
신문에서도 다뤘다.
성경에나 나올 법한 좀비로 변한 데스몬드의 사람들.
“우리 본섬까지 넘어왔다면······.”
“무섭군. 무서워. 세상이 어떻게 될는지.”
어쩌다보니 배타적인 성향을 가진 섬나라 잉글슨의 시민들에게 리안은 희망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것도 타국 출신의 귀족이 말이다.
***
“어우. 귀 간지러워~”
리안은 갑판으로 나와 귀를 마구 긁었다.
“지금. 잉글슨 수도는 난리가 났을걸?”
“어휴~ 이제 마음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하겠네요. 자유롭게 길거리 음식도 먹고 싶은데. 유명인의 삶이란~”
“너. 원래 그런 거 안 먹잖아.”
먹을 이유도 딱히 없었다.
최고의 쉐프가 배에 있으니. 현지에 도착하면 그 지역 식자재로 음식을 해 준다.
거기다가.
-길거리 음식은 항상 조심해야 해요.
리안은 배의 선장.
모든 선원들이 리안의 안전을 끔찍이 신경 썼다.
길거리 음식을 먹겠다고 하면, 당연히 부하들이 나서 기미상궁을 자처했다.
“그보다 북신대륙의 전쟁에 끼어들면··· 스랑 제국과 사이가 험악해지지 않을까? 가뜩이나 너 찍혔잖아.”
리안의 거점은 누가 뭐라 해도 레온 백작령.
그곳은 스랑 제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속국이나 다름없는 처지.
그런데, 그 속국의 귀족이 적국의 사령관이 된다? 참으로 골치 아팠다.
“든든한 백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에요. 그리고 고위급 지휘관은 원래 국적을 가리지 않는답니다.”
율 대륙에 아직 민족주의적 사상이 널리 퍼지지 않은 상태다.
아직 봉건제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국가란 개념보단 영지의 개념이 백성들의 머리에 박혀 있다.
애초에 율 대륙은 고대에 롬 제국에 의해 하나였었다.
다시 말해 자신들은 어디 어디 국가의 백성이 아니라. 롬 대제국의 시민이라는 개념이 더 컸다.
“하긴. 이상하게 사령관들은 다른 나라 국적인 경우가 많더라.”
“로이센 왕국만 빼면은요.”
다만, 로이센의 지휘관들은 대부분 로이센 출신들이었다.
중앙 집권과 관료제를 성공적으로 마친 나라다.
귀족들도 고만고만했고. 고만고만한 귀족들의 자녀로 군사 학교로 받아들였다.
군사 개혁의 결과는? 이 또한 대성공.
그렇기에 덩치가 몇 배나 큰 신센롬 제국과 전쟁을 벌일 수 있는 거다.
“선장님! 곧. 데스몬드 항구에 도착합니다.”
샤아아아~
고잉미샤호는 물살을 가르며 빠르게 항구로 접근했다.
와아아아!!!
고잉미샤호가 접근하자 사람들이 환호한다.
참으로 웃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데스몬드의 백성들은 좀비가 되어 대부분이 죽어 버렸고. 거의 대부분이 이주해 온 사람들.
그런데, 그 사람들의 고향은 토몬드와 오스라거였다.
다시 말해 리안이 지휘하는 병력 아래에서 약탈을 당해서 고향을 떠나 반강제 이주를 당했다.
더 웃긴 것은 그들은 대부분 만족을 한다는 점이다.
-레온 후작이 아니었다면··· 우리까지 좀비가 되었을지도 몰라.
-갑작스럽게 토벌군을 짜다 보니 보급이 모자랐던 거야.
-그래. 재산보다 생명이 우선이지.
재산을 잃었지만, 목숨은 건졌다.
거기다 리안이 아니었다면 아일리 섬의 좀비 사태는 길어졌을지도 몰랐다.
-난 땅이 생겼다고.
-집도 생겼지.
-집에서 돈도 나오더라고.
이주한 사람들은 이주한 뒤 더 부자가 되었다.
그럴 것이 데스몬드는 사람만 증발해 버린 상태이니까.
원래 백성들 숫자보다 이주민이 적었고. 그러다 보니 소수가 다수의 재산을 얻은 것이 된다.
당연히 재산이 늘어날 수밖에.
“레온 후작 만세!!!”
“우리의 영웅! 레온 후작!!!”
“든든합니다. 후작니이이임!!!”
“잘생겼다!!”
데스몬드 수도인 이곳 항구에 정착한 사람들의 만족도는 하늘을 찔렀고. 리안이 온다는 소식에 너 나 할 것 없이 부두로 밀려 왔다.
“오오. 역시 인기인의 삶이란~”
리안은 뱃머리에 서서 환호를 한 몸에 받아들였다.
반대로 한 쪽에 찌그러져 어깨를 펴지 못하는 이도 있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같은 핏줄이라는데 왜 저럴까?
-턱에 욕심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은 뭐일까?
바로 리안의 사촌 형들이었다.
단지 이들은 리안이 임명한 사령관일 뿐이었고 또 약탈은 해적들이 했다.
그런데, 욕은 이들이 처먹고 있었다.
철컹!
고잉미샤호에서 판자가 내려왔고 리안은 거만하게 아래로 내려왔다.
와아아아!!
시민들의 환호 덕에 귀가 다 먹먹해질 지경이다.
리안은 여유롭게 시민들을 향해서 손을 흔들어 줬다.
조금 특이한 것은 한 손에 가방을 질질 끌고 있다는 점.
“리안!!”
그때 한쪽에 찌그러져 있던 두 사촌 형들이 달려왔다.
시민들에게 싸늘한 시선을 받아왔기에 리안의 옆에 서고 싶은 것이다.
“오오! 형님들. 수고하셨어요.”
“그래. 우리의 고생을 알아봐 주는 것은 너밖에 없구나.”
두 형제는 이상하게 우애가 있어 보였다.
절대로 ‘우리’라는 단어를 쓸 사람이 아니었기에.
이들은 평민들뿐만 아니라 전후 뒤처리를 다른 귀족들에게도 은연중 무시를 많이 당했다.
토몬드와 아트로네의 백성들을 심하게 약탈했다는 오명을 받은 것이다.
“두 분다 얼굴이 많이 야위었어요.”
급기야 자신들의 할아버지인 아트로네 백작에게도 쓴소리를 들었다.
-아니! 이놈들아. 아무리 리안 녀석이 시켰다고 해도 적당히 해야지. 너희는 어렸을 때부터 적당히를 몰랐어. 쯧쯧. 자신이 다스릴 영지의 백성을 약탈하다니. 모자란 놈들!
그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약탈은커녕 해적들의 약탈도 최대한 막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가방은 뭐냐?”
“내가 대신 들어 줄까?”
두 형제는 리안에게 잘 보이려 했지만, 리안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공항 패션. 아니 항구 패션이에요. 안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흐흐.”
“아니··· 빈 가방을 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두 형제.
사실 고잉미샤호의 선원들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리안이 하겠다니 그러려니 하는 것이다.
와아아아~~!
어쨌든 리안은 환호를 받으며 데스몬드의 궁전에 들어섰다.
그곳은 리안을 맞이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조금 과한 것 같았지만.
“세바스 아저씨. 고생 좀 하셨겠네요.”
“귀족들이 그렇게 잘사는 줄 몰랐습니다.”
데스몬드는 일반 백성들뿐만 아니라 귀족들도 좀비가 되어 버렸기에 난민이 이주해 오기 전에 제대로 털어 놓을 수 있었던 것.
“아······.”
세바스가 아무리 점잖아 보여도 해적은 해적.
조금이라도 부유해 보인다 싶으면 아주 싹싹 긁어모은 것이다.
“회의장으로 모시겠습니다.”
그곳에는 아일리 섬의 백작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모여 있었다.
“후작님!”
그런데, 중앙으로 향하던 리안을 처음 보는 육감적인 미녀가 때 잠시 불러 세운다.
“누구······.”
“저. 데르예요.”
“아아···!! 데르 여백작!!”
그녀의 손에는 더 이상 케이크 따위는 들려 있지 않았다.
아직 살이 좀 남아 있었지만, 살에 파묻혀 있던 이목구비가 나타난 것.
“알아보기 힘들죠?”
“더 알아보기 힘들어질 거예요. 더 빠질 테니까.”
리안이 미소를 지으며 말해 줬다.
살이 빠진 버전인 그녀의 게임 일러스트를 기억하고 있기에.
“아··· 아··· 더 빠질 살이 남아 있었구나.”
“다음에 뵐 때도 먼저 아는 척을 해 주세요.”
“네?! 또 어딘가로 가는 건가요.”
“네.”
리안의 말에 눈물이 살짝 글썽이는 파트라슈 데르.
그녀를 뒤로하고 중앙의 단상에 섰다.
“봉기는 제압되었고. 우리는 승리했습니다!”
짝짝짝짝!
리안의 말에 백작들이 박수를 쳤다.
“저는 여러분을 대신해서 국왕 전하를 뵙고 왔고. 그분의 뜻을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