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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56화 (156/253)

< 156화 >

##156

갑판으로 나온 리안은 깜짝 놀랐다.

그럴 것이 생각보다 많은 병력 때문이었다.

“뭐야? 저게···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모았다고?”

참고로 드루이드가 나타난 데스몬드 백작령과 일부 국경을 닿은 것이 올몬드 백작령이다.

그렇기에 리안은 부선장을 돌려보내서 장악을 하게 하고 동시에 징집을 명했다.

그런데.

“징집병치고는 상태가 너무 좋은데······.”

고잉미샤호가 부선장의 부대에 다가갈수록 명확하게 보였다.

물론 징집병도 보였지만, 그 수는 적었다.

아니 적다기보다 이 정도 시간이라면 딱 저 정도가 모여야 정상이다.

휘리릭!!

궁금증이 동한 리안은 그대로 고잉미샤호에서 뛰어내렸다.

바람 속성이기에 추락하는 속도 정도는 충분히 조절이 가능했다.

타닷!

리안은 착지 후 가지런히 두 팔을 벌렸다.

“제 점수는요?”

“응? 갑자기 웬 점수?”

당황한 표정을 짓는 부선장.

“이렇게 티키타카가 안 맞아서야. 에잉~ 그래서. 뭔데요. 이 병력들은.”

“내가 한 인품 하지 않느냐. 내 명성을 듣고 모인 용병들이지.”

“거참 농담도 신박하게 하시네. 진짜로 뭐예요?”

“예비 리안 해적단.”

리안은 잠시 고개를 기울이다가 금방 떠올렸다.

부선장이 올몬드 백작령을 먹을 수 있었던 명분이 무엇인가?

그것은 간단하다.

바로 리안은 전임 선장이 올몬드 백작가의 후예였고. 그 녀석이 인장을 오스라거 백작가에 맡겼기 때문.

“그 아저씨.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닌가 보네요.”

고잉미샤호의 선원들이 이상하리만큼 능력치가 좋았다.

단순히 뽑기를 잘한다 해서 되는 것은 아닐 터.

어디선가 수급을 해 올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인구가 많으면 인재가 많듯이··· 물론 꼭 그렇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비례를 하기에 어딘가 기반을 마련해 놓았겠지.

“강성 독립 용병단이지. 아일리 섬 곳곳에 거점이 있어. 돌아다니며 이곳저곳에서 돈 될 만한 것은 다 하는 놈들이지.”

무조건 떠도는 것은 아니고 돈을 벌고 고향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율 대륙으로 넘어가는 것을 반복한다.

“역시 그렇군요.”

“그래. 특히 남부 지역은 예전 선장이 후원을 많이 당겨 줬지. 올몬드에 있는 지부는 영향력이 매우 크고.”

이전 선장은 이 용병들을 이용해서 영지를 되찾을 모양이었나 보다.

“올몬드 백작가의 금고를 좀 털었겠네요.”

“아니. 얼마 안 들었어. 이놈들 중 일부는 이미 맛을 본 모양이야. 데스몬드에서 도망쳐 온 놈들이 제법 되거든.”

아마 데스몬드에서 넘어왔다면······.

“지옥을 보았겠군요.”

“생사람을 거대한 허수아비 감옥에 넣어서 태우고 난리도 아니라는군. 가장 먼저 죄수들. 그다음은 약간이라도 반항하는 자들. 나중에는 없는 죄를 만들어서 집어넣고 있다는군.”

워커맨.

거대한 허수아비 형태를 한 나무 감옥.

거기에 사람을 넣고 산채로 태워 남은 재들을 뭉쳐 의식을 치르면 워커맨이 된다.

모든 허수아비가 재료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확률적이라 매일 인신 공양을 펼치고 있는 모양.

그리고 외부의 시선을 잡아 놓기 위해 악령을 풀었고.

“이 정도 병력이라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그래도 모르니 계속 징집은 하고요.”

“도대체 이게 뭔 일이람······.”

부선장도 데스몬드에서 도망온 자들의 말을 듣고 믿지는 않았던 모양.

다만, 다수의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니 이제는 받아들였나 보다.

“올몬드가 밀리면 곤란해요. 부탁할게요. 부선장 백작님.”

“젠장. 막아야지. 어떻게 얻은 영지인데.”

“네네~ 그럼 맡길게요.”

의지를 불태우는 부선장을 두고 리안은 곧장 떠났다.

올몬드 백작령은 경유지에 불과했고 목표는 데스몬드의 수도.

두그그그.

고잉미샤호는 그대로 올몬드의 항구를 빠져나왔다.

아일리 섬에 항구는 더블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올몬드에도 항구가 있고. 데스몬드에도 항구가 있다.

다만, 두 항구의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부유선의 선착장이 되는 요건은 꽤나 까다롭다.

파도를 막아 주는 방파제가 없으면, 차라리 육지로 올려서 정박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니.

샤아아~

고잉미샤호는 빠르게 데스몬드로 향했다.

육로로 갔다면 꽤 걸렸겠지만, 바다로는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데스몬드의 앞바다에 도착하니 어둠이 내린 상태.

“세바스 아저씨.”

“네. 선장님.”

갑판에서 밤바다의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세바스를 호출했다.

“내일 아침에 항구를 공격하세요.”

“네? 선장님은······.”

“침투해야죠. 그러니 어그로 좀 잘 끌어 주세요.”

“침투한다면, 제가 따라가야······.”

부선장이 없으니 다음 실력자는 당연히 세바스였다.

“어른은 못 들어가요.”

솔직히 세바스가 가장 믿음직스럽지만, 리안이 가려고 하는 길은 개구멍이다.

덩치가 큰 어른은 지나갈 수 없는.

게임을 할 때 이벤트가 발생하더라도 소년 병사가 없으면 진행이 불가능하다.

“샤로트로 되겠습니까?”

조금 불안한 모양.

사실 리안도 불안하다.

그냥 샤로트를 떼어 놓고 혼자 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그리 위험한 이벤트도 아니고 무력이 약한 소년 병사만 보내도 높은 확률로 클리어가 가능하다.

다만, 100%가 아니기에 혹시나 몰라 중견급 대전사인 샤로트를 대동할 생각인 것이다.

“세이나 사제도 데려가심이.”

“사제도 함께 갈 수 없어요.”

세이나의 상태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부상자들을 치유하느라 무리도 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성배 때문이다.

지금은 아무 잔에 담긴 물만 봐도 경기를 일으킨다.

태양신 쥬의 성물인 성배로 성수를 엄청나게 찍어 냈는데, 그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결국. 샤로트밖에 없군요.”

“네··· 뭐······.”

결국 어둠을 틈타 afasgiah를 내렸다.

afasgiah는 예전 슐지역의 n9932-dana135(북) 요새에서 얻은 오리배다.

크기도 자유자재로 늘릴 수 있고 속도도 나름 준수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철썩! 철썩!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잉미샤호가 닻을 내리고 있는 곳은 항구와 떨어진 바다라 노를 저어 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면 소형 부유석이 달린 쪽배를 써야 하는데, 그건 제법 큰 소리를 냈다.

찰싹! 찰싹!

오늘따라 바다가 조용하다.

이런 날엔 쉽게 들킬 수도 있다.

“저기! 저기예요.”

리안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오리배를 모는 사람은 항법사였다.

물길에 관해서는 리안보다 더 뛰어나니 이런 작은 배를 모는 것은 당연히 그가 더 능숙할 수밖에.

“애송이 합하. 조심하라고.”

“항법사 아저씨나 안 들키게 조심하세요.”

“나야 네가 돌아올 때까지 그냥 수풀에 가만히 숨어 있으면 되는 거 아니야?”

“뭐. 그렇긴 하죠.”

육지의 조용한 해안에 닿자 오리배는 손톱만큼 쪼그라들었다.

최소한 쪽배가 들킬 위험은 없는 것이다.

만약 일반적인 쪽배를 타고 왔다면, 쪽배를 위장해 감추느라 꽤 힘들었을 거다.

“샤로트. 가자.”

“네에에엡~!!”

리안은 해맑게 웃으며 따라오는 샤로트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덜렁대다가 사고를 치지 않을까 괜히 불안했다.

***

어둡고 칙칙한 공간.

한 소녀가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신이시여. 제발. 이 어린 소녀와 이 땅의 백성을 구원해 주시······.”

그녀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머리와 이마에는 상처들로 가득했다.

지금도 아물지 않은 상처에선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아!!”

고통스러웠다.

머리에 씌워진 가시 면류관은 저항하려 할수록 더 깊이 파고들어 왔다.

“아버지······.”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소녀도 마음이 점점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처형당한 아버지를 따라 자살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면류관이 머리에 씌워진 순간부터 육체의 의지도 점점 빼앗기고 있었다.

덜컹!!

그때 갑자기 천장에서 무엇인가 떨어졌다.

“읏! 챠~!!”

“샤롯! 무거워. 그만 내려와!!”

“헤헤. 죄송해요.”

갑자기 나타난 것은 어린 소년, 소녀.

“너희는 어··· 어디서. 그보다 얼른 피해. 여긴 위험하단다. 아이들아.”

그녀도 나이가 많지는 않았지만, 자신에 비해 훨씬 어린 아이들.

드루이드의 눈에 띄는 날에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그 거대한 허수아비에 넣어 태워질 테지.

그녀는 기사로서 이 아이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게 자신의 사명이 아닐까 생각했다.

“끄으으윽!!”

그녀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면류관의 속삭임 때문에 손가락 하나도 자신의 의지대로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를 밟고 다시 올라가거라. 여기 있다가는 정말 큰일난다고.”

그녀의 머리에 있는 상처가 터져 피가 주르르 흘렀다.

그런데, 소년은 놀라기는커녕 자신을 올려다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누나가 리건 희인가요?”

“응? 내 이름을 어떻게 아는 거야?”

“드루이드 학살자 희.”

“그게 무슨 말이야?”

희 가문 자신들도 모르는 과거사가 있다.

고대 룸 대제국 시절. 희 가문은 배신을 아일리 섬을 배신하고 룸 제국에 붙었다.

그때 받은 것이 바로 성배.

성배에서 힘을 빌린 희 가문의 선조는 드루이드들을 암습해 나갔다.

드루이드들은 매우 강한 존재라 자만하기 쉬웠고. 폐쇄적이라 혼자 다닐 때가 많았다.

암습을 당하기 딱 좋았다.

일은 순조롭게 풀리는 것 같앗다.

문제는 나중에 일어났다.

자신과 연결되어 있던 룸 제국의 집정관이 죽어 버린 것.

설상가상으로 드루이드들이 죽어 나가자 아일리 섬의 족장들도 내부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몰리게 된 희 가문의 선조는 성배를 숨겼다.

-우리 가문이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것은 신뢰와 충성입니다.

그리고는 외부적으로 저런 말을 뱉고 다녔고. 비밀이 새어 나갈까 자식들에게도 그 사실을 숨겼다.

지금 희 가문은 일개 남작가에 불과하지만, 지금까지도 가훈으로 삼고 따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사람들도 희 가문을 그렇게 바라봤다.

신뢰를 저버리지 않으며, 주군에게 충성하고, 정의로운 가문.

“누나 선조 중에 정체를 숨기고 드루이드들을 아주 박살 내며 돌아다닌 아저씨가 있었단 말이지.”

“난 네가 도저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당연히 모르겠지.

그 아저씨가 비밀을 아주 철저하게 지켰으니.

“됐고······.”

그때 어디선가 쿵쿵거리는 진동 소리가 들렸다.

놀란 리안은 급히 점프를 했다.

휘익!

다만, 그냥 점프가 아니었고 날아가는 느낌이랄까.

“도련님!! 저는 요오~”

“엄살 부리지 말고 빨리 올라와!”

“칫!”

샤로트는 바람 속성이 아니었기에 리안처럼 공중으로 뜨지 못했다.

그렇다고 천장에 있는 구멍으로 올라가지 못할 것은 없었다.

그녀는 무려 중견급의 대전사였으니.

타다다닷! 탓! 탓!!

방을 빙글빙글 돌더니 가속력을 이용해 벽과 벽을 밟아가며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한 마리의 날랜 다람쥐를 보는 것 같았다.

“어어어··· 내가 헛것을 보는 건가······.”

당연히 지켜보던 리건 희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저런 건 기사인 자신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몇 달만 있으면 정령 갑옷과 계약을 할 예정이었는데, 계약을 했다 하더라도 저건 불가능했다.

몰론 바람 속성이라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바람 속성은 기사들이 기피했다.

그녀도 바람 속성을 피해 정령 갑옷을 구하는 중이었다.

‘헛것이··· 아니었구나.’

그녀는 고통을 참으며 천천히 천장 쪽으로 시선을 뒀고. 거기엔 리안이 입술에 손가락을 가리며 ‘쉿’이라 속삭인다.

도대체 저 아이들은 누구일까?

신께 올린 기도가 닿은 것일까?

그렇다면 어떤 신이 자신에게 저 작은 천사들을 보낸 것일까.

워낙 다급하다 보니 아는 신들에게 모두 기도를 올린 것 같았다.

누가 보면 이단이나 엉터리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 세계는 다신교였다.

가장 교세가 큰 태양신 쥬의 교황청에서도 그걸 인정했고.

끼이이익!

소년, 소녀가 천장으로 사라지자 감옥의 문이 열렸다.

놀랍게도 그 모습은 거대한 곰.

저벅저벅.

곰은 네 발로 천천히 걸어와 리건의 얼굴 주변을 킁킁거렸다.

“이게 무슨 냄새지? 뭔가 묘하게 다른 인간의 냄새가...”

곰은 그리 말하다 말고 모습을 변화시켰다.

형상이 천천히 인간으로 변했다.

인간은 나무로 된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마치 곰의 모양을 본뜬 것 같았다.

“이상하단 말이야.”

인간은 다른 가면을 썼다.

그것은 소 형태였는데.

츠츠츠츠!

그걸 쓰자 얼마 안 있어 소로 변했다.

덩치가 일반 소보다는 조금 작았지만.

크으으응!! 킁킁.

소는 혀를 낼름거리며 리간에게 다가갔다.

퉤!!!

리건은 급히 소에게 침을 뱉었다.

“너 같은 짐승과 결혼할 일이 없으니 당장 꺼져!!”

“생리라도 하는 건가? 오늘따라 더 격하군.”

소는 인간의 형태로 변하더니 가면에 묻은 침을 닦아 냈다.

“······?!!!”

그런데, 그걸 지켜보던 샤로트가 갑자기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이상해진 샤로트를 파악한 리안은 등에 식은땀이 났다.

‘제발. 사고 치지 마라. 샤로트!! 제에바아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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