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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51화 (151/253)
  • < 151화 >

    ##151

    “저놈들, 왜 저쪽으로? 우리가 바짝 따라붙을까 봐 그런 건가?”

    “잘 버티긴 했지만, 세 개의 세력이 합치니 패닉이 온 것은 아닐지.”

    “지금 이럴 때가 아니오. 뒤에 해적왕이 있소!”

    세 명의 백작은 참으로 요상한 기분이 들었다..

    방금 전까지 서로 치고받고 하던 사이에서 이렇게 어깨를 나란히 하니 말이다.

    “어서 피합시다.”

    얼마 전까지 그렇게나 가지고 싶던 요새가 텅 비었다니.

    살다 보니 별의별 일을 다 겪는다 싶었다.

    우르르르~

    그들은 빠르게 알베찰 요새로 접근했다.

    서로 치고받고 싸우느라 병력이 많이 줄었지만, 세 개의 백작군이 모이니 숫자가 제법 많았다.

    도주하는 와중에 병사들끼리도 어색했다.

    “이제··· 도착!!”

    요새가 가까워지고. 해적왕이 이끄는 용병대의 추격은 느슨해졌다.

    이제 살았다고 생각하려는 찰나.

    철컹!!!

    거대한 요새 문이 서서히 닫히고 있었다.

    “뭐··· 뭐야!!”

    “안에 약간의 병력이 남았나 보오.”

    “걱정할 것 없습니다. 수비병이 적다면 성문 따위는 금방······.”

    그들의 눈은 경악스럽게 바뀌었다.

    철컥! 철컥!!!

    성벽으로 빼꼼히 나오기 시작하는 수많은 마포들.

    무려 20문은 족히 넘을 것 같았다.

    거기에 원래 요새에 있던 고정포들도 가동 중인 것 같다.

    “어디서··· 저렇게나······.”

    “해··· 해적왕! 해적왕이······.”

    내륙에서야 마포가 희소하나 바다에선 마포가 필수이지 않은가.

    해적왕을 의심했지만, 사실 해적왕이라 해서 마포를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내산지로 가져다 놓는 것은 어렵다.

    아무리 비밀스럽게 움직인다 해도 토몬드와 오스라거는 요새 코앞에서 오랫동안 싸워 오지 않았던가.

    “속았소이다. 우리 모두 속았다고요!”

    퍼버버버버벙!!!

    마포가 일제히 아래에 모인 병력에게 포탄을 쏟아 냈다.

    콰아아아아앙!!!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거대한 충격과 함께 흙들이 비산했다.

    충격적인 광경이다.

    단 한 번의 포격으로 최소 1/5의 병력이 전투 불능에 빠졌고. 병사들은 패닉에 빠져 우왕좌왕했다.

    기사나 하급 지휘관들이 수습을 해 보려 했지만, 점점 더 혼란만 커졌다.

    투트트트트.

    리안은 그 와중에 느긋하게 해적왕을 만났다.

    “딱 맞춰 오셨네요.”

    “뭐가 이렇게들 약한 것인지. 딱히 어려울 것 없었지. 하하하.”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해적왕도 알고는 있었다.

    이것은 기습에 의한 효과인 것이란 걸.

    해적들은 전투 경험이 많은 싸움 베테랑이지만, 정규군과의 싸움에선 불리한 감이 없지 않다.

    배에서 하는 백병전과 땅에서 집단전을 벌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리안의 계획대로 장기인 기습 위주의 전투였기에 싸움이 쉬웠던 것이다.

    “어떻게 할 거냐? 허둥지둥하는 것이 다음 마포가 발사되고 나서 정리를 하면 될 것 같은데.”

    해적의 또 다른 장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서로 뒤엉켜 싸우는 것.

    이런 전장에선 해적들이 얼마든지 우월한 전투를 벌일 수 있다.

    “다 죽어 버리면 곤란하죠. 상대해야 하는 적의 숫자가 너무 많아서요.”

    리안은 오토호스를 천천히 앞으로 몰았다.

    그걸 본 요새에선 다음 공격을 미뤘다.

    “무기를 버려라!! 더 싸운다면 반역죄로 처분하겠다!”

    리안이 큰소리로 외치자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는 잉글슨 국왕께 반역을 진압하라고 명을 받은 아일리 섬의 총사령관인 리안 레온 후작이다. 지금 데스몬드에서 큰 봉기가 일어났고 나에게는 아일리 섬 모든 병력을 통솔할 권리가 있다.”

    병사들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공후작이란 작위는 식민지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잉글슨에도 많이 없다.

    그런데, 그런 후작이 봉기를 진압하러 온 것이라니.

    -서··· 설마!! 우리 대영주님이???

    다들 여기서 조금만 이성을 차리고 생각해 본다면 한 가지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자신들의 대영주가 데스몬드의 봉기에 가담했다는 것을.

    지금 이곳에 세 개의 백작가가 모인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럼··· 우리도?

    -젠장. 난 아직 죽으면 안 돼!! 이제 아이 아빠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우리 어머니는 아프셔. 내가 없으면.

    -고향에서 나를 기다리는······.

    일단 반역에 연류되면 여기서 죽는 것은 둘째 치고 자신들의 가족에게도 불이익이 갈 것이다.

    최악은 연좌제로 엮여 교수형에 처하거나 노예로 팔려 갈 수도 있다.

    “너희는 그저 명령에 따랐으며, 몰랐으니 용서받을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정체를 밝혔음에도 싸우는 자가 있다면 그것은 스스로 반역을 했음을 인정한 것으로 간주하겠다!”

    리안의 말에 병사들의 맨탈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탈칵! 탈칵!!!

    그들은 즉시 땅바닥에 무기를 버리고는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우르르르.

    멀리서 지켜보니 마치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것처럼 보였다.

    전시 상황이 아니었다면, 축제에서의 파도타기 놀이처럼 보이기도 했고.

    “어··· 억울합니다!!”

    그때 신)올몬드 백작이 급히 오토호스를 몰아 리안에게 접근했다.

    자신은 그저 구)올몬드의 인장을 찾으러 왔을 뿐이다.

    정말 저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헛소리!!! 토몬드 백작과 한패임을 모를 줄 알더냐?!!”

    탕!!!

    리안의 명령에 뒤에 앉아 있던 마세르가 마총으로 그를 쏴 버렸다.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정령 갑옷을 완전히 해제한 상태였기에······.

    컥!!!

    그대로 오토호스에서 꼬꾸라졌다.

    설마 하자니 이렇게 자신을 쏠 줄 몰랐기에 완전히 방심했다.

    투둑!!!

    바닥으로 꼬꾸라지며 목까지 꺾여 버렸다.

    “저··· 저런······.”

    다들 침묵하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아일리 섬이 잉글슨 왕국의 식민지나 다름없다지만, 그래도 귀족은 귀족이다.

    전쟁에서 귀족들은 함부로 죽이지 않았다.

    죽을죄를 지었다 해도 웬만해선 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한 다음 죽였다.

    “다들 봤는가!! 저 흉악한 놈이 급습하려던 것을!!”

    “······?”

    “??????”

    “······??????”

    다들 어리둥절했지만, 입 밖으로 떠드는 사람은 없었다.

    솔직히 자세히 보지도 않았으니.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병사들도 많았다.

    다만, 기사들은 분명 보았다.

    신)올몬드 백작은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었음을.

    “나··· 나는 아닙니다!! 후작님. 보지 않았습니까? 저는 오히려 토몬드와 구)올모드 백작 아니 이 역적 놈들에게 협공을 당했습니다.”

    “오스라거 백작!! 그런 식으로 빠져나가려 하지 말라. 분쟁에 의해 그대들끼리 치고받고 싸웠음을 이미 알고 있다.”

    “무··· 무슨 근거로!! 즈··· 증거가 있습니까?!”

    “내 이미 사자를 보내 대 잉글슨 국왕 전하의 뜻을 알렸음이다. 그런데, 그걸 무시한 것도 모자라 토벌군에 합류한 요새군을 공격하지 않았는가!”

    오스라거 백작은 아주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물론 자신의 사위의 천적인 형제 놈이 왔기에 그저 저열한 계략이라 생각했다.

    거기다 요새군을 공격한 것은 도주할 곳이 그곳밖에 없어서 그랬던 것이고.

    “저··· 정말 억울······.”

    “당장 저 역적놈을 잡아 와라.”

    리안이 그의 말을 무시하고 명령했다.

    투타타타타타!!

    그 즉시 오토호스에 탄 병력이 리안의 앞으로 튀어나갔다.

    리안의 부하들뿐만 아니라 아트로네 백작가의 기사들도 움직였다.

    “자··· 잠시만······!!”

    당황하는 토몬드 백작과 오스라거 백작.

    그러나 리안이 보낸 기병들을 막을 보병들은 없었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던 그들은 막아서기는커녕 놀라서 후다닥 길을 열어 줬다.

    그나마 몇몇 기사들이 잠시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 앞으로 나섰지만.

    서걱! 서걱!!

    대치도 아닌 그대로 목을 쳐 버리곤.

    퍽!!

    두 백작을 두들겨 패서는 리안의 앞에 무릎을 꿇렸다.

    “이··· 이럴 순 없습니다. 후작님!!”

    “정식 재판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저희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습니다. 반역이라니. 이건 모함입니다.”

    두들겨 눈탱이가 붓고 이빨이 부러지기까지 한 그들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럴 것이 이대로라면 가문이 망한다.

    “흥! 지금은 전시다. 소집령에 응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너희는 즉결처형이다. 또한 그대들을 잉글슨 본섬에 보낼 병력조차도 아깝다. 아직 원흉인 데스몬드 백작을 잡지 못했으니.”

    “도망치지 않을 테니 토벌이 끝나기 전까지 알베찰 요새의 감옥에라도······.”

    그는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리안의 명령을 받은 부하들이 그들의 목을 뒤에서 쳐 버렸기 때문.

    “형님들!”

    리안은 공개 처형과 동시에 두 사촌형들을 불렀다.

    “어··· 그··· 그래.”

    “시킬 거라도······.”

    리안의 거침없는 행동에 잔뜩 쫄아 버린 두 형제가 앞으로 나왔다.

    설마 하자니 백작을 진짜로 죽여 버릴 줄은 몰랐다.

    하나도 아니고 무려 셋.

    정말이지 미친 짓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들은 자신들의 외가이지 않은가.

    손발이 다 떨릴 지경이다.

    “역적들에게서 땅을 되찾으세요. 각각 토몬드와 오스라거 방면의 지휘관에 임명하는 바입니다. 병력을 붙여 줄 테니 잔당을 처단하고 인장을 찾으세요.”

    그때 전쟁 신 사제 세이나가 나서 신성 마법을 걸었다.

    신성한 빛무리가 그녀에게 모여들었고. 그녀는 작은 구슬 두 개를 옮겨 담았다.

    그걸 두 형제에게 나눠 주며.

    “이 빛을 따라가 간다면 인장에 당도할 것입니다.”

    사제가 있다면 이렇게 전쟁이 끝나도 상대가 숨겨놓은 인장을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상대편도 유능한 사제가 있다면 이걸 차단할 수 있다.

    다만, 웬만해선 전쟁에서 진 쪽의 사제는 인장을 숨기는 일에 협조하지 않는다.

    그럴 것이 새로운 지배자에게 인장을 인계하는 것이 백성을 위한 것이기 때문.

    그들이 속한 교단에서도 이런 일을 지시하지 않는다.

    구)올몬드가 매우 특이한 케이스에 속할 뿐이다.

    “가··· 감사합니다.”

    “반란군의 손에 들어간 인장을··· 꼭 찾아오겠습니다.”

    얼떨결에 두 형제는 구슬을 받았다.

    “병력을 붙여 드릴게요. 큰형님은 본인의 병력과 함께 투항한 토몬드 병력을 추슬려서 오스라거로 가시고. 작은 형님은 본인의 병력과 함께 투항한 오스라거 병력을 추슬러 토몬드로 가세요.”

    벌써부터 골머리가 아파 오는 두 형제였다.

    일단 형제끼리 싸울 때 병사들에게 큰 보상을 약속했다.

    ‘약탈을 피할 수 없겠네. 아니. 최대한 약탈을 해야겠어.’

    아주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자신들에게 땅을 나눠 줄 때 장인의 땅을 이어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통치가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반역자로 즉결 처형을 받았지만, 자신의 부인이 그 땅의 핏줄이기 때문.

    그 말인즉슨.

    ‘최대한 약탈해서 동생 놈을.’

    ‘최대한 약탈해서 형님의 힘을.’

    빼 놓을 생각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음에도 여전히 두 형제의 사이는 좋지 않았다.

    “어서 서두르세요.”

    “아··· 알겠다.”

    “그래.”

    두 형제는 다급히 투항한 병력을 추스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오랫동안 자신의 밑에서 수족처럼 부려 온 병력들이 있었기에 조금 사정이 나았다.

    조금 해메긴 했지만, 금방 재편성이 되는 것이 보였다.

    “해적왕 할아버지.”

    “하하하. 오냐.”

    “해적이 내륙까지 왔는데, 그냥 가면 섭하겠죠?”

    “부하들이 불만이 좀 있겠지만, 우리도 요즘 일이 영 없는 터라 이렇게 소일거리라도······.”

    “에이. 부하들이 불만을 가져서는 안 되죠!”

    리안이 괜찮다는 해적왕을 향해 고개를 흔들었다.

    “거기다 제 전우들이 고생만 하고 보상도 제대로 못 건지는 것은 가슴이 아프다고요.”

    전우라고 하면 전우이긴 했다.

    스랑-잉글슨 해전에서 실제로 함께 싸우기도 했으니.

    “해적 마음은 해적이 잘 안다고. 제 형님들이 앞장서서 정리하면 그 뒤로 깔끔하게 수확하세요.”

    “정말 그래도 되는 거더냐? 보아하니 네 사촌형들에게 점령지를 넘길 생각으로 보이는데.”

    “흐흐흐. 그러니 청소를 도와야 하지 않겠어요?”

    순간 리안의 생각을 읽은 해적왕이 살짝 눈동자가 흔들렸지만. 이내.

    “하하하!! 역시 넌 보통 꼬맹이가 아니야.”

    리안은 정상적인 땅을 두 형제들에게 나눠 줄 생각이 없는 것이었다.

    아마 영지를 정상화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당연히 그걸 그대로 지켜만 볼 리안이 아니었다.

    영지를 정상화시키는 데 정신이 팔린 두 형제의 영지를 정치적으로 복잡하게 만들어 놓을 생각.

    나중에는 힘없는 대영주가 되어 가신들에게도 이리저리 휘둘리는 신세가 될 것이다.

    “부선장 아저씨.”

    “고맙다. 덕분에 선조의······.”

    “선장을 잘 둔 덕이라 생각하세요. 앞으로 두 형님들을 잘 부탁해요.”

    “걱정 말거라!”

    지정학적으로 올몬드 백작령의 위치는 토몬드와 오스라거의 중앙으로 파고 들어가 있었다.

    ‘ㅅ’ 삿갓처럼 토몬드, 오스라거가 기울어지듯 맞닿아 있고.

    ‘ㅇ’ 그 아래 올몬드가 끼어 있다.

    두 백작가를 통제하기 딱 좋은 위치다.

    “이제 어쩔 생각이더냐.”

    “인장을 찾아오면 아일리 섬 전체에 동원령을 내려야죠.”

    소문도 퍼질 것이고. 외할아버지인 아트로네 백작과 찾은 인장들 세 개 그리고 동맹인 데르 가문의 인장을 찍어 다른 백작가에 서신을 보낼 것이다.

    하나의 백작가만 이용하면 긴가민가하겠지만, 이렇게 많은 인장이 찍혀 있다면 무시할 수 있는 백작가는 없다.

    무시하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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