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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00화 (100/253)

100화

##100

강한 놈이 무조건 싸움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다.

게임에서조차 그럴진대, 현실에선 오죽하랴.

저벅저벅.

정령 갑옷을 차려 입은 부선장이 천천히 걸어갔다.

그의 속성은 물이기에 육지에서 더욱 불리하다.

그 반면 부기사단장의 속성은 땅으로 금속 계열로 보인다.

부선장 대 부단장의 싸움.

기본 조건으로 보면 부단장이 더 유리해 보였다.

금속 계열이 물 계열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 주니.

투다다닷!!

어느 순간부터 두 사람의 발걸음이 빨라지더니 이내 달리기 시작했다.

콰아앙!!

마포에 못지 않은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물끼를 머금은 부선장의 공격을 부단장이 가볍게 막았다.

주위의 땅이 습기를 머금는다.

“화이팅~ 화이팅~ 못생긴 사람이 이긴다!”

리안은 갑판 위에서 춤을 추며 부선장의 승리를 기원했다.

그 소리를 들은 부선장은.

“젠장, 내가 지는 건가?”

그 말에 화가 단단히 난 부단장은.

“하. 내가 네놈처럼 생겼다면 접시 물에 코를 박고 죽었을 거다.”

“그럴지도 모르겠군. 너무 잘생겨서 접시 물에서 눈을 떼지 못할 테니.”

“무슨 개소리냐!”

“배에선 말이야 너무 오랫동안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안 돼.”

“미친 놈이군. 갑자기 그 이야기를…….”

부단장이 날카로운 검을 휘둘렀다.

“어이쿠~ 조심.”

부선장은 가볍게 그 공격을 흘리며 뒤로 물러났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부선장의 움직임이 엉성해 보인다.

“훗! 제대로 배워 먹지 못한 놈이군.”

부단장은 자심감을 찾았다.

어릴때 부터 지원을 받으며 체계적으로 성장한 그였다.

챙~! 챙!!! 챙~~!

자심감이 붙은 그는 강하게 부선장을 몰아붙였다.

그걸 지켜보던 장남은.

“역시 부단장!! 우리 남작가에서 아낌없이 지원해 준 보람이 있어.”

“주변에서 이름난 기사이지 않습니까. 이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에 비해 저놈은 뭔가 엉성하군. 정말 기본이 안 되어 있어.”

“그러게 말입니다. 뭔가 대단한 자가 튀어나올 줄 알았더니.”

부선장을 평가절하했다.

그럴 것이 부선장은 어릴 때 해적이 되었고 가문의 검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

만약 체계적으로 검에만 매진했다면 지금쯤 상급이나 그 이상의 경지에 닿았을지도 모른다.

“서… 선장! 함포실에 도움을 청해야 하는 거 아니야?”

마법사 포트가 리안에게 다급히 말했다.

검과 검이 부딪힐 때마다 움찔움찔거렸다.

“함포장은 지금 코나 파고 있을 걸이요. 딱히 불리해 보이진 않는데.”

챙~ 챙~~ 챙~~!

부선장은 양손에 든 칼로 어설프게 계속 방어만 하고 있었다.

확실히 위태로워 보이지만.

“둘 다 중견급이고 물이 금속 속성에 상성이 좋지 않긴 하죠.”

“그럼. 어서… 저러다 부선장 죽겠어.”

“에이~ 자세히 봐요.”

“뭘?!”

“부선장 아저씨 표정이요.”

다른 사람들이 보면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고잉미샤호의 사람들은 안다.

저건 웃고 있는 것이라고.

“응?! 아니. 저 상황에 웃음이…….”

“경험이 달라요. 경험이.”

“경험이라니…….”

“상대측에서 나온 대전사는 온실 속에서 커 온 거예요. 사람을 죽여도 약해 빠진 양민이나 베어 봤겠죠.”

리안이 부선장을 자신 있게 보낼 수 있었던 것도 그 이유였다.

일단 상대가 항복해 버리면 저 미치광이를 어찌할 방법이 없다.

그러니 일단 죽이고 시작하려는 것이다.

“덩치는 산만 한 것이 다람쥐처럼 잘도 도망 다니는구나.”

“흥. 간만에 일대일이라 즐기고 있는 거란다. 애송이.”

“그럼 어서 덤벼 봐라. 도망만 가지 말고!!”

부단장은 계속 도망만 다니는 부선장을 보며 약이 바짝 올랐다.

“그래? 후회하지 않나? 1초라도 더 오래 살고 싶지 않은 건가?”

“개소리 지껄이지 마라. 이제 곧 너는 수세에 몰릴 것이니.”

솔직히 부선장이 계속 피하기만 한 것은 틈이 보이지 않아서다.

확실히 결투를 많이 해 본 솜씨.

다만, 너무 정직하다 보니 한번 흐트러지면 끝장을 낼 자신이 있었다.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어이쿠~”

역시 방어만 하다 보니 한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뒷걸음질을 치다 배수로에 발이 빠진 것이다.

“으하하하! 꼴좋다. 이제 끝이다~!!”

부단장이 휘두르는 검이 반짝였다.

회심의 공격이었다.

그의 속성은 땅 중에서도 금속 계열로 금속을 더 단단하고 다 날카롭게 만들 수 있었다.

미끌~

그런데, 부선장과 부단장이 거의 동시에 살짝 미끄러졌다.

“뭐… 뭐야!”

당황한 부단장.

급히 자세를 고치려 했지만, 부선장은.

“으하하하. 이제 내 시간이군.”

미끄러지는 몸을 그대로 두고는 엉성하게 검을 휘둘렀다.

놀란 부단장이 급히 막기 시작했고.

챙~ 채쟁~! 챙!

부선장은 자세를 고치지 않고 계속해 엉성하게 마구잡이 공격을 했다.

너무 엉성하다 보니 너무 변칙적이었고. 그 결과 부단장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거나 먹어라!! 으하하하!”

부선장은 땅을 걷어차 진흙을 날렸다.

“으아악! 치사한.”

“너도 하든가. 크하하하.”

부선장은 정신없이 두 개의 칼을 휘두르는 동시에 틈만 나면 진흙을 올려 찼다.

두 사람이 처음 싸우기 시작할 때부터 부선장은 바닥을 공기 중의 수분을 끌어와 바닥을 적셨던 것이다.

점점 주변은 부선장이 유리한 지형으로 바뀌어 갔다.

“젠장!!”

갑옷에 진흙이 묻었고 진창이 된 땅에 발이 빠지기 시작했다.

부단장은 이런 싸움은 처음이었다.

일대일 대련은 수도 없이 해 보았지만.

퍽!!

이런 개싸움은 해 본 적이 없었다.

“이런. 비겁한…….”

“죽고 사는 문제에서 비겁한 게 어디 있냐.”

어느 순간 부선장이 태클을 시도했고. 결국 두 사람은 바닥을 뒹굴었다.

부선장은 부단장의 위에 올라타 검의 가드로 미친 듯이 두들겼다.

퍽!! 퍽!!! 퍼어어억!!!

체격 차 때문인지 레슬링에 대한 이해도가 없어서인지 부단장은 그저 바둥거릴 뿐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조금이라도 덜 얻어맞기 위해 머리나 겨우 움직일 뿐.

퍼어어억!!

3대 중 1대는 면상에 깊게 박혔고. 투구 속 그의 코에서는 코피가 터진 지 오래였다.

퍽퍽퍽!!

부선장은 인정을 두지 않았다.

오른손, 왼손 그리고 양손을 모아 치고 때리고 내리찍었다.

“으어어어!!”

결국 부단장은 참지 못하고 몸을 돌려 몸을 말았다.

너무 처맞다 보니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라 본능에 몸을 맡겨 버린 것.

멍청한 선택이었다.

“병신.”

부선장은 무방비한 상태로 엎드린 그의 등에 칼을 내리찍었다.

“커어억!!”

두툼한 세이버가 부단장의 몸을 관통했다.

“이건… 꿈이야. 내가 이렇게 지다니. 이건 결투가 아니야!”

“당연히 결투 따위가 아니지. 죽을 때까지 정신을 못 차리는군.”

부선장은 냉소를 지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끄으윽! 끄윽!”

부단장은 칼이 꽂힌 채 기어갔다. 그러나 부선장은 그의 등을 밟았다.

“제발… 살려 주시오. 지금이라도 치료를 받으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곳에 실력 있는 사제가 있다면 말이다.

다만, 남작령에 그만한 실력을 사제가 있을 리는 만무했다.

물론 사제가 없지는 않기에 포션과 함께 쓴다면 일말의 희망이 있을지도.

“음. 우리 배에 주교급 사제님이 타고 있긴 하지.”

“저… 정말이오?!!”

부단장의 갑옷은 이미 해체되었고. 진흙인 바닥이 붉은색이 번지고 있었다.

“뭐. 우리 선장의 허락이 있어야겠지만. 흐흐.”

그때 리안이 약간의 병력을 대동한 채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그는 싱글싱글 웃으며 부선장을 바라봤다.

“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뭐. 그거야 꼬… 백작님의 마음이지.”

그 말을 들은 부단장은 요새 쪽을 향하던 고개를 리안으로 돌렸다.

“레온 배… 백작님!!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부디…….”

“음… 그 정도 상처는 힘들겠는데… 우리 배의 사제가 주교급이긴 한데 전쟁의 신을 모셔서 말이야.”

“전… 쟁의……!”

그 말을 들은 부단장의 얼굴이 하얗게 뜨기 시작했다.

죽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일단 적으로 인식되어 죽는 순간 그는 전생의 신 탱글의 품으로 가게 된다.

그의 영혼은 안식을 취하지 못하고 신들의 전쟁에서 전쟁 노예로 부려지게 될 것이다.

“제발… 제발. 제 충성을 받아 주십시오! 치료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제발 충성을.”

“싫어. 너 같은 놈을 부하로 삼았다가는 내 평판만 깎이지. 네가 검이 잘 드는지 실험한다고 지나가는 무고한 양민을 베어 버린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

그것만이라면 다행이다.

힘없는 양민 중 좀 반반하다 싶은 여인이 있다면, 가차 없었다.

“앞으로 그러지 않겠습니다.”

“아참. 네가 죽어도 네 가문은 기사 연금을 받지 못할 거다.”

“그… 그건. 아무리 제가 백작님께 반기를 들었다 하나 정당한 전쟁이었습니다.”

리안이 완전히 백작위를 손에 넣은 것이 아니다.

그러니 적이었다고 하지만, 어찌 보면 그도 나름 영지를 위해 싸운 것이다.

“개소리. 넌 반역자다. 왜인지 알려 주지.”

리안은 그리 말하고는 저 멀리 요새 방향으로 소리쳤다.

“거기 듣고 있나? 케리시안가의 장남이여.”

장남도 언제부터인지 요새 밖으로 나와 있었다.

부단장이 단기 접전에서 이길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그냥 물러나진 않을 테니 적당히 협상을 하려 했던 것.

“레온 배… 백작님!! 저는 억울합니다.”

“넌 억울할 것이 없다. 어차피 자격이 되지 않으니.”

“그게 무슨……!”

“네놈의 핏속에 이곳 케리시안 남작가의 피가 흐르지 않는단 사실을 알고 있다.”

그 말에 모두가 동요하기 시작했다.

“모두 저놈을 잡아서 내게 끌고 와라. 너희는 지금 계승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저놈이 케리시안 남작가의 피를 이어받지 않은 이상! 레온 백작가의 피를 이어받은 내게 칼을 들이미는 순간 반역자다!”

원래라면 케리시안 남작가는 계승 전쟁에 참여할 명분이 있다.

그러니 리안에게 대항하더라도 그리고 지더라도 모든 것이 끝나고 나면 면죄를 받는다.

가끔 쪼잔한 자가 백작이 된다면 보복을 할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자기 살 깎아 먹기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야.

-도련님이 케리시안 사람이 아니라니.

-설마…….

모두의 시선이 장남에게로 향했다.

“모… 모함입니다. 백작 각하!!”

“때마침 내게 전쟁의 신 주교가 있으니 시험을 해 봐도 좋겠구나.”

“그… 그건!”

당황하는 장남.

“뭣들 하느냐. 당장 그 침략자 놈을 끌고 오지 않고! 만약 그놈이 진짜라면 내 사과하고 물러가도록 하지.”

케리시안 남작가의 편이었던 기사들이 장남을 잡았다.

여기서 리안이 거짓을 말할 리도 없다.

나중에 백작이 되는 데 성공한다면, 여기에 있는 기사들에게 충성을 받아야 할 테니까.

“놔… 놔라!!”

“죄송합니다. 도련님. 딱히 의심을 하는 것은 아니고. 증명만 한다면 물러난다고 하지 않습니까!”

결국엔 믿었던 자신의 기사들에 의해 질질 끌려온 케리시안의 장남.

“억울합니다. 백작 각하! 그리고 이런 식으로 정통성을 증명하는 법은 없습니다.”

“너무나도 확실해서 말이지.”

리안이 미소를 지으며 세이나에게 고갯짓을 했다.

“신께서 말씀해 주실 것입니다. 이 땅에 그대의 선조들이 흘린 피가 있는지.”

그리 말하고는 세이나는 신성력을 머금은 단검으로 장남의 팔뚝을 살짝 베었다.

“으아악!! 이건 귀족의 명예를……!!!”

“금방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팔뚝에서 피가 뚝뚝 흐르며 땅을 적셨고 그 즉시 상처가 아물었다.

샤아아아.

사방으로 빛이 터져 나갔다.

전쟁 신 탱글의 주교급 사제가 치루는 의식.

100미터가 넘는 땅이 붉게 물들었다.

“이 땅의 주인이 아니군요.”

세이나의 말에 모두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도 들은 것이 있다.

전쟁의 신 사제가 치루는 의식에 대해.

그것은 영지전에 대한 합당한 명분을 얻기 위한 행위.

-이 땅이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통치했던 땅이다.

라고 말을 해 봤자 누가 믿겠는가.

그런데, 증명할 방법이 있긴 있었다.

바로 전쟁의 신의 권능을 이용하는 것이다.

전쟁의 신은 전쟁을 사랑하며 그 땅에 명예로운 피가 흘렀는지 증명해 준다.

진짜로 피를 흘렸다는 것은 아니고. 일정 이상의 영향력을 가진 자가 그 땅에서 싸웠는가를 밝혀 주는 것이다.

통치자로 잠시나마 있었다면, 누군가는 그 영지에서 싸우고 피를 흘렸을 테니 그 또한 통치자의 피로 인정해 준다.

다시 말해 일개 평민의 피로 의식을 치루어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래서 귀족들이 좋아하는 신이 바로 전쟁의 신이었다.

기록이 없어도 옆 영지를 칠 명분이 생기기에.

“붉은색에 가까울수록 이 땅과 관련이 없습니다.”

장남이 만약 남작위를 계승했다면, 이런 색상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지배자로 인정받는 순간 땅도 그를 기억할 테니.

“그의 핏줄은 단 한순간도 이 땅을 지배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자는 케리시안 남작과 같은 피가 흐르지 않습니다.”

세이나는 다시 한번 정리해서 모두에게 말을 해 줬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이건 모함이야. 사기라고.”

그러나 모두가 보았다.

기사들은 최소 마나 유저였고 그들은 신성력을 구분할 수 있다.

“닥쳐라. 감히 귀족을 사칭하다니. 여기 기어 다니는 벌레 놈과 함께 나란히 목이 걸릴 것이다.”

바닥에서 죽어 가는 부단장은 자포자기한 얼굴이었다.

장남을 위해 싸운 자신도 진짜 반역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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