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51화 (51/253)

<51화>

리안이 베지미르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저희가 정말 따라가도 되겠습니까?!"

호의가 가득한 눈빛이었는데, 일말의 망설이는 기색도 없었다.

빙의하기 전 리안이 꽤 잘 챙겨 준 모양.

그래 봐야 먹을 것이나 준 것이겠지만.

"어… 어. 참고로 지금은 부업으로 해적을 하고 있으니 참고하도록."

일단 명목상은 해적이다.

영지도 없는 떠돌이 신세.

그게 살짝 걸리긴 했다.

"네?! 해… 해적이라니…! 멋있어요. 도련님!"

녀석이 벌떡 일어나 리안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러다가.

"아아… 죄송합니다."

녀석은 급히 다시 무릎을 꿇으려고 했지만. 리안은 힘을 줘서 일으켜 세웠다.

원래부터 해적에 동경이 좀 있던 녀석이었나 싶다.

"아니야. 지금은 딱히 작위도 뭐도 없어. 그러니 그런 격식 따위는 차리지 않아도 된다. 독왕 베지미르."

"네에에? 독왕이요? 그게 뭔가요……."

너무 기쁜 나머지 말실수를 했다.

아직 녀석은 독에 대해 그다지 심도 깊이 알지 못할 거다.

그래도 딱히 상관이 없다.

이 녀석은 대전사고 뭐고 아니고 진짜 정령사다.

지금은 아니고.

어쨌든 자연 친화적인 녀석이다.

그리고 녀석은 공부할 자료도 충분하다.

조상 대대로 약초를 다루던 집안이니.

뭐가 남아 있어도 있을 거다. 그러니 미래에 독왕이 되겠지.

"저건 네가 공부한 것이더냐?"

"네…?! 아니요… 제가 아직 글을 깨우치지 못해서……."

리안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달가락.

자루 안을 살펴보니 나무 조각들이 가득했다.

종이를 살 돈이 없어서 어떤 실험 결과를 적어 놓은 것으로 보이건만…….

"그럼. 누가……."

"제 동생이 가지고 놀던 건데. 극구 가지고 와야 된다고 떼를써서… 죄송합니다. 이런 걸 들고 와서는……."

리안의 고개가 끼각끼각 돌아갔다.

거기에는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는 베츠가 리안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이거 네가 그린 거야?"

리안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베츠.

"네. 도련님. 가문의 비기가 사라지는 것이 아까워서 익혔어요. 형님은 까막눈에 머리가 조금 모자란 터라 어린 저라도……."

"모자란 것이 아니거든!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야. 이놈아."

그러고 보니 다른 자루에는 말린 약초도 보였다.

그 말은 베지미르는 똥멍청이가 아니라는 뜻.

진짜로 공부할 시간이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 약초를 캐서 푼돈이라도 벌어야 했을 테니.

누나인 베아티에의 봉급은 모두 부모님이 남기고 간 빚을 갚는 데 쓰였을 거다.

"흐흐흐. 그래서 이걸 네가 했다는 거지?"

"네. 도련님."

"잘 부탁한다. 미래의 독왕!"

이번에는 리안이 베츠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놈이 진짜다.

"네에? 독이요? 저는 독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저는 연금 약사가 꿈이라구요."

"약과 독은 하나란다. 그러니 뭐든 열심히 공부하거라."

이정도 상식은 리안도 알고 있었다.

한의학 드라마에서 본 것 같다.

"아!! 역시 도련님은 천재이십니다. 부모님도 그 비슷한 말을 하셨던 것 같아요!!"

베츠가 감탄사를 내밀었다.

이 녀석은 소위 말하는 진짜 신동이 맞는 듯 싶다.

아마 부모님이 살아 계셨을 때면 2~3살이었을 텐데 그걸 기억하다니.

만약 게임 스토리에 이 녀석이 남아 있었다면, 최소한 독왕 베지미르와 동급 혹은 그 이상이 되었을 거다.

그러면 무조건 S급 이상 확정이다.

이 집안 핏줄이 알짜다.

"크하하하. 동료. 겟!"

리안은 만족스럽게 웃음을 터뜨렸다.

깃발을 빌리러 왔다가 이런 잭팟을 터뜨리다니.

더군다나 연금 약사가 꿈이란다.

잘만 키우면 의사 대용으로도 써먹을 수 있을 거다.

"이참에 의사를 납치해서 스승으로… 아니면 어디 노예 시장에……."

너무 해적들과 오래 살아서 그런가?

아주 잠시지만 그들과 같은 식으로 사고해 버렸다.

"이런. 또 꼬맹이들이 늘었군. 우리 해적선이 무슨 애들 놀이터도 아니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부선장 아저씨! 아니 선생님. 흐흐."

리안이 깜찍하게 윙크를 했다.

그걸 끔찍하게 받아들이는 부선장.

"내가 무슨 보모냐!!!"

"스승님이라고 불러 드려요?"

"됐다. 됐어. 으휴……."

아마 그릇이 좋아서 가르치는 데 어렵지는 않을 거다.

부선장이 가르치는 데 지지리도 능력이 없다 해도.

"도련님. 아이들을 잘 부탁드려요."

베아티에가 리안에게 고개를 숙였다.

"응? 너도 가는 거 아니더냐? 남아 있어 봐야 사람들에게 좋은 대우를 못 받을 텐데."

아무리 질리안이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라 할지라도 베아티에의 문제는 별개다.

신센롬 제국의 이 황자의 앞에서 추태를 보인 원흉이니.

"그게… 저는 백작가에 묶인 몸이라서……."

베아티에의 말에 샤로트가 나선다.

이전에 시녀장이 한 말이 기억났다.

"걱정 마. 시녀장에게 말하면 해결해 줄 테니까. 내게도 데려갈 하녀가 있으면 말하라고 하셨거든."

그래도 여전히 밝지 못한 베아티에의 얼굴.

근심이 한가득이다.

"그것이 빚 독촉 때문에 가불을… 받아서……."

"음… 돈은… 나도 돈이 없는뎅… 힝."

샤로트가 울상을 지으며 리안을 바라봤다.

돈을 달라는 말은 못 하고 안절부절못했다.

"빚이 얼마이길래?"

"그것이 오……."

"응?"

"오……."

베아티에가 말을 더듬었다.

막상 말하려니 부끄러운 모양.

'500페니 정도인가?'

"얼마 아니네. 내가 갚아 줄 테니 걱정 말거라."

"역시 도련님 최고!!"

그런데…….

"정말 5천 페니나 갚아 주신다구요?!"

"으음?!!!"

5천 페니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참고로 해적섬에서 레오폴트를 구할 때 쓴 돈이 천 페니다.

최하급 용병의 일당이 2페니인 걸 감안했을 때 5천 페니는 미친 비용이다.

도대체 부모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빚을 졌는지…….

'젠장. 이 세계는 법정 최저 이자율 따위가 없구나.'

그래도 체면이 있으니.

"별로 큰돈은 아니지. 걱정 마라."

리안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부하로 써먹지 못할 레오폴트에게 1천 페니를 썼으니.

부하 1+1+1을 얻는 거라면 5천 페니도 아깝지 않다.

베아티에는 모르겠고 일단 그 동생 둘은 S급 확정이다.

"역시! 우리 도련님!!"

"내가 좀 개쩔지."

생각보다 거액에 샤로트도 놀랐지만, 이내 기뻐서 방방 뛰었다.

기사 1년 봉급이 2,400페니 정도 되는데, 중견급 대전사인 샤로트를 무급이나 다름없이 쓰고 있으니… 이 돈으로 샤로트에게 생색 낼 수 있다면 또 다른 이득이긴 했다.

벌써 몇 번의 전투가 있었으니 샤로트로 이미 뽕을 다 뽑았다. 더군다나.

'아직 고블린 질리안의 던전에는 30만 페니가 잠들어 있다고. 흐흐흐.'

지출이 전혀 아깝지 않은 다른 이유이기도 했다.

"부선장 아저씨."

"네… 주구우운이 아니라. 꼬맹이."

평소대로 행동하라던 말이 기억나 급히 말을 바꾸는 부선장.

"빚쟁이들을 찾아가서 갚고 오세요. 내일 아침까지."

"아니… 이제 해도 졌는데… 알겠다."

"마법사 삼촌도 데려가요. 연금 잉크로 갚았다는 증거를 확실히 챙겨 오고."

"뭐. 돈 빌린 곳이 몇 군데 아니라면 어찌어찌 될 것 같기도 하다."

백작에게 말해서 처리해도 되지만, 그리되면 분명 대신 갚아주려고 할 것이다.

체면이 서질 않는다.

이것은 리안이 직접 해결해 준다는 이미지를 남겨 줘야 이 남매들에게 오랫동안 충성을 받아 낼 수 있을 거다.

* * *

다음 날.

떠나려는 채비를 한창 하고 있을 때 부선장과 마법사 포트가 돌아왔다.

잠을 안 잤는지.

"얼굴 꼴들이 그게 뭐예요? 잠도 못 잔 사람들처럼… 좀비네. 좀비야."

"잠을 못 잤으니까! 네가 내게 어제 시킨 일 기억 안 나더냐?"

"아아~ 그래서 맡긴 일은요?"

"으휴. 다녀왔다. 그런데, 그 사채업자는 꼴도 보이지 않아서……."

설마 사고라도 친 건가?

그냥 아트로네 백작에게 부탁할 걸 그랬나? 하고 생각하려던 찰나.

잘그락.

제법 무거운 돈주머니를 꺼냈다.

"뭐예요? 설마 털어 온 거예요?!! 으으. 해적 아니랄까 봐."

"아니야.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고. 혹시나 해서 들어가 봤는데, 지하 통로가 있더라고. 내가 그런 쪽으로 기가 막……."

약탈에 도가 튼 해적이니까 당연하겠지.

그것도 부선장이나 되는 몸이시다.

"그만! 그래서 털어 왔다구요? 그건 도둑이에요. 주인이 없다고 빈집털이를?"

"누굴 도적으로 아나."

"해적이잖아요."

"크흠. 어쨌든 거슬러 올라가 보니까. 그놈. 어제 샤로트에게 대가리가 터졌던 그놈 집의 지하실과 연결된 거야!"

"읭?!"

조각이 이리저리 끼워 맞춰졌다.

"그놈과 관련 있는 것 같아서 털어 온 거지. 그냥 막 가져온게 아니라고!"

당당한 부선장.

거기에 마법사 포트도 도왔다.

"서… 선장. 분명 관련이 된 게 틀림없어. 필체가 똑같아. 차용증과 그 죽은 기사 질리안 말이야."

그렇다면 안심해도 된다.

생각해 보니 질리안의 행각이 발각된 것도 이런 식이 아니었을까?

"그럼. 차용증은요?"

"여기. 다 챙겨 왔어! 다른 사람들 것도 있는데……."

"흐흐… 그건 따로 챙겨 놓으세요."

아트로네가 빚을 진 사채업자와 샤로트에게 죽은 질리안은 동일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녀를 꾀어내기 위해서 작업을 친 것 같기도 하고.

'돈 굳었네. 돈 굳었어. 흐흐흐.'

"뭐야. 그 기분 나쁜 웃음은?"

부선장이 리안의 표정을 보고 한 소리 했다.

"다른 사람에게 마랗지 마요. 절대!"

"음…알겠다. 딱히 떳떳한 돈은 아니니. 그럼 이 돈은?"

"반띵입니다. 나머지는 두 분이서 갈라 드세요."

5천 페니가 나갈 일이 생겼는데, 오히려 5천 페니가 생겨 버렸다.

아주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오옷!! 고… 고마워. 선장. 실험 장비를 살 수 있겠어."

"크하하하. 해적 섬에 돌아가면 거하게 마셔야겠군."

두 사람도 매우 기뻐했다.

"그런데, 더 없어요?"

리안이 미심쩍게 쳐다봤다.

대부분의 돈은 던전에 보관했지만, 그래도 이름을 날리는 사기꾼이자 사채꾼이자 포주이자 도둑인 그의 집에 달랑 1만 페니는 좀 적은 느낌이다.

"이미 집은 다 털렸어. 숨겨진 지하통로에 있던 거라서 건진거지."

"아. 그렇겠네."

소문이 쫘악 하고 돌았을 거다.

질리안이 죽었단 것이.

가족이라도 있었으면 모를까 그는 혼자 살았다.

집사고 뭐고 없이.

참 결말이 허무한 놈이었다. 개같이 벌어서는…….

'고마워 황금 고블린. 잘 쓸게.'

리안은 마음속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 줬다.

똑똑.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고.

"도련니이임! 준비 끝났어요. 그런데 뭘 숨긴 거예요?"

"숨기기는 뭘~? 하하하. 그렇죠. 부선장 아저씨."

"그래그래. 하하하."

두 사람은 그들만의 비밀이 생겼다.

"분명 커다란 돈주머니 같은 걸 봤는데……."

어벙한 표정을 짓는 샤로트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오니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어제 합류한 삼남매도 있었다.

특히 베츠는 조금 들뜬 얼굴이었는데, 여행이 기대되는 모양.

조숙하다고 해도 애는 애였다.

"너희 짐은 그게 다야?"

"네……."

놀랍게도 어젯밤 저들의 집에서 챙겨 온 두 개의 자루가 전부였다.

자루 안에는 두꺼운 책 두 권과 나머지는 나무토막에 뭔가를 끄적인 것들.

"그래… 뭐… 그럴 수도 있지."

변변한 옷가지도 없었다.

그만큼 궁핍하게 살았다는 것.

한편으로는 대견하다.

저 나무토막들을 장작으로 쓰지 않고 가문의 비기를 지키기 위해서 사용했다는 것이.

"출발하자."

그렇게 다들 이동하기 시작했는데…….

중년 여자가 다가왔다.

"하녀장님?!"

베아티에가 아는 사람인 모양.

직책을 봐서는 아마도 뭔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온 듯했다.

"그… 그것이… 다들… 성문에서… 기다리고… 있… 습……."

털썩!

말을 하다 말고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처음부터 안색이 새파란 것이 상태가 좀 안 좋았는데, 뭘 잘 못 먹은 건가?

"딱히 이상은 없습니다. 스트레스를 과하게 받아서 그냥 실신한 것 같습니다. 공자님."

"으읭?!"

리안이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주교 세이나가 말했다.

"딱히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가끔 전장에서 담이 작은 자들이 극도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런 현상을 보입니다."

"거참. 이상한 아줌마군요. 그보다 이거 무슨 냄새지……."

뭔가 지린내 같은 것이 올라왔다.

다만, 바빴기 때문에 하녀장을 따라온 하녀들에게 부탁했다.

"바빠서 가 봐야 하는데, 부탁드릴게요."

그녀들도 덜덜 떨고 있었는데, 영문을 모르겠다.

어제 샤로트의 결투가 너무 강렬했나?

"걱정 말고 가시어요… 도… 도련님."

리안과 일행은 하녀장을 맡기고 지나쳤다.

걷다보니 뒤에서 대화가 얼핏 들렸다.

-하녀장님이 지렸어…….

-아니… 아무리 무서워도 그렇지.

-겨우 이런 담력으로 우리를 그리 못살게 굴었던 거야?

소란을 뒤로하고 성문으로 온 리안은 백작과 사촌 형제들의 환대한 배웅을 받으며 궁전을 나섰다.

헤어지기 전 그들이 한 말은.

외할아버지 왈 "리안아! 넌 누가 뭐래도 우리 아트로네의 핏줄이다. 어딜 가도 그걸 잊지 말거라!"

큰 사촌형님 왈 "네가 돌아오거든 그땐 진정한 큰 형님이 되어 있을 게다."

작은 사촌형님 왈 "몸조심해서 다녀오거라. 손수건 잃어버리면 안 된다."

모두 제각각 자신들만의 세상에 빠져 있었다.

리안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줬다.

투가가각!

오토 마차가 출발했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와는 달리 아트로네 백작의 전용인 4기의 오토호스가 끄는 고급 마차였다.

"칫!! 이전에 떠날 때는 아무도 나와보지도 않아 놓고선. 황자님이 있다고 대우가 너무 차이가 나다니 너무해욧."

샤토르 베리가 입을 삐죽하게 내밀었다.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대우가 180도 바뀌었다.

"인생이 다 그런 거란다. 다들 내 선물이 마음에 드나 보지. 흐흐흐."

"선물이요? 뭘 주는 건 못 봤는데……."

"줬지. 큰 선물을. 이제 곧 포장을 뜯을 거야."

그런 뻔뻔한 리안을 보며 부선장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저… 흑막 꼬맹이 자식."

리안은 깍지를 끼며 마차에 삐딱하게 누웠다.

확실히 4두 마차라 그런지 생각보다 넓고 안락하다고 해야하나.

덩치가 커서 그런지 위아래로 튀는 게 적었다.

* * *

그렇게 오토마차는 부유선 부두로 이동했고.

부두에서 고잉미샤호에 옮겨 탄 다음 곧장 더블린으로 향했다.

"출발이다. 짜식들아!!!"

"우오오오오!!"

제법 오래 쉬었더니 해적단원들의 물이 확 올라 있었다.

부유선 선착장도 활기를 띠고 있었다.

아마도 돈이 제대로 풀렸겠지.

펄럭~~!!

더블린 항구로 가는 언덕에 데르 백작가의 깃발과 제3 기사단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줄리아 데르였다.

그녀는 손을 흔들며.

"*** ** ** ** ****."

"뭐라는 거야?"

그 모습을 본 리안은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

대충 잘 다녀오라든가. 기다리고 있겠다든가. 그런 말이 아닐까?

"꼬맹이. 잠깐 세워야 하는 거 아니야?"

"뭐하러요. 귀찮게."

그렇게 고잉미샤호는 쌩~ 하고 지나쳤다.

* * *

이것은 항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바다로 나가는 입구.

그곳에는 항구의 깃발과 함께 화려하고 거대한 가마 하나가 서 있었다.

가마는 창문이 열려 있었는데…….

"**** ** ** **** ***~~!!"

달덩이만 한 얼굴이 튀어나와 뭐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당연히 리안은.

"잰 또 뭐라는 거야."

라고 중얼거리며.

푸아아아앙~!!

고잉미샤호를 가속시켰다.

휘이이잉~!! 펄러러럭! 펄럭!

그 여파로 가마의 옆에 있던 깃발이 미친 듯이 부대꼈고. 창문을 열고 나온 달덩이만 한 여인의 얼굴은 머리카락이 아무렇게나 달라붙었다.

머리에는 케이크 조각이 덕지덕지 묻었다.

"아아. 잘 다녀와요. 내 사랑."

그 와중에도 더블린의 시장 파트라슈 남작이 중얼거린다.

휘이잉~

그 와중에도 고잉미샤호는 빠르게 빠르게 멀어져만 갔다.

<51화> 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