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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50화 (50/253)
  • <50화>

    일리언은 당연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

    "뭐어어?! 아까 전에는 그런 말이 없었잖느냐……."

    아마 의문도 들었을 터.

    그렇다면 당연히 둘째 녀석에게 주지 않고 자신에게 줬으면 되지 않았을까?

    "어쩔 수 없습니다. 사랑보다 새로 생길 아일리 섬의 후작이 더 중요하니까요."

    지금 아일리 섬에는 백작밖에 없다.

    다시 말해 후작이 된다는 것은 왕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된다는 말이다.

    "핵심은 지리적인 이점과 무력이 강한 우리 아트로네 가문과 아일리 섬의 입구 역할을 하는 데르(더블린) 가문의 합병입니다."

    수장끼리 결혼을 해야만 성립이 된다.

    "그 대신 후계자라는 걸 줄리아 영애에게 확실히 인식만 시켜준다면!!"

    "그래. 그렇지! 할아버지가 자리를 비우면 이번 기회에 동생놈을 확실하게 교육시켜 줘야겠어! 누가 이 땅의 진정한 후계자인지."

    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김칫국물을 제대로 마시고 있었다.

    다만, 저걸로는 약하다.

    싸움을 최대한 키워야지.

    "그런데, 약삭빠른 작은 형님께서도 그 비슷한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어요."

    "음?!"

    "작은 형님은 분명 자신의 외가인 토몬드 백작가를 끌어들일지도 몰라요."

    토몬드 백작가는 아트로네의 좌측 아래에 국경을 맞닥뜨리고있는 백작령이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려고……!"

    잠시 생각에 빠진 첫째 일리언은 인상을 구겼다.

    곰곰이 녀석의 성격을 대입해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하긴. 그놈은 그러고도 남을 놈이다. 어릴 때부터 야비한 녀석이었다. 이번 감자 사건도 그렇고."

    "맞아요. 둘째 형님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분이니까요."

    "그럼 어떻게 한담."

    답답해하는 일리언에게 리안은 아주 좋은 해결책을 제시해줬다.

    "큰형님도 똑같이 하면 되지 않겠어요?"

    "응?!"

    "큰형님 외가인 오스라거 백작가에게 도움을 청하세요."

    오스라거 백작가는 토몬드 백작가와 반대로 우측 아래에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백작가다.

    아트로네 백작가의 두 후계자의 외가는 공교롭게도 국경 아래에서 서로 맞닥뜨리고 있다.

    그렇다 보니 전통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아트로네 백작가]

    [토몬드 백작가] [오스라거 백작가]

    세 나라는 고구려, 백제, 신라처럼 국경을 마주하고 있었다.

    "외세를 끌어들였다간 자칫 내전이 발생할지도……."

    리안이 원하는 건 내전이 아니라 외전이다.

    "방법이 있어요. 알베찬 요새! 그걸 오스라거 백작가에 넘기세요."

    "뭐?!"

    "그것을 넘기면 오스라거 백작가에서 토몬드 백작가가 넘어오지 못하게 알아서 견제를 해 줄 겁니다. 그럼 외세의 영향 없이 큰형님이 작은 형님을 두들겨 팰 수 있구요."

    리안의 말에 당황하는 첫째 일리언.

    "그게 무슨 말이더냐!! 그곳은 군사 요충지다."

    당연하다.

    세 영지가 만나는 위치에 있는 천혜의 요새.

    아주 오래전 지고왕이 아일리 섬을 통일하기도 전의 시대부터 이 근방에 있던 가문들은 그 요새를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피를 흘리며 싸웠을 정도.

    "에휴. 큰형님. 배포를 크게 가지세요!"

    "그런 요충지를 넘기는 것과 배포가 무슨 상관이더냐."

    "어차피 큰형님이 후작이 되시면 오스라거 백작가는 자연스럽게 봉신으로 편입될 거예요. 요새의 주인이 바뀌는 게 아니라고요."

    듣고 보니 사실이었다.

    부하 가문에게 요새를 맡기는 것.

    어차피 지금도 그 요새를 남작가 한 곳이 담당하고 있었다.

    "좋아! 지금 당장 서신을 보내야겠어."

    "역시 화통하십니다. 큰형님!"

    "크하하하. 그래. 리안아. 네가 내게 이리 도움을 주다니 아주 많이 컸어."

    첫째 일리언은 크게 웃으며 리안의 방을 나갔다.

    아주 기분이 좋아 보인다.

    똑똑똑!!

    그리고는 얼마 가지 않아 둘째가 찾아왔다.

    첫째가 리안을 찾아온 걸 보고 애가 탔을 거다.

    물론 겁박은 못 했을 거다.

    부선장은 둘째 치고 샤로트의 괴물 같은 위력을 봤으니.

    "리안! 설마 형님에게 손수건을 넘긴 것은 아니겠지?"

    "당연히 아니에요. 그보다 정말 큰일이에요."

    "아니. 뭐가?!"

    리안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둘째 가이스.

    "첫째 형님이 외가를 끌어들일 것 같아요."

    "뭐"?! 설마 그러려고……."

    일리언이 성미는 급하다지만, 나름 영지 경영에는 진심인 편이었다.

    그런 그가 외세를 끌어들일 리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오. 답답해. 외할아버지가 자리를 비운 틈에 형님을 공격할 생각으로 보인다구요."

    "뭐?!"

    "눈치를 챈 것 같아요. 줄리아 영애가 진짜로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작은 형님이란 것을… 그리고 줄리아 영애는 사모하는 사람이 아니라… 후계자로 확정된……."

    당연히 첫째에게 쳤던 방법을 둘째에게 고대로 써먹는 리안.

    "정말이더냐?! 이럴 순 없다. 정말이지 큰형님은 뭐든지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문제라니까."

    리안의 말대로라면 백작이 자리를 비운다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가 없다.

    제법 실력있는 기사들이 첫째를 따랐다.

    그뿐만 아니라 첫째는 군비에도 많이 투자하는 편이었다.

    가뜩이나 밀리는 형국인데, 외가까지 동원된다면…….

    "네. 그러니 큰형님이 손을 쓰기 전에 알베찰 요새를 토몬드 백작에게 넘겨야 해요!"

    양쪽 외세가 개입을 한다면 리안이 원하는 그림이 완성된다.

    어차피 그딴 요새는 리안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리안이 노리는 것은 아일리 섬 그 자체니까.

    "할아버지가 돌아오시면 경을 칠 텐데……."

    "에휴. 형님! 후작 작위가 걸린 일이에요. 나중에 적당히 대가를 주고 다시 찾아오면 그만이라구요. 아일리 섬의 유일한 후작의 말을 거스르겠어요?"

    "그렇지. 바로 그거야. 어차피 후작이 되면 상관없는 일이지."

    둘째도 당연하게 리안의 말에 넘어갔다.

    후작 작위는 모든 것을 해결해 줄 마력과도 같은 단어였다.

    "형님! 서두르셔야 해요. 빨리 토몬드 백작가에 편지를 전달해 주세요. 그리고 알베찰 요새에도 편지를 보내서……."

    "그건 그렇다 치고 내가 형에게 이길 수 있으려냐?"

    어차피 외가끼리 아랫 쪽에서 견제하면 자신과 형만이 남는다.

    그러니 걱정이 될수밖에.

    "돈으로 해결하세요. 어차피 전쟁은 돈이에요. 여웃돈은 작은 형님이 많잖아요. 용병도 사고. 중립 가신들도 설득하고."

    "그렇지!! 바로 그거야. 고맙다!! 돌아오거든 내가 꼭 보답을하마!!"

    둘째도 급히 리안의 방을 나갔다.

    이제부터 둘은 아주 바쁠 거다.

    "크흐. 크흐. 크흐하하하하하!!"

    리안은 춤을 추며 웃었다.

    그걸 지켜보던 부선장은 이마에 손을 짚었다.

    "악마도 너 같은 악마가 없을 거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더냐. 외세까지 끌어들이면 손 쓸 수 없이 확전이 될 텐데."

    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확전은 안 돼요. 어차피 이 땅에서는 두 형님끼리 치고받고 싸울 거고. 나머지 두 백작가는 알베찰 요새를 두고 지들끼리 싸우느라 정신이 없을 테니. 흐흐흐."

    리안의 말에 부선장은 궁금해졌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지? 그 두 백작가를 싸우게 만들어서 뭐에 쓰려고? 시기상 더블린 후계 싸움에 우리가 끼어드느라 거기엔 발을 못 걸칠 텐데."

    몸이 두 개가 아닌 이상 말이다.

    "올몬드 백작령!"

    "……?!!!!"

    리안의 말에 부선장의 눈이 점점 커졌다.

    "부선장 아저씨의 영지를 찾아야되지 않겠어요?"

    "그게… 가능하다고?"

    "큰형님의 외가인 오스라거 백작령의 아래에 올몬드 백작령이 있죠."

    올몬드 백작령은 전혀 새로운 세력이다.

    부선장은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질어질해지기 시작했다.

    참고로 부선장의 선조의 땅인 트라몰은 새로운 세력인 올몬드 백작령의 안에 존재했다.

    "싸움이 커지면 토몬드 백작가가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겁니다. 뒤통수를 치라고."

    "정말 그렇게 쉽게 전쟁이 난다고?"

    "흐흐흐… 다 방법이 있죠."

    딱히 별거 없는 내용이다.

    구 올몬드 백작가는 잉글슨 왕국의 복속 전쟁 때 끝까지 저항했었다.

    그 덕분에 잉글슨 왕국은 철저한 응징으로 올몬드 가문을 숙청했고.

    올몬드 해적단의 이전 선장이 마지막 후계자였고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 해적이 되었다..

    잉글슨 왕국은 공석이 된 올몬드의 백작에 잉글슨 왕국의 귀족을 앉히게 된다.

    그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그 방법이… 무엇이냐……?"

    "올몬드 백작령의 인장. 그거 오스라거 백작에게 맡겨 놓지 않았나요?"

    "네가 어찌 그걸?"

    게임을 플레이할 땐 저게 왜 저기에 있지? 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인장을 담보로 이전 선장이 돈을 꿨을 거다.

    그 돈으로 부유선을 사고 살아남은 가신의 후손들을 모아 해적단을 차린 것이고.

    그 해적단을 리안이 통째로 후르르짭짭 먹은 거다.

    "적당한 시기에 그 소문만 흘려 주세요. 올몬드 백작령에 정보통을 가지고 있잖아요."

    지금 해적단의 선원들 대부분이 올몬드 백작령의 출신이니 어렵지 않을 거다.

    적당한 인물을 내세워도 되고.

    "그건 어렵지 않지. 그런데, 정말 우리 선조의 땅을 찾을 수 있단 말이더냐?"

    "타이밍이 조금 중요하긴 해요. 신센롬 제국에 다녀온 뒤. 최대한 더블린(데르 백작가)을 빨리 정리하고. 참전해야죠. 외할아버지와 함께 말이에요. 흐흐흐."

    데르 백작가도 동맹으로 참전할 것이다.

    이미 이 정도가 되면 아일리 섬은 여러 영지의 이해관계가 섞여 복마전이 될 것이다.

    잉글슨에서도 쉽게 개입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판이 키워질 거고.

    일단 부선장의 땅을 찾는 것은 어렵지는 않다.

    그냥 리안의 외할아버지에게 의탁한 다음. 미압박 명분을 이용해서 작위 주장을 해 버리면 되니까.

    일단 주종 관계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되면, 영지의 상위 개념인 잉글슨 국왕에게 반하지 않고 선전 포고가 가능해진다.

    나중에 잉글슨 국왕이 개입하면 반란이 아니라 내전이었다고 주장해 버리면 그만.

    최악의 상황도 그저 국왕의 봉신이 되어 버린다.

    물론 다른 이에게 봉분할 가능성이 높지만.

    "참 쉽죠~!"

    리안이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다.

    부선장은 눈에서 주르륵 눈물을 흘린다.

    "다 큰 어른이 질질 짜고 그래요! 뚝!"

    "꼬맹이!! 아니. 선장님. 평생 충성을……."

    손을 젓는 리안.

    "워워. 오글거리게 뭐 하는 짓이에요. 그냥 평소대로 해요. 미래의 올몬드 백작님."

    "읭?!"

    남작이 아니라 백작?

    이것은 또 무슨 말일까? 의아해하는 순간.

    "도련니이이이임!!"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샤로트.

    그녀는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 그래. 잘 다녀왔어? 그 동생은?"

    "다행히 세이나 주교님이 늦지 않으셨어요.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역시나 샤로트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베지미르의 동생 베츠는 오늘 유명을 달리했을 거다.

    "어어?! 환자인 것 같은데, 바로 데려와도 되는 거였어요?"

    샤로트의 뒤로 주교 세이나가 뒤늦게 들어왔다.

    등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어린아이가 업혀 있었다.

    "다행히 신성력으로는 쉽게 치료가 되는 병이라 괜찮았어요. 그곳에 두는 것보다 여기 와서 뭐라도 먹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잘했어요. 누님!"

    그러는 도중 피골이 상접한 아이가 눈을 뜨고는 세이나의 등에서 내리려고 했다.

    눈빛이 제법 초롱초롱해 보였다.

    스윽.

    세이나가 바닥에 내려주자 꼬마는 리안의 앞으로 와서는 무릎을 꿇었다.

    "감사드립니다. 리안 도련님. 제 어린 목숨을 살려 주신 것을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어린아이답지 않게 또박또박 발음했다.

    '이놈도 빙의자냐?!'

    의심이 들 정도였다.

    리안도 어린 나이에 놀라울 정도로 또박또박한 발음을 쓰지만, 눈앞의 꼬마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똘똘한 녀석이네. 크게 되겠어."

    다만, 그럴 리는 현저하게 낮다.

    이 세계가 게임 속이거나 게임 기반인 세계라면, 백작 혹은 백작이 되기 직전인 인물에 빙의해야 한다.

    플에이어의 최소 조건이 백작이니.

    "도… 도련님!!"

    그때 뒤늦게 녀석의 형과 누이가 도착했다.

    독왕 베지미르와 시녀 베아티에였다.

    녀석들은 자루에 뭔가를 한가득 들고 왔다.

    "감사합니다. 도와주지 않으셨더라면……."

    "이렇게 또 도움을 받고. 정말… 감사합니다."

    두 녀석도 짐을 두고 쪼르르 달려와 무릎을 꿇었다.

    "어. 그래그래. 인사는 샤로트에게 하고."

    더 중요한 사안이 남아 있다.

    인재 등용은 플에이어의 중요한 덕목이니.

    "나는 내일 날이 밝으면 떠난다. 그러면 더는 너희의 사정을 헤아려 주지 못해. 그러니 결정해 줬으면 좋겠어."

    리안의 말에 녀석들은 무슨 말인지 어리둥절했다.

    "내 동료가 되지 않으련?"

    자, 내 손을 잡아라. 독왕과 그 형제들!

    <5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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