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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37화 (37/253)

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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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의 어부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다만 그들의 눈은 퀭한 것이 힘이 없어 보인다.

“하으으~음······.”

한쪽에서 그물을 손질중인 아낙네들도 눈 밑에 다크서클이 가득한 것이 금방

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예전에 남편이 부실하다고 하소연할 땐 언제고.”

“차라리 그때가 나았어요······.”

“맞아. 이러다 사람 하나 잡겠어요.”

그나마 이렇게 말이라도 하는 여인네는 다행이었다.

한쪽에서 손을 바들바들 떨며 그물을 고치는 여인이 있었으니.

철퍼덕!

결국 그녀는 쓰러지고야 말았다.

그녀의 코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다.

“아이고. 가브다! 정신 차려.”

“일났네. 일났어.”

여인들은 급히 그녀를 부축했다.

“우리보다 가브다가 큰일이었어······.”

“그··· 그렇지. 우리 마을의 유일한 과부였으니.”

평소엔 아낙네들의 질시의 대상이었다.

“이럴 게 아니라 빨리 옮겨요······!”

“수··· 숨을 안 쉬어······.”

결국 가브다는 그렇게 죽었다.

“아아··· 신이시여.”

“왜 우리에게 이런 시련을······.”

“마귀가 들었어. 마을에 마귀가 든 거야.”

바람이 몹시 부는 날이었다.

어부들은 근해에서 그물을 펼쳤고 그물에 걸려 올라온 것은 황금색 아기상이

었다.

-와아아아!! 이··· 이거 황금이야!

마을은 축제가 열렸다.

팔아서 나눠 가진다면 이 가난한 어촌에도 볕이 뜨지 않을까 생각되었지만.

-안 돼요. 팔지 못하겠어요.

-이 아기상만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그냥 촌장님 댁에 보관해요.

-맞아. 그럽시다.

그렇게 하여 가난한 어촌에는 어울리지 않는 황금 아기상이 생겼다.

모두가 볼 수 있게 촌장의 집 앞에 작은 사당이 만들어졌다.

아마도 그때쯤부터였을 거다.

사람들이 잠을 자지 않고 아기를 가지는 데 몰두하기 시작한 것이.

-이건 아니야! 그 아기상은 저주받은 물건이라고!!

누군가 아기상의 심각성을 알아차렸다.

아니. 사실은 다들 알고 있었다.

-바다로. 바다로 돌려보내야 해!

그는 마을 사람들 앞에서 큰소리로 외쳤다.

사실 처음에야 다들 좋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피폐해짐에 아무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억!!!

그럼에도 그는 죽었다.

아기상의 근처도 가지 못한 채······.

“그 아기상을 버려야······.”

“말 조심하세요. 그런 말을 했던 바로코가 죽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여인들은 눈물을 훔쳐야 했다.

아니. 이제 눈물이 말라서 나오지도 않았다.

그때.

땡~땡~땡~!

마을의 종탑이 요란하게 울렸다.

바다위에 신기하게 생긴 배가 나타났고. 깃발에는 해골이 펄럭이고 있었다.

“아아··· 우리 같은 마을에 해적이라니······.”

딱히 털어먹을 것도 없어서 해적들은 그냥 지나쳐 가는 것이 대부분.

“어쩌면··· 어쩌면··· 해방일지도 모르겠어요.”

“아아··· 차라리··· 노예가 나을지도······.”

“아니에요. 다들 정신 차려요. 잘만 하면 해적들이 그아기상을······.”

아낙들의 눈에는 아주 조금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해적선이 부두를 처박으며 상륙했다.

거기서 내린 해적들은 불평 섞인 말을 한마디씩 했다.

“아니. 이딴 어촌에 털어먹을 게 어딨다고!!”

“몰라. 일단 가자고. 선장 명령이야.”

“그런데, 몽둥이는 왜······.”

“잡아다가 노예로 팔아치우려나? 상품 가치도 없어 보이는데······.”

“뭔. 눈깔들이··· 여기 놈들 피죽도 못 먹은 것처럼 파리한데······.”

그들은 날붙이 아닌 몽둥이만 들고 나왔다.

보통 인간 사냥을 할 때나 이런 식의 무장을 했다.

단, 상대와의 격차가 심하거나, 상대가 싸울 의지가 없을 때나 가능했다.

“아이고~ 나으리들. 저희 마을에는 딱히 바칠 만한 것이······.”

마을 촌장으로 보이는 노인이 바닥에 엎드려 오돌오돌 떨었다.

“아니. 왜 안 도망가지?”

“그러게······.”

이상한 것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마을에 모여 있었다.

숨거나 도망가지도 않았다.

사실 마을에서 일정 범위 이상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었지만······.

“거기. 할아버지가 이 마을 촌장인가요?”

그때 해적들 무리에서 등장한 리안.

“그렇긴 한데······.”

리안을 보고 어리둥절하는 촌장.

어려도 너무 어렸다.

“우리 배 선장님이시다!”

그때 누군가 바닥에 몽둥이를 팍팍 내리치며 호통을 쳤다.

마을 사람들이 엎드린 상태에서 잔뜩 움츠렸다.

“아이고.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지는 없고요. 그래. 이 마을에 요망한 물건이 있지 않나요?”

“어··· 어떻게. 있습니다요. 있어요!!!”

촌장이 급히 바닥에서 일어났다.

“초··· 촌장님!!”

급히 한 남자가 달려와 촌장을 부축했다.

촌장의 다리가 후들거리며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인다.

“안내하세요.”

그때 마을 사람들 중 누군가 외쳤다.

“안 됩니다!! 촌장님. 아기씨를 내어 줄 순 없습니다.”

“이것들아! 정신 차리거라. 제발.”

“촌장님이나 정신 차리십시오. 우리 아기씨를 해적들에게 넘길 순 없어요!”

그들은 뭔가에 홀린 것 같았다.

분명 해적이 들이닥칠 때만 해도 입을 맞췄다.

-해적들에게 아기씨를 넘기는 거야.

-네. 이런 촌구석 마을보단 더 넓은 곳으로 모셔야지 않겠습니까?!

-그래. 해적 놈들이라면 아기씨의 가치를 알아보고 부호에게 팔아치울 터.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했다.

그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이미 아기 동상에 대한 두려움이 박혀 있었다.

그런데······.

“못 넘긴다! 아기씨를 넘길 순 없다!”

“감히. 아기씨를!!”

“촌장!!! 배신했겠다아아!!”

모두 눈깔이 확 하고 돌아 버렸다.

그나마 촌장의 이성은 잠식되지 않아 보인다.

“부선장 아저씨.”

“어··· 선장. 저것들 괜찮은 거야?”

“진압하세요. 어차피 정신만 놓은 거라서 위협될 정도는 아닐 거예요.”

날붙이를 놓고 오게 한 이유였다.

진압 과정에서 실수로라도 죽여 버리지 않게.

“뭣들 해! 길을 열어라!”

부선장의 말에 머뭇거리던 해병대가 달려들었다.

와아아아!!

그들도 찜찜하고 두려웠던 거다.

뭔가 있지 않을까 하고.

퍽!! 퍼버버벅!! 으아아악!

마을 주민들은 손쉽게 제압당했다.

솔직히 몽둥이도 필요가 없었다.

“죽어어어!!!”

품속에 단검을 숨기고 있던 마을주민이 기습적으로 달려들었지만.

“뭐··· 야?”

해적들의 눈에는 장난감을 휘두르는 어린아이만 못했다.

그만큼 실력 차가 심했다.

“선장 나으리. 제발 살려 주십시오. 이 녀석들은 마귀에게 조종을 당하고 있

는 겁니다.”

촌장이 급히 리안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의 눈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걱정 마세요. 이번에는 죽이지 않을 거이니.”

사실 게임을 플레이할 때엔 이 마을을 살려 둔 적이 없다.

노예로서의 가치도 별로 없는 사람들.

모두 죽여 버리고 아이템과 함께 물고기 한 마리까지 털어 갔다.

당연히 매장 따위도 하지 않았다.

“그게 무슨.”

“안내나 마저 하세요.”

촌장이 힘들게 다시 일어나 마을 안쪽으로 걸어갔다.

“서··· 선장님!!”

해병대 중 하나가 급히 리안의 앞을 막아섰다.

목숨을 반쯤 내어놓고 밥벌이를 하는 직군답게 정신력이 대단했다.

덜덜덜.

그와는 별개로 몸을 떨었지만...

리안은 앞을 막아선 충성스런 해적의 등을 살짝 두들겨 주고는.

“다들 한 발자국씩 물러나세요!!!”

이제 촌장의 안내 따위는 더 이상 필요 없었다.

이미 눈앞에는 거대한 존재감을 뿜어 대는 존재가 있었다.

“빌어먹을!!! 꼬맹이. 일단 물러나자.”

부선장의 목소리도 떨렸다.

모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섰다.

“후······.”

리안도 살짝 식은땀이 났다.

저 존재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저건 환상이다.’

봄의 여신 에오스의 신물.

이 세계에선 잊혀진 고대에 신쯤 된다.

더 이상 그녀를 찬양하는 신전 따위는 사라졌다.

그래서일까? 마법이 발달한 이 세계의 영아 사망률은 40%에 달했다.

그나마 귀족들은 조금 사정이 나았지만.

-너희는 봄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더냐?

눈앞에 있는 것은 어둡고 삭막한 겨울이다.

그녀에게 반하는 모든 이들에게 최악의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다들 두려움에 떠는 이유였다.

딱히 대단할 것 없는 단지 환영일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사람의 심장을 멈추게 하는 데는 충분했다.

‘평균 20명.’

리안이 게임을 플레이할 당시 이 아이템을 얻기 위해 희생해야 했던 선원들의

숫자다.

강제로 밀어 넣으면 분명히 피해가 생긴다.

심장 마비로 죽거나 미쳐 버린다.

-환상이란 것을 알았다면 괜찮았을 겁니다.

그 당시 군종 사제가 한 말이었다.

-다만. 완전한 확신을 가져야만 합니다. 환상임을.

결국. 이것은 그 누구도 시키지 못한다.

리안 본인이 해야 하는 일이다.

저것이 환상임을 100% 아는 이는 자신뿐이니.

‘일말의 의심이라도 들면 안 된다.’

선원들에게 꽤 신임받는 리안이었지만, 그들이 그 말을 100% 믿어 줄지는 모

르겠다.

0.001%의 의심 때문에 죽거나 미쳐 버릴지 모른다.

쓸데없는 희생을 치를 바에.

“꼬··· 꼬맹이! 뭐 하는 짓이냐?!”

“도련님! 제가······.”

부선장과 샤로트가 대신 나가려 했지만, 리안이 강하게 저지했다.

“명령입니다. 자리를 지키세요.”

리안은 그들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모두가 그 모습을 보고 침을 삼켰다.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빌어먹을. 아직 각성도 못 했잖아. 저런 거대한 괴수에게······.”

“무슨 소리야. 저건 작은 악마야.”

“아니야. 우리 아버지라고!”

“너희 아버지가 소드 마스터였어?”

모두 뒤죽박죽이었다.

그들이 말씨름을 하던 사이 리안은 달렸다. 그러고는.

‘죽어라, 박 차장!!!’

퍼어어억!!

힘차게 주먹을 던졌다.

그걸 본 해적들은 저마다 입을 커다랗게 벌렸다.

“미친! 소드 마스터의 면상에 주먹을 꽂았어.”

모두 같은 환영을 보는 것이 아니었다.

저마다 트라우마에 관련된 공포를 심어 주었던 것.

“어··· 어디로 간 거지?”

“사라졌어.”

“설마 선장이 물리친 거야······?”

다를 어안이 벙벙한 표정.

“에이. 다들 정신 차려요. 그냥 환상일 뿐이었어요.”

리안의 손에는 반쯤 썩은 나무 조각이 들려 있었다.

어린아이를 조각한 것으로 보였는데, 중간중간 썩어서 소실되는 바람에 기괴

하기 짝이 없었다.

반짝반짝.

신기하게도 황금색을 띠는 것 같기도 했다.

아니. 어느 순간 황금색으로 덮이고 있었다.

“황금이다.”

“오오. 우리 선장이 커다란 황금을······.”

리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퍽!!

다시 한 번 더 조각상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다들 정신 차려요. 에휴.”

기약 없는 희망은 가끔 고문이 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통제하지 못하는 신물은 괴물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어머나. 흉측해라. 저도 처음 이 녀석을 봤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고요하고 차분한 목소리.

해적들 사이에서 전쟁의 신 주교 세이나가 걸어 나왔다.

한 종교의 주교인 그녀도 트라우마 앞에선 별수 없었다.

“아주 지랄맞는 XXXXX 녀석이네요. 떼를 쓸 때가 있고 쓰지 말아야 할 때가

있거늘.”

찰진 욕을 내뱉으면서도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왠지 저 저속한 욕마저도 어딘가 고급진 것 같기도 하고.

“감당할 수 있겠어? 누님?”

“아무리 우리 교가 정화에 좀 약하긴 하지만, 그래도 제가 주교인걸요. 의식

을 치르면 일주일 정도 잠잠할 거예요. 리안 님이 도와주셔야겠지만.”

그녀의 말대로 주교는 주교인 모양.

“그런데, 이걸 어디다 쓸 생각인가요? 봄의 사제는 이제 세상에 남지 않았답

니다.”

리안이 살던 과거 세계는 영아 사망률이 위생의 영향을 받았었지만, 이 세계

는 위생에 더해서 봄의 여신이 큰 역할을 했다.

물론 다른 신의 축복을 받아도 효과는 어느 정도 있지만, 봄의 여신이 사라진

이후는 전체적인 유아 사망률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곧 생길 거야. 봄의 사제가.”

태양의 신 쥬교에서는 별로 탐탁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어린아이를 축복하는 일은 태양의 신전에서도 주된 돈벌이니까.

혹자는 쥬교가 마지막 남은 봄의 사제를 살해했다는 의혹을 품고 있다.

“공자님. 사라진 종교의 사제가 생기려면, 최소한 주교급 재능을 가진 이가

신물과 접촉을 해야 한답··· 설마?!”

“응. 봄의 사제가 될 만한 아이를 알고 있지.”

게임을 플레이할 때도 몇 번 써먹었던 루트다.

다만, 군종 사제가 없을 때는 운송하는 도중에 선원이 꽤 많이 죽었다.

아기상 신물을 통제하려면 어떤 종교든 상관없이 주교급이 있어야 하는데, 주

교급 인사를 배에 태우고 다니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흐흐흐. 그럼 부탁할게. 누님.”

“먹여 주고 재워 주고 하는데, 밥값은 해야지요.”

차가워 보이던 크고 검은 눈이 살짝 휘었다.

그녀의 미소만 보아도 봄이 온 것 같았다.

“서··· 선장님. 그 흉측한 것은 어디에 쓰려고.”

어느새 레오폴트도 리안에게로 다가와 있었다.

“이런··· 처음부터 너. 님. 에게 부탁할 걸 그랬어. 요.”

율 대륙 최고 귀족의 피는 뭐가 달라도 다른 모양이다.

워낙 암살위험을 많이 받아서 웬만한 저주에는 면역인가?

해당 저주의 본질을 알고 있는 리안도 이 신물에 다가서는 게 쉬운 일은 아니

었다.

처음부터 레오폴트에게 시키면 될 걸 괜히 힘만 뺐다.

“네? 무슨 말씀인지.”

“이거. 이 황자님 막내 여동생께 드릴 거라.”

“막내라면 케롤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니. 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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