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9만 전생이 날 도와줘-208화 (208/217)
  • # 208

    62장 마지막 희망(2)

    제7침략군단장 하스웰은 제2집단군 사령관을 맡고 있는 레일스의 호출을 받고 급히 함교로 향했다.

    조금 전까지 안락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직속 상관의 엄중한 호출을 받았으니 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군단장님께서 입실하십니다!”

    문이 열리자 부관이 힘찬 목소리로 하스웰의 등장을 알렸다.

    함교의 인베이더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하스웰을 향해 경례했다.

    “수고가 많다, 제 2집단군 사령관님과의 통신을 연결하도록.”

    “예! 즉시 이행하겠습니다!”

    함교에서도 외부와의 연락을 담당하고 있는 인베이더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이윽고 통제단 앞의 커다란 화면에 제 2집단군 사령관의 얼굴이 드러났다.

    “사령관님,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하스웰이 짧은 경례와 함께 말했다.

    집단군 사령관의 직접 호출은 흔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는 조금 긴장한 상태였다.

    -긴장할 필요 없다, 오늘은 집단군 사령부에서 확인한 사실 하나를 전달해주기 위해서 호출한 거니까.

    ‘전달 사항이라고?’

    갑자기 무슨 일일까? 제 7침략군단장, 하스웰은 눈앞의 화면에 집중했다.

    -얼마 전, 나는 제2집단군 사령부에 광역 정찰 명령을 내렸다. 그로 인해 사령부 직속의 정찰대가 여러 차원을 정밀 수색한 걸 기억하고 있을 거다.

    “물론입니다, 며칠 전에 이곳, 리딘 차원에도 사령부 직속의 정찰대가 도착하여 정밀 수색을 진행하고 있는 거로 압니다.”

    -리딘 차원에 차원이 열린 흔적이 발견되었다.

    “예? 그럴리가요. 마력 레이더는 24시간 가동 중입니다.”

    하스웰은 깜짝 놀라 변명했다. 누군가 이곳으로 차원 도약을 했고, 그것을 감지하지 못했다면 리딘 차원을 담당하고 있는 제7침략군단의 수장으로 있는 그의 책임이기 때문이었다.

    당황할 수밖에 없다.

    -리딘 차원으로 보낸 정찰대가 3번에 걸쳐 확인한 내용이다. 변명은 받지 않겠다.

    “예, 죄송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하스웰은 더는 변명하지 않고 잘못을 인정했지만 레일스의 표정은 변함없었다.

    -지금 당장 책임은 묻지 않겠다, 우선 네가 해야 할 일이 있을 거다.

    “물론입니다, 최선을 다해서 수행하겠습니다.”

    -귀관은 인저블 경처럼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레일스가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 인저블이 제13침략군단과 함께 지구에서 증발해버리는 바람에 레일스가 입은 피해는 심각했다.

    무리한 지구 공략으로 직속 군단이 하나 사라졌으니, 인저블을 통제하지 못한 레일스의 책임도 없지는 않았다.

    침략사령관, 코펜하겐은 당장 레일스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았지만, 공훈을 세우지 못하면 그의 위치가 위태로운 것 또한 사실이었다.

    “사령관님을 실망시키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하스웰이 잔뜩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제13침략군단장 인저블의 거대한 트롤링 때문에 불신자가 되어 버린 레일스에게 믿음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문제가 있으면 바로 보고하도록, 병력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최대한 지원군을 보낼 수 있도록 할 테니까.

    차원 동맹과의 전쟁이 심화하면서 최전선에서 싸우는 제2집단군은 언제나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음에도 레일스는 최대한의 병력 지원을 약속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마법 통신이 종료되었다.

    눈앞의 화면이 완전히 검게 물드는 것을 확인한 하스웰은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통제단 뒤편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군단장님.”

    부관이 다가왔다.

    “말하라.”

    “단순한 차원 균열의 변동일 수도 있지만 한 개 부대를 정찰에 사용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이 됩니다.”

    “나쁘지 않은 의견이군. 두안 경에게 통신을 연결하라.”

    “즉시 연결하겠습니다.”

    검게 물들었던 화면이 다시 빛나더니 이내 녹색 피부의 오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찾으셨습니까?

    “해야 할 일이 생겼다.”

    -무엇이든 말씀만 하십쇼! 해결하겠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두안의 모습에 하스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지시를 내리기 위해 입을 열려고 했지만, 그 순간 레일스나 부관 등으로부터 차원 균열에 문제가 생긴 좌표를 전달받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행히 하스웰의 이변을 알아차린 부관이 잽싸게 다가가 좌표를 전달했다.

    “19번 부대를 이끌고 117번 좌표로 이동해라. 그곳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차원 균열과 관련된 문제입니까?

    부대 하나를 통째로 움직일 정도면 차원 균열과 관련된 문제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차원 균열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적의 침입을 뜻하기도 했다. 두안은 조심스럽게 물었고 하스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혹여 적이 침입했을 수도 있으나,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차원 균열이 아직 크게 확장되지 않을 거로 보아 침투했더라도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19번 부대의 전력이 능히 요격하고도 남겠지.”

    유감스럽게도 하스웰은 현준이 이끄는 연합 함대에 차원 도약과 관련해서도 신기술이 접목되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통신 종료.”

    다시 화면이 검게 물들었다.

    “19번 부대만 보내도 괜찮겠습니까?”

    부관이 다가와 물었다.

    “우리가 있던 곳에 비해서는 후방이라고는 하지만 이곳도 차원 동맹의 병력이 당장이라도 쳐들어올 수 있는 전방이 속한다. 그러니, 주력은 차원의 경계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

    틀린 말은 아니었기 때문에 부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스웰은 통제단의 의자에 앉아 짧은 휴식을 취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책임 지휘관, 두안이 이끄는 19번 부대가 117번 좌표로 이동을 시작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 * *

    두안이 지휘하는 19번 부대가 제7침략군단 직속의 군항에서 출항했다. 전투선과 상륙선을 합하여 50척이 넘는 대규모 비행선단이었다.

    그들은 곧장 117번 좌표를 향해 움직였다.

    한편, 117번 좌표에는 62척 규모의 연합 함대가 차원 도약으로 소진한 동력을 회복하기 위해 조용히 은폐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레비앙, 함대의 동력 상황은?”

    전함 가디언의 제1함교에서는 현준이 커피를 마시며 레비앙과 함께 함대의 상황을 점검하고 있었다.

    “전함, 가디언과 모든 순양함의 동력이 완전히 회복되었습니다. 현시점부터 교전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연합 함대는 전력을 다하여 대응할 수 있습니다.”

    레비앙의 대답에 현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길드장님. 마력 레이더에 비행선단의 존재가 발견되었습니다.”

    점검을 끝낸 레비앙이 위치로 돌아가려는 찰나, 태민이 다가오며 보고했다.

    그는 전투계 헌터였지만 함교에서 현준의 곁을 지키고 싶다는 걸 적극 어필한 끝에 레비앙으로부터 속성으로 과외를 받아 함교에 남을 수 있었다.

    기본적인 술식 교육에 불과했지만, 함교에는 전문 마도학자나 마법계 헌터가 아니라도 술식을 다룰 수 있게 하는 보조장치가 많아서 가능한 일이었다.

    “확실한 겁니까?”

    “세 번에 걸쳐 확인했습니다. 약 50척 규모의 비행선단이며 이곳을 향해 빠르게 접근해오고 있습니다.”

    태민이 거듭 확인한 사실을 보고했고 현준은 이제 차갑게 식은 커피를 단숨에 들이켜고는 옆의 탁자에 머그잔을 내려놓고서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술식을 조금 조정하자 통제단 앞의 화면이 마력 레이더로 바뀌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희미하지만, 마력 반응이 포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행선단이라고 확언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태민의 말대로 의심할 가치는 충분했다.

    “전투태세를 발령한다! 총원 전투 준비!”

    “총원 전투 준비!”

    제1함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윽고 현준의 명령은 전함, 가디언뿐만 아니라 연합 함대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순양함의 함 내에도 울려 퍼졌다.

    “기함을 필두로 전진한다.”

    현준이 지시를 내리자 레비앙이 제 1함교를 세부적으로 지휘했다.

    가디언과 순양함들이 전진했다. 적들에게 가능한 한 늦게 포착되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마력 소모가 있더라도 은폐막은 계속 유지했다.

    “적들이 눈치챘습니다.”

    적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던 레비앙이 두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외쳤다.

    아니나 다를까 유유히 거리를 좁혀오고 있던 적 비행선단이 조금씩 흩어지며 전투 대형을 갖췄다.

    “은폐막 해제!”

    현준이 차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위치가 드러났으니 일부러 마력을 소모하며 은폐막을 유지할 이유가 없었다.

    곧 은폐막이 해제되면서 연합 함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디언을 포함해 62척의 대군세였다.

    생각보다 수가 많아서 그런지 적들은 쉽게 접근해오지 않았으나, 유감스럽게도 이미 가디언의 주포는 물론이고 순양함들의 사정권에도 들어와 있었다.

    “지시를 내려주시지요.”

    레비앙이 지시를 요청했다. 현준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가디언은 주포를 충전하고 순양함 전단은 전방으로 전진하며 마력 광선을 발사한다.”

    꽤 구체적이지만 단순한 명령이다. 레비앙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2함교와 제3함교, 그리고 함장들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무계획에 가까운 돌격 명령이었지만 모두 무한의 군단 소속의 함장들로 현준에 대한 충성심이 깊었기 때문에 반발은 없었다.

    주포가 충전되기 전, 순양함 전단에서 먼저 일제히 마력 광선에 의하면 포격이 시작되었다.

    사정거리 밖이었기 때문에 19번 부대의 전투선들은 무력하게 피격당하고 폭발했다.

    “대, 대체 이게 무슨!”

    비교적 후방에 위치한 지휘선의 함교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두안은 눈앞에서 번쩍이며 폭발하는 전투선들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단 한 번의 일제 포격으로 진형이 완전히 무너졌다.

    “적의 포격 사정거리가 아군보다 우수합니다. 물러나야 합니다.”

    부관이 다급하게 말했다. 하지만 두안은 고개를 저었다.

    “물러날 수는 없다!”

    “책임 지휘관님!”

    “부관! 내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인가? 지금 저들의 전진하는 속력을 봐라! 물러난다고 해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나?”

    부관은 피가 터져 나올 정도로 입술을 깨물었다. 두안의 말이 맞았다. 저들의 이동 속도를 볼 때 도망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전속력으로 전진하며 마력 포격을 실시한다! 화망을 구축하고 모든 전투기를 사출해라! 최대한 산개하여 적들의 화력 집중을 최대한 피한다!”

    전투선들이 일제히 산개하며 전투기 편대를 사출했다. 상륙선들도 강습정을 사출했다.

    연합 함대를 상대하는 19번 부대는 그야말로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주포의 충전이 끝났습니다. 목표는 어디로 설정할까요?”

    가디언의 제1함교에서는 레비앙이 차분한 목소리로 주포의 충전 사실을 보고하는 중이었다.

    “후방의 상륙선을 노린다.”

    “지휘선을 노리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지휘선은 백병전으로 제압한다.”

    “리딘 차원의 자료를 확보하겠다는 생각이시군요. 찬성합니다.”

    레비앙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윽고 가디언의 주포가 어두운 공간을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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