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화. 코카콜라 광고 (1)
제이콥이 은우에게 물었다.
“트림이라 너무 어려운데. 은우는 트림 안 하는 방법 알고 있어?”
“안 하려고 해도 콜라만 머그면 트리미 나요. 트림 재미떠요. 헤헤헤헤.”
“트림이 재밌다고?”
“어린이지베서 칭구드리랑 트림 대결 해떠더요. 준수는 콜라 안 머거도 트림 잘해요. 끄윽.”
은우가 목을 짧게 만들고 배에 힘을 주는 표정을 짓더니 트림을 했다.
“끄어어억.”
“와우. 은우.”
제이콥의 은우의 우렁찬 트림 소리에 놀랐다.
“헤헤헤헤, 아저씨도 해뱌요.”
“나보고 트림을 해 보라고?”
“네네네네네.”
제이콥은 은우의 장난에 놀랐다.
‘이사인 내가 직원들 앞에서 트림을 해도 괜찮을 걸까?’
은우가 제이콥을 재촉했다.
“아저씨, 해 뱌요. 어서. 모게 히믈 주고 이러케요.”
은우가 직접 트림 시범을 보였다.
“그윽.”
아까 한 번 트림을 해서인지 아주 작고 귀여운 트림이 나왔다.
“아, 귀여워.”
제이콥의 옆에 서 있던 회사의 경호원 조셉이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하고 말았다.
‘귀엽다고? 트림 소리가 말이지? 정말 그런가? 나도 해 볼까?’
제이콥은 조셉의 예상 밖의 반응에 용기를 얻었다.
‘좋았어. 나도 한 번 해 보자.’
제이콥은 은우가 알려준 대로 배에 힘을 주고 목을 짧게 구부린 다음 소리를 냈다.
“꺼어어어어어엌.”
제이콥의 트림 소리는 너무나 우렁차게 주변 사람들을 모두 놀라게 했다. 회사의 직원들이 지나가다 말고 제이콥을 쳐다보았다.
‘망했다. 은우가 할 땐 귀여웠는데 내 트림 소리는 왜 이렇게 큰 거지?’
은우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와아아아아. 아저씨 머쪄요. 트림 짱짱. 어떠케 한 거예요? 알려주떼요.”
제이콥은 은우의 반응이 놀라웠다.
‘더럽다고 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다니. 대체 이건 뭐지? 이게 재미있나?’
은우가 제이콥의 바지를 붙잡고 흔들며 물었다.
“은우도 하고 시퍼요.”
“사실 점심때 스테이크를 많이 먹어서 그런 거 같아. 3접시나 먹었거든.”
“냐도 스테이크 머거야지.”
“그럼. 아저씨가 사 줄게.”
“네네네네네.”
은우는 제이콥의 말에 신이 났다.
광고 촬영은 코카콜라 본사에서 이루어지기로 돼 있었다.
본사에서는 CF 감독인 대니얼이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떼요. 감독님. 감독니믄 트림할 뚜 이떠요?”
“트림?”
대니얼은 갑작스런 트림 타령에 어안이 벙벙했다.
‘만나자마자 트림을 트자는 건가? 음, 트림은 가족이 아니면 트는 게 아닌데.’
은우는 방긋방긋 웃으며 제이콥의 트림에 대해 말했다.
“아까 제이콥 아저씨가 트리믈 핸는데 천둥이 치는 거 가타떠여. 세상에서 가쟝 큰 트리미예요. 머디떠떠요.”
제이콥이 목에 힘을 주며 말했다.
“낮에 스테이크를 3개 먹어서 그래.”
“이따가 네 개 머꼬 하늘만큼 땅만큼 큰 트림 할 거예요.”
제이콥이 은우가 귀엽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대니얼은 은우가 제이콥을 칭찬하는 것을 보자 묘하게 승부욕이 자극됐다.
‘세상에서 가장 큰 트림이라니. 내가 더 큰 트림을 할 수 있어. 낮에 햄버거 세트를 5개나 먹었으니까 더 큰 트림을 해야지.’
대니얼이 큰소리를 쳤다.
“기다려 봐. 은우야. 내가 더 크고 멋진 트림을 해줄게.”
“와아아아아.”
은우가 작은 손으로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대니얼은 배를 꿀렁꿀렁 움직여 뱃속의 공기를 모았다가 내놓았다.
“끄그그그그그그그그억.”
“우와. 대따 크다. 제이콥 아저씨보다 커요. 감독님 체고.”
은우는 신이 나서 박수를 쳤지만, 옆 사람들은 코를 막고 돌아섰다. 대니얼의 트림에선 햄버거 냄새가 났다.
‘낭패군. 승부욕 때문에 냄새가 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었어.’
은우는 대니얼에게 엄지손가락을 들며 말했다.
“체고예요. 감독님. 트림 대회 나가면 일등 할 거 가타요.”
대니얼은 은우의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트림을 가지고 재미있는 이벤트를 기획해 보면 어떨까? 콜라는 탄산이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콜라를 마시면 트림이 나오니까.’
1993년 이후로 코카콜라의 공식 모델은 북극곰이었다. 북극곰의 귀여운 외모에 코카콜라의 시원함을 북극의 시원함과 연결시킨 덕에 근 30년 가까이 코카콜라를 대표하고 있는 코카콜라의 얼굴이었다.
대니얼은 북극곰의 귀여운 이미지와 은우의 귀여운 이미지가 함께 만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면 북극곰은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은우가 혼자서 얼마나 북극곰과 함께 있는 것 같은 연기를 실감 나게 할 수 있을지였다.
‘눈앞에 없는 대상과 하는 연기를 다섯 살짜리 아기가 잘할 수 있을까? 그래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도 받고 바블사의 영화도 찍은 은우인데 할 수 있겠지?’
기대 반 걱정 반인 대니얼이었다.
대니얼은 은우에게 광고의 컨셉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은우야, 코카콜라 모델 북극곰 알지?”
“부끄곰 기여어요. 은우랑 가치 광고 찌거요?”
“응, 그런데 북극곰은 애니메이션으로 나중에 입힐 거여서 오늘 은우는 북극곰이 있다고 상상하고 혼자 연기를 해야 해.”
“잘할 뚜 이떠요. 은우, 로봇 노리도 혼자 마니 해떠요.”
외동인 은우는 어린이집에 가지 않을 때는 혼자서 공룡 놀이, 로봇 놀이를 할 때가 많았다. 그리고 늘 상상 속의 친구 퐁퐁이와 함께 노는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익숙하게 느껴졌다.
“빅토리아 폭포에서 와찰라 복장을 한 은우가 더워서 힘들어하고 있을 때 북극곰이 나타날 거야. 북극곰이 은우에게 코카콜라를 건네주면 은우가 코카콜라를 마시는 거지. 그럼 CG로 주변 환경을 전부 북극으로 바꿔줄게. 은우는 코카콜라 한 병으로 북극으로 넘어간 거지. 이때 최대한 시원하다는 표정을 잘 살려줘야 해. 알았지?”
“네네네네네.”
어린이집 친구들과 놀면서 익힌 트림과 방귀 기술, 엽기 사진 놀이를 통해 은우의 표정은 더욱더 다양하게 개발되었다.
‘시원한 표정쯤이야. 잘할 수 있어.’
대니얼이 설명을 이었다.
“함께 북극에서 콜라를 마시며 북극곰이랑 춤을 추는 거야.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선 은우와 북극곰이 윙크를 하는 걸로 할 거거든.”
대니얼의 마음속에서 고민이 일었다.
‘은우가 윙크하는 표정 충분히 귀엽고 매력적일 거 같긴 한데. 윙크로 끝나는 결말도 좋긴 하지만 트림을 해 보면 어떨까?
트림도 귀여울 수 있을 거 같아. 오늘 보니까.
다른 광고랑 다르게 차별점이 생길 거 같기고 하고 또 참신해 보일 수도 있을 거 같고. 시원함만큼이나 트림도 코카콜라의 상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대니얼은 마지막 장면을 수정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은우가 트림하는 장면을 넣을게. 은우가 트림을 한 뒤 놀란 척 입을 가리며 천진난만하게 웃는 거야. 그러면 북극곰이 은우의 트림을 따라 할 거야. 은우가 북극곰을 보며 웃으면 북극곰도 함께 빙그레 웃을 거야.”
“네네네네. 부끄고미랑 연기를 할 뚜 이게 대서 신냐요.”
은우는 동화책에서 본 귀여운 북극곰이 좋았다. 그리고 동물원에서 보았던 축 처진 불쌍한 북극곰도 떠 올랐다.
‘동물원에서 본 북극곰은 동화책에서 본 북극곰과 달리 기운이 없어 보였어. 지구가 점점 더워져서 북극곰들이 살 곳이 없다고 들었는데.’
은우가 대니얼에게 물었다.
“감독님, 북극고믄 더어서 힘들죠? 어르미 녹는대요.”
“맞아. 온난화 때문에 점점 더 빙하가 줄어들어서 북극곰이 살기가 힘들다고 하더라. 코카콜라는 수익의 일부를 북극곰에게 후원하고 있단다.”
“우와. 머쩌요. 은우도 쓰레기도 줍꼬 일회용품도 안 떠요. 북금꼼 은우 칭구예요.”
“은우는 멋진 아이구나.”
대니얼이 은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촬영이 시작되고 은우는 북극곰이 옆에 있는 것처럼 대사를 하기 시작했다.
40도에 육박하는 더운 아프리카. 와찰라 복장을 한 은우가 땀을 뻘뻘 흘린다.
“아아아, 너무 더어. 기우니 하나도 엄네.”
그때 북극곰이 빨간색 코카콜라 병을 들고 등장한다.
“안녕, 은우야. 이걸 좀 마셔봐. 정말 시원해.”
“징쨔. 거마어. 부극꼬먀.”
콜라를 마신 뒤 시원해서 눈을 번쩍 뜨는 은우.
은우의 빨갛고 탐스런 볼, 하얀 피부가 클로즈업된다.
커다란 눈을 감았다가 뜰 때 기다란 속눈썹이 바르르 떨렸다.
“우아, 여기는 부그기네. 시언하다.”
“여긴 내 고향이야. 언제나 시원한 곳이지.”
“너무 신냔다. 거마어. 코카콜라.”
은우와 북극곰이 함께 배를 두드리며 춤을 춘다.
“부극에 온 콜라. 코카콜라.”
“콜라와 함께라면 어디서나 부그글 즐겨요.”
은우가 춤을 추다가 트림을 한다.
“꺼어어어억. 아, 미아내. 북그꼬먀.”
은우가 수줍은 듯 입을 가리며 방긋 웃었다.
카메라 감독은 은우의 표정을 보며 녹아내렸다.
‘세상에 저렇게 해맑게 웃을 수 있다니. 너무 귀엽잖아. 온 세상이 밝아지는 느낌이야. 내가 엄마가 된 기분이야. 은우야, 건강하게만 자라렴.’
북극곰도 은우를 보며 웃었다.
“헤헤헤헤헤헤헤. 꺼어어어억.”
북극곰이 트림을 하자 은우가 다시 북극곰을 보며 웃는다.
“헤헤헤헤헤헤. 기여어. 부그꼬먀. 트림 재미떠.”
은우가 북극곰의 배에 포근하게 안긴다. 북극곰도 은우를 포근하게 안아준다.
서로를 폭 안은 장면을 클로즈업.
“컷.”
촬영은 한 번 만에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재미떠더요. 북그곰 보러 가고 시퍼요.”
촬영을 하고 나니 은우는 북극곰을 만나고 싶어졌다.
촬영을 보고 있던 제이콥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회사에서 나온 북극곰 굿즈를 챙겨줄게. 해마다 한정판 에디션으로 나온 제품들이 꽤 되거든. 예뻐서 매진된 것들도 많아. 마음에 드는 걸 가져가렴.”
“네네네네네.”
제이콥의 안내로 은우는 북극곰 굿즈가 전시돼있는 전시관으로 들어갔다.
“우와, 너무 이뻐요.”
전시관에는 북극곰 저금통, 북극곰 전화기, 북극곰 오르골, 북극곰 지갑 등 많은 물건들이 있었다.
“북그꼼 세상이네.”
“그렇지. 우리 회사 매출에 많이 기여하기도 했고 앞으로도 북극곰 굿즈를 제작할 예정이란다. 수익금 중 일부를 환경보호 단체에 후원하고 있기도 하고 말이지.”
“와아. 저도 하께요.”
은우는 자신도 북극곰을 보호하는 모델이 되고 싶었다.
“공짜로 해도 대요.”
옆에 있던 대니얼이 환호했다.
“북극곰 보호 협회에서 좋아하겠는데. 은우가 나서준다면 말이야.”
“조아요.”
은우는 정신없이 굿즈를 고르기 시작했다. 고르다 보니 어느새 커다란 가방 하나를 모두 다 굿즈로 채우고 말았다.
“다 가져도 대요?”
“그럼. 은우는 우리 회사 모델이니까 가져가도 돼. 이번 광고 반응이 좋으면 다음 광고도 맡아주겠니?”
“네네네네네.”
은우는 굿즈를 잔뜩 들고 나왔다.
대니얼이 은우에게 물었다.
“광고가 나갈 때 이벤트로 트림 대회를 해 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니? 은우야. 트림 대회 개회사를 해주지 않겠니?”
“네네네네네.”
은우는 재미있는 대회를 볼 생각에 신이 났다.
‘재밌겠다. 트림 대회. 모두들 많이 웃고 즐길 수 있을 거야. 어린이집 친구들도 같이 보면 좋을 텐데 아쉽다. 이따 친구들이랑 영상통화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