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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재능흡수-203화 (203/257)

203화. 소소한 행복들 (2)

걸그룹 [퍼플핑크]의 멤버 유라가 골든 리트리버에게 퍼푸치노를 주고 있었다.

“우리 뭉치 마디쪄? 아이고 예뻐라.”

뭉치가 퍼푸치노를 마시다 말고 보리에게로 향했다.

“뭉치야, 어디가?”

뭉치를 따라간 곳에는 은우 일행이 있었다.

은우가 유라를 알아보고 인사했다.

“안녕. 유라 눈냐.”

“은우구나. 네 강아지야?”

“이보이예요. 다섯 짤.”

“은우랑 동갑이네. 얘는 뭉치야. 2살.”

뭉치가 보리의 엉덩이 냄새를 맡으려고 따라갔다.

보리가 도망가면서 외쳤다.

“멍멍(나 쫓아오지 마. 나 강아지 싫어한다고. 난 사람이라니까.)”

은우는 보리의 말에 웃겨서 자지러졌다.

“이보이. 넌 강아지자냐.”

“멍멍(그래도 싫다니까 내 정신은 사람이라고. 근데 얘 왜 자꾸 날 따라오지?)”

“널 조아하나 뱌.”

유라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뭉치야, 왜 내 말 안 들어? 너 이런 적 없었잖아. 은우야, 미안해. 보리가 자꾸 도망가네. 뭉치가 원래 내 말 되게 잘 듣는데.”

보리는 결국 뭉치가 들어올 수 없는 좁은 탁자 안으로 들어갔다.

“멍멍(은우야, 나 갇혔어. 나 좀 구해줘. 무슨 여자가 이렇게 들이대는 걸 좋아해.)”

은우는 보리의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뭉치가 가여웠다.

뭉치의 옆으로 가서 뭉치의 털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뭉치야. 차카지? 아야하지 마. 내갸 간식 주께.”

뭉치는 간식이라는 단어를 알아들었는지 은우를 바라보고 핥았다.

“헤헤헤헤. 가안지러. 뭉치. 차칸 강아지.”

은우가 뭉치를 꼬옥 안아주었다.

은우가 공룡 변신 로봇 가방에서 보리의 간식을 꺼내며 말했다.

“이거 머꼬 기분 푸러. 보이갸 제일 조아하는 간식이야.”

탁자 밑에서 보리가 절규했다.

“멍멍(은우야, 그거 내 거잖아. 내 걸 쟤를 주면 어떻게 해?)”

“여자의 마으믈 아프게 하면 앙대.”

뭉치는 은우가 준 소고기 간식을 물고 기분이 좋아져서 돌아갔다.

유라가 은우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은우야. 고마워. 너 강아지 진짜 잘 돌보는구나.”

“보이랑 마니 노라서 그래요. 뭉치야. 또 만냐.”

은우가 뭉치에게 뽀뽀를 해 주었다.

뭉치가 은우의 뺨을 핥았다.

뭉치가 떠나자 은우가 말했다.

“보이의 사랑이 끈나네.”

“멍멍(내 사랑이 아니라고. 쟤가 날 좋아한 거지.)”

“사랑은 아름다운 거야.”

듣고 있던 길동이 웃었다.

“그래, 사랑은 아름다운 건데 이루어지기 어려워.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면 상대가 나를 안 좋아하고 서로 함께 좋아하기가 어려워. 에효.”

길동은 떠나가는 뭉치를 보며 왠지 모르게 슬퍼졌다.

‘뭉치야, 네 맘 알아. 내가 좋아하는 상대가 날 거절할 때 얼마나 슬픈데. 나도 다시 다이어트를 해서 여자친구를 만들어야 하나? 엄마가 슬슬 여자친구를 물어보는데.’

어느덧 서른을 향해 나아가는 자신의 나이를 생각하며 길동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결혼은커녕 여자친구도 없으니 큰일은 큰일이야. 너투브 방송 팬들도 대부분 은우 팬이거나 먹방을 좋아하는 남자들뿐이고. 난 왜 이렇게 여자에게 인기가 없는 걸까? 은우야 넌, 여자들이 좋아해서 정말 좋겠다. 유라도 너만 보면 방긋방긋 웃고.’

뭉치가 사라지자 보리가 은우의 옆으로 왔다.

“멍멍(이제 다른 개들을 조심해야겠어. 케미기샤 연습하는 거 구경 가자.)”

“애견 노리터는 안가고?”

“멍멍(오늘은 안 가고 싶어).”

은우 일행은 보컬 연습실이 있는 오 층으로 향했다.

보컬 트레이너인 이윤호는 강라온 대표의 말을 생각하는 중이었다.

“그냥 기본만 가르쳐 주면 돼. 데뷔는 좀 힘들 거 같아서. 흑인이다 보니까 우리나라에서 데뷔했을 때 팬을 모으기가 힘들 거 같아. 근데 은우가 동생에게 노래를 가르쳐 주고 싶어 하더라구. 그래서 일단 우리가 트레이닝을 시키기로 하긴 했는데. 아프리카에서 데뷔를 시키자니. 너무 멀고. 그쪽 엔터 산업에 대해선 아는 바도 없고 말이야.

일단 기본기만 탄탄하게 가르쳐 줘. 그리고 재밌게 놀아줘.”

약간 황당하기도 한 부탁이지만 이윤호로선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트레이너 수입이 없으면 생활이 어려워지니까.’

2장의 음반을 냈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고, 그 뒤 시작한 트레이너 생활이었다. 가수로서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트레이너 생활은 그에게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월세를 밀리지 않아도 되었고 자전거를 타는 작은 취미를 가지게도 해 주었다.

‘언제까지 계속할 순 없지만.’

틈틈이 작곡도 하고 있었지만, 곡을 줄 사람도 곡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없었다.

‘은우는 태어나면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으니 좋겠다. 다섯 살 때 남들이 평생 이룰 모든 것을 이룬 셈이니. 은우는 무명가수의 어려움 같은 건 모르겠지?

케미기샤란 아이도 부럽네. 가난한 집 아이들은 트레이닝 같은 건 꿈도 못 꾸는데 은우 덕에 HO 엔터테인먼트에서 트레이닝도 받고.’

이윤호는 왠지 모를 부러움과 열등감에 마음이 심란했다.

길동이 문을 열자 은우와 케미기샤, 보리가 함께 연습실 안으로 들어섰다.

“안녕하떼요. 떤생님.”

은우가 윤호에게 밝게 인사했다.

윤호는 은우의 밝음과 사랑스러움에 무장해제되었다.

“케미기샤 연습하는 거 구경하러 와떠요. 구경해도 대죠? 헤헤헤헤헤.”

“응.”

아까의 복잡미묘한 감정과는 다르게 자신도 모르게 함께 연습하는 것을 허락하고 말았다.

‘이것이 아기의 힘인가? 생각해보니까 내가 아기를 언제 봤지?’

외동인 이윤호는 형제, 자매가 없어 조카도 없었다. 친구 중에도 결혼한 사람이 없었다.

은우가 윤호의 손을 잡았다.

“떤생님, 어떤 노래 부를 거예요?”

“케미기샤는 어떤 노래를 좋아하니?”

기본기만 알려주라고 했으니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게 하고 음정만 잡아주면 어떨까 하고 이윤호는 생각했다.

윤호의 질문에 은우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케미기샤랑 저랑 매일 부르는 노래가 이떠요. 케미기샤, 준비 대찌?”

“응.”

케미기샤가 밝게 웃었다.

은우가 키즈폰으로 음악을 틀자 반주가 흘러나왔다.

“오리갸 모교글한다. 재미인는 모굑 노리.

노란 오리 콱콱콱콱.

파란 오리 쾍쾍쾍쾍.

초록 오리 킥킥킥킥.

은우가 모교글 한다. 재미인는 모굑 노리.

발을 차며 첨벙첨벙.

손을 치며 첨벙첨벙.”

은우가 노래를 부르자 보리가 두 발로 서더니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앞으로 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리듬을 타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케미기샤도 흥이 나는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두 발로 리듬을 타며 빙글빙글 돌았다.

윤호는 생각했다.

‘귀엽긴 한데 뭔가 희한한 느낌이네. 다국적 서커스단인가.’

길동도 익숙한지 박수를 치며 리듬을 맞추기 시작했다.

케미기샤가 노래를 받아서 부르기 시작했다.

“케미기샤가 모교글 한다. 재미인는 모굑 노리.

물이 없어 모래 목욕

물이 없어 이파리 목욕.

케미기샤가 수영을 한다. 재미인는 수영 노리.

수영장엔 분홍색 튜브

수영장엔 파란색 튜브

내 수영복은 삼각팬티.”

윤호는 케미기샤의 노래를 들으며 놀랐다.

‘대체 이 두서없는 가사는 뭐지? 이 노래 어디선가 많이 들은 거 같은데 뭐지? 아, 맞다. 나도 어렸을 때 배웠던 노래인데 [타잔이 노래를 한다.] 그거잖아. 가사만 바꿔서 계속 릴레이처럼 부르고 있구나.

근데 케미기샤란 아이 뭐지? 음정도 정확하고 저렇게 빠르게 스텝을 밟으며 노래를 부르는데 음정이 전혀 안 흔들리잖아. 저 정도면 폐활량과 성량이 대단하다는 건데.

댄스곡을 부르면서도 지치지 않을 수 있단 소린데.’

보리가 지쳤는지 꼬리 흔들기 춤을 바꾸었다.

“멍멍(보리가 수영을 한다. 재미인는 수영 놀이.

내 헤엄은 개헤엄.

제일 빠르고 안전하지.

볼품없다고 놀리지 마.

이 구역의 수영짱은 나야 나.)”

윤호는 보리를 보면서 놀랐다.

‘이제 개도 노래를 하네. 저 개 노래하는 거 같은데 입을 벌리고 음정에 맞춰서 울고 있잖아. 아무리 봐도 이건 서커스단이야.) 내가 작곡한 곡 [페스티벌]이랑 딱 어울리는데.’

길고 긴 노래가 끝나고 은우와 케미기샤, 보리는 바닥에 드러누웠다.

“아 더어.”

은우와 케미기샤의 이마가 땀으로 젖어 있었다.

길동이 박수를 쳤다.

“훌륭한 공연 수고했어.”

“재미떠더요. 그치, 케미기샤?”

“응.”

윤호가 물었다.

“혹시 내가 작곡한 곡이 있는데 들어보지 않을래?”

“조아요.”

[페스티벌]은 축제의 느낌을 살려서 만들어낸 댄스곡이었다. 뮤지컬 같은 느낌을 주도록 중간에 코드도 여러 번 바뀌는 곡이었다.

‘이 곡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은우와 케미기샤밖에 없어. 곡의 분위기랑도 너무 잘 어울리고. 이 곡을 보여줬던 가수나 작곡가들은 곡의 진행이 난해하고 리듬이 빨라서 이걸 라이브로 소화할 수 있는 가수는 별로 없을 거라고 했었어. 게다가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해도 대중들이 이 곡을 좋아할지 알 수 없다고 했지.’

열심히 작곡했지만, 주인을 만나지 못해 빛을 보지 못한 곡.

그러나 [페스티벌]은 윤호가 가장 아끼는 곡이기도 했다.

‘인생을 페스티벌처럼 살고 싶다는 내 꿈이 담긴 곡이니까.’

윤호는 미디 파일을 틀었다.

은우는 도입부의 트럼펫 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리듬도 되게 신이 나네.’

은우가 일어서서 리듬을 타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케미기샤도 일어서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은우가 노래를 듣더니 가사를 만들어 부르기 시작했다.

“인생은 파아티. 걱정하지 먀요. 우울해하지 먀요.

오느른 오느리 마카롱을.

내이른 내이리 초콜릿을

내 뜻대로 내가 언하는 대로 날개를 펴요.

새처럼 나라올라 무지개 소글 나라요.”

윤호는 은우가 만들어내는 가사에 놀랐다.

‘듣자마자 가사를 만들어내다니 놀라워.

게다가 가사가 마치 내 마음을 읽고 만든 거 같아.

간결하지만 너무 좋잖아.’

윤호는 이 곡을 꼭 은우와 케미기샤에게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은우는 백인수, 길동과 함께 뉴욕 JFK 공항에 도착했다.

‘지난번엔 LA 공항에 갔었는데 이번엔 뉴욕이네. 신난다.’

은우는 들떠 있었다.

내리자마자 은우는 전광판에 걸린 [블랙 레오퍼드 2] 광고를 보았다.

길동이 렌트한 차로 가며 말했다.

“어르신, 전시회장 근처에 내려 드릴까요?”

“그래 주면 고맙지. 난 가서 은우 전시회 준비가 잘돼 가는지 체크해 봐야 하니까.”

“네, 그럼 내려 드리고 저흰 코카콜라 본사로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코카콜라라니. 우리 땐 그걸 까만 설탕물이라고 불렀는데. 내 동생이 임신했을 때 코카콜라를 너무 좋아해서 매일 마시더니 세상에 조카가 까만 아이가 태어났지 뭔가. 그래서 우리가 코카콜라 때문이라고 막 놀렸었는데.”

백인수의 말을 듣던 은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하뷰지? 코카콜라 머그면 까매져요?”

“하하하하. 아니 그건 그냥 우스갯소리야. 암튼 우리 땐 그게 이렇게 오래 팔릴지 생각도 못 했었다니까. 커피도 그렇지만. 사람들은 까만 물을 너무 좋아해.”

듣고 있던 길동이 말을 이었다.

“콜라가 몸에 나쁘긴 하죠. 그렇지만 고기를 먹을 때 콜라를 마시면 맛있어서 자꾸 마시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우리 은우가 모델이 됐으니 콜라 회사가 앞으로 더 잘돼야지.”

“그래서 제가 이번에 코카콜라 주식을 샀습니다. 마블사의 주식도 사고요.”

주린이인 길동은 부자를 꿈꾸며 최근 미국과 한국 주식계좌를 개설한 터였다.

“은우가 하니 잘 되겠지. 이번 전시회도 은우 영화 개봉 때문에 마케팅이 따로 필요 없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 전시회에서 은우 작품이 많이 팔려야 은우가 원하는 대로 아프리카 친구들에게 좋은 선물을 해 줄 텐데 말이야.”

“하뷰지? 잘 팔리게쬬?”

“그럼, 그럼 걱정하지 마렴. 은우야. 오늘 할아버지가 가서 준비를 잘하고 있으마.”

“고마어요. 하뷰지.”

“도착했습니다.”

백인수가 먼저 갤러리 근처에서 차를 내렸다. 은우의 갤러리는 모마(뉴욕 현대 미술관) 근처에 자리 잡은 꽤 큰 곳이었다.

길동이 차를 돌려 코카콜라 회사로 향했다.

코카콜라 회사에 도착하자 코카콜라 회사의 이사, 제이콥이 은우를 맞이했다.

“어서 와, 은우야. 우리 회사를 방문한 걸 축하한다.”

“감샤함니댜.”

은우의 귀여운 배꼽 인사에 제이콥은 감명받았다.

“예의가 매우 바른 아이구나. 화면에서 본 것보다 더 귀엽고.”

“헤헤헤헤, 아저씨도 머띠뗘요.”

사실, 코카콜라 회사가 은우를 모델로 기용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블랙 레오퍼드 2]의 인기에 힘입어 미국 내에서의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려는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근 들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아시아권의 매출을 방어하기 위한 의도였다.

‘2위인 펩시콜라가 무서운 마케팅으로 매출을 따라잡고 있으니까.’

급격하게 서구화된 식생활로 아시아는 코카콜라의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었다.

‘처음엔 대만, 인도네시아에 이어 이젠 일본까지. 계속해서 일 위 자리를 내놓을 수 없지.’

제이콥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은우가 물었다.

“아저씨, 콜라 머꼬 트름 안 하려면 어떠케 해요?”

제이콥은 은우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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