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155화 (155/257)

155화. 보물 같은 친구 (2)

57번째의 촬영을 마치고 스캇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프랭크가 완벽주의자로 소문난 것을 알고 있었지만 계속된 촬영에 스캇은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트램펄린만 봐도 토할 것 같아.’

스캇은 담배 연기를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충분히 잘했던 것 같은데. 뭐가 부족한 거지?’

스캇은 촬영의 시작이 두려웠다.

‘기운이 하나도 없어. 무표정하게 카메라만 바라보고 있을 것 같아.’

고쳐야 할 부분이 뭔지 모르겠다는 것, 그것이 스캇을 절망하게 했다.

‘휴우, 음악이나 들을까?’

그렇지만 갑자기 기분이 업돼서 촬영에 영향을 주면 안 되는데.

기분이 너무 밝아질까 봐 스캇은 음악을 트는 걸 두려워했다.

‘하지만 이대로 카메라 앞에 설 수는 없으니.’

결국 스캇은 음악을 틀었다.

스캇의 휴대폰에서 [따따따]가 흘러나왔다.

[다 함께 원 따따따따 따따따따

박수쳐 투 따따따따 따따따따

흔들어 뜨리 따따따따 따따따따]

신나는 리듬에 스캇의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였다.

스캇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다 하께 원 따따따따 따따따따

박수치 투 따따따따 따따따따

흔드러 뜨리 따따따따 따따따따]

스캇은 머릿속에서 너투브에서 보았던 안무가 떠올랐다.

스캇은 홀린 듯 춤을 추기 시작했다.

스프링을 단 듯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다.

185센티의 스캇이 제자리에서 뛰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눈에 확 띄었다.

프랭크는 스캇이 이어폰을 낀 채 제자리에서 뛰는 것을 보았다.

‘트램펄린 위에서 57번이나 뛰는 장면을 찍은 배우가 제자리에서 또 뛰고 있다니. 지겨울 법도 한데. 스캇의 열정이 대단하군.’

프랭크는 스캇의 행동에 감명받았다.

‘스캇은 정말로 장인정신이 넘치는 배우야. 쉬는 시간조차 다음 연기를 준비하고 있었다니. 그런데 저 장면 너무 좋잖아.’

프랭크는 스캇이 만들어낸 의외의 장면에서 자신이 원하던 것을 찾았다.

‘허름한 건물 뒤, 담배꽁초가 가득한 그곳에서 음악에 취하여 자유롭게 춤을 추는 피아니스트. 저 장면 속에 내가 담고 싶던 자유가 있어.’

프랭크는 자신이 담고 싶었던 것이 자유라는 것을 깨달았다.

‘니콜라스는 어쩌면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을 거야.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음악에 대한 지나친 열망으로부터도.

그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난 다음에야 진정한 연주를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프랭크가 카메라 감독에게 말했다.

“조용히 스캇을 찍어. 다른 스탭들에게도 말하지 말고. 스캇의 저 감정을 깨뜨려선 안 돼.”

카메라가 스캇을 잡았다.

스캇은 무아지경 속에서 계속 춤을 추고 있었다.

[더 노케 더 그게 더 발리 디어디어.

따따따따 따따따따]

프랭크는 스캇을 보면서 말했다.

‘아까랑 다른 분위기야. 연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느낌. 니콜라스는 늘 사람들에게서 가면을 보았다고 했어. 니콜라스가 늘 꿈꾸었던 자유. 스캇에게서 그 자유가 느껴져.’

***

은우는 보리와 함께 [스타 강아지 체육대회]에 나와 있었다.

촬영장에는 스타들의 다양한 강아지가 나와 있었다.

슈퍼보이즈 성수가 은우를 보고 아는 체를 했다.

“헤이요. 은우. 잘 지냈어? 브로.”

성수가 은우에게 주먹 인사를 건넸다.

은우가 작은 주먹을 성수의 주먹에 맞댔다.

“얘가 보리구나. 귀엽네. 보리. 안녕. 보리야. 여긴 우리 강아지 레오야.”

보리가 자신보다 키가 다섯 배는 큰 레오를 보며 짖었다.

“멍멍(딱 봐도 품종견 같은데 덩치도 좋고. 잘 뛰겠다. 내 짧은 다리랑 너무 비교되잖아.)”

은우가 성수에게 물었다.

“횬아. 레오는 종이 머예요?”

“저먼 세퍼드. 경찰견으로 유명한 품종이지. 레오의 아빠는 마약 탐지견이었고 할아버진 산악구조견이었어.”

“우아.”

보리는 레오를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잘생기고 용맹해 보여. 난 뭐지? 개로 태어나려면 좀 멋지게 태어났으면 좋았으련만. 짧은 다리에 보리차 색 털에.’

스탭이 은우와 성수에게 말했다.

“촬영 시작할게요. 프로필 촬영부터 해요.”

첫 번째 촬영은 성수. 레오가 준비된 단 위에 올라섰다.

성수가 레오에게 은목걸이를 걸어주었다.

“우린 힙합 브로니까. 그치?”

성수가 레오에게 주먹 인사를 건넸다.

레오도 앞발을 내밀어 성수의 주먹에 하이파이브를 했다.

멋진 힙합식 프로필이 완성되었다.

“자, 다음. 은우랑 보리.”

보리가 단 위에 올라섰다. 보리도 키가 작았지만, 은우의 키도 작아서 눈높이가 잘 맞았다.

어떤 포즈를 취해야 할지 은우가 고민하고 있을 때 보리가 은우의 볼을 핥았다.

“헤헤. 가안지러.”

은우가 웃고 보리가 은우에게 뽀뽀를 했다.

보리의 혀가 은우의 입술 사이로 들어갔다.

“보이. 악.”

은우가 손등으로 입술을 닦았다.

“자, 좋아요. 좋아요. 한 장면만 더 해볼게요. 은우랑 보리랑 서로 얼굴 맞대고 웃는 거.”

“멍멍(알았어요.)”

보리가 은우의 얼굴 옆에 자신의 얼굴을 대고 웃었다.

주변에 서 있던 스탭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저 강아지 좀 봐. 말을 알아듣나. 어쩜 저리 포즈가 자연스러워.”

“진짜 잘 웃는데. 쟤 마치 하회탈 같아.”

“강아지는 주인을 닮는다던데 은우 닮아서 귀엽고 똑똑하네.”

은우의 순서가 끝나고 다음은 놀이공원의 세라의 차례였다.

세라의 강아지는 작은 포메라니언이었다.

“두부야. 여기서 포즈 잡자.”

두부가 단 위에서 고개를 위로 살짝 올려서 들었다.

두부는 왼쪽 발을 살짝 위로 들었다.

세라가 왼쪽 새끼손가락을 위로 들었다.

스탭들이 포즈를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저 강아지 얼짱 각도를 아는 걸까? 고개를 정확히 45도 위로 올린 거 같은데.”

“세라 닮아서 왠지 도도하고 까칠해 보이지 않아?”

“맞아. 얼음공주라는 세라 별명이랑 정말 잘 어울린다. 얼음공주 2인데.”

“왼쪽발 든 거 너무 귀엽지 않아요? 진짜 공준데.”

“사진 제목은 두 명의 공주로 하면 되겠다.”

프로필 촬영이 끝나고 어질러티 경기 시간이 왔다.

은우는 보리에게 경기장을 보면서 말했다.

“보이야. 저 나무 막대기를 띠어넘고 터너를 지나서 미끄럼틀로 띠어 아라찌? 빨리 띠면 이기는 거래.”

“멍멍(내가 시골 잡종의 파워를 보여주겠어. 여기 다들 품종견들뿐이야. 믹스견도 할 수 있다아. 믹스견이 얼마나 똑똑한데.)”

“거쩡하디먀. 네갸 제일 이뻐.”

은우가 보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첫 번째 선수는 걸스온탑의 도희였다. 도희는 말티즈 강아지 휴지를 데리고 나왔다.

MC 문성길이 중계를 시작했다.

“첫 번째 선수는 걸스온탑의 도희와 강아지 휴지입니다. 휴지 양은 올해 네 살이라고 하는데요. 좋아하는 간식은 우유껌이라고 합니다. 백 미터 기록은 없네요. 취미는 낮잠 자기. 오늘 잘해낼 수 있을지. 출발 벨이 울렸습니다.”

출발을 알리는 벨의 반짝임.

도희가 간식을 들고 휴지를 인도했다.

“휴지야. 일로 와.”

휴지는 천천히 간식을 따라서 걸었다.

첫 번째 허들 앞에서 휴지는 망설였다.

도희는 애가 탔다.

“휴지야, 휴지야. 할 수 있어. 이거 그렇게 안 높아. 점프. 점프.”

도희가 바닥에 몸을 엎드린 채 휴지 앞에서 사정을 하고 있었다.

휴지는 간식을 먹더니 이제 배가 부른지 자리에 누워버렸다.

“안타깝습니다. 자리에 누워버린 휴지 선수. 갑자기 발라당을 선보이는데요.”

휴지는 발라당을 선보이며 도희의 앞에서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가고 있는데요. 발라당으로 1분의 시간을 보낸 휴지 양. 30초간 자리 이동이 없으면 기권으로 판단하도록 하겠습니다.”

도희가 휴지 앞에서 애원하기 시작했다.

“휴지야. 일어나. 기권은 안 돼. 사람들이 보고 있잖아. 힘을 내.”

휴지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평화롭게 꼬리를 흔들며 발라당을 하고 있었다.

“네, 30초가 지났습니다. 휴지 양 기권입니다. 아쉽네요.”

“비록 졌지만, 애교와 귀여움만큼은 휴지 양이 우승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심스럽게 인기상 예상해 봅니다.”

“저 귀여움 훔쳐 가고 싶네요. 다음 선수는 보이씩스의 찬규와 강아지 뭉치입니다.”

“뭉치 군은 올해 두 살로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뼈다귀, 취미는 쓰레기통 뒤지기, 백 미터 기록은 재본 적 없지만 빠를 것 같아요. 라고 적혀 있네요.”

“뭉치 군은 프렌치 불독이죠. 프렌치 불독은 코가 납작할수록 잘생긴 거라고 해요. 코가 납작하네요. 미남이네.”

“저도 강아지가 되면 미남이 되는 건가요? 오늘처럼 강아지가 부러웠던 적은 처음이네요.”

“말씀드리는 순간 출발 벨이 울렸습니다.”

찬규가 먼저 달려나가며 간식으로 뭉치를 유인했다.

뭉치가 간식을 따라 달려갔다.

허들 앞에서 멈춰 선 뭉치.

“허들이 문제네요. 문제. 허들이 잘못했네.”

“다들 허들을 두려워하네요. 지금 개들 입장에서 보면 저게 절대 낮은 게 아니에요.”

“그쵸. 지금까지 출전한 선수 중 대형견이 없었기 때문에 저 허들이 무지 높은 걸 수 있어요.”

“그런데 왜 점프를 안 할까요? 점프를 하면 간단할 거 같은데.”

“점프는 고양이 아닌가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암튼 뭉치 선수 어서 달려주세요.”

찬규가 허들 앞에 서서 뭉치를 응원했다.

“뭉치 파이팅, 뭉치 파이팅. 뭉치야 어서 뛰어.”

뭉치는 허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서 있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네요. 뭉치군요. 휴지 양처럼 발라당을 할 것인가.”

“네, 여기서 시간을 너무 많이 지체하면 휴지 양처럼 기권이 될 수 있습니다. 어서 뛰어야 해요.”

“뭉치 군. 움직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아아아아. 아깝습니다.”

뭉치는 허들 옆으로 걸어가더니 허들을 비껴가서 다시 허들 앞으로 돌아왔다.

“경로 이탈 실격입니다.”

“뭐 저 마음도 이해는 갑니다. 힘들게 허들을 넘을 필요가 뭐가 있어요. 관절에도 안 좋고. 허들을 돌아서 가도 길은 똑같죠. 경기라서 그렇지. 저보고 뛰라고 하면 저도 뭉치처럼 할 겁니다. 수고했어요. 뭉치야.”

“뭉치 군도 실격을 당하긴 했지만 잘생긴 얼굴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다음 생엔 이 얼굴로 강아지로 한번 태어나 볼까요? 미남 소리 한 번만 듣고 싶은데.”

“그래도 강아지는 좀 그렇지 않아요?”

“그냥 해본 말입니다. 다음 선수, 기대되는 유망주 슈퍼보이즈의 성수 군과 레오입니다.”

“강력한 우승 후보죠. 레오 군은 족보가 있는 개라고 해요. 집안이 공무원 집안이라고 합니다.”

“대단하네요. 저희 집에도 없는 공무원이 레오 군 집안에 있다니. 레오가 저보다 더 똑똑한 거 아닐까요?”

“강아지도 아이큐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셔틀랜드 쉽독이랑 보더콜리가 높다고 하던데. 셔퍼드도 아이큐가 높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강아지 이름이 다 어려워요. 셔틀랜드 쉽독. 보더콜리. 전 그냥 똥개가 좋던데. 똥개는 없나요?”

“요즘은 똥개가 아니라 시골 잡종이라고 부릅니다. 이따가 은우 군이 키우는 보리 군이 시골 잡종이죠.”

“외국 개가 아무리 똑똑해도 시골 잡종이 짱이죠. 짱. 우리 어릴 때 시골에 다니던 강아지들 얼마나 똑똑하고 귀엽고 튼튼했습니까. 저는 보리를 응원하겠습니다.”

“말씀하는 도중 경기 시작됐습니다. 레오 출발했습니다.”

“레오 군 역시 빠릅니다. 허들을 순식간에 통과했습니다.”

“역시 공무원 개는 다르네요. 레오 똑똑합니다. 허들 따위 두렵지 않다.”

“포스도 남다르지 않습니까? 위엄이 있어요. 위엄이. 보는 순간 역시 경찰견답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우리 레오.”

“기록도 매우 좋습니다. 허들 통과한 기록은 30초. 빠른 속도로 다음 코스인 터널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터널은 키가 커서 불리할 것 같은데요. 그러나 고개를 숙이며 빠르게 빠져나옵니다. 역시 레오. 감탄을 금할 길이 없네요.”

“터널을 통과한 레오. A 프레임으로 접근 중입니다. 내리막길을 올라갔습니다.”

“아직 한 멍멍이도 A 프레임에 온 적이 없는데요. 이 정도면 우승은 사료 먹기보다 더 쉬운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레오. A 프레임을 빠르게 올라갔다가 내려옵니다.”

“마지막 지그재그네요.”

“그렇죠. 지그재그로 된 장애물을 빠르게 빠져나오면 레오가 우승입니다.”

“성수 군도 노련하게 레오를 이끌고 있어요.”

“성수 군의 강아지 사랑은 이미 연예계에서 정평이 나 있는데요. 시간만 나면 레오와 함께 등산을 즐긴다고 합니다.”

“등산을요? 레오가요? 주말만 되면 늦잠만 자는 저보다 낫네요.”

“잘 보시면 레오의 다리 근육이 장난이 아닌 걸 볼 수 있습니다. 저 근육이 다 산 타서 생긴 거다. 이 말이죠.”

“저도 다음 주부턴 근육 만들러 등산 좀 해야겠는데요.”

“말씀드리는 순간 레오가 결승선에 도착했습니다. 최종 기록은 3분 50초. 3분 50초입니다. 여러분.”

“정말 빠른 기록이네요. 사실 제가 뛰어도 저 기록이 나온다고 장담할 수가 없어요.”

“레오. 과연 족보 있는 강아지답게 좋은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렇게 되면 다음 순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겠는데요.”

“다음 순서는 은우와 보리입니다.”

“귀여움이라면 당연히 은우와 보리가 일 등할 거 같은데. 근데 은우가 뛰어서 3분 50초가 나올 수 있을까요?”

“힘들죠. 은우가 아직 어리다 보니 은우 혼자 뛰어서도 힘든 기록일 수 있어요.”

“보리도 키가 작아서 아무래도 레오보단 불리할 것 같은데요.”

“말씀드리는 순간 출발 등이 반짝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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