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94화 (94/257)

94화. 세상을 바꾸는 사람 (3)

“세샹을 뱌꾸는 샤람.”

“세상을 바꾸는 사람.”

은우와 강라온이 동시에 대답했다.

영부인이 웃었다.

“아마 대표님께선 이미 알고 계셨나 보네요. 은우의 꿈을. 은우만큼이나 멋진 꿈이구나.”

대통령이 물었다.

“은우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이니? 무얼 바꾸고 싶니?”

“엄마가 엄떠도 쟐샬 수 인는 세상.”

대통령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엄마가 없어도 잘살 수 있도록 복지를 늘리고 있단다.”

은우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엄마갸 엄는 아기에게도 호져기 필요해요.”

손경찬이 대통령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은우는 미혼부의 아기로 태어났습니다. 호적이 없어 고생하다가 재판에서 사랑이법의 적용을 받아 호적을 얻었는데 그 얘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마음이 복잡해졌다.

‘출생신고를 엄마만 하도록 만든 법은 과거엔 여성이 약자였기 때문에 아빠에게 아기를 빼앗기는 경우가 많아서 만들어진 법이지. 하지만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법이야.

대통령은 필요할 경우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지만, 그 정도의 사안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아.

그냥 웃어서 넘길 수밖에.’

대통령이 말했다.

“멋진 꿈이군. 언젠가 그 꿈을 꼭 이루길 바라요. 은우 군.”

영부인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기사에서 읽었어요. 은우 군. 그 기사 보고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오늘 아빠랑 같이 왔으면 내가 아빠를 참 많이 칭찬해 주고 싶었는데. 은우 군도 대단하지만 젊은 나이에 자식 키우려고 고생한 은우 아빠도 참 많이 고생했는데.”

대통령이 말했다.

“고생하는 한부모 가정에 대한 지원을 늘려 보도록 하죠.”

영부인이 말했다.

“그것도 필요하지만, 해결방법은 아니잖아요? 헌법 소원을 발의하는 게 어떨까요? 그럼 다 해결이 될 텐데.”

대통령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헌법 소원의 대상은 공권력의 행사로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에 한하여 기본권을 침해당한 자가 할 수 있소. 대통령이 헌법 소원을 제기할 수는 없소.”

“은우가 하면 되죠.”

은우가 놀라서 되물었다.

“제갸 할 뚜 이떠요.”

영부인이 은우의 작은 손을 잡고 말했다.

“법률 자문을 받으면 할 수 있단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할 수 있어. 국선 변호인이 도와주기도 하니까 비용 부담이 없이도 할 수 있어.”

대통령은 이 자리가 매우 불편하게 느껴졌다.

‘이 모든 게 기사화돼서 나갈 텐데. 은우를 도와주면 정부가 개인의 일에 개입한다는 말을 들을 테고, 모른 척하자니 약자를 외면한다는 소리를 들을 테고. 진퇴양난이군. 이거.’

강라온이 말했다.

“저희 회사 법률팀에서 돕겠습니다.”

***

강라온이 김무석 변호사에게 말했다.

“오늘 청와대 오찬에 갔다가 은우 소원 얘기를 하다가 사랑이법 얘기가 나왔어. 은우가 그 법을 바꾸고 싶은 모양인데 가능해?”

“헌법 소원을 해 볼 수 있죠. 물론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이 어떤 결정을 할지는 미지수이지만요. 사회적으로 불공정한 법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어서 불리할 것 같진 않아요.”

강라온은 생각했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 세상을 바꾸는 스타. 은우의 이력에 분명 도움이 될 거야. 사회의 부조리함에 눈감지 않고 나서서 바꾸는 사람. 이건 어떤 스타도 갖지 못한 이미지지.’

강라온이 김무석 변호사에게 말했다.

“은우 이름으로 헌법 소원 넣어.”

강라온이 인터폰을 눌러서 비서에게 말했다.

“은우 남우조연상 인터뷰 따간 신문사들에 소식 돌려. 은우 대통령 오찬 초청 기사랑 함께 은우 헌법 소원 기사 함께 띄우라고.”

***

거실에서는 창현이 전화를 받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큰 도움을 주셔서. 변호사 비용까지 대주시고 정말 감사해요.”

“저희 회사 변호사인 데다 은우가 남인가요? 은우가 잘돼야 저도 잘되죠. 저도 오랜만에 은우 덕에 좋은 일 하니 좋네요. 은우 크게 될 놈입니다.”

“잘돼서 이번 기회에 다른 미혼부의 아기들도 호적 좀 편하게 받았으면 좋겠어요. 전에 고생했던 걸 생각하면. 은우가 드라마 촬영하면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지 않았으면 그때 사랑이법 적용 못 받았을 거예요. 그랬으면 병원도 못 가고 어린이집도 못 가고 생각만 해도 아찔해요.”

“정말 나쁜 법이에요. 21세기 대한민국에 그런 말도 안 되는 법이 남아있다니. 아마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실 거예요.”

“네 저도 도움이 되도록 해 볼게요.”

창현은 강라온의 전화를 끊은 뒤에 미혼부 카페 러브파파의 모임장 현진파파에게 전화를 걸었다.

“현진파파님. 오랜만이에요.”

“은우 아버님. 요즘 소식 잘 듣고 있습니다. 백수희 씨와의 열애 응원해요.”

창현은 생각지도 못한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

“축하 감사합니다. 다른 게 아니라 이번에 은우가 사랑이법과 관련하여 헌법 소원을 걸었어요. 현행 가족관계법에서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가 해야 한다는 규정을 없애자는 거죠. 모가 아니라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도록요.”

현진파파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은우 아버님, 정말 그 조항만 사라져도 저희 모임의 많은 아기들이 행복해질 거예요. 더 이상 1인 시위를 할 필요도 없고요. 매주 지하철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아무리 해도 현실이 달라지지가 않더라구요. 저흰 힘도 없고. 공무원들은 이야기해도 규정이 어떻다는 말만 해대고. 계란으로 바위 깨는 기분이었어요.”

창현은 현진파파가 우는 소리를 들으며 미안함의 눈물을 흘렸다.

“알죠. 제가 그 아픔을 잘 알죠. 은우는 운이 좋아서 호적이 생겼지만. 늘 죄송했어요. 방법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는 걸 알았더라면 진작 했을 텐데.”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정말 감사드려요. 은우가 아니었다면 이런 기회가 생기기라도 했을까요?”

“변호사분 말로는 헌법 재판관들의 판결에 따라 최종결정이 나겠지만, 사회적인 분위기를 무시하진 못할 거라고 하더라구요. 판결이 나기 전까지 함께 노력해야 할 것 같아서 전화 드렸어요.”

“그럼요. 저희 모임 모두가 발로 뛰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은우 아버님.”

창현은 전화를 끊고 나서 티슈를 꺼내 콧물을 닦았다.

‘지금도 은우가 재판받던 걸 생각하면 아찔해. 은우는 운이 너무 좋았어.’

은우가 창현에게 와서 말했다.

“아뺘 울지 먀요.”

“아빠, 안 울어. 이건 기뻐서 우는 거야.”

“기뻐셔요?”

“너무 기쁠 때도 눈물이 나거든.”

“와 신기햐댜.”

창현이 은우를 무릎에 앉히고 말했다.

“은우야, 은우의 소원대로 헌법 소원이 곧 시작될 거야. 그런데 헌법 소원이 통과되려면 재판관들의 결정이 중요하대. 사람들이 그 법이 나쁜 법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고. 우린 뭘 하면 좋을까?”

“편지뜨까요? 재판관 하뷰지한테?”

“와, 좋은 생각이다.”

“또 이떠요. 아뺘. 게이믈 해요.”

“게임?”

“그러니까 끝먀이끼 갸튼 거요. 내갸 명서기한테 명서갸 냐를 응언해 져. 하면 명서기갸 아라떠. 그러고 다으멘 주언이를 응언해 져. 이러케 햐는 거예요?”

“아, 챌린지 같은 거? 이어서 하는 거 말이지?”

창현은 초록창에서 본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떠올렸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도 루게릭병 환자들의 고통을 같이 느껴보자는 뜻에서 시작했지. 덕분에 루게릭병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증가했고.’

창현이 말했다.

“은우야, 그럼 어떤 걸로 챌린지를 하면 좋을까?”

은우가 고개를 갸우뚱갸우뚱거리며 말했다.

“음. 음.”

은우는 생각이 나지 않는지 창현의 무릎에서 내려와 거실을 돌아다니며 다시 말했다.

“음. 음.”

창현은 생각했다.

‘너무 어려운 걸 말했나? 그치만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긴 쉽지 않은걸.’

은우가 말했다.

“하류에 하냐씩 착햔 이를 해요.”

“좋은 생각이다. 그래. 착한 일.”

“수녀님이 그래떠요. 착햔 이를 하면 세상이 착해진다교. 착햔 샤람이 먀나야 죠은 세샹이 댄대요.”

“그래. 그럼 우리부터 시작해 볼까? 은우는 오늘 착한 일 뭐 했어?”

“보이 빱 주꼬, 보이량 노라주고 뱝도 남기지 안코 다 먹어떠요. 아빠는요?”

“아빤 오늘 쓰레기 분리수거를 열심히 했어. 페트병에 붙은 라벨도 다 떼었어.”

“와 잘해떠요.”

은우가 신이 나서 박수를 쳤다.

은우는 생각했다.

‘재능창을 켜서 희망의 신의 재능을 불러와야겠어.’

[희망의 신 루딘의 긍정의 선택 레벨 2 – 105/10000

주변의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할 경우, 서로를 위해 행동하는 힘이 커집니다.]

창현이 말했다.

“그럼 이대로 시작하면 되겠다.”

창현이 은우가 보리와 노는 사진을 찍어 해시태그를 걸어 업로드했다.

eunwoo 은우는 보리 밥도 주고 보리랑 열심히 놀아주고 밥도 다 먹었어요. 아빠는 쓰레기 분리수거도 열심히 했어요. 하루에 하나씩 착한 일을 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좋아져요.

#착한_일_챌린지#미혼부를_위한_헌법_소원_챌린지#오늘의_착한_일#하루에_하나에_착한_일로#응원해_주세요.

***

슈퍼 보이즈의 리더이자 메인보컬 태원이 은우의 별스타를 보게 되었다.

“어, 이거 뭐지? 은우 챌린지 하나? 그렇지 않아도 아까 인터넷에서 기사 읽었는데. 얘들아 이리 좀 와 봐.”

게임을 하고 있던 서브 보컬 성수가 말했다.

“게임 못 끄니까 말로 해. 형 다 들려.”

메인래퍼 지석이 냉장고에서 콜라를 꺼내 태원의 옆으로 앉았다.

“왜? 뭐 재밌는 일 있어?”

서브래퍼 현우가 방에서 뛰어나오며 말했다.

“재밌는 일? 나두 나두.”

메인댄서 지훈이 말했다.

“저녁 메뉴보다 더 재밌는 일이 있단 말야. 우리 저녁 치킨 먹자. 어때? 치킨.”

막내 태윤이 말했다.

“형, 이거 은우 별스타예요? 무슨 챌린지 하나 보네.”

태원이 말했다.

“은우가 미혼부들의 아기도 호적을 가질 수 있도록 헌법 소원을 발의했대. 그래서 응원 부탁한다고 챌린지를 시작했더라고. 하루에 하나씩 착한 일 하는 착한 일 챌린지야.”

태윤이 말했다.

“은우답다. 은우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착하다니까.”

지석이 말했다.

“은우 때문에 알게 됐지만, 그 법 진짜 나쁜 법 같아. 우리가 꼭 도와주자.”

성수도 동의했다.

“우리 팬들만 움직여도 얼마야. 챌린지는 공유자가 많을수록 좋은 거니까 빨리 시작하자.”

지훈이 의견을 내놓았다.

“챌린지를 하는 것도 중요한데 다음에 챌린지를 받을 사람을 지정해야 할 것 같아. 그래야 챌린지가 지속되지 않을까?”

태원도 동의했다.

“맞아. 맞아. 아이스버킷 챌린지도 지명이 있었어. 그래서 그 챌린지가 끊기지 않았던 거지. 은우가 방식을 잘못 이해했던 거 아닐까? 우린 꼭 지명하자.”

성수가 말했다.

“우리가 6명이니까 각자 다른 연예인 친구들을 지명하면 곱하기 육이 되는 거네. 그럼 챌린지가 빠른 속도로 퍼지겠다.”

태윤도 동의했다.

“각자 다른 친구를 지명하는 게 좋겠어요. 어서 시작해요. 우리. 근데 나 오늘 착한 일 했나? 안 한 거 같은데.”

성수도 말했다.

“나도 착한 일 안 한 거 같은데. 뭘 해야 할까?”

태원이 말했다.

“난 착한 일 하나 했지.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썼어.”

지훈이 말했다.

“나도 하나 했어. 성수가 켜 놓은 티비 내가 껐다. 성수는 늘 티비 켜 놓잖아. 전기 낭비라고.”

성수가 풀이 죽어 말했다.

“그래, 난 전기도 안 끄고 쓸모없는 놈인가 봐. 하루에 착한 일을 하나도 하지 않다니.”

태윤이가 고민하다가 말했다.

“있잖아. 형. 만약 형 팬들이 봤으면 형은 가만히 있는 거 자체가 착한 일이라고 했을 거야. 그니까 너무 슬퍼하지 마.”

성수가 웃으면서 말했다.

“역시 우리 팬들이랑 막내 태윤이가 최고다. 근데 나 뭐 적지 진짜?”

태원이가 말했다.

“그럼 성수 오늘 숙소 청소 당번하면 되겠네. 오늘의 착한 일로 멤버들을 위해 청소 당번을 자처했습니다. 라고 적고.”

성수를 제외한 모든 멤버가 흥분해서 크게 소리쳤다.

“좋다. 우리 챌린지 매일해요. 이거 한 번으로 끝내기 아까운데요.”

성수가 결심한 듯 외쳤다.

“콜. 하지만 오늘만. 챌린지는 하루뿐이니까.”

성수가 청소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태윤이 청소하는 성수의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하아 청소 힘들다. 은우야 착한 일 힘들다.”

성수가 투덜대자 태윤이 말했다.

“형. 우리 아가들을 위한 거예요. 형 고통이 미혼부들과 그 아기들의 고통이랑 비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니. 아니야. 열심히 할게.”

성수가 다시 청소를 시작했다.

“이제 끝. 와아 한 시간 걸렸다아.”

성수가 땀에 젖은 옷으로 별스타에 자신의 사진을 업로드했다.

sungsu  하루에 하나도 착한 일을 하지 않은 나를 반성하며……. 하루에 하나씩 착한 일을 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좋아진다고 그러네요. 그래도 깨끗해진 방을 보니 기분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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