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166화 (166/300)

# 166

워싱턴의 로비전쟁 (03)

“실장님의 예상대로 워싱턴 정가에서 엄청난 지각변동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것보다는 맥퍼슨과 로비스트 팀원들이 열심히 뛰어준 덕분이라고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실장님의 아이디어가 없었다면 처음부터 싸워볼 엄두도 못냈을 겁니다.”

맥퍼슨의 표정이 밝아졌다.

미네르바(Minerva)-는 워싱턴에서 최강의 로비조직이라 불러도 좋을것이다.

이런 미네르바와 맞먹을 정도의 수준이라면 미국에서 악명높은 NRA(전미총기협회)의 로비단체가 유일할 정도다.

그러나 NRA(전미총기협회)의 로비단체는 가끔씩 언론에서도 다뤄지고 상황에 따라서는 여론의 몰매를 맞기도 한다.

때문에 워싱턴에서 갖고있는 위치와 견고함에 있어서는 미네르바가 월등하게 앞설 정도였다.

이제까지 막강한 자본과 규모를지닌 거대제약회사의 카르텔에게 지원받으며 철옹성같던 미네르바가 패배한 것이다.

이때문에 워싱턴에서 활동중이던 수많은 로비스트들이 놀랐고 이슈가 되었다.

대부분의 로비스트들은 이번에도 제약회사의 카르텔이 완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네오메디컬 연구소의 신약이 상당한 화제를 집중한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국적 제약회사의 카르텔과 로비조직인 미네르바는 그것을 압도할만큼 강력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예측은 완전히 박살났고 워싱턴 정가에 돌풍이 몰아친 것이다.

“실장님의 전략대로 당뇨병 환자를 가족으로 갖고있는 워싱턴 정치인과 유력인사들에대한 공략은 상당한 효과를 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승기가 완전히 우리쪽으로 넘어온것은 아닌듯 합니다.”

“조금전에 들어온 보고내용을보니 미네르바의 로비츠가 전격적으로 반격활동에 나섰다고 하더군요.”

“그렇습니다. 미네르바의 수장이면서 로비츠는 과거 워싱턴에서 신화적인 명성을 날렸던 로비스트 입니다. 아직도 그와 인맥이 닿아있는 정치인들의 숫자는 상당히 많습니다. 심지어는 행정부와 백악관 내부에까지도 커넥션이 있을 정도입니다.”

미네르바를향해 승리를 거두었지만 맥퍼슨과 부팀장인 칼톤은 자만하지 않았다.

이것은 상당히 좋은 자세다.

워싱턴에서 진행중인 로비전쟁은 이제 1차전이 끝났을 뿐이다. 상대가 방심하고 있었기에 헛점을 파고들었고 선취점을 올린것이다.

미네르바는 맥퍼슨과 로비팀을 얕보았다.

하지만 이제 그들도 맥퍼슨과 로비팀의 뒤에 상당한 세력이 있다는걸 눈치챘고 결사적으로 나올것이 분명했다.

“맥퍼슨 팀장님의 말씀대로 우리쪽과 헥사인슐린(Hexa Insulin)에 지원하기로 약속햇던 의원들중에 일부가 다시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미네르바의 반격이군요.”

“그렇습니다.”

맥퍼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처음에는 우리쪽이 기습적인 로비를통해 판세를 유리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미네르바가 자신들의 로비스트들과 자원을 총동원했고 이제는 형세가 50:50 의 수준으로까지 바뀌었다.

“그나마 맥퍼슨팀의 로비활동으로 이정도까지 맞춘것도 상당한 성과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일방적으로 밀리면서 네오메디컬 연구소와 헥사인슐린은 완전히 파뭍힐뻔 했으니 말이지요.”

“하지만 미네르바쪽도 워싱턴 정가의 정치인들과 관료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상태라 앞으로의 진행이 어려울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워싱턴 정치인과 유력인사들을 상대로한 개별적인 로비활동으로 모든걸 극복할수는 없습니다. 어차피 한계가 있었던 것이고 그나마 반격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렇다면 다른 작전을 구상해두신 것입니까?”

맥퍼슨의 얼굴이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박광석과 팀원들에게 질문했다.

“현재까지의 진행은 어떻습니까?”

“워싱턴의 거물급 정치인들을 상대로 압력을 행사할만한 단체들을 하나둘씩 추려내 보았습니다. 대부분이 의료계와 당뇨병 환자들이나 또는 그 가족들로 구성된 협회나 단체들이 많기는 합니다.”

박광석의 대답을듣자 맥퍼슨이 뭔가를 알아챘다.

역시 실력좋은 로비스트다.

“실장님은 2차전으로 워싱턴에서 대규모 집회를 구상하고 계신겁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전면에 나서는것이 아니라 헥사인슐린(Hexa Insulin)을 절대적으로 필요로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는 것입니다. 우리쪽에서는 그들 개개인이 나서는것은 기껏해야 모래알처럼 힘의 집중이 안되니까, 거대한 하나의 목소리를 낼수있도록 전략을 세우고 유도하는 역활일 뿐이지요.”

“이거 엄청납니다. 우리들이 아무리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로비스트라해도 정치인들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그들을 압박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는데, 워싱턴에서 헥사인슐린과 당뇨병 치료에대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면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수준입니다.”

“그리고 이번사건의 배후에는 미네르바라는 로비조직과 거대 제약회사의 카르텔이 자신들의 욕심을위해 헥사인슐린을 사장시킬려는 것. 그리고 헥사인슐린이 대중화되면 얼마나 큰 이익이 되는지를 적당하게 섞어서 홍보와 정보노출을 하는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역시 대규모 시위와 집회에는 불만의 대상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것을 거대제약 회사의 카르텔에게 향하도록 하는군요.”

“그렇습니다. 이후에는 여론의 행방에대해 주시하는 유력 정치인들도 깨닫게 될것입니다. 현재 상황에서 제약카르텔을 비호하거나 지원하다가 불똥을 맞거나 뒤집어쓰면 본인들이 손해라는 사실을 말이지요. 그들이 제약 카르텔과 완전히 손을떼는 일은 하지 않겠지만 최소한 이번에 진행되는 헥사인슐린(Hexa Insulin)에대한 문제에서는 한발 물러서는 스탠스를 취할수밖에 없을겁니다.”

“그정도만 된다해도 우리쪽의 승리입니다.”

맥퍼슨이 대답했고 주먹을 쥐었다.

1차전은 워싱턴 내부에서 기습을 펼쳤다.

그리고 2차전은 미네르바가 워싱턴에만 집중하며 반격을 개시할때 외부세력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상대가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휘몰아쳐야 했다.

어차피 헥사인슐린에대한 정책결정까지의 시간은 짧은편이다.

따라서 단기간의 승부였고 여기에는 한번 우세를 점했다면 그것으로 2타, 3타를 날리면서 결정타를 먹이는것이 승리의 기법이다.

***

“겨우 틀어막은 것인가?”

로비츠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지금까지 로비스트 경력중에서 최악의 상황이였다. 눈앞에서 지옥을 맛본것이다.

설마 워싱턴 최강의 로비조직인 미네르바를향해 도전해오는 상대가 있을줄이야?

처음에 맥퍼슨과 로비팀에게 기습적으로 한방 먹었을때 로비츠는 믿을수 없었다.

맥퍼슨에게 이럴 도전을 할만한 배짱이 있을줄이야? 나중에는 그 이유가 밝혀졌다.

맥퍼슨과 로비팀의 배후에는 상당한 세력이 있었다. 다만 실체가 정확하게 밝혀진것은 아니다.

많은 것이 비밀에 쌓여있었고 조사를 해 들어가다가 하나둘씩 막혓다.

하지만 지금은 맥퍼슨과 로비팀의 배후에대한 것보다 다른데 집중해야했다. 때문에 로비츠는 미네르바의 로비스트와 조직을 총동원 하였다.

정규멤버만이 아니라 비정규 멤버들까지 풀가동 시켰고 일주일동안 밤낮으로 뛰었다.

그결과.

“현재까지의 판세는 어떤가?”

“처음에는 30:70 으로 우리쪽이 불리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60:40 으로 우리쪽이 유리합니다. 헥사인슐린에대해 우호적인 스탠스를 갖고있던 정치인들 중에서도 일부가 돌아섰고, 그외에 중립자적 입장에있던 정치인과 유력인사들에 대해서는 우리쪽에 협조하도록 손을 써놓은 상태입니다.”

“중립적인 위치에있는 정치인들은 아무래도 세력과 판세가 큰쪽에 붙는게 정상이니까.”

“물론입니다. 맥퍼슨이나 네오연구소와 비교할때 우리쪽은 다국적 제약회사와 카르텔이라는 엄청난 규모를 갖고 있으니 말이지요.”

회의실에 모인 팀장들이 보고했다.

미네르바 상부에있는 작전회의실에는 정규멤버들 중에서도 팀장과 부팀장급에 해당하는 인원들이 참석한 상태다.

현재까지 들어온 보고내용을볼때 그런대로 만족스럽다.

불리했던 판세를 상당부분 비슷하게 만들었고 이제는 역전된 상태까지 온것이다. 이대로 남은 시간동안 강하게 밀어부치면 자신들에게 내려왔던 임무를 달성할수 있었다.

그것은 로비전쟁을통해 헥사인슐린과 네오메디컬 연구소를 확실하게 박살내는 것이다.

“일단 상황이 안정되기는 했지만 그것때문에 상당한 출혈이 생겼습니다. 자금과 기타 조건들까지 생각하면 미네르바의 탄생이후 최악의 출혈입니다.”

“어느 정도인가?”

로비츠의 말에 팀장중 한명이 보고서를 내밀었다.

그러자 로비츠가 신속하게 검토를 하였다.

보고서를 넘기던 그의 손이 떨렸고 미간이 꿈틀거린다.

워싱턴의 로비활동에서 중요한것은 로비스트가 상대에게 최대한으로 적게주면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짜게굴면 목표대상인 유력인사나 정치인을 기분나쁘게 만들거나 적으로 돌릴수도 있었다.

따라서 적당한 수위조절이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불리한 상황을 단기간에 역전시키기 위해서 미네르바는 가진것을 모두 동원했다.

그것도 부족해서 배후에있는 제약회사의 카르텔에게 상당한 지원까지 받았다. 이런 지원들은 모두 되갚아야할 채무가 되는것이다.

“우리가 워싱턴 정치인들에게 이정도로 퍼줄수밖에 없었다니...”

“그들의 생각을 우리쪽에 유리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수없는 선택이였습니다.”

대답하던 팀장의 표정도 굳어진 상태다.

하지만 로비츠는 이정도에서 막은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가 분석한대로 헥사인슐린이 의학계의 표준과 대중화가 되어버리면 그뒤에 벌어질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니까 말이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싸게먹힌 셈이다.

“제약회사의 카르텔과 상부에서도, 이정도의 손해에 대해서는 충분히 예상했고 받아들이기로 결정한것 같다.”

“그나마 다행이군요.”

팀장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헥사인슐린과 네오메디컬 연구소를 박살낸뒤에는 맥퍼슨과 그 팀원들에게도 확실한 댓가를 보여줘야 한다.”

“당연합니다. 녀석들을 그냥 놔두면 워싱턴에서 우리 미네르바를 우습게보는 놈들이 계속 나올겁니다.”

팀장들의 눈에서는 분노가 솟구쳤다.

로비츠처럼 그들도 지옥을 맛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판세가 바뀌었다.

복수의 기회가 온것이다.

얼마후 로비츠를 중심으로 작전회의가 진행중일때.

벌컥! 급하게 문이열리며 정규멤버중에 한명이 들어왔다.

“무슨일인가? 지금 회의중인걸 모르나?”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직접 보셔야 할거 같습니다.

뛰어들어온 멤버가 리모컨을 켰다.

회의실의 정면에있는 대형 벽걸이 TV-에서는 긴급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CNN-을 필두로해서 NBC-와 ABC-방송국들까지, 미국의 메이저 방송국의 취재진들이 모두 출동한 상태다.

그리고 워싱턴에 이정도의 엄청난 시위대와 인파가 모인것은 베트남전때의 반전시위 이후에 처음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현장 취재에 나갔던 리포트가 열변을 토하였다.

“시청자 여려분! 지금 이 장면을 보십시요. 미국 정치의 중심인 워싱턴에 모여든 수많은 시위대의 모습입니다. 시위대는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며 단 하나의 목소리만을 내고 있습니다.”

로비츠의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완전히 승리를 굳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혀 다른곳에서 크게 한방 맞은 것이다.

“맥퍼슨과 로비팀의 기습은 우리들의 시선과 집중을 다른곳으로 돌리기위한 기만작전 이였습니다.”

“그렇군. 저것이 처음부터 준비하고 있던 카운터 펀치였단 말인가?”

로비츠가 이를 빠드득 갈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