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165화 (165/300)

# 165

워싱턴의 로비전쟁 (02)

“으아앙~ 주사 안맞을거야!”

10살짜리 꼬마가 울부짖었다.

그것을보며 로빈슨 박사와 간호사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로빈슨 박사는 저명한 의사중에 한명이고, 꼬마가 속해있는 가족의 주치의였다.

미국에는 가족의 건강을 담당하는 주치의 제도가 활성화 되어있는 상태다. 그중에서도 돈이있고 상류층의 집안으로 갈수록 뛰어난 의사들이 주치의를 하는경우가 많았다.

지금 울고있는 꼬마의 집안은 남부러울거 없는 상태다.

아버지인 페이튼은 펜실바니아주에서 대대로 유력집안으로 알려진 상태다. 그런 명성에 걸맞게 그의 아버지는 워싱턴 정계에서도 이름이높은 페이튼 상원의원이다.

앞길이 창창한 상원의원이지만 그에게는 한가지 고민이 있었다. 자신의 외동아들인 캠비가 10살도안된 상태에서 당뇨병에 걸린것이다.

어린아이가 당뇨병이라니?

좀 이상할 것이다.

당뇨병은 대체로 비만상태의 성인들이 걸린다.

하지만 개중에는 소수로 어릴때부터 당뇨병에 걸려 평생을 인슐린을 맞으며 살아야하는 경우도 생겼다. 현재 미국내에서 당뇨병에걸린 아동들의 숫자도 전에없이 급중하는 추세다.

“캠비. 네가 이주사를 맞지않으면 너의 목숨이 위험해. 너 저번에 봤지? 증상이 심해져서 제대로 숨도 못쉬고 했던거 말이야.”

상원의원이 아들을 달래보았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에게 주사맞는건 고통이고 공포다.

당뇨병 주사인 인슐린은 피하지방 주사다.

이것은 바늘이 피부의 깊은곳까지 찌르고 들어가야 한다. 어린애에게는 고통보다 공포가 더 크다.

“매일 한번씩 이런 난관때문에 힘들군요.”

“어쩔수 없습니다. 현재까지 개발된 당뇨병 치료제는 인슐린이 유일한 상태니까 말입니다. 물론 그것도 당뇨병을 완치시키는것이 아니라 기껏해야 증상이 악화되는걸 막는 수준에 불과할 뿐입니다.”

주치의가 대답했다.

얼마후 상원의원은 주치의와함께 어린 아들을 겨우 얼르고 달래면서 인슐린 주사를 놓았다.

그것을보며 페이튼은 마음한켠이 무거웠다.

그때 상원의원에게 보좌관이 다가왔다.

“상원의원님.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누구인가?”

“칼톤이라고 하는데, 현재 맥퍼슨과함께 로비스트 팀에서 활동중인 사람입니다.”

“맥퍼슨의 동료인가? 이전에 워싱턴의 아레나홀(Arena Hall)에서 벌어진 자선기금 모임에서 한번 본적이 있기는 했지만...”

페이튼 상원의원이 큰 관심을두지 않았다.

워싱턴에는 발에 채이는게 로비스트들이다.

다만 소문을통해 맥퍼슨이 제법 알려진 로비스트들중에 한명인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그는 맥퍼슨과 그닥 관계가 없었다. 그와 가까운 로비스트들은 다국적 제약회사의 로비스트들이다. 이들을통해 아들에대한 치료부터 시작해서 여러가지 케어도 받고 있었다.

이윽고 상원의원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무슨일로 왔다는 건가?”

“네오 메디컬의 헥사인슐린(Hexa Insulin)에대한 부분인거 같습니다.”

“그건 네오메디컬의 제퍼슨이란 놈이 만들어낸 가짜라고 하던데. 기껏해야 사람들에게 더많은 투자금을 끌어내기위한 사기극이란 말도 있고 말이지.”

상원의원의 말투가 냉랭하게 변했다.

지금 페이튼 상원의원이 네오메디컬과 헥사인슐린에대해 알고있는 정보들은 대부분 다국적 제약회사들과 로비스트들이 전해준 것이다.

“어차피 바쁘니 지금은 만날 시간이 없다고 전하게.”

“알겠습니다.”

대답을마친 보좌관이 나갈려는 찰나, 주치의인 로빈슨 박사가 말했다.

“상원의원님.”

“무슨 일인가요? 닥터!”

“네오메디컬에서 이번에 개발한 신약, 헥사인슐린에대한 소문은 저도 들었습니다. 다만 현재 의학계와 언론에서 보도하는 내용은 그 안전성이나 효과에대해 상당부분 부정적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단은 의견을 들어보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헥사인슐린의 경우에는 지금같은 피하지방 주사도 아니고 감기약처럼 알약으로 먹는 형태라고 하더군요. 솔직히 처음에는 저도 그것을 듣고 무척이나 의심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나온 임상실험이나 기타 테스트에서는 상당히 좋은 반응이더군요. 또한 한번의 섭취로 144시간, 즉 6일동안 약효가 지속된다는건 정말로 놀라운 신약이기는 합니다.”

“그게 사실입니까?”

“저도 장담할수는 없지만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는 중입니다.”

로빈슨 박사가 말하자 상원의원의 표정도 바뀌었다. 그의 시선이 조금전 주사공포에 울고있는 아들을 향했다. 매일마다 저런 끔찍한 주사를 맞아야 하는게 지금의 상황이다.

하지만 정말로 다른 방법이 있다면?

아버지로서 그것을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이윽고 페이튼 상원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닥터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일단 들어나 봅시다.”

상원의원의 허락이 떨어지자 보좌관이 서둘러 나갔다. 잠시후 칼톤이 보좌관과함께 들어왔다. 하지만 페이튼 상원의원의 표정에는 여전히 냉랭함과 의구심이 강했다.

그가 지금까지 믿고 의지했던 상대는 거대 제약회사와 로비스트들이였으니 말이다.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여기계신 로빈슨 박사께서 흥미를 보이신거 때문에 허락한거 뿐입니다.”

“알겠습니다.”

칼톤이 대답하며 시선을 로빈슨 박사에게 향했다.

박사의 고개가 살짝 끄덕여졌다.

맥퍼슨의 로비스트팀에서 부팀장을 맡고있는 칼톤이다. 따라서 그는 페이튼 상원의원에대한 공략을위해 치밀한 준비를 하였다.

그가 거대 제약회사의 입김과 로비에 강하게 노출된 상태란건 이미 파악된 상황이다.

따라서 정공법으로 도전해봐야 만나볼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때문에 칼톤은 먼저 페이튼 상원의원의 주치의인 로빈슨 박사에게 접근했고, 일정부분 설득을 해놓은 상태다. 그에따라 로빈슨 박사가 나섰고 현재의 만남이 성공한 것이다.

‘페이튼 상원의원은 워싱턴 정계에서도 의학과 의료분야의 정책결정에있어 중요한 위치에있는 사람이다. 비록 거대 제약회사의 입김과 로비에 상당히 넘어간 상태지만... 승부는 지금부터다.’

칼톤이 자신감을 나타냈다.

***

“긴급상황이다. 제기랄~”

“무슨 일인데, 그래?”

“지금 느긋하게 있을때가 아니야!”

동료를향해 호퍼가 소리쳤다.

얼마후 그는 팀장이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그리고 조금전에 전해들은 상황들을 보고했다.

잠시후 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진 상태다.

“지금 당장 팀원들을 소집해! 그리고 나는 이것을 상부에 보고하겠다.”

“알겠습니다.”

호퍼가 대답하더니 연락을 시작했다.

지금 상황이 발생한 곳은 워싱턴의 국회의사당인 캐피톨힐(Capitol Hill)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워싱턴 로비활동에서 최고의 노른자 위치를 차지한 건물과 그곳을 통째로 임대해서 사용중인 로비조직이 있었다.

정확히는 여러개의 거대 기업들이 모여서 공동으로 로비조직을 구성한 것이다.

이들의 악명과 영향은 상당했다.

미네르바(Minerva)-라고 불리는 이 로비조직은 지금까지 상당한 자금과 활동영역, 그리고 기술을통해 수많은 정치인들을 자기들 뜻대로 구워삶았다.

그것도 당연했다.

로비스트 조직인 미네르바의 배후에는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중인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동의 이익을위해 카르텔을 만들었고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상대에 대해서는 무참하게 짓밟았다.

수많은 신약들과 중소규모의 제약회사들.

심지어는 전도 유망한 의학계의 인재들까지 그들의 공격과 압박에의해 박살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지금까지 기세좋게 독주하면서 활동했던 로비스트 조직인 미네르바에 초대형 비상이 걸린것이다.

***

“어떻게 된것인지 설명을 해보게.”

“전혀 예상밖의 상황이 진행되고 말았습니다.”

“현재까지 그것을 몰랐단 말인가?”

“상대가 너무도 조용하고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설마 맥퍼슨이 이정도로 치밀하고 쾌속하게 움직일줄은 예상도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맥퍼슨의 활동과 움직임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주시하고 있던 상태가 아닌가?”

“물론입니다. 다만 우리쪽에도 이미 승패가 결정되었다고 생각해서 방심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것을 변명이라고 하는가?”

로비츠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회의실에 모인 60명의 인원들은 저마다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들은 거대 제약회사들과 카르텔이 공동으로 설립한 로비스트 조직인 미네르바의 정규멤버들이다.

워싱턴의 로비스트들 사이에서 미네르바는 두려움의 대상이면서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것도 당연했다.

워싱턴 로비스트들의 꿈이 미네르바의 정규멤버로 스카웃되는 것이다.

여기에 참석못한 비정규 멤버들의 숫자는 더 많다. 그리고 비정규 멤버만 되어도 상당한 보수와 혜택을 받았다.

이런 미네르바 조직을 지휘하고 총괄하는 인물이 로비츠였다. 그는 과거에 워싱턴 로비스트들의 전설로 불리웠다.

그처럼 뛰어난 실적과 능력을 발휘했기에 거대 제약회사들이 만든 로비스트 조직을 책임지는 자리에 오른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로비츠의 실력에도 구멍이 생겼고 결국은 오늘에까지 이른것이다.

특히 자신보다 훨씬 아래인 맥퍼슨에게 당했다는 사실때문에 그의 자존심은 완전히 구겨진 상태다.

“어느정도나 상황이 악화된 것인가?”

“먼저 의학분야와 의료산업의 정책결정에 핵심을 담당하는 페이튼 상원의원이 넘어간것이 가장 큰 손실입니다.”

“그것을 알기때문에 우리쪽에서는 그의 아들에대해 당뇨병 치료와 여러가지 부분에대해 지원을 해주고 있었지 않았나?”

“그건 사실이고 지금까지 큰 효과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맥퍼슨 로비스트팀의 부팀장인 칼톤이 페이튼 상원의원과 직접 면담을하며 결정적으로 파고든 상태입니다.”

“제길. 그러나 우리의 실수로 페이튼 상원의원을 놓쳤다해도 왜 워싱턴 정계의 나머지 유력인사들과 정치인들까지 헥사인슐린에대한 생각이 급격하게 바뀐것인가?”

로비츠의 음성은 더욱 높아졌다.

“우리들이 방심한 부분이 있는데, 워싱턴 정계의 유력 정치인들 가족중에도 당뇨병으로 치료중이거나 그 문제로 곤란에처한 인원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맥퍼슨의 로비스트팀들은 그들에게도 페이튼 상원의원에게 했던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며 접근했다는 뜻인가?”

“세부적인 방법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큰 부분은 비슷합니다. 당뇨병 환자를가진 가족들이나 지인들의 약점을 최대한으로 파고든 것입니다.”

“약점이라...”

“그렇습니다. 당뇨병은 완치가 불가능한 질병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인슐린 투여방식이나 치료는 번거로우면서 주변 가족들에게도 고통을 분담시키고 있습니다. 때문에 당뇨병에대한 획기적인 신약이 나온다면 환자를 갖고있는 가족의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도해 볼려고 할것입니다.”

“그런 가능성 때문에 언론과 의학계의 유명인사를 동원해 헥사인슐린(Hexa Insulin)의 안전성과 효능에대해 부정적인 기사를내고 여론을 만들어왔던거 아닌가?”

“그것이 지금까지는 먹혔지만 더이상 힘들어진 상태가 된것입니다. 당뇨병을가진 환자, 그리고 환자를 보유한 가족들의 요구를 단기적으로는 잠재울수 있었지만 그것이 점차로 증가하는 추세인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맥퍼슨은 헥사인슐린(Hexa Insulin)에대한 정책결정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여기 워싱턴에서부터 기습공격을 해온 것입니다.”

부하들의 보고를 들으며 로비츠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그는 거대 제약회사들과 카르텔을 대신해 미네르바의 총괄적인 책임을 담당하고 있었다.

거대 제약회사들은 네오메디컬에서 개발한 헥사인슐린을 박살내기위해 엄청난 자금을 미네르바에 지원해준 상태다. 그리고 성공이 눈앞에 다가온 상태인데 상황이 단번에 역전된 것이다.

“상부에서는 어떤 지시가 내려온 것입니까?”

“만약에 헥사인슐린이 워싱턴 정계에서 인정받고 정책결정으로 통과되면 그때에는 당뇨병의 획기적인 치료약으로 단번에 확산될것은 분명한 일이다. 그것으로 파생되는 거대 제약회사들의 손실이 얼마나 클것인지는 생각해 보았나? 지금도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매일마다 전세계의 수천만명, 아니 1억이 넘어가는 막대한 숫자의 당뇨병 환자들에게 인슐린을 공급하고 있단 말일세. 그것이 한방에 사라지고 이후에는 헥사인슐린으로 대체될수도 있는 것이네. 거대 제약회사들이 당하는 손실액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

그것에대해 누구도 반박을 못하였다.

단순히 수천억의 규모가 아니다.

수조원, 어쩌면 수십조, 수백조의 수준이 될수도 잇었다.

“이대로 끝나면 우리들은 완전히 몰락이다!”

로비츠의 입에서 절규의 외침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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