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167화 (167/300)
  • # 167

    워싱턴의 로비전쟁 (04)

    워싱턴을향해 모여드는 수많은 사람들.

    그들은 미국내의 다양한 장소에서 출발했다.

    심지어는 알라스카주와 하와이주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이 워싱턴에 모이도록 한 2개의 커다란 조직이 있었다.

    첫번째가 전미 당뇨병환자 협회다.

    National Diabetes Patients Association.

    통상적으로 줄여서 NDPA-라고 불리는 이 협회에 등록된 회원들의 숫자는 상당했다.

    협회의 시초는 수십년전이다.

    하지만 그때에는 회원들 숫자도 별로 없었다.

    그러나 미국이 세계최고의 비만국가로 올라가지 상황이 달라졌다.

    그리고 비만으로 파생된 당뇨병 문제가 점차로 증가하면서 NDPA-의 회원수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여기에는 당뇨병 증세를 앓고있는 환자들만이 아니라 가족들도 가입된 경우가 많았다.

    현재까지 NDPA-협회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을 상대로 줄기차게 요구를 해왔다.

    첫번째는 당뇨병 증세를 치료하는 인슐린(Insulin)에대한 가격을 낮출것.

    두번째는 현재까지 피하지방 주사를통해 매일마다 투약되는 인슐린에대한 개선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다국적 제약회사와 카르텔은 NDPA-의 요구를 무시했다.

    제약회사 카르텔은 지금도 인슐린의 판매를통해 매일마다 엄청난 이득을 챙기고 있었다.

    그리고 당뇨병 환자들은 자신들에게 막대한 돈을 갖다바치는 수요자들이다.

    환자들로부터 더많은 돈을 빼내기위해 다국적 제약회사와 카르텔은 인슐린의 개선연구에 더이상의 돈을 투자하지 않았다.

    이것에대해 NDPA-는 상당한 분노를 갖고 있었다.

    그러던중 네오메디컬 연구소에서 혁명적인 신약인 헥사인슐린(Hexa Insulin)이 개발되었다.

    NDPA-는 이제부터 미국내의 수많은 당뇨병 환자들이 혜택을 볼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워싱턴의 상황은 헥사인슐린이 거대 제약회사들의 로비에의해 빛조차 못본채 사라질 운명이였다.

    그리고 이것을 알게된 NDPA-는 본격적으로 나선것이다. 하지만 NDPA-가 대규모 집회와 시위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자금이 필요했다.

    집행부에서도 이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중 이들을향해 상당한 자금지원이 개시된 것이다.

    “회장님. 이번에 네오메디컬 연구소에서 개발한 헥사인슐린(Hexa Insulin)이 제약회사의 카르텔에의해 사라지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을 것입니다.”

    “물론이네.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네.”

    NDPA-의 협회장인 리베트가 각오를 다녔다.

    그의 아내는 지금 당뇨병으로 시달리는 중이다. 그리고 가족중에도 당뇨병 환자들이 있었다.

    리베트에게 이번에 전개된 워싱턴 집회는 모든것을 던진 것이다.

    “로버트강을 포함한 동료들에게 고마울 정도군요.”

    “사실이네. 그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이런것을 해낼 엄두조차 못냈을 테니까 말일세.”

    모여드는 수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협회장인 리베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뇨병 환자들중에는 재산이나 자금상태에 여유가있는 경우도 있지만, 모두가 그런건 아니다.

    회원들중에는 워싱턴 집회에 참가하고 싶지만 여건이 못되어서 올수없는 경우도 생겼다. 여기에대해 NDPA-협회는 무상으로 교통편과 버스등을 지원했다.

    그리고 집회에 참가한 인원들에대해 숙식제공과 여러가지 편의를 봐주는 것까지 했던것이다.

    이 모든것이 NDPA-의 힘만으로는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당한 자금지원을 받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목소리를 낼수있었다.

    워싱턴 집회에서 주도적인 역활을 NDPA-가 담당하고 있다면 두번째로 중요한 단체가 있었다.

    이들은 의사나 의료관계자들로 구성된 인원들이다. 그들은 국경없는 의사회(Doctors Without Borders)의 미국내 활동가들 이였다.

    이전부터 국경없는 의사회에서는 전세계의 의약계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다국적 제약회사와 카르텔에대해 비판을 해왔다.

    하지만 국경없는 의사회-가 노벨상까지 수상할 정도로 명성이 있었지만 그들의 힘은 제약회사의 카르텔에 비한다면 미약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싸울만한 기회가 생겼다.

    현재의 워싱턴 집회를통해 제약회사와 카르텔을 완전히 무너뜨릴수는 없을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한방먹이고 카르텔의 힘을 약하게 만들수는 있었던 것이다.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군요.”

    “물론이네. 이번에야말로 워싱턴에서 제약회사의 로비에 휘둘리는 정치인들을 바짝 긴장시켜줄 차례니까 말일세.”

    벤자민이 대답했다.

    그는 세계적 단체인 국경없는 의사회-의 미국내 지부장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는 조금전 NBC- 기자들과의 인터뷰를통해 다국적 제약회사와 카르텔에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그의 주장에대해 주위에있던 다른 사람들도 환호성을 터뜨렸다.

    ***

    “실장님의 말대로 워싱턴 집회가 결정타가 될거 같습니다.”

    “지금쯤 워싱턴의 로비조직인 미네르바와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당황하고 있을거 같군요.”

    “맞습니다. 그들이 처음에 이 계획을 알았다면 여러가지 수법을통해 막을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맥퍼슨이 대답했다.

    그와 로비스트 팀원들은 워싱턴의 링컨기념관 앞에서 진행중인 대규모 집회를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링컨기념관의 앞에는 넓은광장이 있었다.

    여기에는 과거에 베트남전의 반전시위, 그리고 흑인인권 운동가인 마틴루터킹 목사의 연설로도 유명했던 장소다.

    그뒤로 여기서는 역사적인 시위와 집회가 그다지 열리지 않았다. 기껏해야 모인다고해도 몇백명이 고작이였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30만명이넘는 엄청난 군중들이 운집했고 영상은 미국의 메이저급 방송사들을통해 전국으로 보도되는 중이다.

    “이번집회에서 규탄대상을 다국적 제약회사들과 카르텔에게 집중한것이 커다란 효과를 본것 같습니다.”

    “제약회사의 카르텔에 로비를받아 헥사인슐린을 말살시킬려는것이 워싱턴의 정치인들이지만, 그들과 직접적인 정면대결을 하는것은 손해일 뿐이니까 말이지요.”

    “맞습니다. 워싱턴 정치인들은 상황에따라 언제든지 우리편으로 만들고 이용해야할 존재들이지. 결코 적대세력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맥퍼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워싱턴 정가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전개된 집회의 규탄대상을 워싱턴의 정치인들에게 향하면 그들로서도 상당한 반발이 생긴다.

    그건 제약회사 카르텔을 도와주는 것이 된다.

    하지만 타겟을 제약회사 카르텔로 정했고 이것을보며 정치인들은 자신들에게 불똥이튀지 않도록 한발물러설 기회가 생긴것이다.

    “오늘이 첫날이니까 이정도 규모의 시위를 최소 1주일 이상은 지속시켜야 할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맥퍼슨씨가 담당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물론입니다. 실장님을통해 전미 당뇨병 환자협회인 NDPA-에 상당한 활동자금이 들어간 상태입니다. 그리고 국경없는 의사회-에는 직접적인 활동자금 대신 여러가지 정보들을 제공한 상황입니다. 실제로 그정도의 자금이라면 1주일이 아니라, 몇달을 여기서 대규모 집회를 유지할수 있을정도의 수준입니다.”

    “앞으로도 전미 당뇨병환자 협회는 우리에게 상당한 지원세력이 될것입니다. 지금까지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독점했던 인슐린의 공급을 빠르게 헥사인슐린으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물론 헥사인슐린은 기존의 인슐린에비해 1주일에 한번정도로 투약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량은 줄어들지만 대신에 파급력은 월등하게 클것입니다.”

    “그렇군요.”

    맥퍼슨이 동의했다.

    전미 당뇨병환자 협회에대한 자금지원이 상당부분 들어갔지만 이것은 투자다.

    거대 제약회사들이 갖고있는 당뇨병 치료제와 인슐린 시장을 내쪽으로 뺏어온다면 그것으로 얻어지는 이득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언론에대한 상황은 어떻습니까?”

    “처음에 보수적인 Fox-TV 를 포함해 다국적 제약회사의 입김이 들어간 언론사들이 우리를향해 비판적인 기사와 뉴스를 내보내기는 했지만, 그들도 이제는 상황을 판단하고 점차 중립적으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일단 판세를 보겠다는 것이군요.”

    “맞습니다. 워싱턴의 집회가 계속될수록 그들도 헥사인슐린(Hexa Insulin)이 대세가 되는걸 깨닫고는 자세를 바꿀것으로 예상됩니다.”

    맥퍼슨의 대답을 들으며 박광석 팀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들은 지금 미국 메이저 방송사들이 내보내는 뉴스를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CNN-뉴스가 첫번째로 스타트를 끊었고, 그뒤에는 NBC-와 ABC-방송등이 참가했다. 그외에도 이번의 집회에는 미국에서 유명한 언론사들이 모두 집결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영국의 BBC-방송국과 유럽의 대형 방송국과 언론사들까지 엄청난 취재열기가 진행중이다.

    나의 계획대로 헥사인슐린(Hexa Insulin)에대한 이슈가 미국을 포함해서 전세계를 강타한 것이다.

    ***

    “진네만 상원의원님. 이정도로 물러서시면 우리쪽에서는 곤란합니다. 한번더 생각해 주십시요.”

    “로비츠. 당신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소. 하지만 상황은 걷잡을수없이 커지고 말았습니다. 당신도 뉴스를통해 보셨지 않습니까? 아니, 지금 당장 링컨기념관에만 가도 수십만명의 시위대가 집결해있소. 그리고 다국적 제약회사와 카르텔을향해 엄청난 규탄성명을 발표중에 있습니다.”

    “그건 이미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워싱턴 집회는 기껏해야 하루나 이틀이면 끝날것 입니다. 단지 1회성의 화제만 집중한뒤에는 조직력이 없기에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더 많습니다.”

    “처음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소. 하지만 벌써 며칠째 입니까? 로비츠 당신을믿고 시위대에대해 잘못된 논평을 냈다가 언론과 네티즌들에게 엄청난 반격을 당하고 말았소.”

    진네만 상원의원의 표정이 구겨졌다.

    그는 이번에 진행될 헥사인슐린의 정책결정에서 페이튼 상원의원과함께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로비츠는 페이튼 상원의원이 맥퍼슨의 로비팀에게 넘어간뒤에 남은 진네만 상원의원을 반드시 잡아야 겠다는 결심이였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않았다.

    워싱턴의 대규모 집회가 전개되자 미네르바는 엄청난 타격을 당했고 로비츠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결정적인건 대규모 시위가 벌써 1주일 가까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시위대 규모도 점점 커졌다.

    첫날에 30만명이 모였고 지금은 더 증가해서 50만명으로 늘었다. 워싱턴의 역사에서 유래없는 현상이였다.

    “아무튼 이번사건에서 워싱턴의 정치인들은 한발 물러날수밖에 없소. 잘못 행동했다가는 이후의 정치생명과 커리어, 그리고 모든것이 바닥으로 떨어질수밖에 없으니 말이요.”

    “그건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사건의 결정적인 원인은 당신과 미네르바의 배후에있는 다국적 제약회사와 카르텔에게 있소. 어떻게해서 이제 갓 활동을 시작한 네오메디컬 연구소에서 개발한 헥사인슐린(Hexa Insulin)같은 신약을 먼저 개발하지 못한 것이요? 또는 그에 대응하는 신약기술이나 약점을 갖고 있었어야 하는거 아니요? 그래야 우리쪽에서도 반격할 수단이 있는것이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것도 없잖소?”

    진네만 상원의원의 대답은 핵심을 꿰뚫고 있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로비츠도 속이 부글거렸다.

    헥사인슐린을 상대로 제대로 반격할 수단이 없는것이다.

    “만약에 제약회사 카르텔이 인슐린의 개선과 강화에대해 연구를하고 투자했다면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또한 이제까지 인슐린의 판매를통해 상당한 이득을 취해온것도 사실이지 않소? 뭣보다 지금 미국내에서 당뇨병에대한 문제는 뜨거운 감자란 말이요. 잘못 건드리면 폭발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요.”

    “......”

    상원의원의 말을들으며 로비츠는 제대로 반박을 못했다. 미네르바에 지원해주는 제약회사의 카르텔에서는 아직도 반전의 기회가 있을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요구와는 다르게 이미 대세는 기울어진 상태였다.

    얼마후, 진네만 상원의원이 보좌관과함께 자리를 떠났다. 여기로 수많은 상원의원과 하원의원들이 다녀갔고 그들도 이번사건과 헥사인슐린에대한 문제에서 발을 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나마 미네르바 사무실로 와서 의사를 밝힌것은 다행이다.

    어떤 경우에는 보좌관을시켜 간접적으로 전달하거나, 아예 연락을 기피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그만큼 몸을 사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거야말로 완패를 당해버렸군.”

    “이대로 그냥 끝나는 것입니까?”

    “지금에와서 헥사인슐린을 없애버릴려고 해봤자 소용없는 짓이네. 다국적 제약회사와 카르텔의 요구사항이 중요한것도 사실이지만 우리쪽도 살아야하지 않겠나?”

    “그건 당연합니다.”

    팀장중에 한명이 대답했다.

    미네르바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워싱턴에서 로비활동을 해야한다.

    그런데, 이번사건을통해 정치인들을 너무 압박하면 그들을 적으로 만들수 있었다.

    적당한 타협은 필요했고 로비스트의 기본이다.

    그리고 지금쯤은 다국적 제약회사와 카르텔도 느끼고 있을것이다. 이미 판세는 헥사인슐린에게 넘어간 상태란걸 말이다.

    이윽고 로비츠가 전화기를 들었다.

    다국적 제약회사와 카르텔의 상부와 직통으로 연결되는 전화다. 이 전화기는 미네르바에서 오로지 로비츠만이 사용할수 있었다.

    전화를하던 로비츠의 표정이 구겨졌다.

    하지만 어쩔수 없었다.

    이번에는 패배했지만 앞으로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맥퍼슨, 다음번에는 확실하게 밟아주고 말겠다!’

    로비츠가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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