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82화 (82/300)

# 82

일본정부에게 로열티(Royalty) 받기

“이 정도면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성과로군요.”

“과찬이십니다. 현재 일본내의 민심과 여론을 적절히 이용한 것뿐입니다.”

박광석이 대답했다.

겸손한 표정이지만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지금 보고 있는 건 일본의 대형 일간지중에 하나인 아사히신문의 내용이다.

그곳에는 상당한 지면을 편성해서 미국의 야스오 박사팀이 준비 중인 면진설계와 테스트에 대한 기사를 써놓았다.

그리고 기사에는 일본정부의 관계자가 본다면 얼굴이 달아오를 만한 내용도 있었다.

<일본정부는 야스오 박사를 버렸다. 일본정부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일본국민들이 입게 될 피해는 얼마나 클것인가?>

신문기사의 내용은 일본정부를 비판하고 있었다.

그것도 당연했다.

취재를 통해 그들은 야스오 박사팀이 일본정부를 향해 면진설계에 대한 연구와 지원을 요청했지만 비참하게 거절당했다는 사실.

이런 야스오 박사팀을 구원한 것이 바로 LA의 <한성개발>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일본내의 소수 여론중에는 일본에 있던 야스오 박사팀이 미국내에 있는 기업에 편입되어 면진설계의 테스트를 한다는 사실에 비난하는 세력도 있었다.

그들의 논리는 일본인이면서 일본을 배신했다는 것. 하지만 아사히신문의 기사가 나간 뒤에는 그런 비난은 완전히 묻혀버렸다.

일본정부로부터 버림받았고 더 이상 연구를 할 수 없어서 <한성개발>로 간 것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실장님의 전략은 이번 기회에 면진설계의 테스트와 이슈를 통해 일본 증권시장에서 작전을 하는 것외에 또 다른 목적도 있는 거 같군요.”

“물론입니다. 야스오 박사팀이 연구한 면진설계의 공학은 엄청난 것입니다. 특히 일본에게는 그 여파가 더 클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실장님은 야스오 박사팀의 면진설계 기술을 어떻게 이용하실 생각이십니까?”

“첫 번째로 <한성개발>이 면진설계에 대한 기술과 독점권을 갖고 있기에 한성개발의 여러 프로젝트와 건설사업을 위해 사용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럼 두 번째도 있군요.”

“맞습니다. 면진설계의 공학기술과 특허권을 대상으로 일본정부와 협상을 벌일 수도 있습니다.”

“협상이라면 기술대여의 로열티를 통해 사용료를받고 일본정부에 제공한다는 뜻이군요.”

“그렇습니다. 일본에서 앞으로 신축건물을 아예 건설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지금도 일본내에서는 곳곳에서 고층건물의 건설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일본내의 건설회사들은 자국에서 개발된 내진설계를 바탕으로 고층건물의 공사를 했습니다. 그러나 야스오 박사팀의 면진설계가 실용성을 증명한다면 면진설계라는 새로운 공법을 도입해야 될 겁니다.”

“실장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면진설계라는 것이 진짜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군요.”

“황금알보다 더 귀중한 다이아몬드를 낳는 수준이지요.”

박광석을 향해 웃으며 대답했다.

조금 전 내가 박광석에게 설명한 대로 전세계의 다른 국가나 정부는 몰라도 일본은 면진설계와 관련공학을 결코 외면할 수 없다.

하지만 일본정부로서도 쉽게 결정하지는 못할 것이 분명했다.

나또한 아무리 로열티를 받는다해도 면진설계의 공학기술을 싸게 제공해줄 생각은 없으니 말이다.

어차피 칼자루는 내 쪽에서 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 일본정부가 버팅기다가 국민적인 여론에 떠밀려 어쩔 수없이 협상장으로 나온다면 내 쪽에서 더 많은 가격을 부를 수 있었다.

그리고 일본을 상대로한 협상이 성공하면 그 뒤에는 다른 국가나 전세계의 대형 건설사들을 상대로 로열티를받고 기술제공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면진설계의 성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이다.

“이후에 미국으로 건너가 <한성개발>의 오해성 사장을 만나고 그 뒤에는 네바다 아론빌에서 면진설계의 테스트를 준비 중인 야스오 박사팀도 볼 계획입니다. 오해성 사장의 보고내용에 따르면 테스트를 위한 30층짜리 건물공사는 거의 완료되었고 본격적인 테스트를 위한 마지막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더군요.”

“생각보다 빠르군요.”

“네바다 아론빌에 건설중인 30층 건물은 테스트용의 것이기에 최대한 심플하게 건설한 거 같더군요. 대신에 야스오 박사팀이 개발한 면진설계의 공학기술을 최대한으로 적용한 상태입니다.”

“정말로 세계적인 사건이 될 거 같습니다.”

박광석이 대답하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옆에 있는 박광석의 팀원들 두 명은 혀가 밖에까지 나올정도로 헉헉대는 중이다.

얼마 후 두 명이 처량한 목소리로 애걸했다.

“실장님과 선배님은 저희들을 죽이려고 작정하셨습니까? 이렇게 뜨거운 불가마 안에서 30분 이상이나 업무토론을 하시다니?”

“진짜로 괴물이야.”

두 명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들말대로 나와 박광석은 후끈거리는 불가마 안에서 30분 이상이나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새벽시간대라 우리외에 불가마 안으로 들어온 사람도 없었기에 문제는 없었다.

다만 옆에서 지켜보던 박광석의 후배들 두 명이 반쯤 죽을 거 같은 표정이었지만.

“실장님. 슬슬 나갈까요?”

“그러죠. 너무 오래 있으면 저기 두 명이 탈진할지도 모르니까.”

“으아! 드디어 살았다.”

불가마 밖으로 나오자 두 명이 숨을 헐떡거린다.

그런데 박광석도 제법 대단하다.

나의 경우에는 육체에 있는 나노봇의 능력을 통해 뜨거운 불가마 안에서 1시간이상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보통사람에게는 결코 쉬운 게 아니다.

그리고 박광석은 나와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버틴것이다.

끈기와 정신력만은 대단했다.

“일본온천도 좋지만 찜질방은 한국이 최고입니다.”

“맞아. 그리고 한국은 24시간 오픈이잖아. 그래서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고.”

불가마에서 받은 열기를 식히며 박광석의 후배들이 탄성을 토해내고 있었다.

우리들이 있는 드래곤스파(Dragon Spa)는 시설면에서는 최고였다.

그럼에도 가격은 저렴하다.

특급호텔 내부의 스파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박광석의 요청으로 여기에 온 것이다.

탕속에 들어가 느긋하게 피로를 풀고 있을 때 후배들이 박광석을 향해 말했다.

“선배님. 저번에 우리가 일본의 온천마을인 하코네에서 생각해낸거 실장님에게 말해봐도 좋을 거 같은데요.”

“하긴 적당한 기회로군.”

후배들의 말에 박광석이 대답했다.

“여러분들이 일본에서 지내면서 생각해낸 거라도 있는 거 같군요.”

“그렇습니다.”

이윽고 박광석이 나를 향해 설명을 시작했는데 제법 아이디어가 괜찮았다.

“일본에서 레져와 리조트 사업을 시작해 보자는 뜻이군요.”

“처음부터 거창하게 시도하는 것보다는 목표지역을 선정한 뒤에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것이 좋을 거 같습니다.”

“어떤 컨셉을 생각하고 계신 겁니까? 그리고 장소는?”

“도쿄에 있는동안 여기 있는 후배들하고 잠시 대마도를 다녀왔습니다. 하루정도 날을 잡아서 낚시도하고 사전답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살펴보니 과거와는 다르게 상당히 많은 숫자의 한국인 관광객들이 대마도를 방문하고 있더군요. 주로 젊은층보다는 중장년층이 많은 것도 특이했습니다.”

박광석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요즘 들어 대마도는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관광지중에 한곳으로 떠올랐다. 항구도시인 부산에서 가깝고 자연경관도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대마도가 최근에 떠오르는 인기 방문지다보니 이제까지 제대로 된 관광시설이 없었다. 즉 선점효과를 노리기에 적당한 장소다.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연령층이 좀 높다보니 그런 수요에 맞는 레져시설과 리조트를 짓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한국의 중장년층은 일본문화 중에서 온천에 대해 관심도 많습니다. 따라서 대마도를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그런 온천시설을 즐길수 있는 장소도 제공한다면 더 큰 수익이 나올것으로 기대됩니다.”

“확실히 사업분야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지금부터 레져와 리조트 산업에 투자를 하는 것도 좋을 거 같군요. 또한 우리 쪽에는 이미 종합건설사를 목표로 성장중인 <한성개발>도 있으니 레저 및 휴양시설의 건설에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한 상황이고 말이지요.”

“맞습니다.”

박광석이 대답했다.

그의 제안은 충분히 검토해 볼만한 사안이었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레져 및 휴양산업의 규모는 증가하는 추세다. 따라서 이부분에 대한 투자와 탐색을 미리 해두는 것도 필요한 일이었다.

***

부아앙! 랜드로버 메탈리카의 엔진이 굉음을 내며 나아갔다.

최신형의 현가장치와 완충장치.

그리고 튼튼한 차체임에도 불구하고 자갈과 항무지로 뒤덮인 네바다 사막을 통과하는 여정은 독특한 경험이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한국에서 살아온 나에게 미국이란 나라의 크기와 광대함은 새로운 느낌이다.

한국의 곡창지대인 전라도의 호남평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평원과 영농지역이 있는가하면 미국의 서부를 종으로 가로지르는 로키산맥도 존재한다.

그것만이 아니다.

지금 랜드로버 메탈리카를 운전하며 통과중인 네바다 사막의 이국적인 풍경도 미국에 있는 다양한 자연환경들 중에 하나다.

하지만 네바다 사막은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같은 풍경은 아니다.

사하라 사막은 끝없은 모래언덕이 방대한 지역을 형성하는 곳이지만 네바다 사막은 버려진 황무지라는 느낌이다.

그래서 사막의 모래언덕 대신에 흙먼지를 일으키는 황량한 벌판과 협곡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내가 운전하는 랜드로버 메탈리카는 독일의 호이트펜(Hoitfen)사를 통해 방탄차량으로 개조한 것외에 본래는 파리-다카르 랠리같은 거친환경에서 주행하도록 만들어진 차량이다.

그래서 이번에 오프로드용으로 설계되고 개발된 랜드로버 메탈리카의 주행성능과 견고함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었다.

다만 조수석에 있는 송재동은 덜컹거리는 진동때문에 끝없이 불평을 토해내고 있었지만 말이다.

“실장님. 지도에서 보니까 야스오 박사팀이 있는 아론빌은 LA 근처에 있는 연구소에서 얼마 되지 않는 거 같더니 설마 이렇게나 많이 가야 할 줄은 몰랐군요.”

“그 얼마 되지 않는 거리가 560km이니까 말이지요.”

“가만 560km 정도면 서울에서 부산 거리보다 더 먼 것인데. 휘유~”

송재동이 고개를 내젓는다.

미국에서 가깝다고 하는 거리가 이처럼 5-600km 수준이다.

이것만으로 미국의 국토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서부에서 동부의 도시로 이동할 때에는 항공편을 이용한다. 그럼에도 서부의 중심인 LA에서 동부의 뉴욕까지 4시간이 걸릴정도의 수준이다.

한참을 더 달린후에 눈앞으로 아론빌이 보였다.

다만 저곳은 특별히 마을이 있는 장소는 아니다.

대신에 지금은 야스오 박사팀을 포함해 면진설계의 테스트를 위한 작업원들과 숙소들이 군데군데 건설된 상태다.

“어서 오십시요. 실장님.”

차를 주차시키고 내리자 야스오 박사와 <한성개발>의 오해성이 마중을 나왔다. 오해성은 LA에 있는 <한성개발>의 업무를 맡으면서도 틈틈이 아론빌로 찾아와서 야스오 박사팀에 대한 지원도 담당하고 있었다.

“먼저 테스트의 준비과정을 보고 싶군요.”

“저를 따라오십시요.”

야스오 박사가 대답하며 앞장섰다.

아론빌과 테스트 장소는 네바다 사막에서도 깊숙한곳에 있었다.

그럴 것이 면진설계의 공개 테스트를 위해서는 인공지진을 일으켜야 했다. 야스오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인공지진을 일으키는 강도와 규모는 철저하게 계산된 상태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살고 있는 도시나 마을에서 최대한 떨어져 있는 것이 안전했다.

현재 우리들이 도착한 아론빌은 주변으로 2~300km 이내에는 어떤 민가나 마을도 없는 상태다.

때문에 예측못한 돌발상황이 발생해도 인명피해를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었다.

얼마 후 야스오 박사의 안내를 받으며 한참을 더 갔고 눈앞으로 30층이상의 건물이 보였다.

이번의 면진설계의 테스트를 위해 제작된 건물이다.

그리고 저 건물을 건설하는 데도 상당한 자금이 투입되었지만 면진설계의 성공을 통해 얻어지는 이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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