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83화 (83/300)

# 83

인공지진을 만들다

“단기간에 이 정도로 완성하다니 대단하군요.”

“과찬입니다. 저보다는 건물공사를 위해 동원된 기술자들과 인부들이 더 많은 고생을 하였지요.”

야스오 박사가 겸손을 표시했다.

면진설계의 테스트를 위해 완공된 것이기 때문에 통상적인 건물에 비해 많은 것들을 제외할 수 있었다.

저 건물의 핵심은 테스트에서 만들어낸 강력한 인공지진을 견디는 것이 목적이다.

그 때문에 건물내부에 들어가는 전기나 수도, 그리고 내장 인테리어등도 제외했다.

대신에 저 건물의 공사에는 야스오 박사가 개발해낸 면진설계의 다양한 공학기술이 적용되었다.

공사부터 시작해 빌딩의 구조와 프레임을 설계하는 과정. 그리고 인공지진을 통해 가해질 충격과 진동을 견디는 것에 중점을 둔 것이다.

“그런데 테스트를 위해 인공지진을 만들어내는 부분은 어떤 식으로 진행합니까?”

“과거에 인공지진을 대규모로 만들어내는 방법 중에는 지하 깊숙한곳에 핵폭탄을 설치하고 그것을 원격으로 폭파시키는 방식이 쓰였습니다.”

“핵무기라....”

박사의 말에 우리들은 침음성을 삼켰다.

하지만 이전에 미국과 러시아등이 냉전시대를 보낼 때에는 핵폭탄을 이용해서 인공지진으로 적국의 도시를 파괴시킨다는 프로젝트도 있었다.

이것은 공개적으로 핵무기를 쓰는 것이 아닌 비밀공작과 테러를 위한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는 미국의 중심인 뉴욕을 노렸고 미국의 국방성에서도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를 노린 비밀 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을 제대로 실행시키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난점부터 시작해서 문제가 많았다.

이후에 냉전시대가 끝나면서 이런 식의 비밀 프로젝트는 폐기되었다.

그럼에도 그 때의 노하우와 기술은 남았고 이후에는 지하핵실험을 감지하거나 규모를 파악하는 기술로 사용되는 추세다.

우리들의 반응에 대해 야스오 박사가 웃었다.

나도 박사가 인공지진을 만들기 위해 핵무기나 또는 그와 비슷한 무기와 장비를 사용할 가능성이 없다는 건 알고 있다.

그리고 이런 무기나 장비들은 야스오 박사가 원한다고 해서 구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니까 말이다.

“과거에는 인공지진을 만들어내는 기술과 개념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런 식의 무식한 방법을 동원하는 계획도 있었지만, 현재는 완전히 다릅니다. 다만 지금도 일본에 있는 내진연구소나 지진연구소에서는 소형의 미니어쳐 모형을 만들어놓고 기계적인 진동을줘서 지진상태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서 실험하는 과정은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한다 해도 면진설계에 필요한 강력한 진동이나 인공지진을 만들어 내는 건 불가능 합니다.”

“그렇다면 일본에 있는 지진연구소등에서 소형장치로 만들어내는 수준은 어느 정도 입니까?”

“일단 크기도 작을 뿐더러 기계적인 작동수준에 불과하다보니 진동파도 많아 봐야 진도 7.0~7.5 수준이 최고일 정도입니다. 물론 그 정도만으로도 현재까지 일본에서 일어났던 지진과 이후에 발생가능한 지진에 대한 범위는 어느 정도 포함되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너무나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미니어쳐 실험은 아무리 잘한다 해도 실질적인 대규모 실험과는 비교가 안되는 것입니다.”

야스오 박사가 대답하며 정면의 실험용 건물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대로 좁은 국토를가진 일본에서의 지진실험은 한계가 많았다.

일본이 지진 다발지역이라 해도 미국의 네바다 사막처럼 넓고 광대한 장소는 없었다.

하지만 여기라면 박사가 원하는 대규모 실험이 가능했지만 일본에서는 처음부터 힘들었다. 이것에 대해 야스오 박사는 불만이 많았는데 미국으로 오면서 그 부분이 해결된 것이다.

“이번실험에서 사용할 인공지진에 대해서는 일본에서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리고 저 건물이 세워진 지하에는 제가 미국에 와서 개발한 공명진동파 발생기를 설치했습니다. 물론 건물이 있는 장소에서 몇백미터 떨어진 지하이고 그 장치를 위한 동력과 배전시설까지 완료를 했습니다.”

박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면진설계의 테스트를 위해 실험용의 대형건물을 짓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만큼 까다로운것이 인공지진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 야스오 박사는 수년 전부터 연구를 했고 돌파구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것이 바로 공명진동파 발생기였다.

공명이란 것은 음파나 진동에서 여러 개의 주파수와 진동들이 합쳐지면서 몇십 배, 몇백배 이상의 강력한 진동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고 한개의 거대한 진동파로 만들어 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박사의 연구를 통해 실현된 것이다.

“이번에 실험을 위해 설정된 인공지진의 강도는 9.5입니다. 그리고 범위는 대략 2km 이내로 설정을 해놓았습니다. 이것은 현재 개발된 공명진동파 발생기로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출력입니다.”

“인류역사를 통해 단 한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최대의 강도와 수준이군요.”

야스오 박사를 향해 대답했다.

그의 얼굴에서는 자부심과 결의를 느낄수 있었다.

진도 9.5의 수준이라면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지진재해와 시나리오를 설정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수준의 엄청난 충격에서 저 건물이 버티고 아무런 피해가 없다면 면진설계는 완벽하게 실용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저로서는 3일뒤에 벌어질 역사적인 순간이 기대되는군요.”

“모든 것이 실장님과 <한성개발>의 덕분입니다.”

야스오 박사가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얼마 후 우리에게 설명을 마친 박사는 팀원들이 있는 장소로 돌아갔다.

지금부터 3일후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

그리고 옆에서 동행한 김태천에게 말했다.

“현재까지의 보안상태는 어떻습니까?”

“여기 아론빌에 투입된 기술자들과 작업인부들. 그리고 기타 인원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체크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후에는 여러 곳의 언론사와 방송국에서 취재진들이 오겠지만 그들에 대해서도 신분확인과 점검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모든 것이 김태천 씨의 덕분입니다.”

야스오 박사팀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이 신기술의 혁명이될 면진설계의 테스트가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다른 곳에서는 면진설계의 테스트가 성공하는 걸 두려워하는 적들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여기 아론빌로 김태천을 파견해서 보안에도 신경을 쓴것이다.

다만 아론빌이 황량한 네바다 사막의 깊숙한 곳에 위치했기에 이점은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것도 쉽지 않고 만약에 침입자들이 있다 해도 사전에 발각될 가능성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장님. 제가 보기에는 이번의 테스트보다, 공개 테스트가 성공한 뒤의 상황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군요.”

“김태천 씨의 말대로입니다. 일본에서도 정부 관계자들이나 일본내의 지진협회나 기관들도 대부분 야스오 박사팀의 공개실험이 실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더군요”

“역시 그들에게 야스오 박사는 자신들의 권위와 지위를 위협할 인물로 보고 있군요. 그러나 박사팀의 실험이 성공한 뒤에 교만한 그들이 어떤표정을 하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김태천이 냉소를 지었다.

***

야스오 박사팀의 공개 테스트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아론빌로 모여드는 언론사와 방송국 취재진들의 숫자는 증가했다.

대부분이 자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방송차량들을 타고왔다.

그것만이 아니다

푸타타탓! 공중에서는 익숙한 소음이 흘러나왔다.

아론빌 상공으로 2~3대의 취재 헬리콥터들이 날아가고 있었다.

미국에서 3대 메이저 방송국에 속하는 CNN, NBC, ABC-등에서 파견된 취재용 헬기들이다. 그리고 헬기에 탑승한 카메라맨들이 계속해서 촬영을 진행 중에 있었다.

미국의 언론사들과 방송국에 대해서는 미리 사전포석과 떡밥을 뿌려놓은 상태다.

그에 따라 테스트날이 다가올 수록 각 방송국에서는 전문 패널들이나 게스트들이 참가한 특집 프로그램들도 나갔을 정도다.

미국인들에게 지진은 일본만큼 와닿는 부분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미국 서부에서 벌어진 대규모 지진피해의 사건들도 있었기 때문에 관심도는 상당히 높은 상태였다.

“일본쪽에서는 일부러 무시하는 척하며 그래도 언론사들이 왔군요.”

오해성이 테스트 장소의 주변에 보이는 일본방송국 NHK의 취재차량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번에 진행되는 야스오 박사팀의 테스트에 대해 일본정부나 그곳의 반응은 최대한으로 냉정함을 유지하려는 모습이 많았다.

지진과 내진공학에 있어 선두라고 자부하던 일본이다. 그런데 일본이 지금까지 한번도 시도해보지 못했던 역사적인 실험이 미국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일본지진협회>나 일본내의 학자들은 방송과 언론을 통해 야스오 박사를 비난하는 태도를 취하였다.

또한 몇몇 학자들은 야스오 박사는 학계의 주류에도 편입되지 못한 3류에 불과하거나 사기꾼이라는 망언까지 해댔다.

이런 일본내 학자들의 반응에 대해 야스오 박사는 분노하지 않았다.

실험을 성공시켜 그들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게 자신의 소명이라고 결심한 것이다.

나로서는 박사와 팀들이 일본학계의 저런 반응에도 흔들리지 않고 냉정함을 유지한 것에 고마움을 느꼈다.

이전부터 확신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정신력과 의지는 강했던 것이다.

이후에 역사적인 실험이 성공하면 일본 학자들 중에 누구도 야스오 박사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최종적인 승자는 야스오 박사쪽이다.

일본학계가 야스오 박사와 팀들을 적대하고 비난했지만 일본대중의 여론은 다르게 흘러갔다.

박광석의 작전을 통해 일본내 <아사히 신문>이 기사를 내었다. 그 기사에는 야스오 박사가 일본정부에게 당했던 차별과 모멸, 그간의 사건들이 나열된 상태다.

이 사실들이 일본대중에게 알려지면서 여론은 일본정부와 일본학계를 비판하는 쪽으로 변한 것이다.

그리고 일본내 여론의 반응에 따라 지금은 NHK를 비롯해서 일본내의 유명 방송국과 언론사들도 앞다투어 여기로 취재진을 파견한 상태였다.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CNN 뉴스의 빌모건입니다. 지금 우리들은 취재헬기를 탑승하고 아론빌의 상공을 선회하고 있습니다. 여기 아론빌에서는 잠시 후에 전세계를 뒤흔들 역사적인 실험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에게 이슈가 된 것처럼 일본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야스오 박사와 팀원들이 면진설계라는 신개념의 내진공학 기술을 실험할 예정입니다. 야스오 박사팀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실험이 성공할경우 면진설계로 건설되는 수많은 건축물과 빌딩들은 진도 9.0~9.5의 메가톤급 강진에서도 건물이 파괴되지 않고 견딜수 있다고 합니다. 현재 야스오 박사팀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고 있는 스폰서는 LA에 본사를둔 <한성개발>이라는 종합건설사로 이번실험과 면진설계의 연구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상태라고 합니다.]

리포터의 멘트가 끝난 뒤에 카메라는 공중에서 촬영된 아론빌과 주변의 실험장을 보여주었다. 그중에서도 두드러진건 벌판 한가운데 세워진 30층 이상의 건물이다.

소규모의 미니어쳐 수준이 아니라 수십층의 건물이 실제로 동원된 상태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느끼는 스케일의 장대함은 상당했다.

그리고 실험용 건물에서 떨어진 장소에는 다양한 시설들이 있었다. 또한 이번실험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모여든 구경꾼들의 숫자도 꽤 많았다.

“이거야말로 과거 1970년대 NASA(미항공 우주국)에서 실시했던 달착륙 우주선인 아폴로 발사때와 비슷한 분위기군요. 그리고 NASA가 했던 최초의 우주왕복선인 콜럼비아호의 발사때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킨건 사실입니다.”

오해성의 표정이 상기되어 있었다.

우리들은 야스오 박사팀의 실험준비를 확인하며 잠시 TV를 확인했다. 그리고 조금 전 CNN-뉴스를 통해 나온 영상들이 그런 분위기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태블릿PC를 통해 인터넷으로 일본 NHK에서 실시간으로 보내는 방송도 확인했다.

예상대로 여기에 파견된 NHK-뉴스 취재진과 리포터들이 오늘 테스트에 대해 특집방송으로 진행 중에 있었다.

이 정도면 모든 것이 계획대로다.

남은 것은 야스오 박사의 실력에 달렸다.

나와 합체한 AI인 하시의 분석과 평가에 따르면 야스오 박사의 실험이 성공할 확률은 95% 이상으로 높았다. 따라서 오늘의 테스트는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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