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64화 (64/300)

# 64

적을 제거하는 방법 (04)

끼익- 차량들이 하나둘씩 멈추었다.

방탄차량인 랜드로버 메탈리카를 세운 뒤에 시간을 확인했다.

현재시간은 새벽 2시 30분정도.

김태천이 말한 작전시간은 새벽 3시다.

리틀도쿄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옵티컬 재머(Optical Jammer)를 사용했다.

목적지인 덴시(Densi)빌딩근처로 도착할 때까지 몇군데의 교통카메라들을 지나쳐 왔다.

그러나 옵티컬 재머의 덕분으로 우리들의 차량이나 영상은 하나도 찍히지 않았다.

목표인 덴시빌딩과 그 안에 있는 요시다 패거리를 향해 기습할 때에는 전원이 택티컬기어(Tactical Gear)와 검은색의 마스크 등으로 노출을 최대한으로 줄인다.

얼마 후 무전기에서 김태천의 음성이 나왔다.

“프리먼. 자네가 덴시빌딩의 적들을 상대로 스나이핑 지원을 해줘야겠는데.”

“그 정도는 문제없지.”

프리먼이 대답하더니 이동을 개시했다.

이번 작전에서 실질적인 공격을 담당하는 건 쩐흥티오와 선발된 20명의 베트남 조직원들이다.

전원이 우리에게 지원받은 SWAT 식의 택티컬기어로 무장하였고 그에 따른 전술훈련까지도 받았다.

공격의 선두를 담당하는 건 김태천과 쩐흥티오다.

두 사람은 일명 포인트맨(Point Man)이라는 방식으로 선두에서 길을 개척한다.

그리고 나머지 20명의 베트남 조직원들이 각각 2개조로 나뉘어서 10명씩 뒤에 따라 붙는다.

이것이 보통 SWAT 팀이 건물내의 적들을 습격할 때에 사용하는 전술방식중에 하나다.

또한 선두에서 포인트맨(Point Man)의 역할을 할 두 사람은 방탄방패를 휴대했는데 이것은 만약의 사태에서 적들이 발사하는 총탄을 막아준다.

크기가 1미터정도쯤 되고 위쪽에는 전방을 볼 수 있는 감시창이 있었다.

그리고 위급상황때는 방탄방패뒤에 몸을 숙이는 것만으로도 총격에서 몸을 피할 수 있었다.

야쿠자 조직에서 잔뼈가굵은 요시다가 갱단과의 전투에는 익숙할지 모르지만 지금 김태천과 프리먼이 계획한 전투방식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다.

무전내용을 확인하며 테블릿-PC를 켰다.

전술카메라 부분을 클릭했고 그러자 2개의 화면이 나온다.

이것은 각각 프리먼과 김태천의 택티컬기어에 장착된 소형 캠코더를 통해 보이는 영상들이다.

미국에는 델타포스부터 시작해서 네이비씰, 데브그루(DEVGRU) 등까지 다양한 특수부대들이 존재한다.

이런 부대들에서 전투를 직접 담당하는 전투원들의 헬맷과 장비에는 소형 캠코더가 장착되어 있었다.

그리고 후방에 있는 지휘관은 현장요원들의 영상들을 통해 작전상황을 확인하는 것이다.

오늘밤에 진행될 습격작전에서 내가 직접 뛰어드는 건 아니다.

요시다 패거리에 대한 습격의 주역은 쩐흥티오와 베트남 조직이고 우리는 그들을 안내하고 지원하는 역할이다.

그리고 나로서는 전체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후방에서 전송되는 영상을 통해 지켜보는 것이다.

1번 캠코더 카메라는 프리먼의 것이고 2번 캠코더 카메라는 김태천의 것이다.

카메라에 영상이 나오며 프리먼이 덴시빌딩의 반대편에 있는 건물로 진입하는 게 보였다.

미리 파악해둔 루트를 따라 옥상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위치를 잡았다.

프리먼이 스나이핑을 위해 준비한 저격총은 PSG-1으로 독일의 총기회사인 H&K 사에서 개발한 야심작이다.

7.62mm 나토탄을 사용하는 반자동 저격소총으로 가격은 상당히 비싸다.

기본적인 출고가격이 1정당 12,000달러에 이르고 블랙마켓 거래자인 세바스찬을 통해 구입할 때에는 3배의 가격을 주어야했다.

그래서 총 3정을 구입하면서 1정당 36,000달러, 모두 108,000달러.

그리고 탄약을 비롯해서 부가장비까지해서 150,000달러정도가 들어갔지만 결코 아까운것이 아니다.

뭣보다 PSG-1 같이 뛰어난 저격소총을 블랙마켓에서 구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은게 아니다.

1번카메라를 통해 프리먼이 스나이핑을 위해 준비를 마친 것이 확인되었다.

2번카메라로 김태천과 베트남 조직원들의 상황이 보였다.

처음에 지시한 대로 그들은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고 자신들이 네바다 사막에서 훈련하던 총기들로 무장을 마쳤다.

“지금부터 복수의 시간이다!”

쩐흥티오가 부하들을 향해 말했다.

***

“시작해볼까?”

프리먼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덴시빌딩의 맞은 편에 있는 건물옥상.

그곳에 위치한 프리먼은 신속하게 저격용 라이플인 PSG-1의 총구에 소음기를 조립했다.

PSG-1의 저격 사거리는 1000미터까지도 가능하다.

다만 그런 경우에는 사격의 정밀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음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처럼 근거리에서는 소음기를 부착해도 사격정밀도는 그대로 유지된다.

스윽- 탄창을 결합한 뒤에 스코프를 열었다.

조준선에는 덴시빌딩의 정문에 배치된 두 명이 보였다.

요시다의 부하들이었고 새벽 3시쯤되자 졸린표정으로 하품까지 하였다.

프리먼의 입가에 한차례 냉소가 떠오른뒤.

퓽! 퓨퓽! 탁한소음이 연달아 흐르며 PSG-1의 총구에서 불이 뿜어졌다.

PSG-1은 탄창을 결합하는 반자동 저격소총이기 때문에 볼트액션식에 비해 연속사격이 가능했다.

프리먼의 사격솜씨는 탁월했다.

노곤한 표정으로 하품하던 우측상대의 머리를 단번에 날려버렸다.

반대쪽의 담배피던 녀석은 당황했고 품속에서 권총을 뽑을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그 순간 프리먼이 발사한 연속탄이 상대의 목을 관통했다.

지금 프리먼이 저격하는 건물옥상에서 덴시빌딩의 정문까지는 기껏해야 150미터이내. 마음만 먹으면 스나이핑으로 동전크기의 목표까지도 맞출수 있었다.

덴시빌딩 정문의 적들을 해치운 뒤에 프리먼은 곧바로 총구를 다른 곳으로 향했다.

덴시빌딩은 5층 구조였고 각각의 층마다 경비를 담당하는 요시다의 부하들이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이 복도를 따라 이동하거나 순찰중에 있었다. 그리고 프리먼의 저격용 스코프를 통해 상대의 모습은 완벽하게 관찰되었다.

퓽! 퓨퓽! 소음기를 통해 연달아 불꽃이 터지는 가운데 2층에 있던 적들을 해치우고 있었다.

김태천과 프리먼의 콤비플레이.

전투의 프로들 2명이 펼치는 작전과 실력은 상상을 초월할 수준이다.

***

타다닥! 타닷!

발걸음 소리가 울리며 뒷골목에 대기중이던 인원들이 나아갔다.

각각 10명씩 2개조로 나뉘었고 각그룹의 선두에는 김태천과 쩐흥티오가 있었다.

프리먼이 저격으로 덴시빌딩의 정문에 있던 두 명을 해치우자 숨어있던 상태에서 돌진한 것이다.

선두에서 포인트맨의 역할을 담당하는 두 명. 김태천과 쩐흥티오는 전방으로 방탄방패를 세웠고 자동권총을 빼들었다.

김태천의 신호에 따라 쩐흥티오의 그룹이 나아갔다.

2층으로 연결된 계단의 좌우로 갈라졌다.

1층은 예상대로 조금 전에 쓰러진 두 명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여기 덴시빌딩에는 요시다를 포함해서 6-70명의 적들이 있었다.

아군보다 3배나 많은 숫자지만 승산은 충분했다. 2층으로 연결된 계단을 따라 올라갔고 복도를 지나갔다.

김태천이 쩐흥티오에게 신호했다.

그에 따라 쩐흥티오는 10명의 부하들을 데리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사이에 김태천은 나머지 10명을 지휘하며 3층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적들이 주로 모여있는 장소는 4층과 5층일 가능성이 많았다.

이윽고 김태천 그룹이 3층에 도착해서 나아갈 때 복도의 문이 열리며 적이 나타났다. 김태천이 신속하게 휴대한 방탄방패를 앞으로 내세웠고 권총사격을 실시했다.

탕! 타탕! 피핑! 두 명의 요시다 부하들이 쏜 총탄이 두터운 방탄방패에 맞으며 불꽃을 일으킨다.

“으아. 저건 뭐야?”

“LAPD의 SWAT 놈들이다.”

요시다의 부하들이 놀란 것도 당연했다.

지금 김태천과 베트남 조직원들이 착용한 택티컬기어(Tactica Gear)와 복장.

그리고 검은색 마스크를쓴 모습과 방탄방패까지.

LA에서 이런 복장을 갖춘 세력은 LAPD(로스엔젤레스 경찰국)의 SWAT 팀밖에 없을 정도니까 말이다.

다만 김태천과 베트남 조직원들이 착용한 텍티컬기어에는 어떤마크나 표식도 없었다.

단지 검은색의 섬뜩하고 위력적인 모습이 전부일 뿐이다.

김태천과 베트남 조직원들의 사격이 시작되며 반항하던 두 명은 벌집이 되었다.

그리고 적들이 쓰러지자 베트남 조직원들은 자신감이 생겼다.

오늘밤의 작전을 위해 혹독한 훈련을 거쳤고 이제 그 성과가 나타난 것이다.

잠시 후 2층에 대한 정찰을 마치고 4층으로 향했던 쩐흥티오와 습격팀에서도 총격음이 흘러나왔다. 총격전이 개시되었지만 전투는 일방적인 수준이다.

프리먼이 외곽에서 저격으로 적의 순찰병들을 하나둘씩 제거했고 양동작전으로 요시다의 부하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

“이거야말로 엄청나군요.”

송재동이 고개를 내저었다.

테블릿-PC에서 나오는 영상화면들.

프리먼과 김태천의 택티컬기어에 장착된 소형 캠코더를 통해 전송되는 것들이다.

비디오게임의 한장면을 보는 듯한 기분이지만 실제는 완전히 틀리다.

특히 김태천에게서 전송되는 캠코더의 영상과 피를뿌리며 쓰러지는 요시다 부하들의 모습은 실제인 것이다.

얼마 후 프리먼이 무전통신을 하였다.

“요시다 발견. 위치는 덴시빌딩의 5층. 빌딩의 남쪽계단을 따라 부하들과 내려오고 있는중!”

“적의 숫자는?”

“요시다를 포함해서 20명 정도.”

“그렇다면 환영인사를 해줘야겠군.”

김태천이 프리먼을 향해 대답했다.

지금쯤 요시다와 부하들은 지옥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프리먼은 스나이핑 지원을 하며 적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시중에 있었다.

PSG-1에 부착된 고배율의 스코프와 측면에 장착된 야시장비를 이용해서 완벽하게 압도하고 있었다.

잠시 후 김태천 그룹과 쩐흥티오 그룹이 프리먼의 정보에 따라 이동했다.

매복을 위해 완벽한 준비를 갖춘 것이다.

“기껏해야 20명 정도의 숫자로 3배가넘는 적들을 사살하고 압도하다니. 이것이 프로들의 실력이군요.”

“그렇습니다.”

송재동을 향해 대답했다.

내가 김태천과 프리먼을 우리 쪽으로 끌어들인 결정적인 이유 중에 하나다.

돈을 벌고 사업을 하는데에는 상대를 완벽하게 제거하고 없애버려야 이쪽이 유리해지는 경우도 생긴다.

특히 요시다나 정삼택처럼 통상적인 방법으로 상대하기힘든 놈들에 대해서는 내 쪽에서도 그에 맞는 대응책이 있어야했다.

다만 이런 것을 할 수 있는 인재들은 결코 흔하지 않았다. 명문대를 나오고 회사업무를 잘하는 인재는 얼마든지 돈으로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밤에 베트남 조직원들을 이끌며 기습작전을 벌이고 적을 완전히 섬멸시키는 전투.

그것을 할 수 있는 김태천과 프리먼같은 인재들은 극히 드물다. 그리고 이런 인재들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이전에 프리먼이 뉴욕의 레드힐에서 나를 어설픈 졸부쯤으로 생각했다면 결코 나의 부하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프리먼이 내 쪽에 오기로한 이유 중에 하나가 특이한데, 그것은 뉴욕에서 내가 직접 일행들과함게 갱단들의 전투구역인 레드힐에 왔다는 사실도 있었다.

어설픈 졸부가 그런 곳을 가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이처럼 하찮은 졸부가 얻을 수 있는 허접한 부하들과 진정한 갑부가 얻을 수 있는 인재는 질적으로 완전히 틀린 것이다.

얼마 후 태블릿-PC의 영상에서 요시다와 부하들의 모습이 잡혔다.

부하들을 이끌고 계단을 내려오다 매복에 걸렸고 좌우에서 수백발의 탄환이 퍼부어진 것이다.

김태천에게 무전이 들어왔다.

“실장님. 요시다의 시체를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신속하게 뒷처리를 한 뒤에 철수작전에 들어가 주십시요.”

“알겠습니다.”

김태천이 무전으로 대답했다.

이것으로 요시다에 대한 문제는 해결된 셈이다. 요시다에 대해 원한을 가진 쩐흥티오와 그 조직원들이 요시다를 벌집으로 만들고 있었지만 그런 것은 신경쓸 부분이 아니다.

어차피 녀석이벌인 자업자득이고 베트남 조직원들이 원한을 풀 기회를 줘야하니까 말이다.

뭣보다 오늘밤의 습격을 통해 베트남조직은 자신들의 능력과 실력을 확실하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요시다의 시체가있는 4층 복도벽에 쩐흥티오가 스프레이를 꺼내어 휘갈기기 시작했다.

베트남어로 쓴것이고 내용은 이렇다.

<응우옌짜빈의 죽음에 대한 복수다.>

현재 쩐흥티오는 응우옌짜빈이 남긴 베트남조직을 이끌고 있었다.

자신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지고 LA와 미국서부의 베트남인들을 결집시키는 것.

그리고 LA-내의 다른 갱단들을 향해 자신들의 세력과 능력을 보여주는 의미도 있었다.

이후에 LAPD에서 오늘의 총격사건에 대해 조사를 하겠지만 결론도 없이 흐지부지하게 넘어갈 것이다.

증거가 될만한 영상자료도 없고 습격에 참가한 베트남 조직원들은 철저하게 얼굴을 가렸다. 어차피 나중에는 LA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갱단들의 총격사건들 중에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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