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적을 제거하는 방법 (03)
철컥- 경쾌한 금속음이 연속으로 흘러나왔다.
저마다 자동권총의 슬라이드를 당기면서 점검하는 모습들이 능숙하다.
“저 친구들 역시 전쟁을 겪은지 얼마안되는 국가 출신이라 그런지 총기와 장비를 다루는 솜씨가 꽤 능숙하더군요.”
“물론 필요한 기본훈련은 좀 가르쳐주긴 했지만 저렇게 빨리 배우는 친구들도 드문 편입니다.”
김태천과 프리먼의 표정이 만족하고 있었다.
우리들이 있는 곳은 베트남타운의 지하에 있는 아지트들 중에 한곳이다.
여기는 미로처럼 뻗어있는 통로들이 있었고 조직의 보스인 쩐흥티오의 말에 따르면 대략 10개 남짓한 아지트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크기는 저마다 달랐지만 각각의 아지트들마다 지정된 암호를 말해야 내부에서 열어주는 방식이다.
그리고 각각의 통로마다 감시하는 장소들도 있었다. 따라서 베트남타운의 지하통로를 무턱대고 쳐들어가면 아무리 최신장비로 무장해도 살아남기 힘들다.
그만큼 쩐흥티오의 조직에게 베트남타운은 방어에 유리했다. 다만 이번작전은 적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준비가 필요했다.
먼저 가장 급한 것은 무기와 장비다.
쩐흥티오의 베트남조직이 인원숫자는 제법 되지만 대다수가 기껏해야 4-50cm의 도검이나 손도끼 그리고 조잡하게 만든 창들이 대부분이다.
미국에서 총기가 합법이고 자율이라곤 하지만 베트남조직이 암시장을 통해 총기를 입수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뭣보다 가격도 싼편은 아니다.
또한 거래를 잘못할 경우에는 돈만 날리거나 상대가 파놓은 함정에걸려 이쪽이 당한다.
쩐흥티오의 베트남조직이 가진 권총도 기껏해야 4~5정에 불과했다.
그것도 구형의 콜트(Colt) 45구경이 전부고 쩐흥티오를 포함해 간부들이 갖고 있을 뿐이다.
구형의 콜트 45구경을 점검해본 김태천과 프리먼은 그것을 분해해 버렸다.
총기연식이 오래된 것은 물론이고 잘못하면 총열이 내부에서 폭발할 정도로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얼마 후 김태천과 프리먼은 방법을 짜내었다.
쩐흥티오에게 부하들 중 20명의 정예를 뽑으라고 요청한 것.
어차피 쩐흥티오의 베트남조직을 전부 무장시킬 수는 없었다. 작전에 필요한 것은 정예조직원들이고 그들에게 집중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한 뒤에 두 사람은 샌디에고로 향했다.
김태천이 나와 함께 뉴욕의 상류층 구역인 퀸즈에서 자동권총을 구입한 것처럼.
샌디에고에도 블랙마켓의 건샵이 있었다.
그 건샵오너의 이름은 세바스찬이고 뉴욕 퀸즈에 있는 백인사내와는 동업자 관계였다.
동시에 세바스찬의 경우에는 미국의 PMC(민간 군사기업)들이 갖고 있는 장비등을 구입한 뒤에 자체적으로 개조해서 판매하는 특이한 방식이었다.
뉴욕의 퀸즈에 있는 건샵오너와 마찬가지로 뒷골목의 갱단들과는 애초부터 거래를 하지 않는 원칙이다.
그리고 미국 서부지역의 상류층이나 다른 PMC-들에게 개조된 장비와 무기를 되파는 방식으로 비지니스를 하는 인물이었다.
뭣보다 이런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갱단에게 무기를파는 상대는 결코 믿을 수 없고 뒤끝이 안좋을 수 있었다.
가격은 통상적인 블랙마켓의 가격에 비해 월등하게 비싸지만 중요한 것은 보안과 거래의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다.
“당신들의 솜씨는 국가기관의 비밀 요원들 같군요.”
쩐흥티오가 놀랐던 부분이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프리먼은 미국 FBI-출신으로 SWAT 팀부터 시작해서 CIA의 시크릿 오퍼레이션까지 참가한 인물이다.
그리고 김태천도 한국의 특수부대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따라서 LA에 있는 어설픈 갱단들과는 솜씨부터가 틀리다.
쩐흥티오 조직에서 선발한 20명의 정예들을 무장시킬 총기와 장비를 구입한 뒤.
김태천과 프리먼은 그들을 데리고 네바다주로 향했다.
네바다주는 사막과 황무지가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곳이다. 물론 라스베가스라는 유명한 도박도시가 있지만 인구밀도가 미국에서 가장 낮은 곳에 속한다.
대신에 이곳에는 주위의 시선을 피해서 전술훈련과 비밀훈련을 할 수 있는 장소들이 여러 곳에 있었다.
이 장소들은 샌디에고의 블랙마켓 거래상인 세바스찬의 도움으로 마련할 수 있었다.
좌우가 수백미터의 협곡으로 둘러싸인 내부의 장소인데 야영을 하며 강도높은 훈련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았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선발된 20명의 베트남 조직원들을 제대로 키워냈다.
완벽한 특수부대의 대원들처럼 키워낼 필요는 없었고 근접 총격전에 대비한 텍티컬 트레이닝(전술훈련)위주로 가르친 것이다.
사격술과 장비훈련 그리고 총기조립과 분해. 그 외에 작전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숙지시킨 것이다.
이것을 통해 선발된 20명의 조직원들은 LA-내의 갱단들과는 차원이틀린 실력을 갖게 되었다.
얼마 전 시간이날 때 네바다의 훈련장으로 가서 살펴보았다.
그리고 훈련받던 베트남 조직원들은 정말로 입에 단내가 나올정도로 빡신 훈련을 거쳤다.
뭣보다 그들로서는 비참하게 죽어간 자신들의 지도자 응우옌짜빈의 복수를 한다는 목표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해서 준비를갖춘 20명의 정예조직원들이 지금 아지트에 모여있었다. 부하들을 둘러보던 쩐흥티오가 앞으로 나섰다.
“오늘 우리들은 4년 전의 복수를 할 것이다. 나도 너희들과같이 선두에 선다.”
“보스! 위험합니다.”
“응우옌짜빈께서도 베트남전때 선두에서 싸우신 분이다. 나는 그분의 뜻을 받아 이곳 베트남타운을 지키기로 맹세했다. 그런데 내가 너희들만 보내놓고 뒤에서 구경이나 할 수는 없다.”
“......”
쩐흥티오의 말에 부하들이 숙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조직의 보스다운 연설과 리더쉽을 발휘하고 있었다.
뭣보다 요시다에 대해서는 쩐흥티오가 직접 죽이는 것이 베트남조직을 단합시키는데 중요했다.
쩐흥티오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모든 준비는 완료되었습니다.”
“김태천 씨. 작전시간은 언제입니까?”
“상대가 가장 느슨해지고 헛점을 드러내는 새벽 3시로 정했습니다.”
김태천이 대답했다.
특수전의 베테랑다운 솜씨다.
보통사람도 새벽 1시정도까지는 맨정신으로 있지만 새벽 3시가 되면 긴장이 풀린다.
정찰보고에 따르면 요시다와 부하들이 있는 덴시빌딩은 입구가 한군데밖에 없었다.
후문이 있기는 했지만 보안을 위해 완전히 폐쇄한 것이다.
그리고 덴시빌딩의 원래 소유주는 이시하라 신타로라는 일본인이다. 현재 그는 리틀도쿄에서 일본공상회(日本共商會)라는 조직의 회장을 맡고 있었다.
일본공상회는 리틀도쿄에 있는 일본인 상인들의 협회다.
그리고 이시하라같은 민간상인이 요시다같은 야쿠자에게 자신의 5층짜리 빌딩을 통째로 사용하도록 해주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즉 요시다 조직의 배후에 이시하라 신타로와 일본공상회가 있다는 증거였다.
아마도 일본공상회의 자금을 통해 요시다 조직이 움직이고 요시다가 다시 그 자금으로 코리아타운에 있는 정삼택을 조종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상인협회가 야쿠자조직을 동원해서 더러운짓을 하는 경우는 많았다. 그래서 일본 전경련에서 야쿠자 조직을 필요악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
리틀도쿄의 일본공상회에 대한 문제는 나중에 처리할 부분이다. 오늘밤의 작전은 어디까지나 요시다와 그 패거리들이 핵심이다.
시간을 확인한 김태천이 신호했다.
그에 따라 준비를마친 쩐흥티오와 조직원들이 출발을 시작했다.
***
“보스. 이분들의 능력은 대체 어느 정도인 겁니까?”
“나로서도 짐작하기 힘들군. 하지만 저들이 우리와 함께라는 사실이 뭣보다 안심되는군. 만약에 적이 된다면.... 상상도 하기싫지만.”
쩐흥티오가 고개를 내저었다.
지하의 아지트를 벗어난 뒤에 우리들이 나온곳은 베트남 식당인 다.
그리고 식당의 뒤편 골목에는 몇대의 밴형 차량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군사분야에서 로 부르는 전술차량이다. 특수작전이나 미국의 SWAT 팀등에서 이용하는 것인데 엔진을 고성능으로 튜닝한 것 외에도 내부에는 다양한 장비들이 있었다.
총 6대의 전술차량들은 샌디에고에 있는 블랙마켓 거래인 세바스찬을 통해 구입한 것이다.
이 차량들은 미국의 텍사스에 기반을둔 PMC(민간 군사회사)인 블랙 크리스탈(Black Crystal)의 것인데 회사의 자금사정으로 세바스찬에게 내놓은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매물이 나올 때에는 돈 문제를 떠나서 미리 사두는 것이 좋다.
보관해둘 장소는 얼마든지 있었고 이후의 작전과 상황을 위해서도 필요하니까 말이다.
“서둘러라.”
쩐흥티오의 명령에 따라 정예조직원들 20명이 각각의 전술차량에 나누어 탑승을 시작했다. 나와 송재동은 후방에 주차시킨 방탄차량인 랜드로버 메탈리카(Metalica)에 올라탔다.
운전석에 오른뒤에 시동을켰다.
부우웅- 엔진소리가 힘차게 흘러나왔고 귀를 간지럽힌다. 얼마 후 무전기에서 김태천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실장님. 출발준비 완료입니다.”
“그럼 시작합시다. Let's Go!”
***
김태천과 프리먼이 운전하는 선두차량들이 나아갔다. 총 6대의 전술차량들에는 베트남 조직원들이 사용할 장비들이 있었다.
그 장비들은 SWAT 팀이나 대테러 부대등에서 사용하는 것과 유사했다.
검은색 마스크를 통해 신분노출을 최대한으로 줄였고 적과의 근접교전을 위한 각종 택티컬기어(Tactical Gear)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차량에 탑승한 쩐흥티오와 부하들은 네바다주에서의 훈련을 통해 이런 장비의 사용에는 익숙했다.
베트남타운을 떠난 뒤에 차량들은 새벽의 도로를 달리며 나아갔다. 목적지인 리틀도쿄의 덴시빌딩까지는 차량으로 4~50분정도 거리다.
오늘밤 리틀도쿄에서 대혼란이 벌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우리 쪽에서 신경 써야할 부분은 요시다 패거리만이 아니다.
“조금 후면 리틀도쿄로 들어가겠군요.”
송재동이 주변거리를 살피더니 말했다.
새벽이다보니 주위로 지나가는 차량들도 많이 없었다. 랜드로버 메탈리카를 운전하면서 눈앞에서 메뉴창을 활성화 시켰다.
얼마 전 뉴욕의 월가에서 31조라는 대박을 친뒤에 나와 합체된 AI인 하시는 그에 따른 엄청난 성공보상들을 내놓았다.
총 20개의 보상들 중에서 5개는 개인스킬-인데 그중에 하나가 정말로 대박이다.
내가 정삼택을 압박하고 녀석의 비밀을 알아내는데 사용했던 스내처 프로그램은 목표한 상대의 스마트폰을 해킹해서 24시간 감시의 도청장치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사용하려는 것은 스내처 프로그램같은 해킹이지만 용도는 완전히 틀리다. 잠시 후 메뉴창에 강력한 기능을 지닌 개인스킬이 나타났다.
[옵티컬 재머(Optical Jammer)를 사용하시겠습까? - Yes/No]
눈앞에 떠오른 메뉴창에서 Yes를 선택했다.
이것을 통해 엄청난 변화가 생긴건 아니다. 하지만 리틀도쿄로 연결된 수많은 도로와 그곳에 있는 교통카메라들.
그리고 여러 장소에 있는 CCTV-카메라에는 내가 운전하는 랜드로버 메탈리카를 시작으로 내 주위에서 움직이는 전술차량들의 영상이 하나도 찍히지 않고 있었다.
AI인 하시로부터 이 개인스킬을 보상으로 받았을 때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CCTV-부터 시작해서 디지털 카메라 그리고 스마트폰 카메라까지 동원해서 모두 실험을 해보았다.
그 결과 내가 메뉴창으로 옵티컬재머를 실행했을 때 나를 포함해서 내가 타고 있는 차량까지도 완벽하게 은폐된 것이다.
AI인 하시의 설명에 따르면 강력한 스텔스파(Stealth Wave)를 발산해서 광학렌즈의 일부를 마비시키는 것이라는데 설명을 듣고도 이해되지 않았다.
현재 인류의 기술수준을 수십 년, 어쩌면 백년이상을 뛰어넘는 하이퍼 테크놀로지의 수준이다.
그렇기에 이것은 개인스킬로만 제공될 뿐이지 내가 월가를 상대로 대박 치는데 사용했던 슈퍼배터리처럼 이것을 보편적인 테크놀로지로 확대시킬 수는 없었다.
오로지 AI인 하시가 진화를 통해 그리고 나와 육체가 합체된 상태에서만 발동되는 스킬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것에도 약점은 있었다.
약점이 2가지인데 디지털 카메라처럼 영상신호를 디지털로 저장하는 카메라에는 스텔스파(Stealth Wave)가 완벽하게 통한다.
그러나 수십 년 전의 구형 렌즈 카메라처럼 필름을 사용하는 카메라에는 스텔스파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영상이 찍힌다. 하지만 요즘시대에 그런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도 없고 대부분의 카메라는 디지털 영상을 신호를 사용했다.
따라서 실질적인 약점이 없는 상태다.
다만 두 번째의 단점이 좀 크다.
옵티컬 재밍을 통해 주변의 카메라를 교란하는 스텔스파를 낼 수 있는 시간에 제한이 있다.
보통 3시간 정도이고 많아 봐야 4시간이다.
그리고 매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1년 동안에 단 몇 차례 정도만으로 횟수에 제한이 있었다. 꽤나 강력한 기술이기 때문에 이런 제한사항이 붙어있는 거 같았다.
따라서 이 개인스킬은 결정적인 순간에 써야했다.
그리고 지금이 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