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
FBI (미연방 경찰국) - 출신의 실력자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그리고 빌딩숲으로 둘러싸인 뉴욕에서 대자연의 숨결을 느낄수 있는 장소.
그곳이 센트럴 파크(Central Park)다.
더 놀라운 사실은 센트럴파크가 뉴욕에서도 가장 땅값이 비싸고 노른자라고 할 수 있는 맨하튼에 있다는 사실이다.
전체면적 412 헥타르에 이르는 크기는 맨하튼의 부동산값을 계산해 본다해도 엄청날 수준이다.
수많은 뉴요커들에게 안식처와 편안함을 제공하는 곳.
때문에 뉴욕시민들은 물론이고 미국인들에게도 사랑받는 장소다.
주위로 조깅을 하거나 산책을 하며 지나가는 사람들. 잔디밭과 벤치에 앉아서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까지 각양각색의 방문자들이 모여 있었다.
특히 센트럴파크의 조깅코스는 꽤 유명했다.
대략 3km에 이르는 코스를 3바퀴 정도만 돌아도 10km에 이를 정도로 꽤 장거리다.
“후욱, 후욱!”
호흡을 조절하고 페이스를 유지하며 뛰었다. 벌써 2바퀴째다. 앞으로 1바퀴만 더돌면 아침운동으로 적당한 수준이다.
뉴욕에 온 뒤에 센트럴파크를 방문하기로 한 것은 두 가지 목적이다.
첫 번째는 매일 지속중인 아침운동과 러닝을 위한 코스로 적격이란 것.
두 번째는 이전에 내가 즐겨봤던 미드 프렌즈(Friends)에 자주나왔던 배경이기 때문이다.
프렌즈를 통해 영어 듣기와 회화를 공부하면서 나중에 기회가되서 뉴욕에 간다면 센트럴파크를 가봐야겠다는 결심을 했으니까 말이다.
그 외에 뉴욕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미드들 중에서는 센트럴파크가 종종 나온다.
좋은 쪽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고.
CSI-뉴욕(New York)처럼 안좋은 장소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이곳이 뉴욕의 명소중에 하나다보니 산책이나 조깅이 아니라 해도 아침부터 방문하는 관광객들도 종종 보인다.
그런데 재동 선배의 저질 체력이 꽤 심각하네.
“장거리 육상선수야? 왜 그렇게 빠른거야?”
“일부러 속도를 천천히 했는데요.”
“그것보다 더 천천히. 숨막혀 죽겠다.”
“그럴바엔 차라리 걷는 게 낫겠네요.”
“걷는 것도 운동이야.”
숨을 헥헥거리ㅁ 송재동이 투덜거렸다.
내가 2바퀴를 뛰는동안 송재동은 아직 1바퀴도 해내지못한 것이다.
“여기 뉴요커들은 자기관리가 꽤 철저한데 재동 선배도 이제부터 체력보강을 좀 하셔야죠.”
“어차피 중년이되면 똥배나오는 게 정상인데. 그러는 넌 식스팩 빵빵해서 좋겠다.”
송재동이 자신의 뱃살을 확인하며 한숨을 쉬었다.
“괜히 너 따라왔다가 반쯤 죽게 생겼다.”
“설마 그 정도까지? 엄살이 심하시네요. 그리고 여자들도 저렇게 잘 뛰는데요.”
“백인언냐~들은 원래 스태미너가 강하잖아. 괜히 백마라고 하는 게 아니지. 그나저나 몸매들이 전부다....”
송재동이 주위로 지나가는 여자들을 바라보며 정신없었다.
어쩔 수 없지.
몸매좋고 예쁜여자들에게 시선이 가는 건 당연한 거니까.
한국여자들이 아담하면서 귀여운 이미지라면 여기 웨스턴 여자들의 경우에는 피지컬과 몸매가 우수하면서 에너지가 넘친다.
하지만 그만큼 비만인 사람도 많다.
이건 여자/남자 구별없이 미국인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상황.
헐리우드 영화 등에 나오는 늘씬한 몸매의 팔등신 미녀들이 미국에 많을 거라는 환상은 금물이다.
미국인들의 비만지수는 심각한 상황이다. 그나마 정상적인 체중에 몸매가 괜찮은 여자들은 10명중에서 1~2명 수준이다.
다만 센트럴파크의 경우에는 조깅과 운동등으로 체중과 몸매관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주위로 쭉쭉빵빵의 미녀들이 꽤 많이 지나가고 있었다.
“후아~ 겨우 한바퀴 다 돌았네.”
처음의 출발점에 도착하자 송재동이 반쯤 퍼져버렸다. 그런 송재동을 뒤로한 뒤에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센트럴파크 주변으로 높게 솟은 마천루들이 사방으로 늘어서 있었다.
빌딩숲과 자연의 조화.
그 때문에 센트럴파크의 가치가 더 높은 거 같았다.
“그런데 좀 뛰었더니 배가 출출하네요.”
“나도 그런데. 맞아! 센트럴파크에 오면 부리또(Burrito)를 먹어야지.”
“부리또요?”
“그래. 센트럴 부리또(Central Burrito)라고 여기서 유명해.”
그러고 보니 저앞에 차량을 개조한 이동용 점포에서 음식을 팔고 있는 게 보였다.
차량 간판에 쓰여진 것이 센트럴 부리또-인데 저기 있는 점포만이 아니라 다른데도 똑같은 간판이다.
맛이 좋아서 명물이라기보다는 그냥 센트럴파크에 온 사람들이 많이 사먹다보니 유명해진 거 같다.
“기왕 부리또를 사먹을 거면 사람 많은데가 좋지.”
“맛은 비슷할 거 같은데요. 그것보다는 저쪽줄에 예쁜 여자들이 많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닙니까?”
“부리또도 먹고 눈호강도 하는 거야. 어차피 일석이조.”
“칵테일바 마담 누님한테 일러바쳐야 할 거 같네요.”
“이런데서 비겁하게? 사실 한국에가면 마담언냐~ 제외하고는 절대로 다른여자한테 한눈 안팔아. 하지만 여기는 미국이니까.”
논리가 좀 이상한 궤변이지만.
딱히 반박하기도 힘들다.
***
“한국에서 먹었던 부리또와는 좀 다르네요.”
“당연하지. 미국 바로 아래쪽이 멕시코인데. 따라서 멕시코식 원조 부리또가 재현된 것이지. 그에 반해 한국은 어차피 대충 만든 뒤에 그냥 부리또라고 하니까.”
송재동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미국과 멕시코는 국경이 닿아있고 미국에도 상당수의 멕시칸들이 건너와서 살고 있다. 조금 전에 우리들이 부리또 2인분을 산 이동식 차량점포에도 멕시칸으로 보이는 중년 사내가 요리하며 팔고 있었던 것이다.
2인분의 양도 푸짐하지만 뭣보다 소스맛이 제대로다. 이전에는 멕시칸 음식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새로운 느낌이다.
“세계최고의 땅값을 자랑하는 맨하튼. 그중에서도 센트럴파크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느긋하게 부리또를 먹다니. 역시 해외여행은 이런 맛이지.”
“여행겸 출장이죠.”
“말하자면 그렇지.”
송재동이 대답하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튼 이런 시간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너무 성급하게 서두르면 오히려 실수가 나온다. 현재 진행 중인 작전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메꿀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던중 나에게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런데 재동 선배.”
“뭐지?”
“우리 쪽에도 실력있는 스니퍼(Sniffer)를 고용해야 할 거 같군요.”
“스니퍼라. 아무래도 그쪽부분이 좀 신경 쓰이기는 했는데. 역시 네가 그것을 집어낼 줄이야.”
“물론 스니퍼(정보수집가)라 해도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특정분야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스니퍼라면 더 좋을 거 같군요. 이번작전에만 쓸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 활용할 수 있고 우리 쪽에서 필요한 정보를 획득하고 분석까지 할 수 있는 수준이면 충분한 조건입니다.”
“그렇다면 쉽지 않은 선택인데.”
“대신에 다른 것보다 현장에서도 직접 뛸수 있는 능력까지 있어야 합니다.”
내가 제시한 조건이 좀 까다로운 편이긴하다.
그러나 이 정도를 만족할 수준이라면 돈이 아깝지 않다.
“지금 당장은 머리에 떠오르는 후보자가 없는 상황인데. 잠깐 기다려봐. 어쩌면 맥퍼슨이라면 알지도 모르겠네.”
“맥퍼슨 이라면 저번에 재동 선배가 워싱턴에서 만났다던 로비스트겸 변호사를 말하는 것이군요.”
“그래. 조금은 특이한 이력이긴 하지. 먼저 이것저것 다 가리지 않고 일하는 변호사이기도 한데. 변호사일보다는 로비스트로서 솜씨가 더 좋은 편이긴 하더군.”
송재동이 대답하며 스마트폰을 꺼내었다.
전화번호를 검색하더니 어딘가로 걸었다. 잠시 후 수화기 반대편에서 Hello~ 하는 중년 사내의 음성이 들렸다.
송재동이 말한 맥퍼슨이 분명했다.
미국은 로비스트가 전면에서 활동이 가능한 국가다.
특히 워싱턴은 로비스트들의 메카라고 불린다. 그리고 워싱턴에서 활동 중인 로비스트들의 이력과 배경도 다양했다.
재동 선배의 영어가 유창한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업무를 하는데에는 충분했다.
포켓에서 수첩을 꺼내더니 신속하게 필요한 부분들을 메모했고 이따금씩 서로 간에 안부를 묻는 대화도 주고받았다.
얼마 후 송재동은 맥퍼슨에게 감사인사를 한 뒤에 조만간 워싱턴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
“맥퍼슨한테서 좋은 소식이 들어왔나요?”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좀 애매하네.”
“흥미롭군요.”
“나라면 이런 친구를 굳이 우리 쪽으로 끌여들여서 쓰고싶다는 생각은 안들지만, 강민 너의결정이 중요한 것이니까.”
“배경이 좀 복잡한가요?”
“그런 것도 있고. 뭣보다 성질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라는데. 그리고 프리먼이란 친구가 사는 동네도 꽤 삭막한 곳이고.”
“어디인데 그럽니까?”
“브루클린. 그중에서도 최고 우범지대로 불리는 레드힐(Red Hill)구역이야. 맥퍼슨도 프리먼과 직접 연락은 안되고 단지 그가 살고 있는 장소와 잘가는 술집정도만 알고 있는 수준이지. 따라서 프리먼을 만날려면 우리 쪽에서 찾아가야 한다는 것인데. 솔직히 말해 위험부담이 있는 편이군.”
“그래도 쓸만한 사람이라면 우리 쪽에서 방문을 해야겠지요. 어떤 사람입니까?”
“일단 이력자체는 제법 화려한 편인데. 사실 이 정도의 배경을 지닌 스니퍼(정보수집가)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건 사실이지. 미국 FBI(연방경찰국)에서 정보분석가로 활동한 경력도 있고, 그 뒤에 FBI 직속의 SWAT-팀에서 활동하며 현장경험도 풍부. 그 외에도 FBI의 중요한 부서에서 근무한 이력까지. 맥퍼슨의 말에 따르면 CIA(중앙정보국)의 시크릿 오퍼레이션(비밀작전)에 참가한 적도 있을 거라 하더군. 보통 사람들이 생각할 때에 FBI와 CIA가 서로 반목하며 대결하는 경우로 알지만 비밀작전이나 특수활동에서는 부처간 협조가 은밀하게 진행되기도 하니까.”
“듣고 보니 상당하군요. 그런데 그 정도의 경력을 지닌 사람이 지금은 뭣 때문에 브룩클린의 최고 우범지대에서 지내는 겁니까?”
“수년 전 FBI의 내부감찰부에서 프리먼을 향해 비리혐의를 발견했고 그 뒤에는 반강제로 쫓겨난 상태야. 운 좋게 재판에 걸리거나 감옥에 가지는 않았지만 대신에 FBI에서 일했던 모든 경력, 그리고 이룩했던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박살난 것이지.”
“확실히 FBI에서 비리혐의로 퇴출된 상대라면 꽤 껄끄러운 부분이기는 하군요.”
“실력이 좋다는 건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데 이런 사람을 쓴다는 건 확실히 문제가 될 수도 있지.”
“그런데 FBI-내부감찰부에서 발견한 비리와 죄목에 대해 프리먼은 어떻게 대응한 것입니까? 순순히 죄를 인정한 것입니까?”
“일단 본인은 무죄고 누명이라고 주장했지만 FBI의 상부에게 통하지 않은 거 같더군. 뭣보다 FBI-내부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으니 상부의 윗대가리들은 어떡하든지 서둘러 처리하려고 했을 테고.”
“그렇군요.”
송재동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로서는 프리먼이 정말로 비리를 저질러서 FBI에서 퇴출된 것인지 또는 누명을 쓴 희생자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FBI에서 활동했던 이력이나 여러 가지등을 검토했을 때 실력이 충분하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내가 볼 때에는 다른 후보자를 찾는 것이 더 좋을 거 같은데. 뭣하면 맥퍼슨 말고 다른 쪽 인맥에 연락 해보는 것도 가능한데.”
송재동이 스마트폰을 뒤적거렸다.
그 순간 손을 들어 말렸다.
“우리 쪽에서 활동할 스니퍼(정보수집가)는 프리먼으로 정하고 싶군요.”
“대체 뭣 때문에? 실력이 있다는 건 분명하지만 결코 다루기가 쉬운 인물은 아닐 텐데. 잘못하면 손해가 날 수도 있고.”
“결정한 원인에 대해서 딱히 말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하나를 꼽는다면 느낌입니다.”
“느낌이라....”
“예- 놓치면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기분입니다.”
“역시.”
나의 대답에 대해 송재동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프리먼에 대해 겉으로 드러난 상황만 볼 때에는 탈락감이다.
하지만 세상일의 상당부분은 빙산처럼 나머지 80%가 어둠에 잠겨있다.
그 80%의 숨겨진 부분을 볼 수 있느냐.
볼 수 없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다.
잠시일어나 3시 방향 쪽을 바라보았다. 센트럴파크 주위를 맨하튼의 고층건물들이 둘러싸고 있지만 저쪽만은 마천루가 없었다. 그리고 센트럴파크의 내에서도 저곳은 강간, 폭행, 살인 등의 사건이 종종 벌어지는 장소다.
“그런데, 프리먼이 지낸다는 브룩클린의 레드힐(Red Hill)구역이 저쪽인가요?”
“그래. 뉴욕에서도 최고의 우범지대로 속하고, 뉴요커들은 저곳을 헬고담(Hell Gotham)이라고 부를 정도니까. 뉴욕시민들이 말하기를 영화 배트맨에서 고담시를 지키는 영웅 배트맨도 저기서는 1주일도 못버틸 거라고 하더군. 물론 우스갯소리지만 그만큼 살벌한 곳이고 NYPD(뉴욕경찰국)도 손을 못댈 수준의 동네니까.”
“그렇다면 이쪽도 준비를 하고 가야겠군요. 무턱대고 갔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혹시 김태천 그 친구도 부르는 건가?”
“예. 며칠 전에 전화통화를 해보니 한국에서 시간 보내는 게 갑갑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김태천 씨도 이쪽 동네에 대해 나름 알고 있는 것들도 있고.”
“그렇다면 더욱 재밌어 지겠는데.”
송재동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